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과 혁명 1 - 일용할 양식
김탁환 지음 / 해냄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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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도적인 역사소설가 타고난 이야기꾼 김탁환 장편소설



한때 그랬다.

소설가 김탁환이 타고난 이야기꾼이라는데 과연?

지금의 나는 그때 의문을 가졌던 그 마음, 당장 취소한다.

이제 그 진가를 알겠다.

나는 이 소설로 김탁환 소설가의 기량을 인정한다. 격하게 인정한다. 그때의 그 마음을 사죄하면서 인정한다.

그는 타고난 이야기꾼 맞다!

내 마음을 바꿔놓은 소설 『사랑과 혁명 1』을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빠져들어 읽어보았다.

역사소설 사랑과 혁명 1 김탁환 장편소설 해냄출판사

압도적인 역사소설가 김탁환 4년 만의 귀환!

스스로 천주를 믿었던 유일한 나라, 조선

인간답게 살기 위해 목숨을 건 사람들의 이야기 (책 띠지 중에서)



이 책은 작가의 말이 먼저 시작된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사랑과 혁명이다. 흔한 사랑이 아니라 압도적인 사랑, 예측 가능한 혁명이 아니라 본 적도 들은 적도 없는 혁명. (6쪽)

김탁환 작가가 『김탁환의 섬진강 일기』를 통해 대도시의 생활을 접고 섬진강에서 삶을 시작한 것이 2021년이었다는 것을 이야기하며 에세이를 펴낸 것이 작년이었다.

그런데 거기에는 더 큰 그림이 있었던 것이다. 어쩌면 그는 이 소설 『사랑과 혁명』을 쓰기 위해 섬진강 들녘으로 운명처럼 내려가서 자리 잡은 것이다.

농촌에서 살며 쓴 첫 장편이고, 논밭을 일구면서, 이야기학교부터 마을영화제까지 함께 꾸려가면서, 마을에서 살다가 죽는 의미와 가치를 곱씹었고, 그렇게 1827년 정해박해에 대한 관점도 달라졌다는 것이다.

섬진강 들녘으로 내려온 뒤, 옥터 옆에 텃밭을 일구며 살고 있다. 정해박해 때 붙잡혀 온 천주교인들이 갇혀 고문받던 감옥 자리엔 곡성 성당이 세워졌다. 성당 바로 옆, 텃밭이 평이나 되는 마당집을 얻은 것은 우연일까 필연일까. 어둑새벽 밭으로 나갈 때마다, 성당 뒷마당 신부님 댁과 길 건너 수녀님 댁엔 벌써 불이 환하다. 밭을 매다 보면, 성당 종소리가 들려온다. 호미를 쥐고 감옥 자리를 향해 선 채로 서른세 번 종소리를 듣는다. 기도하지 않아도 기도하는 마음이다. 기르고 숨고 흐르는 마음을, 이렇게 매일 내 문장으로 옮기며 4년을 보냈다. 옥터 옆 텃밭에서 은총 고구마를 거두며 『사랑과 혁명』을 세상에 내놓는다. 열매를 씨앗으로 삼아, 농부가 농사를 짓듯이, 독자들도 저마다의 마을에서 평범하고 거룩한 날들을 꾸렸으면 좋겠다.

섬진강 들녘의 마음으로 2023년 9월 김탁환 쓰다

(작가의 말 중에서)



1부는 '신은 기르고 인간은 거둔다'이며, 1장 '밖', 2장 '안', 3장 '안팎'으로 구성된다.

정해박해는 1827년 전라남도 곡성에서 일어난 천주교 박해 옥사로, 이로 인해 또다시 조선은 천주교 탄압으로 들끓게 된다. 당시 조정은 천주교인을 잡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었는데, 곡성에서 비롯되었지만 그 범위를 한양까지 확산하여 500여 명의 교인을 체포하였고, 지독하게 고문하기로 악명이 높았다. 하지만 정해박해는 천주교사에서도 기록이 거의 남아 있지 않다. 이에 김탁환 작가는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치밀하고 정확한 고증, 방대한 자료 조사와 탁월한 상상력을 더해 19세기 조선에서 천주교인으로 살았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출판사 책 소개 중에서)



이 책의 '서'는 이렇게 시작된다.

