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프터 워크 - 가정과 자유 시간을 위한 투쟁의 역사
헬렌 헤스터.닉 서르닉 지음, 박다솜 옮김 / 소소의책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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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완의 역설'에 대해 아는가?

이 책에서는 코완의 역설을 이야기해 주며 시선을 끈다.

그것은 바로 노동을 절감시켜주는 장치들이 새롭게 나왔지만, 노동 자체의 시간이 줄지 않았다는 것이다.

1974년에 가사노동이 의외로 변하지 않았음을 처음 지적하는 논문을 쓴 조앤 바넥은 전업주부들이 1924년에 가사노동에 주 52시간을 들인 데 비해, 1960년대에는 55시간을 들였다는 경악스러운 사실을 밝혀냈다(38쪽)고 한다.

아니, 가사노동 시간이 오히려 늘어났다니!

그러고 보면 이 책에서 말하는 것처럼, 감자껍질을 칼로 깎든 필러를 이용하든 결국 절약되는 시간은 얼마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전기주전자나 채소 벗기는 기계가 하루에 몇 시간을 벌어주거나 고된 노역을 줄여주지는 않는다 - 단지 여생 동안 아주 작은 마찰을 하루 몇 차례씩 줄여줄 뿐이다. 오늘날 스마트 기기 업계는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또 어떤 마찰을 줄일 수 있을지 물색하는 모양새다. 그런데 이런 마찰은 특성상 자동화해서 제거하기 전까지는 문제로 인식되지도 않는다 - 과거에 자동차의 사이드 미러를 수동으로 조절하는 게 문제로 느껴지지 않았듯이. (61쪽)

이렇게 이 책에서는 미처 인식하지 못하고 있었지만 함께 생각해볼 만한 문제를 탁탁 짚어주고 있다.

그래서 지금껏 생각지도 못한 무언가를 인식하게 해준다.

집안일이 예전보다 편해졌거니, 하면서 막연하게 생각하기만 했지, 총 가사노동을 줄여주는 건 아니라고 미처 생각지 못했기에 더욱 시선을 집중해보았다.

우리 참 치열하게 살아가고 있다. 늘 시간이 부족하지, 일이 모자라지는 않았다. 그리고 집안 가사일은 더더욱 그러하다. 끝도 없고 티도 안 나는 것이 집안일이다.

스마트홈 기술은 왜 가사노동을 줄여주지 못할까?

어떤 가족 형태가 더 평등하고 효율적일까? (책띠지 중에서)

다 같이 생각해보아야 할 문제일 것이다.

이 책은 가정과 자유 시간을 위한 투쟁의 역사를 들려준다고 하여 관심 있게 보았다.

함께 생각해볼 필요성을 느끼며, 과연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지 궁금해서 이 책 『애프터 워크』를 읽어보게 되었다.



이 책은 헬렌 헤스터, 닉 스르니첵 공동 저서이다. 헬렌 헤스터는 영국 웨스트런던 대학교에서 젠더, 기술, 문화정치를 가르치고 있다. 테크노페미니즘, 사회 재생산, 노동 이론 등에 관심을 가지고 연구하고 있다. 닉 스르니첵은 영국 킹스칼리지런던에서 디지털 경제를 가르치고 있다. (책날개 중에서)

우리는 이 책에 담아낸 몇 가지의 개념이 한국 독자들에게 탈노동 프로젝트를 시작할 그리고 그 프로젝트에서 누군가가 배제되지 않도록 유념할 영감을 주길 소망한다. (9쪽, 한국어판 서문 중에서)

이 책은 총 6장으로 구성된다. 1장 '일을 줄일 수 있을까?', 2장 '기술의 배신', 3장 '기준의 강화', 4장 '가족 형태의 변화', 5장 '주거 공간의 재조직', 6장 '어떻게 요구할 것인가'로 나뉜다.

이 책에서는 말한다. '일의 미래는 코딩이 아니라 돌봄에, 기계가 아니라 살갗을 만지는 일에 있다.(20쪽)'라고 말이다.

미국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일자리의 거의 전부가 요리, 청소, 돌봄 업무를 그 중심으로 하며, 새로 만들어지는 일자리도 절반 가까이 이 부문에 속한다고 한다.

일의 미래에서 가장 눈에 띄고 문화적으로 영향력 있는 서사들은 대개 디지털 기술에 의지하는 전문화된 고연봉 일자리가 지배적일 것이라고 추정하지만 현실은 다르다는 것이다.

지금 새로 만들어지는 일자리들은 그럴싸한 월급을 받아 가는 직군이 아니라 가정 간병인, 식품 노동자, 수위들을 필요로 하고, 지금 추세대로라면 이게 진짜 일의 미래라는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며 탈노동 사회 재생산 프로젝트의 틀을 잡기 위해 가사노동의 역사와 현상에 대한 이해 등을 다양한 초점으로 짚어보는 시간을 갖는다.

이 책을 통해 가사노동에 대해 지금껏 생각지 못한 부분에서 초점을 맞춰 바라보게 되었다.

우리 생활에서 시간 비중이 크면서 우리 자유를 크게 제약하고 있으면서도 거기에 대한 가치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그 부분을 이 책을 통해 인식해본다.

또한 문제인식에 더해 개선 방법까지, 이 책에서 저자들과 함께 살펴보게 되었다.

일과 가정, 자유 시간에 대해 이 책을 읽으며 함께 짚어볼 필요가 있겠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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