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미터 개인의 간격 - 내가 행복해지기 위한 최소한의 조건
홍대선 지음 / 추수밭(청림출판) / 2020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책을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 데에는 '1미터 개인의 간격'이라는 제목과 표지 그림이 주는 느낌이 좋았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것이 바로 '내가 행복해지기 위한 최소한의 조건'을 나타낸다는 데에 동의했다. "행복은 보상이 아니라 기술이다"라는 띠지의 글도 내 마음을 잡아 끌었으니 이 책에 대한 궁금증이 더했다.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지 궁금해서 그대로 이 책 『1미터 개인의 간격』을 읽어보게 되었다.



이 책의 저자는 홍대선. 칼럼니스트이며, 축구 평론가로도 활동했고 인문교양 팟캐스트 <안 물어봐도 알려주는 남 얘기>를 오랫동안 진행했다. 인문은 인간이라는 필연과 개인이라는 우연의 만남에 대한 사유라고 믿는다. 그 사유 속에서 인간에 대한 이해를 잃지 않고자 노력하고 있다. (책날개 발췌)

이 책의 내용은 철학자 바뤼흐 스피노자의 삶과 사상을 글쓴이가 연구하고 이해한 방식으로 풀어낸 결과입니다. 저는 스피노자를 반경 1미터 안팎의 세계로 정리하기로 했습니다. 이 프롤로그는 초청장입니다. 1미터의 세계에 독자 여러분을 모십니다. 스피노자도 1미터도 영 생소하지만 이미 독서는 시작되었으니, 우리는 다음 페이지를 넘겨보도록 합시다. (7쪽)

이 책은 총 7장으로 구성된다. 들어가기 전에 '1미터로의 초대'와 들어가는 글 '행복은 1미터의 기술이다'를 시작으로, 1장 '가깝고도 먼 1미터', 2장 '세상에서 가장 외로운 1미터', 3장 '세상에서 가장 단순한 1미터', 4장 '세상에서 가장 단단한 1미터', 5장 '세상에서 가장 쉬운 1미터', 6장 '세상에서 가장 먼 1미터', 7장 그리고 나가는 글 '세상에서 가장 가까운 1미터'로 이어진다.

이 책이 다른 책과는 다르다는 느낌을 받은 것은 바로 다음 글에서였다.

우리 각자는 그 누구도 세상의 중심이 아니다. 우주가 우리에게 존재의 이유를 애써 부여해줄 정도로 우리는 대단하지 않다. 우리 각자도 마찬가지다. 나는 당신에게, 당신은 내게 특별한 존재가 되기로 약속한 적은 없다. 존재에는 이유가 없다. 존재 자체만 있을 뿐이다. 가끔 이런 질문을 받는다.

"이렇게 힘든 삶을 꼭 이어나가야 하나?"

"나는 너무나 불행한데, 삶이 뭐기에 아등바등 살아가야 하나?"

미안하지만 이 책은 힐링 상품이 아니다. 살든지 죽든지 마음대로 하시라. 보통 저런 질문을 던지는 사람은 상대가 자신을 위로해주길 바란다. 정말로 자살을 결심한 사람은 아무도 없는 곳에서 조용히 유서를 쓴다. 적당히 위로해줘도 소용없다. 질문자는 만족스러운 대답이 나올 때까지 추궁하기까지 한다. (36쪽)

따뜻한 말보다는 그냥 눈치 보지 않는 솔직한 돌직구를 날린다. 책을 읽는다는 것은 그것이 좋다. 위로가 필요할 때는 그런 말을 담은 책을 골라 읽고, 돌직구 발언으로 정신을 차리고 싶을 때에는 또한 그에 걸맞은 책을 읽으면 된다. 책에 호감을 갖게 되는 부분을 만나면 그 이후에는 속도를 붙여 읽어나가게 된다.

이 책은 삶에 대한 회의가 생존본능마저 앞지르는 정도까진 아닌 사람들을 위한 책이다.

37쪽



정말 힘든 때에 나는 나에게 수시로 '괜찮아'라며 주문을 걸었다. 다른 사람들이 어떻냐고 물어보아도 괜찮다고, 잘 지내고 있다고 웃으면서 말했다. 사실은 그렇지 않으면서 말이다. 지나고 나서보니 너무나 힘든 기간이었는데, 그때는 몰랐다. 정말 힘들고 세상은 내 편이 아니라는 것을. 그리고 다른 사람이 볼 때 나는 정말 괜찮아보였을 수도 있다는 것을. 이 책에는 묘하게 마음을 건드리는 문장들이 눈에 띈다. 읽다보면 내가 미처 인식하지 못했던 내 마음을 들여다보는 것 같아서 읽으며 생각에 잠긴다.

지금 자신의 모든 것을 불태우며 노력하고 또 인내하지 못하는 것 같아 죄책감을 느끼고 있던 이들은 이와 같은 유행에 편승하는 조언을 들으며 위로라는 선물을 받는다. 그래서 어떤 상황에 놓여 있든 '괜찮아'라고 긍정해주는 콘텐츠가 넘쳐난다. 그런데 정말 괜찮은 사람은 괜찮다고 되뇔 필요가 없다. 자기 삶의 방식에 왈가왈부하지 말라고 여러 번 선언하는 사람은 사실 타인의 시선을 두려워하며 상처받지 않을 준비를 하는 중이다. (63쪽)



우주의 섭리는 노력하는 자의 땀과 눈물에 관심이 없다. 그래서 우리는 노력에 의해 부, 지위, 명예, 인기와 같은 열매를 얻기도 하지만 의도되지 않은 현상에 의해 세상에 흐르는 돈과 관심이 특정한 지점에 깊게 고이는 모습도 목격한다. 여기서도 행복의 기술은 간단하다. 1미터 밖에서 일어난 타인의 성공은, 나에 대한 세상의 배신행위가 아니라 풍경이다. 풍경은 반경 1미터 안의 사정과는 무관하다. 보고 싶으면 보면 되고, 그렇지 않으면 눈을 돌리면 된다. (66쪽)

읽어나가다 보면 전혀 위로의 말이 아닌데, 묘하게 위로되는 문장들이 있다. '아, 이렇게 생각해보는 것도 괜찮겠네.'라며 마음에 담아 본다. 어깨를 짓누르던 무언가가 사실 원래 없었던 듯 가벼운 느낌이다. 이 책을 읽으며 행복에 대해서도 달리 생각해보는 시간을 갖는다. 공허한 긍정주의보다 현실적인 기술을 보는 것만으로도 오히려 행복에 가까워지는 느낌이 드는 시간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