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권으로 읽는 인도신화 - 신화부터 설화, 영웅 서사시까지 이야기로 읽는 인도
황천춘 지음, 정주은 옮김 / 불광출판사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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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신화를 한 권에 담았다니 이 책을 무조건 읽어보고 싶었다. 인도 여행을 가보면 이야기를 좋아하는 인도사람들이 만들어 놓은 재미있는 스토리가 눈길을 끈다. 인도는 가는 곳마다 스토리가 없는 곳이 없고, 그 이야기들은 큰 틀에서 인도신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그렇게 짤막짤막 인도신화를 잠깐씩만 들어도 재미있는데, 이렇게 '신화부터 설화, 영웅 서사시까지' 한 권으로 인도신화를 읽는다니 당연히 읽어보고 싶었던 것이다. 특히 요즘처럼 인도여행은 꿈도 꾸기 힘든 때에 방 안에서 인도신화를 읽는 시간을 보내고 싶어서 이 책 『한 권으로 읽는 인도신화』를 읽어보게 되었다.



이 책의 저자는 황천춘. 중국 푸젠성에 있는 샤먼대학 중문학과에서 문학공부를 했다. 주요 저서로는 『중국의 신화와 이야기』, 『이집트의 신화와 이야기』, 『인도의 신화와 이야기』 등이 있다.

이 책은 고대 인도의 기록 중에서 가장 아름답고도 중요한 신화를 고대 작가, 특히 시인의 작품을 참고하여 새로 엮었다. 간결하고 정련된 필치로 예술적인 화려한 수사를 대신하지만 원작의 독특한 언어를 최대한 그대로 사용해 소개하니 이 위대한 민족이 인류 문명을 위해 남긴 훌륭한 작품을 피부로 느낄 수 있기를 바란다. (7쪽)

이 책은 총 3부로 구성된다. 서문 '갠지스 강의 모래처럼 셀 수 없이 많은 것'을 시작으로, 1부 '신들의 이야기', 2부 '전기담', 3부 '영웅 서사시'로 나뉜다. 1부에는 창조신 브라흐마, 천둥과 번개의 신 인드라, 태양의 신 수르야, 불의 신 아그니, 달의 신 소마, 위대한 파괴의 신 시바, 여신들-데비, 전쟁의 신 쿠마라, 코끼리 머리를 한 신 가네샤, 사랑의 신 카마, 인류의 조상 마누, 마하비슈누, 데바의 적 아수라, 인간의 적 락샤사, 망령의 세계 등 신들의 이야기를 15장의 이야기로 풀어나간다. 특히 3부에는 인도 2대 영웅 서사시인 『라마야나』와 『마하바라타』를 들려준다.

태초의 세상은 그저 캄캄한 어둠이었다. 아무런 특징도 없고 인식할 수도 없는, 한없이 깊은 잠에 빠진 상태였다. 그러던 어느 날, 우주에서 가장 위대한 영혼이 나타났다. 그는 어둠을 몰아내고 우주가 모습을 드러내게 하였다. 무한한 힘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그는 느낄 수도, 상상할 수도 없지만 분명히 존재했다. 브라흐마는 세상 만물을 창조하고자 하였다. 그는 명상을 통해 가장 먼저 물을 창조한 다음, 자신의 씨앗을 끝없이 펼쳐진 물속으로 던져 황금알로 변모시켰다. 그리하여 브라흐마는 우주의 왕인 '범천'으로서 황금알 속에서 태어났다. (17쪽)

힌두교의 신은 트리무르티라고 하여 창조신 브라흐마, 유지신 비슈누, 파괴신 시바 삼신일체를 기본으로 하는데, 창조신 브라흐마에 관해서는 인도 여행을 할 때 잘 들을 수 없다. 이미 창조는 다 끝났으니 더이상 중요하지 않다는 설명을 들어볼 수는 있었으나 그야말로 '믿거나 말거나'다. 이 책에서는 인도에서 잘 듣지 못한 '창세'부터 시작하니 방 안에서 인도 여행을 하는 듯한 느낌으로 흥미롭게 읽어나갈 수 있었다.



물론 이 책을 읽는 데에는 다소 낯선 명칭이 가득해서 적응하는 데에는 시간이 좀 걸린다. 하지만 그것은 어쩔 수 없는 현실이긴 하다. 인도신화 자체가 낯설어서 그런 것 뿐이다.

이 책은 지금껏 읽은 인도 신화 관련 서적 중에서 가장 몰입도가 좋았다. 조각조각 드문드문 알았던 인도 신화 이야기를 씨줄날줄 엮어서 집대성해보는 느낌이 들었다.



"인도의 역사는 인도신화의 역사, 그 자체이다" (책 뒷표지 중에서)

인도 여행을 가보면 종교는 일상 그 자체라는 생각이 든다. 삶의 터전에서 힌두교의 흔적이 아닌 것이 없다. 그들의 문화를 이해하고자 한다면 힌두교에 대한 이해도 함께 해야 한다.

예전에 '인도 신의 숫자는 얼마일까'에 대해 들은 적이 있다. 누구도 잘 모른다는 것이다. 설마 신이 늘기야 하겠냐며 우스갯소리로 넘어간 적이 있었는데, 이 책에 의하면 인도인의 숫자보다 더 많은 수의 신이 살고 있다고 한다. 어쨌든 그 많은 신들 중에서 중심이 되는 신들, 물론 이들도 적지 않지만, 인도의 신들을 하나씩 알아가는 재미가 있을 것이다. 이 책은 재미있게 인도 신화를 읽어나갈 수 있는 책이다.



『한 권으로 읽는 인도신화』는 갠지스 강의 모래알만큼 많은 인도신화 속에서도 최고의 신들이 펼치는 이야기를 가려 뽑아 한 권으로 묶었다. 여기에 대표적인 전기담 모음집인 『자타카』와 『판차탄트라』, 『카타사리트사가라』의 주요 내용과 함께 현재까지도 인도 사회와 문화 전반에 막강한 영향력을 미치는 2대 서사시 『라마야나』와 『마하바라타』를 함께 소개한다. (책 뒷표지 중에서)

이 정도 구성이면 정말 알차다는 생각이 든다. 당연히 한 권에는 못 담는 방대한 내용인 줄로만 알았는데 한 권에 잘 추려 담아낼 수도 있다는 것을 이 책을 통해 알게 되었다. 그것도 재미있게 말이다. 너무 얇으면 재미있는 이야기가 쏙 빠지기도 하고, 너무 두꺼우면 학술적인 느낌으로 늘어지지만, 이 책은 인도 신화가 궁금한 일반인에게 적당한 분량으로 흥미롭게 읽어나갈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 인도 신화를 알고 싶다면 이 책을 읽어보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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