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작별 인사 - 죽음과 상실에 관한 이야기
오수영 지음 / 고어라운드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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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누군가를 떠나보낸 뒤, 그 빈자리는 시간이 지나도 쉽게 채워지지 않는다.

『긴 작별 인사』는 사랑하는 사람을 잃고 나서야 비로소 마주하게 되는 슬픔과 고독의 기록이다.

저자는 사랑했던 엄마를 떠나보내고 고독의 우물 속에서 하나하나의 감정을 곱씹으며 기록했다.

상실의 슬픔이란 매일 조금씩 모양을 바꾼다.

처음엔 무거운 죄책감이 자리 잡고, 하루가 다르게 외면하고 싶은 마음과 그리움이 교차한다.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없는 이 감정의 혼란이야말로, 저자가 이 책을 통해 나누고자 하는 이야기다.

『긴 작별 인사』는 그 상실의 순간에 머무르며, 저자가 마주한 내면의 슬픔을 담담히 적어 내려간 기록이다.

이 책을 통해 우리는 고독의 시간을 어떻게 살아낼 것인지, 슬픔을 어떻게 품어야 할지를 조용히 생각해보게 된다.



오수영

한 사람을 기억한다.

가장 먼저 무너질 것을 알면서도 끝까지 맨 앞을 지키던. (책날개 중에서)



이 책은 애도 일기다.

주체할 수 없는 상실에서 빠져나오는 길은, 어쩌면 그 감정에 정직하게 머물러 보는 것에서 시작되는지도 모른다.

저자는 상실을 덮어두거나 잊으려 하지 않고, 날마다 변화하는 슬픔의 얼굴을 있는 그대로 마주한다.

그리움을 품으면서도 외면하고 싶고, 원망이 올라오면서도 죄책감이 드는 복잡한 감정의 순간들을 기록하며, 그는 상실의 무게를 조금씩 가볍게 만들어 간다.

이 책을 읽으며 그와 함께 고통을 견디고, 애정과 기억 속에서 평온함을 찾아가는 과정을 배운다.

누군가의 일기에서 내 마음과 교차되는 무언가를 볼 때, 그 낯선 공감이 주는 위로는 특별하다.

저자의 일기 속 고독과 상실의 흔적들이 나의 감정과 조용히 맞닿으며, 내 안에 묻어둔 아픔들 또한 그와 함께 흐른다.

『긴 작별 인사』는 그렇게 서로 다른 삶을 이어주는 다리가 되어, 우리 각자가 품고 있는 슬픔과 그리움을 조심스럽게 꺼내어 볼 용기를 준다.

이 책을 읽으며, 저자의 내면을 오롯이 들여다볼 수 있었다.

사람은 쉽게 슬픔을 달래기 위해 위안을 찾거나, 혹은 그 감정을 회피하려 애쓰지만, 저자는 그런 길을 택하지 않았다.

오히려 자신의 감정의 고요한 면을 마주하며, 비워진 마음을 조용히 견디고 받아들이는 과정을 보여준다.

그가 기록을 통해 상처를 받아들이고, 한 발 한 발 내딛는 과정이 담겨 있어 읽는 내내 마치 나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 같은 위로를 느끼게 되었다.


알 수 없는 이유.

엄마가 꿈에 찾아오지 않는다. 단 한 번도. 나의 꿈, 그리고 아빠의 꿈에도. 그래도 한번 쯤은 찾아와 법도 한데. 무심하게 느껴지다가도 사려 깊게 느껴지 엄마의 배려 같은 것일까.

꿈에 나타나면 멀어질 수 없으니까.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야 하니까. (102쪽)

드라마나 소설에 보면 꿈에서 그렇게들 잘 나온다.

하지만 나는 이상하게도 그런 적이 없다.

이 글을 보며 마음이 쿵 하고 내려앉는다.

'그래, 이런 이유였을 거야. 어쩌면 그래서였을 거야.'

너무 그리워서, 꿈속에서조차 다시 만나면 헤어짐의 아픔을 또 겪어야 하니까, 어쩌면 나를 보호하려고 찾아오지 않는 건 아닐까.



결국 삶은 죽음으로 향하는 것인데, 우리는 그 사실을 잊은 채 마치 영원히 계속될 것처럼 살아간다.

그러나 문득 사랑하는 사람을 잃고 나면, 그 단순한 진실이 가슴 깊이 와닿는다.

삶은 유한하고, 언젠가 모든 것이 끝날 날이 올 것이다.

그래서일까, 남은 시간 동안 우리는 더 뜨겁게 사랑하고, 더 깊이 그리워하며, 더 자주 뒤돌아보게 된다.

죽음이 언제나 곁에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 사실을 외면하는 것이, 어쩌면 우리 삶을 살아가는 방식인지도 모른다.

저자의 상실은 그저 한 순간의 감정이 아니다.

시간이 지나도 여전히 마음 한 켠에 남아 그의 일상을 무겁게 누르고 있는 것 같다.

그러나 이러한 무게감을 피하지 않고, 오히려 고독 속에 그 상실의 순간을 담아내는 방식이 놀랍다.

종교나 타인의 위안에 기대지 않고, 자신의 내면과 감정을 기록으로 다듬어가는 모습은 결코 쉽지 않은 선택이다.

저자는 그 상처를 조금씩 문장으로 만들어가며 마치 일기처럼, 애도의 과정 속에서 스스로를 치유해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긴 작별 인사』 책의 한 장 한 장을 넘기면서, 내면 깊숙이 묻어두었던 슬픔들이 조용히 떠오르는 느낌이 든다.

이런 감정에 공감하고 이해하게 된다는 것은 비단 상실을 경험한 사람들뿐만이 아니다.

우리 모두가 품고 있는 상처와 아픔들에 대해 진지하게 바라보게 만든다.

저자가 매일매일의 글로서 애도를 다져가는 과정을 따라가며, 나 또한 기억 속 누군가를 떠올리고 조용히 마음 한 켠에서 인사를 건넬 수 있었다.

상실의 무게가 각자 다르지만, 그 무게 속에서 살아내려는 저자의 이야기가 잔잔한 울림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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