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멀쩡하던 행거가 무너졌다
이혜림 지음 / 라곰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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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어보고 싶어진 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었다. 첫째는 책의 도움을 받아 정리를 좀 하고 싶었다. 요즘 물건들도 사부작사부작 늘고 있고, 특히 책이 늘고 있으니 나도 멀쩡하던 책장이 무너지게 생겨서 이 책의 제목이 남의 일 같지가 않았다.

둘째는 이 책의 소제목에서 본 '텅 빈 방에는 공허함만이 남았다'라는 문장에서 공감을 느꼈기 때문이다. 버리는 것이 능사가 아니다. 너무 비어 아무것도 없는 깔끔함은 좋은 게 아니라, 허전하고 소리가 울려서 골이 흔들린다. 목표 없이 무작정 따라 하는 미니멀리즘이 아니라, 나만의 정리를 위해 이 책을 집어 들었다.

온 집 안을 물건으로 가득 채워보기도 하고,

통째로 비우고 텅 빈 방을 만들어보기도 했다.

숱한 허무와 회의감의 나날들을 보내면서 나만의 균형을 찾았다. (에필로그 중에서)

이 말에 공감하며 이 책 『어느 날 멀쩡하던 행거가 무너졌다』를 읽어보게 되었다.



이 책의 저자는 이혜림. 날마다 다른 옷과 액세서리를 해야만 외출할 수 있었던 전 맥시멀리스트. 어느 날 옷의 무게에 무너져 내린 행거 앞에서 맥시멀리스트에 회의를 느끼고 미니멀리스트로 전향했다. 처음부터 내 인생에서 진짜 중요한 것들로만 채우는 미니멀리즘 습관을 오늘도 열심히 전파중인 건강한 미니멀리즘 전도사. (책날개 발췌)

이 책은 총 4부로 구성된다. 프롤로그 '어느 날 멀쩡하던 행거가 무너졌다'를 시작으로, 1부 '비우고 난 후 알게 된 것들: 물건', 2부 '작은 집, 간소한 살림: 공간', 3부 '단순하게, 홀가분하게: 라이프', 4부 '가볍지만, 우아하게: 태도'로 이어지며, 에필로그 '카쉬 해변에서, 홀가분했던 지난 여름 날'로 마무리된다.

저자 소개를 보며 솔직히 '엥?!'했다. 사계절 서른 벌의 옷으로 지내는 10년 차 미니멀리스트라니. '그렇게나 많이?'라는 생각이 솔직한 내 심정이었다. 저자는 전 맥시멀리스트였고, 행거가 내려앉을 만큼 옷의 무게에 짓눌려보았으며, 그에 비해 지금은 서른 벌의 옷으로 사계절을 지내는 것이니 저자한테는 지금이 미니멀일 수 있겠다. 그 부분이 내 생각과는 조금 다르긴 했다.

그리고 나는 이 책을 읽으며 두 가지 생각을 바꿔야 했다. 다른 사람과 비교하지 말고 나만의 기준과 균형을 찾아서 최상의 상태로 미니멀리즘을 추구해야 한다는 것이 첫 번째이고, 나도 나름 미니멀리스트라는 자부심을 가지고, 물건을 함부로 들이지 말고 소중한 물건을 아끼며 살자. 그것이 두 번째다. 나만의 미니멀 라이프를 만들고자 마음을 다잡아준 책이다.



이 책을 보면 저자가 자신만의 미니멀 라이프를 찾아가는 과정을 볼 수 있다. 많은 물건을 누리며 살아보기도 했고, 미니멀리즘을 추구하며 싹 비워보기도 했지만, 결국 자신만의 깨달음을 얻는 과정을 잔잔하게 풀어가고 있다.

가득 채워본 경험, 모두 비워본 경험, 필요한 것만 선별해서 생활해 본 경험은 지금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는 마음을 갖게 해주었다. 아니, 우리는 이미 너무 많은 것을 소유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해주었다. (26쪽)

그리고 저자는 1년에 한 번씩 '살림 대충 하기' 시즌이 돌아온다고 언급한다. 생각해보니 나도 그렇다. 특히 한여름. 덥고 습하고 후끈거리는 날에 조금만 움직여도 땀이 주르르 흐르는데 무슨 살림인가. 그래서 지금부터 조금씩 해두어야 한다. 봄 되면 날이 좋으니 꽃구경 다녀야해서 소홀해지니 지금이 시즌이다. 생각해보니 나에겐 살림하는 시즌이 얼마 없었다.

필요한 물건만 지니는 마음가짐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있다. 나를 설레게 하는 물건만 소유할 것. 내 마음에 꼭 드는 것으로 제대로 된 하나의 물건만 있다면 다른 것을 더 사고 싶다는 마음이 사라진다. 그러니 물건을 들일 때는 무조건 신중해야 한다. 어물쩡 '당분간만 써야지'라는 생각으로 물건을 구입한다면, 그 물건은 또 다시 버려진다. (203쪽)




이 책은 완벽한 것이 아니라 사람 냄새가 나서 좋다. 힘들게 미니멀 라이프를 추구하는 게 아니라, 자신만의 기준과 속도로 균형을 찾아가며 사는 모습이어서 더욱 와닿는다.

살림 잘 하는 누군가를 부러워하며 나를 자책하기보다는 나만의 기준으로 걸러서 챙겨둔 물건들을 소중히 아끼며 살아가야겠다. 많은 생각을 하게 해준 책이다. 우리는 누구나 자신만의 물건과 함께 살아가고 있으니, 이 책을 읽으며 내 기준에 맞는 미니멀 라이프를 추구해보는 시간을 가져보아도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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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달 2022-02-22 00: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