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스라이팅 - 당신을 심리적으로 지배하고 조종하는 사람에게서 벗어나는 방법
스테파니 몰턴 사키스 지음, 이진 옮김 / 수오서재 / 2021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책이 궁금했다. 하지만 무서운 느낌이 들어서 주저했다. 난 사실 귀신 이야기보다도 이런 이야기가 더 무섭다. 특히 대놓고 나쁜 사람이 아니라, '좋은 사람인 것 같은데 내가 이상한 건가?'라는 생각이 드는 가스라이팅도 포함된다. 한동안 궁금한 생각 너머에 무서운 느낌으로 주저하다가 결국 이 책을 읽어보게 되었다. 그러는 데에는 책 속에 담긴 이 글의 영향이 컸다.

그는 매혹적인 사람이다. 재치 있고 자신감이 넘치지만 지나치게 당신을 통제하는 연인이다. 직장에서 매번 당신의 실적을 가로채는 팀의 동료이고, 왜 자기 집 앞에 쓰레기를 버리느냐며 당신에게 욕을 하는 이웃집 사람이며, 자신의 실수를 절대 인정하지 않는 정치인이고, 이 모든 일은 다 당신이 자초한 일이라며 당신을 괴롭히는, 바로 그 사람이다. 가스라이터들은 통제와 조종에 뛰어나고, 당신이 미쳤다고, 당신이 이상하다고 말하며 심리적으로 지배하려 든다. 그가 당신의 배우자이건 연인이건 부모이건 동료이건 친구이건, 그는 진실을 왜곡한다. 그들은 어디에나 존재하며 당신의 불행을 즐긴다. (책날개 중에서)

이 책은 스테파니 몰턴 사키스 박사가 분석하고 경고하고 안내하는 가스라이팅에 관한 실용적이고도 절실한 지침서라고 한다. 특히 '세상에 너무 흔하지만 지금까지 논의되지 않았던 성격 유형에 대응하기 위한 필독 안내서!'라는 퍼블리셔스 위클리의 추천사에 공감하며, 이 책 『가스라이팅』을 읽어나갔다.



이 책의 저자는 스테파니 몰턴 사키스. 임상심리 전문가이자 미국 정신건강 협회 공인 상담사이다. ADHD, 자폐 스펙트럼 장애, 불안 장애, 자기애성 성격 장애를 전문으로 하는 심리 치료사로 활동하고 있다. 수년간 상담실과 법원에서 타인의 심리를 지배하고 조종하며 괴롭히는 가해자, 그리고 그 피해자들을 만나왔다. 상담실의 내담자 중 상당수가 가스라이팅으로 인한 우울, 불안, 심지어 자살충동을 느끼고 있었다. 사키스 박사는 그들의 사례를 바탕으로 <사이콜로지 투데이>에 가스라이팅에 관한 글을 기고하기 시작했다. 그의 글 '가스라이팅의 열한 가지 위험 신호'는 수백만 조회수를 기록했으며, 그는 가스라이팅에 관한 정보에 갈급했던 이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으며 《가스라이팅》을 집필했다. 이 책에는 가스라이팅이 무엇인지, 어떻게 간파할 수 있고 어떻게 벗어날 수 있는지에 관한 모든 정보가 담겨 있다. (책날개 발췌)

이 책은 총 11장으로 구성된다. 1장 '내가 이상한가, 아니면 그가 날 이상한 사람으로 만드는 것인가?', 2장 '매혹적인 첫 만남에서부터 처절한 헤어짐까지', 3장 '기억하라, 그것은 사랑이 아니다', 4장 '방해하고 괴롭히고 실적을 가로채는 사람들', 5장 '학대적인 관계에서 벗어나라', 6장 '권력에 미치다', 7장 '커튼 뒤의 그림자', 8장 '당신의 신경을 박박 긁는 사람들', 9장 '적인가 친구인가?', 10장 '나는 어떠한가?', 11장 '당신 스스로를 도와라'로 나뉜다.

심리적 지배와 조종의 의미를 지닌 가스라이트라는 용어는 2004년 12월 <옥스퍼드 영어사전>에 처음 등재되었다. 그러나 이 단어와 단어의 변형이 문서에서 사용된 것은 1952년으로 거슬러올라간다. 실제로 그 용어가 만들어진 것은 영국 극작가 패트릭 해밀턴이 1938년에 제작한 연극 <가스등>에서였으며, 1944년 조지 쿠커가 감독하고 잉그리드 버그먼과 샤를 부아예가 주연한 영화 <가스등>을 통해 대중에게 처음 알려졌다. (11쪽)

가스라이팅의 어원이다. 그러고 보니 가스라이팅의 어원도 이번 기회에 상세히 살펴보는 것이다. 요즘에야 가스라이팅이라는 단어를 쉽게 접해서 당연히 알고 있는 사실이라 생각했지만, 의외로 아는 부분이 없었기에 이 책을 통해 상세하게 접해보는 시간을 갖는다. 이 책을 읽으면 울컥하기도 하고 뒷골이 당기기도 하는 등 이 책에 실린 사례들을 보며 함께 울분을 표출하는 시간을 보내게 될 것이다.



이 책의 저자는 상담을 하면서 수많은 가스라이팅 사례를 접했고, 그랬기에 이 책에 가스라이팅을 경험한 사람들의 체험담이 담길 수 있었던 것이다. 신분이 드러나는 세부 내용은 삭제했고 가명을 썼으며 두 가지 사례를 합한 경우도 있다고 한다.

이 책을 읽다 보면 가스라이터들의 행각에 등골이 오싹해진다. 뒷골이 당기고, 가끔은 '나도 혹시?'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런데 '누구나 때로는 사람을 조종하지 않나?'라는 질문에 대한 답변으로 안도한다. 가스라이터에게는 그것이 일상이라는 것이다. 특별한 이유 없이 거짓말을 하고, 또 하고, 자신의 권력에 상대가 휘둘리는 것을 느낄수록 점점 더 강도를 높인다는 것이다. 가스라이터는 특정한 상황 때문이 아니라 삶의 한 방식으로 사람을 조종하는 것이니, 이 책을 읽는 독자들 대부분은 아마 이 부분에서 안도의 한숨을 쉬게 될 것이다.



이 책이 가스라이터들의 사례만을 세분화해 이야기해 주었다면 뒷골 당기는 데에만 그치고 말았을 것이다. 하지만 가스라이터들을 어떻게 다루어야 할지, 어떻게 떠나야 하는지에 관한 조언이 담겨있으며, 벗어나고 극복하고 치유하는 방법들을 상세히 조목조목 일러주고 있다.

옮긴이의 글을 보면 지극히 사사로운 동기로 가스라이팅에 관한 제대로 된 책을 찾아 번역하게 되었고, 그 와중에 가스라이팅이 포털사이트의 인기 검색어로 등장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나도 그 덕분에 이 단어를 알게 되었지만 썩 유쾌하지 않은 일이었고, 사실 단어의 간략한 뜻 말고는 구체적인 것을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 이 책을 읽었다. 상당히 구체적으로 파고들며 송곳처럼 정곡을 콕콕 찌르는 책이다.

어떠한 상황에 처하면 거기에서 빠져나오기가 정말 힘들다. 그런데 심리적 지배를 당하는 가스라이팅 상황이라면 오죽할까. 하지만 모르고 당하는 것보다 알고 당하면 어떻게 빠져나올지 방법도 알아낼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이 가스라이팅에 대한 지식은 물론 거기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까지 알려주니 유용한 정보가 될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