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 넘은 여자는 무슨 재미로 살까?
김영미 지음 / 치읓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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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하게 피어 있을 때는 나에게도 이런 순간이 올 줄 몰랐다." 이 말에 '울컥' 하는 당신은 혹시 40대 이상? 열심히 살아가다가 어느 순간 시간도 열심히 흘러가 있는 것을 발견한다. 오늘 하루도 이렇게 끝나고 다시 새로운 하루가 시작된 걸 보면, 언젠가 오늘을 되돌아보면서 '그때는 그래도 젊었는데…'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수다 떠는 심정으로 부담없이 읽어보고 싶은 책이었다. '마흔 넘은 여자는 무슨 재미로 살까?'라는 제목을 보며 '무슨 재미'인지 들어보고 싶은 생각이 들어서 이 책 『마흔 넘은 여자는 무슨 재미로 살까?』를 읽어보게 되었다.



이 책의 저자는 김영미. 한 남자의 아내이자 세 딸의 엄마다. 드라마 보기가 취미, 수다 떨기가 특기였던 평범한 아줌마였지만 더 늦기 전에, 제대로 놀아보기 위해 원했던 꿈을 찾아 작가가 되었따. 책을 쓰면서 알게 된 '40대 여자가 인생을 즐기는 방법'을 공유하고, 집에만 숨어서 인생을 지루하게 살고 있는 그녀들을 탈출시키고자 이 책을 썼다. (책날개 발췌)

이 책은 총 5장으로 구성된다. 프롤로그 '아줌마'를 시작으로, 1장 '수다', 2장 '사랑', 3장 '먹고 놀기', 4장 '공부', 5장 '그리고'로 이어지며, 에필로그 '여행'으로 마무리 된다. 우리는 아침부터 수다를 떤다, 아무도 너의 슬픔엔 관심 없대도, 푸념에서 열정으로, 연극이 끝나고 난 후, 아무도 나에게 희생하라고 한 적 없다, 사랑을 드라마로만 배웠어, 나도 모르게 꼰대가 되어가고 있었다, 내가 할 일은 잘 노는 거잖아, 진실은 실로 불편하다, 인생 최대의 고민은 뭘까?, 오늘은 내 남은 생의 첫날이다 등의 글이 담겨 있다.



아줌마들 수다 떠는 데에 함께 껴서 커피 한 잔 마시는 듯한 기분으로 이 책을 읽어나간다. 특히 맛깔스럽게 분위기를 휘어잡는 어떤 사람의 이야기를 눈빛 반짝거리면서 듣는 듯하다. 그 집에서 일어나는 소소한 에피소드도 들어가면서 말이다.

저자의 딸이 그냥 일 안하고 놀고먹는 게 꿈이라며 아빠가 건물 하나 물려주면 월세나 받으며 산다고 했다는데, 그 말이 황당하고 충격적이었다고 한다.

어쩜, 꿈이라는 건 그리 대단한 게 아닐 수도 있다. 그저 자기가 좋아하고 관심 가는 걸 해 보는 것, 그러다 자신의 능력이나 장점을 찾고 진정 자신에게 맞는 길을 찾는 것 아닐까? 우리는 꿈을 여러 가지로 정의한다. 나조차도 꿈에 너무 거창하고 대단한 의미를 부여하고 있었는지 모르겠다. 그래서 우리 아이가 아무것도 안 하고 놀고 싶다고 한 건가! 엄마의 너무 큰 기대에 반항이라도 하듯이 말이다. (121쪽)

나이든다는 것은 당연스레 꼰대가 되어가는 것일까. '요즘 애들'을 이해 못하면서 말이다. 어쨌든 그런 이야기까지도 속속들이 들어보는 시간을 갖는다.

간장게장에 대한 이야기도 인상적이다. 나도 안 그래도 간장게장을 못 먹었는데, 그래도 그렇게 맛있다는 이야기에 도전해볼까 하다가, 안도현의 「스며드는 것」을 읽은 후 아예 그 생각을 접었다. 저자도 안도현의 시에 충격을 받고 좋아하던 간장 게장을 단번에 끊어 버렸다고 한다. 그 감성 완전 인정. 어쩌면 그 시를 읽고 많은 이들이 간장 게장을 못 먹지 않을까 싶다. 작고 연약한 알들에게 '불 끄고 자자'라고 말하는 어미 꽃게의 마음으로 말이다.

「스며드는 것」

안도현

"꽃게가 간장 속에

반쯤 몸을 담그고 엎드려 있다.

등판에 간장이 울컥 쏟아질 때

꽃게는 배 속에 알을 껴안으려고

꿈틀거리다가 더 낮게

더 바닥 쪽으로 웅크렸다가

어찌할 수 없어서

살 속으로 스며드는 것을

한때의 어스름을

꽃게는 천천히 받아들였으리라.

껍질이 먹먹해지기 전에

가만히 알들에게 말했으리라.

저녁이야 불 끄고 잘 시간이야."



때때로 시련이 다시 나를 찾아올까 두려울 때도 있다. 아무리 지금 편안하고 행복하대도 이 행복이 평생 단 한 번도 흔들리지 않고 지속될리는 없다. 그러나 나는 꿈이 있고, 하루하루 꿈을 이루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며 산다. 그리고 그 자체가 내 인생의 방패가 되어 주리란 것을 안다. 위기는 기회가 아니다. 위기는 그냥 위기일 뿐. 위기를 딛고 일어선다면 또 모를까? 위기는 꿈으로 향해 가는 길에 있던 돌이다. 넘어지면 일어서면 된다. 상처는 결국 아물고 그 자리에는 전보다 튼튼한 새살이 돋아난다. 그럼 우리는 더 거친 광야로 나갈 수 있게 된다. ( 285쪽)

삶이 무겁고 나한테만 버거운 것 같은 순간이 있다. 다들 잘 사는 것 같은데 나만 왜 이렇게 힘들까. 그런 생각이 들 때는 걱정하는 것은 일단 덮어두고 친한 사람들과 커피 한 잔 마시면서 이 얘기 저 얘기 아무 얘기 막 떠들다보면 속이 후련해질 때가 있다. 그럴 여력이 되지 않는다면, 특히 요즘처럼 누군가 만나서 수다 떨기에 부담되는 때에는 이 책이 그 역할을 대신해줄 것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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