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썼다 내가 좋아졌다
소은성 지음 / 웨일북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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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는 마음을 보이는 언어로 옮길 때 생기는 일'이라! 글을 쓰다보면 생각을 글로 옮기는 경우도 있지만, 글을 쓰다보면 생각이 정리가 되며 나도 잘 모르던 내 마음이 보이는 때가 있다. 그래서 '마음을 썼다 내가 좋아졌다'라는 말에 공감하며 이 책 『마음을 썼다 내가 좋아졌다』를 읽어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의 저자는 소은성. 여성 전용 글쓰기 수업인 소글워크숍을 운영했고, 2020년 봄이 끝날 무렵에는 남프랑스로 이주했다. 한국은 물론 전 세계에 거주하는 이들과 매주 이메일로 강의안과 첨삭지를 주고받으며 온라인 소글워크숍을 이어가는 중이다.

글쓰기는 먼 길을 떠나는 여행인 동시에 집을 짓는 일이기도 하다. 길 위에서 새로운 친구를 만나고 아름다운 것들을 볼 것이다. 숨을 거두기 전까지는 최선의 상태로 살아 있고 싶다는 욕망을 얻게 될 것이다. 그리고 당신이 지은 집은 당신이 이제서야 제대로 쉴 수 있도록 할 것이다. 여행과 정주라는 얼핏 모순되어 보이는 두 단어가 글쓰기 안에서는 공존한다. (7쪽)

이 책은 총 2부로 구성된다. 1부 '마음을 보는 일: 당신의 마음에는 이유가 있다. 쓰려거든 그 이유를 들여다 보면 된다.'와 2부 '마음을 쓰는 일: 당신의 불안에 이름을 붙여주자, 불안에 언어를 만들어주자'로 나뉜다. 당신의 글쓰기 버튼은 무엇인가요?, 그냥 딱 10분만 달리고 와서 쓰자, 이걸 쓰면 내가 이상한 사람으로 보이는 게 아닐까?, 글을 쓰다가 눈물이 흐르면 캐러멜을 먹자, 쓰는 동안 우리는 불완전하고 취약하다, 소심한 사람들이 밤새 만드는 평행 우주, 왜 상처를 쓴 후 더 우울해질까, 어디로도 향하지 못하는 공격성을 정확한 명사로 바꾸는 일, 익숙한 언어로부터의 탈주, 숨낳은 억압에도 사그라들지 않은 당신의 화, 글을 쓴다는 것은 나만의 우주를 만드는 일 등의 글이 담겨 있다.

이 책에 대해 호감으로 마음이 변화한 것은 목차를 훑어가면서였다. '내가 요즘 그래.'라는 생각이 들었다. 상처를 쓴 후 우울하기도 했고, 지긋지긋? 후벼 파고? 등의 감정을 어떻게 정확한 명사로 바꿀지 막막하다. 이걸 쓰면 내가 이상한 사람으로 보이는 게 아닐까 싶어서 애써 순화하며 답답하기도 했다. 익숙한 언어만 쓰게 되어 한계를 느끼기도 한다. 이 책이 지금껏 접하던 글쓰기 책과는 다른 차원으로 다가온 것이 바로 그 공감대에서였다. 그 이유는 이 책을 더욱 몰입해서 읽도록 격려해주었다.



저자는 여성 전용 글쓰기 수업인 소글워크숍을 계속 해나가고 있다고 한다. 처음에는 그게 의아했다. 글쓰기를 하는 데에 남자 여자 따로 있나 싶어서 말이다. 하지만 이 책을 읽다보니 알겠다. 특히 <당신, 대체 왜 의견이 없어요? -희미하고 어정쩡한 글은 내 탓이 아니야, 가정과 사회와 교육 탓이지>라는 소제목을 보며, 상처받고 몸사리며 내 의견을 제시하지 못하는 내 모습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보고 용기를 얻는 시간을 갖는다.

자기 탓을 많이 하는 사람은 글쓰기를 할 때 괴롭다. 그럴 땐 차라리 이렇게 생각해보리자. 희미하고 어정쩡할 뿐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건지 모르겠을 때, 그 원인은 내가 아니라 사회와 교육의 무능에 있다고. 누구나 자신의 안전이 우선이다. 명확한 의견도 날 선 주장도 없으면 사는 게 안전했다! 주장이 없는 '말을 둥글게 하는' 글을 쓰면, 한국을 떠나라거나 피해의식이 많다거나 하는 댓글이 달릴 일이 없었다. 그래서 아스라한 '느낌적 느낌'으로만 쓰며 살기도 했다. 쓰는 것은 고스란히 삶과 같아서, 삶도 둥글고 좀 지루했다. (52쪽)

좀더 구체적이고 파격적인 글쓰기 독려 책이다. 그래서 애써 외면하던 불안을 끄집어낼 수 있도록 격려해준다. 쓸까 말까 고민하다 그냥 넣어둔 마음을 꺼내볼 힘을 준다. 날선 그대로의 마음을 글로 적어볼 용기를 내도록 마음을 북돋워주는 책이다. 특히 글쓰기에 관심 있는 여성이라면 이 책이 도움의 손길을 건네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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