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기도 모르는 진짜 영어 - 영어 같은, 영어 아닌, 영어의 이면에 대한 이야기
박혜민.Jim Bulley 지음 / 쉼(도서출판)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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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기를 돌려보면 알 것이다. 어떤 때에는 그냥 영어로 보는 편이 낫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터무니없는 해석을 늘어놓는 경우가 있다는 걸 말이다. 사실 번역기까지 가지 않더라도 어떤 표현은 우리만 쓰는 콩글리시라는 것을 알고 난 후에 뒤늦게 민망한 경우도 있다. 이 책에서는 그런 것들을 짚어준다는 것이다.

우리가 영어 단어라고 알고 있는 것들 중엔 한국에서 영어 단어를 이용해서 독창적으로 만든 '콩글리시'도 있고, 일본에서 건너온 일본식 영어 표현도 있다. 골든타임처럼 한국에서만 다른 뜻으로 쓰이는 영어가 있고, 러브콜처럼 현대 영어에선 안 쓰는 말도 있다. 또 시간이 흐르면서 과거와 다르게 쓰는 말들도 있다. 이 책에서는 그런 표현들을 모아서 정리했다. 한국과 영미권에서 다르게 쓰이는 영어 표현, 국내 영어사전에서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고 있는 일부 영어 단어의 실제 쓰임새를 알아봤다. (5쪽, 프롤로그 중에서)

즉 이 책은 프롤로그에서도 말하지만, 재미로 읽는 영어에 관한 책, 혹은 영어 단어로 풀어본 시사교양 서적의 의미를 지닌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어떤 단어들에 대해 새로이 알게 될지 궁금해하며 이 책 『번역기도 모르는 진짜 영어』를 읽어보게 되었다.



이 책은 총 9장으로 구성된다. 1장 '코로나', 2장 '정치', 3장 '경제', 4장 '성평등', 5장 '스포츠', 6장 '유행어', 7장 '음식', 8장 '문화', 9장' 숙어'로 나뉜다. 코로나19로 새로운 뜻이 추가된 단어들, 코로나19 신조어, 골든타임과 골든아워의 차이, 민간인에는 두 가지 뜻이 있다, 전세는 영어로도 전세 한국특유의 제도, 리베이트는 행운의 돈 뇌물은 kickback, '파이팅'은 콩글리시 영어로는 Good luck, 한국에 잘못 알려진 토너먼트의 뜻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9장 '숙어'에는 스포츠 경이 용어에서 유래한 숙어, 신체 일부를 활용한 숙어, 음식이 등장하는 숙어, SNS에 쓰는 숙어 등을 살펴볼 수 있다.

이 책을 통해 처음 접하는 표현들이 신선하다. 마스크네maskne가 무슨 뜻인고 하니, 마스크mask와 여드름을 뜻하는 단어 아크네acne의 합성어로 마스크 때문에 생기는 여드름을 가리키는 말이라고 한다. 이런 여드름을 가리키는 영어가 원래 없었던 것은 아니고, 아크네 메카니카라는 단어가 있었다고 한다. 즉 손이나 옷, 턱받이, 헬멧 같은 것들로 인해 지속적인 마찰이나 압박을 받아서 생긴 여드름을 가리키는데, 코로나19 이후 이런 증상을 겪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쉽고 트렌디한 느낌의 새 단어 '마스크네'가 널리 쓰이게 되었다는 것이다.

영어 표현에 있어서 신조어를 접하는 경우도 있지만, 영어인 줄 알고 있었는데 알고 보니 우리만 쓰는 단어도 있다는 것을 이 책을 읽으며 인식한다. 코로나19로 많이 사용하는 '언택트'가 한국에서 만든 합성어라고 하는데, 이렇게 말하면 외국인들은 못 알아들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논 콘택트'나 '논 페이스 투 페이스'라고 하면 같은 뜻으로 통한다고 하니, 이렇게 하나씩 알아두는 재미가 있는 책이다.

또한 한국에서 '리베이트'는 불법적으로 전해지는 뒷돈, 혹은 뇌물이지만, 영어 rebate는 그런 뜻이 아니라는 점도 인상적이다. 오히려 긍정적인 느낌을 주는 단어라고 한다. 예상하지 않았는데 굴러들어온 일종의 '행운의 돈'이라는 뉘앙스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 영어로 뭐라고 하지?'라는 의문이 들 무렵, 이 책에서는 친절하게 답까지 떠먹여준다. 뇌물이라는 뜻의 영어 단어인 bribe나 kickback으로 쓰면 된다는 것이다. 물론 여기서 불법 리베이트 illegal rebate라고 해도 틀린 건 아니지만, kickback이 더 자연스럽다는 것이다. 긍정적인 의미로 쓰이는 단어이기 때문에 불법과 연루된 사건을 설명할 경우 어색하게 느껴질 수 있다고 하니 세세한 차이를 이 책을 통해 알아가는 것이 흥미롭다.




스킨십에 대한 이야기도 나름 충격적이다. 스킨십이라는 말을 쓰는 건 한국과 일본뿐인가 보다. 위키피디아 일본어판에 따르면 1950년대 일본의 한 아동 심리학자가 사용하기 시작해 일본 전역으로 퍼졌다고 한다.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육아 과정에서 어버이와 자식 사이, 또는 유아의 보육이나 저학년의 교육에서 교사와 어린이 사이에서 그 중요성이 강조된다'고 설명하고 있다는데, 이는 신체적 접촉 physical contact의 뜻이며, 최근에는 물리적 피부접촉뿐 아니라 친밀한 관계, 또는 만남 자체를 가리키는 말로 뜻이 더 넓어졌는데 정치, 경제 등 다양한 분야에서 두루 쓰인다고 한다.

이 책은 제목도 내용도 내가 원하는 느낌의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동안 모르던 미묘한 차이를 알아가는 재미가 있다. 특히 흔하게 쓰던 단어이지만 누군가 짚어주지 않으면 혼자 터득하기 힘든 단어들을 이 책을 읽으며 하나씩 알아간다. 영어 표현이지만 우리나라에서만 쓰는 영어도 짚어주니 흥미로웠다. 알고 보니 영어도 우리만 쓰는 콩글리시가 널리 퍼져있다는 사실을 이번 기회에 정리해보는 시간을 가졌다. 이 책은 기획을 참 잘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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