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의 저자는 김별아. 1993년 《실천문학》에 「닫힌 문 밖의 바람소리」를 발표하며 등단했고, 2005년 장편소설 『미실』로 제1회 세계문학상을 수상했다. '조선 여성 3부작'으로 『채홍』 『불의 꽃』 『어우동, 사랑으로 죽다』를 펴내는 등 역사 속 인물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시했으며, 원작을 복원한 '무삭제 개정판' 『미실』, 한국 최초의 여성 근대 소설가를 다룬 『탄실』, 조선 뒷골목의 살인 사건에 세밀한 상상을 더한 『구월의 살인』을 발표했다. 이외에 소설집과 산문집을 다수 출간했다. 2016년 의암주논개상, 2018년 허균문학작가상을 수상했다. (책날개 발췌)
이 책의 프롤로그는 박목월의 「사향가 思鄕歌」로 시작한다.
밤차를 타면
아침에 내린다.
아아 경주역.
이처럼
막막한 지역에서
하룻밤을 가면
그 안존하고 잔잔한
영혼의 나라에 이르는 것을.
천년을
한가락 미소로 풀어버리고
이슬 자욱한 풀밭으로
맨발로 다니는
그 나라
백성. 고향사람들.
_박목월, 「사향가思鄕歌」 중에서 (프롤로그 4~5쪽)
목월의 시 「사향가」가 수록된 시집이 출간된 1959년 무렵에는 서울에서 경주까지 하룻밤을 새워 달리는 야간열차가 있었다는데, 밤기차로 꼬박 달려 새벽에 닿은 경주역은 어떤 풍경이었을지 궁금해하는 저자의 말에 나는 이제야 그곳을 궁금해한다.
첨성대, 석굴암, 불국사, 대릉원……. 수학여행지이거나 관광지로 만난 경주의 첫인상은 맥락 없이 나열되어 기억 속에 흩어져 있기 일쑤다. (8쪽)
나에게도 그랬다. 수학여행을 가서 여기저기 끌려다니듯 수동적으로 돌아다녀서 기억이 잘 나지 않는 그곳을 '언제 한 번 다시 가야지' 생각했다가, 그 생각마저 잊고 살고 있었는데, 이렇게 책을 통해서 신라의 천년 왕성 월성을 이야기하니 무척 흥미롭게 읽어나갔다.
그리고 이 책은 프롤로그부터 천년 잠들어 있던 문화재 발굴하듯 조심스럽게, 비밀의 문을 열 듯이 두근거리며 설레는 마음으로 읽어나가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