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밀한 이방인 - 드라마 <안나> 원작 소설
정한아 지음 / 문학동네 / 2017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친밀한 이방인》은 수지· 정은채· 김준한· 박예영 출연 쿠팡플레이 시리즈 <안나> 원작 소설이다.

이 소설은 시작 부분을 보고 나서는 궁금한 생각에 뒷이야기까지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역시나 먼저 알아보고 드라마로 제작했다는 점에서 더 호감이 생겨서 꼭 읽어보아야겠다는 결심을 하기에 이르렀다.

내가 이 소설에 관심이 생긴 것은 처음 두어 문단을 읽고 나서였다. 그다음 이야기가 도대체 어떻게 된 것인지 엄청 궁금해서 결국에 이 책을 읽고 만 것이다.

지난 3월, 나는 신문을 읽다가 흥미로운 광고를 보았다. '이 책을 쓴 사람을 찾습니다'라는 문구와 함께 신문 전면에 소설의 한 부분이 실려 있었다. 언뜻 뻔한 광고 같았지만, 첫 문장이 한눈에 들어왔다. 아무 생각 없이 글을 읽어나가던 나는 잠시 후 그것이 내가 쓴 소설이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흠칫 놀라 안경을 쓰고, 그 내용을 처음부터 다시 찬찬히 읽어보았다. 내 기억이 맞는다면, 그것은 십여 년 전에 익명으로 펴낸 나의 첫 소설이었다. '난파선'이라는 제목을 단 검은 표지가 흐릿하게 떠올랐다. 당시 나는 출판사 공모에 내기 위해 그 책을 만들었다. 이름을 밝히지 않은 것은 신비감을 더하기 위해서였지만,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았다. 한 줄의 심사평도, 심지어 악평조차 실리지 않았다.

작가로 데뷔한 후에도 나는 그 책이 나의 비공식적인 첫 작품이라는 사실을 밝힌 적이 없다. 원고를 다시 고쳐쓸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최근에는 그 책의 존재를 아예 잊고 지냈다. 말하자면 기억 저편으로 사라진 책이었던 것이다. (7~8쪽)

여기에서부터 나의 호기심은 급상승했다. 어떻게 된 일일까, 그 책을 보여준 사람이라고는 별거 중인 남편이 유일하다는데 어떤 사연이 있는 걸까 등등 온갖 의문이 생겼다.

그러고 보면 소설은 도입부가 중요하다. '읽다보면 재미있겠지'보다는 이왕이면 처음부터 확 눈길을 끌면 좋겠다. 그렇게 결국 이 책을 읽게 되었다. 그것은 도입부 덕분이었다. 이 책을 읽게 만든 힘은 도입부였다.




그리고 조금 읽어나가다가 소설 속 '나'가 『난파선』이 육개월 전 실종된 자신의 남편이 썼다고 주장하는 선우진이라는 사람을 만나게 되는데, 거기에서부터 소설은 속도를 붙인다.

"그 사람의 본명은 이유미, 서른여섯 살의 여자예요. 내게 알려준 이름은 이유상이었고, 그전에는 이안나였죠. 아무것도 확실하지 않아요. 여자라는 사실까지 속였으니 이름이나 나이 따위야 우습게 지어낼 수 있었겠죠. 그는 평생 수십 개의 가면을 쓰고 살았어요. 내게 이 책과 일기장을 남기고 육 개월 전에 사라져버렸죠." (14쪽)

'나'는 번역을 하고, 대학에서 교양 강의를 하며 아이를 키우고 있었다. 봄날 캠퍼스에서 문득 그녀를 떠올린다. 이 이야기는 소설로 쓸만한 꺼리가 된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유상, 이유미, 혹은 또다른 어떤 이름의 그 여자. 음대 근처에도 가본 적 없는 그 여자는 피아노과 교수로 재직했고, 그 와중에 학생들 다수를 콩쿠르에 입상시켰다. 그녀는 또한 자격증 없는 의사였고, 또 각기 다른 세 남자의 부인이자 한 여자의 남편이었다. 믿어지지 않는 이야기였다. 하지만 무엇보다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은 숨가빴던 그 여자의 인생에 『난파선』이 어떻게 끼어들었는가 하는 점이었다. (24~25쪽)

일주일 내내 마치 뭔가에 사로잡힌 것처럼 그 이야기에서 벗어날 수 없었고, 결국 소설로 쓰고 싶다는 간절한 마음에 그가 남겼다는 일기장을 보고 싶다며 진을 만나 이야기한다.

가짜 삶을 살았다는 그 여자가 일기를 썼다니 정말 아이러니한 일 아닌가. 그렇게 '나'는 이유미 혹은 안나라는 그 사람에 대해 취재하며 하나씩 알아가게 된다.

이름, 학력, 직업, 성별…… 모든 것이 거짓이었던 한 사람

허상을 겹치고 덧발라 만들어낸 수십 개의 가면 뒤에서

서서히 드러나기 시작하는 진실의 민낯! (책 뒤표지 중에서)






정한아 소설가는 1982년에 태어났으며, 문학동네작가상, 김용익소설문학상, 한무숙문학상, 김승옥문학상을 수상했다. 장편소설 『달의 바다』 『리틀 시카고』, 소설집 『나를 위해 웃다』 『애니』 『술과 바닐라』가 있다. (책날개 중에서)

나는 늘 거짓말쟁이와 사기꾼들에게 마음이 끌렸다. 그들이 꾸는 헛된 꿈, 허무맹랑한 욕망이 내 것처럼 달콤하고 쓰렸다. 나는 그들을 안다고 생각했다. 내가 바로 그들이라고 생각했다. 언제나 그런 착각, 혹은 간극 속에서 이야기를 쓰게 된다. 그리고 마지막에야 내가 아무것도 모른다는 사실을 깨닫는 것이다.

_'작가의 말' 중에서

이 소설은 한번 손에 쥐면 끝까지 읽어나가게 된다. 처음에는 그 정체가 궁금해서 주변인들을 취재하며 하나씩 얻게 되는 정보를 통해 그 인물을 알아가는 데에 흥미를 느낀다. 그런데 점점 인물에 대해 알아가면서는 들통날 것만 같아서 아슬아슬한 느낌으로 읽어나갔다.

아슬아슬하고 조마조마한 느낌으로 읽어나가다가 문득 내가 생각하던 판을 다시 짜야 하는 순간이 온다. 허상과 진실, 그에 대한 이야기에 몰입해서 끝까지 읽게 되었다.

기회가 되면 드라마도 찾아서 보겠지만, 일단 나에게는 소설의 여운이 그 못지않은 듯 강해서 한동안 머릿속에 소설의 여운이 남아있을 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