장미의 미궁
티타니아 하디 지음, 이원경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8년 8월
평점 :
절판


"한 장의 문서, 한 개의 열쇠, 그리고 400년간 숨겨진 비밀"

"셰익스피어의 로맨틱함과 마르케스의 환상적 리얼리즘, 중세 유럽의 종교와 신화가 살아 숨쉬는 신비로운 모던 팩션"

오랜만의 여름 휴가를 함께 보내기로 생각한 이 책은 책 표지에 적혀있는 위 두 문장으로 확실하게 선택되었다. 또한 예전에 재미있게 읽었던 <다빈치코드>류의 소설일 것이라는 짐작과, 흥미롭게 보았던 책과 영화인 <장미의 이름>에서 연상되는 종교적인 문제를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기회가 될 것이라는 느낌도 이 책이 휴가 도서 목록에 포함되는 데에 한 몫을 하였다.

처음에는 책의 두께에 눌려서 책장이 잘 안 넘어가고 시간이 천천히 가는 느낌을 받았는데, 사실은 두꺼운 양장본이라는 것 말고도 종교와 철학, 신화, 주변 사람들에 대해 생각해보느라, 휴가 이상의 시간을 보내게 되었다. 내 주변에는 내 편인 사람들, 내 편도 남의 편도 아닌 사람들, 적대적인 사람들, 같은 종교를 가진 사람들, 같은 종교를 가졌지만 다른 생각을 하는 사람들, 종교가 다른 사람들을 바라보는 다양한 시선 등등의 다양한 사람들이 있다. 내 주변에 있지만, 모두 내 편인 것은 아닌 사람들 사이에 둘러싸여 살고 있다. 세상 일은 합의점을 찾을 수 없는 사람들의 교묘한 가치관의 불일치로 같은 사실에 대해서도 각자 다른 관점으로 바라보게 된다.

’티타니아 하디’라는 작가는 사실 이 책으로 처음 접하게 되었는데, 베스트셀러 작가이고, 이 작품이 첫 소설이었다고 한다. 중세 역사와 문학, 종교와 신화를 아우른 이 작품을 위해 많은 리서치와 고증을 거쳤다고 한다.

그리고 가끔 좋은 작품도 번역체의 느낌이 드는 번역으로 아쉬움을 느끼곤 했는데, 이 책은 번역도 깔끔했다. 군더더기 없는 깔끔한 문체, 그리고 잘 모르는 부분에 대한 옮긴이의 설명이 함께 있어서 이해에 도움이 많이 되었다. 그래서 더욱 책 속에 빠져 들어서 주인공들과 함께 수수께끼를 풀어가게 되었는지도 모른다.

이 책에서 역사적인 사실이라고 하기에는 파장이 너무 클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작가는 팩션이라는 장르를 이용하여 작품을 전개해 나갔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다빈치 코드>가 팩션이었어도 영화 상영을 앞두고 종교적으로 문제 때문에 반대에 휩싸였던 기억을 해보면 팩션이라는 장치도 파장이 적지는 않다.

마지막 책장을 덮은 지금, 책의 리뷰를 쓰려니 사실 고민이 된다. 스포일러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어디까지 이야기하고 어느 부분을 숨겨야 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한 가지 말하고 싶은 근질근질했던 사실은... 아니, 그건 그냥 직접 이 책을 읽는 사람들의 몫으로 남겨놓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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