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스러워도 괜찮아 - 다른 사람 시선 신경쓰지 말아요
오인환 지음 / 마음세상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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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에서 나고 자란 나는 고향이 따로 있는 사람들이 정말 부러웠다. 삶이 삶 같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 과감히 귀촌을 택했고, 제주 서귀포 남원읍에 자리잡은지 어언 10년이 흘러버렸다. 이렇게 나의 이야기로 시작하는 것은 저자가 서귀포 남원 출신이기 때문에 느끼는 반가움 때문이다. 서귀포에 처음 왔을 때의 내 감흥은 잊을 수가 없다. 글쎄 도서관에서 한라산이 보이질 않나, 책을 읽겠다고 도서관에 앉아 있는데 지하철 환승역에서나 들리던 새소리가 들리지 않나, 모든 게 감탄스러웠다. 나는 그렇게 치유되고 있었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지금의 제주도이기 때문에 내가 살 수 있었다는 생각도 든다. 도시 생각이 나면 차를 타고 조금 나가면 영화관이나 마트에 갈 수도 있고, 시간을 더 잡아서 제주시라도 나가면 도시 분위기를 물씬 느낄 수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옛날옛날에는 어땠을까? 물론 동네가 온통 초가집이고 소 여물 먹이러 언덕으로 가야했다던 그렇게까지 옛날 말고, 딱 저자 어렸을 때 정도 말이다. 이 책에 보면 '지금은 너무나도 변해버린 제주의 모습이지만 당시만 하더라도 오일장이 열리는 날은 꽤 큰 행사였다(19쪽)'라며 저자의 어린 시절 이야기를 들려준다.

저자는 제주도 남쪽, 서귀포시 남원읍이라는 마을에서 자랐다며 자신의 어린 시절을 이야기한다. 사실 남원읍도 굉장히 넓은 편이어서 콕 집어서 어느 부분인지는 모르겠지만 나름 상상해보며 이 책을 읽었다. 밑으로 내려가면 어렵지 않게 개울을 만나고, 개울에서 도롱뇽알과 개구리알을 채집하고 자랐다고 한다. 같은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사람의 이야기가 궁금해서 이 책 『촌스러워도 괜찮아』를 읽어나간다.



'촌스러움'이라는 단어는 지금 돌이켜보면 가장 강력한 무기다. 이처럼 책의 소재가 됐다. 재밌는 추억거리이기도 하다. 동네 친구들과 더없는 유대감도 준다. '촌스러움'을 국어사전에 찾아본다. '어울린 맛과 세련됨이 없이 어수룩한 데가 있는 것'이라고 정의되어 있다. '어수룩하다'는 말은 '겉모습이나 언행이 치밀하지 못하여 순진하고 어설프다.'라는 뜻이다. 섬세하거나 꼼꼼하지는 못하지만 순진하고 어설픈 매력이 바로 촌스러움이다. (10쪽)

저자는 자신의 어린 시절부터 이야기를 들려준다. 내가 제주에 와서 도무지 이해하기 힘들었던 것들에 대한 의문이 이 책을 읽으며 풀리기도 한다. 그 중에 특히 학교를 제주시로 가는 것에 대한 자부심이었다. 동네 어르신들은 아이들을 제주시로 학교 보내는 것과 육지로 대학을 보내는 것, 그 다음으로는 대기업 취직 시킨 것을 굉장히 자랑스러워한다. 나야 뭐 속으로는 그냥 그러려니 하며 들었지만 온마음을 다해 이해하기는 힘든 것이 사실이다. 그저 '서울에서 강남으로 아이들 학교 보내려는 것이나 같다고 생각해야하나?' 하고 추상적으로만 생각했었는데, 이 책을 읽으며 '아, 그럴 수도 있겠구나' 생각한다. 또한 제주시 말투와 서귀포시 말투가 다르다는 것도 마냥 신기하다. 잘 모르던 속 이야기를 듣는 심정으로 이 책을 읽어나갔다.

 




되고 안 되고는 신의 영역이고 하고 안 하고는 나의 영역이다. 나는 신의 영역에 개입할 수 없고 신도 나의 영역에 개입할 수 없다. 내가 당장 물을 마실지, 자리에 드러누울지, 갑자기 소리를 칠지는 신보다 내가 더 잘 안다. (107쪽)

이 말이 참 마음에 들었다. 내가 주체적으로 꾸려나가는 나의 인생, 그래서 더욱 당당하게 사람들에게 들려주고 있는 것이다. 나도 이 말에 힘입어 신보다 내가 더 잘 아는 영역에서는 주체적으로 당당하게 삶을 채워갈 것이다.

이 책은 꿈을 이루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기도 했고, 촌스러움을 벗어나고자 했지만 자신의 개성을 놓치지 않으며, 온 힘을 다해 오늘을 사는 한 사람의 이야기를 담은 에세이다. 수필은 자신의 성격이 오롯이 드러나는 글이기에 이 모든 것을 책 속에 꾹꾹 담아서 내비치는 데에는 용기가 필요했을 것이다. 주저함 없이 과거부터 이어져온 오늘의 자신을 보여주고 진솔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글에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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