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인의 거울 (리에디션)
정무 지음 / 메트릭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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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것이 무엇일까.

평범하게만 살면 된다고 생각한다면 그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살다 보면 처절하게 느끼게 된다.

그 어렴풋한 느낌을 이 소설에서 구체화시켜주고 있다.

남들처럼, 남들만큼, 그것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가.

이 소설은 그 부분에 대한 민낯을 낱낱이 표현해주고 있다.

이 소설을 읽으며 약간 불편함을 느끼게 되는 것은 우리 현실에서 너무도 흔히 볼 수 있는 일이지만 미처 인식하지 못했던 부분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어서였다.

어쩌면 그 안에 나의 모습도 발견할 수 있다는 그런 불편함이 이 소설의 핵심이다.

우리는 실제 모습이 아닌, 되고 싶었던 금 조각을 뭉쳐 소득 상위 5%의 '남들처럼'을 만들고 있습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남들처럼'과 스스로를 비교하고, 그 '남들'에 소속되어야만 정상적인 삶이라 여깁니다. 이 집단에 소속되지 못한 사람은 박탈감을, 소속된 사람은 언제 탈락할지 모른다는 위기감을 느낍니다. 그리고 '남들'에 소속된 사람들을 일렬로 줄 세우며, 탈락자 선별을 시작합니다. (210쪽)

현시대 조명 하이퍼 리얼리즘 소설, 장편소설 《맹인의 거울》을 읽어보게 되었다.



정무頂無

돈을 버시는 어머니, 책을 읽어주며 살림하시는 아버지 밑에서 평범에 대한 고민을 일찍 시작했습니다. 대학에서 물리학을 공부했고, 학생 때 해외기업을 시작으로 국내 중소기업, 창업, 대기업을 거쳐 2023년에는 서울시 청년정책네트워크 일자리/창업 분과위원으로 활동하였습니다.

작가는 듣고 싶은 말, 하고 싶은 말, 그리고 해야 할 말 세 가지를 모두 할 수 있어야 한다고 믿습니다.

(책날개 중에서 저자 소개 전문)



잠깐만요!, 나도 개발자나 해볼까?, 굴레 실수, 마지막 열차, 자유, 남겨진 자, 육각형 퍼즐, 매달린 절벽, 맹인의 거울에 이어 작가의 말로 마무리된다.


'잠깐만요!' 이야기로 이 소설은 시작된다.

조금만 밀면 두 명 정도는 더 탈 수 있을 것 같은 엘리베이터를 비집고 들어간 5년 차 대리 김영백은 엘리베이터를 겨우 타고는 쾌재를 부른다.

마지막으로 겨우 탔고, 그 다음 사람은 더 이상 탈 수 없는 상황이 되었을 때, 묘한 승리감을 느낀 것이다.

어디에 이야기하기도 좀 그런 미묘한 감정들을 예리하게 잘 집어내어 표현해놓았다.

사회생활하면서 흔히 있을 수 있는 일들이, 그리고 흔히 인식하지 못하는 감정을 "잠깐만요!"에서부터 날카롭게 파악할 수 있도록 건드려준다.


그때는 어렸을 뿐이었는데 지금은 어리석기까지 하구나. (190쪽)

우리의 모습인 듯, 우리의 모습이 아닌 듯, 무언가 불편하면서도 서늘하게 느껴지다가도, 또 아무렇지도 않게 가볍게 보이기도 하는 우리들의 현실에서 저자가 말하려는 시사점을 눈을 부릅뜨고 살펴보게 된다.

그리고 '매달린 절벽에서 손을 뗄 수 있는가?', '수처작주' 등의 문장을 현대 사회 모습을 다룬 하이퍼 리얼리즘 소설에서 만나는 것이 새로운 느낌이었다.

아닌 듯 아닌듯하면서도 날카로운 말들이 문득 나를 일깨워주는 부분이 있었다.

작가는 이 소설을 통해 '남들처럼'을 부추기는 커뮤니티 너머의 사회적 구조가 있음을 밝히고 싶었다고 언급한다.

실제와는 동떨어진 '평범함'을 만들어내고, 박탈감을 재생산하는 구조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려 했다는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며 한국 사회에서 살아가는 것에 대해 시사하는 점들을 살펴보는 기회가 되었다.

우리가 살아가는 모습을 냉철하게 바라보고 싶다면 장편소설 맹인의 거울을 읽어보아도 좋겠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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