본명 즉 세례명이 귀도이고 옛 이름은 '장구'인 '나'는 26년 가까이 교우들의 이야기를 모아 치명록 즉 순교자의 행적을 기록한 책을 써왔다.

군난(박해)만은 쓰지 않으려고 했다. 자신이 감당할 무게가 아니기에, 믿음이 더 굳건하고 이야기 솜씨가 훨씬 나은 교우가 맡기를 바랐다.

하지만 그때까지 쓰겠다는 이는 나오지 않았고, 결국 그가 써야만 하는 이야기가 된 것이다.

결국 그는 쓰기로 작정한 후, 이야기를 모으고 사람들을 만났다.

그렇게 이 이야기는 본격적으로 그 시절로 거슬러 올라가 시작된다.



본명은 이시돌, 옛 이름은 들녘.

무진년 1808년 봄 전라도 곡성현 장선마을에서 나고 자랐다.

그 무렵에는 목숨을 걸고 천주교를 믿어야 했다.

그 수난을 견디며 믿음을 지키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여기 펼쳐진다.



조선시대에 천주교를 믿는다는 것은 박해를 감내해야 하는 일이라는 것 정도만 알고 있었는데, 이 소설을 읽으며 그들의 삶 속으로 생생하게 들어가서 마치 그들의 삶을 눈앞에서 보는 듯했다.

그 시대의 사람들을 실제로 만난 듯, 그들의 용기와 신앙을 느낄 수 있었다.

그들이 어떻게 박해와 억압에 맞서고 희생하며 믿음을 지켜나갔는지, 이 책을 읽으며 이해의 폭이 넓어졌다.

조선시대의 그 인물들을 지금 내 앞에 살아움직이는 존재로 그려내는 김탁환의 이야기 솜씨에 저절로 빨려 들어간다.

그의 탁월한 상상력과 글 솜씨에 실제로 앞에서 보는 듯 교우들의 일상을 생생하게 바라볼 수 있었다.

그렇게까지 험난한 여정일 줄은 미처 생각지도 못했다.

이 책을 읽으며 목숨을 걸고 믿는 신의 의미에 대해 생각에 잠긴다.

신앙을 끝까지 지키는 그들의 믿음에 찬사를 보낸다.

교우촌에서도 사랑도 하고 교우 간의 마음을 쌓아가는 모습도 보인다.

어느 인간군상에서나 볼 수 있듯, 여기에서도 마찬가지로 사람들의 일상을 만날 수 있었다.

애틋하면서도 훈훈한 면도 자주 보였다.

믿음으로 뭉친 사람들은 무언가 달라 보였다.

그들만의 무언가가 있어서 누가 파고들어갈 틈이 없을 정도로 대단히 끈끈한 면모를 볼 수 있었다.

소설 속 풍경도 생생하게 그려내어 마치 눈앞에 장면들이 펼쳐지는 듯했다.

글을 읽어나가며 내 머릿속에는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들녘이 아빠라고 했던 은행나무도 그림을 보는 듯 선명하게 묘사해주어서, 내가 은행나무 밑에서 이야기를 듣는 것 같았다.

이렇게 생생한 묘사가 담겨 있으니 더욱 실감 나게 그들의 상황을 바라보게 되었다.

또한 그들의 심성까지도 하나하나 느껴본다.

어떤 때에는 친구가 되기도 하고 어떤 때에는 그렇게 미운 존재이기도 한, 그 시절 그 사람들의 얽히고설킨 관계를 만나볼 수 있었다.

굶주림을 채우는 것이 꼭 밥이라고만 여기진 마

풍년이어도 빚을 지는 19세기 암흑기 조선, 땅만을 섬기는 바보 같은 남자가 하늘만을 믿는 여인을 만나기 위해 깊은 산속 옹기촌으로 들어가고 세상이 금하는 신(神)과 그를 믿는 이들을 알게 되는데… (책 뒤표지 중에서)

소설가 김탁환만이 그릴 수 있는 인간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역시 탁월한 이야기꾼이다.

이들의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서 손에서 놓을 수 없는 소설이었다.

역사소설, 장편소설, 19세기 조선의 이야기가 이렇게 생생하게 다가올 수 있다니!

그것은 김탁환의 필력이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생각이 든다.

멈출 수 없는 몰입감을 선사해 준 소설이다.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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