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지 않는 인간
백지혜 지음 / 책과나무 / 2020년 6월
평점 :
품절


어렸을 때 무척이나 슬펐던 적이 있다. 인간은 누구나 죽는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였다. 나도 가족도, 천년만년 살 것만 같은 그 누구도 백년쯤 지난 후에는 이 세상에 아무도 남지 않는다는 사실이 서러웠다. 지금에야 그 정도는 당연한 듯 무덤덤하게 느껴지지만, 그때는 왜 그렇게 그 사실에 마음이 아팠을까.

어렸던 내가 어른이 되고 세월은 흘렀지만, 어렸을 때 친구들이 예측하던 미래와 지금은 상당히 다르다. 알약 같은 거 하나만 먹으면 식사를 하지 않아도 될 것이라고들 이야기했지만 먹기 위해 사는 것도 괜찮다며 먹는 즐거움을 극대화시켜 먹방이 유행하고 있고, 평균수명은 예전보다 엄청 늘었지만 질병이 사라진 것은 아니라 오히려 병들고 수명만 늘어난 경우도 상당히 많다. 또 무엇이 있을까?

그렇다면 이쯤에서 소설가의 상상력은 어떨지 궁금해진다. 이 책은 2050년 대한민국을 살고 있는 세 가지 부류의 인간 시대 이야기를 담은 소설이다. 알 수 없는 것이 미래이지만 지금 변화의 속도를 봐서는 가능할 법도 한 '영생수술'이라는 개념에 상상의 시간을 가져보고자 이 소설을 읽어보게 되었다.



 

이 책의 저자는 백지혜. 영화 시나리오 작업에 서브작가로 참여하는 등 현재 소설 작품부터 시나리오 작품까지 폭넓은 집필 활동을 해나가고 있다. '반전'이라는 키워드에 입각한 독자적인 작품 세계를 구축하고 있는데, 필명 '반전 작가'로 활동하며 반전 없는 작품은 쓰지 않는다는 것이 원칙이다. (책날개 발췌)

프롤로그에는 흔히 볼 법한 장면 묘사로 시작된다. 하지만 바로 다음 장, '2050년 현재'다. 그리고 '영생인간의 시대'에 대해 들려준다. 2050년 현재의 대한민국은 생물학적 한계를 뛰어넘어 더 이상 늙지도, 죽지도 않는 새로운 인간의 시대를 맞이하였다는 설정이다. 생각해보니 참신하다. 그런 것 있지 않은가. 돈 많으면 좋겠다, 오래 살면 좋겠다, 인간이 죽지 않으면 좋겠다… 그런 막연한 생각을 하며, 당연히 돈은 많고, 수명도 오래, 무조건 많은 것이 좋겠고 인간이 죽지 않는 것이 당연히 좋다고들 생각하지만 사실은 그렇지만은 않다는 것을. 어떤 선택을 하든 거기에는 혹독한 대가가 필요하다는 것을 이제는 안다. 거기에 대한 꽤 구체적인 생각을 이어나갈 수 있는 소설이다.

늙지도, 죽지도 않는 영생수술을 통해 영원한 생명을 얻은 인간 제1호.

영생수술을 거부하고 유한한 삶을 지향하는 원초적 인간 OHC.

인간을 위한, 인간에 의한, 모든 것들이 완벽히 차단된 기계인간 제2호.

인간으로서의 죽음을 앞둔 OHC 영천은 손녀 이브의 영생수술을 막기 위해 2호 기계 인간 아담을 선물하지만, 영천에게 예상치 못한 뜻밖의 일이 찾아오면서 세 사람은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되는데…. (책 뒷표지 中)

소설 속 미래, 그리 멀지 않은 2050년이라는 미래에는 이런 인간형이 세상에 존재한다. 그들의 고뇌와 갈등, 실질적인 이야기를 들어보는 시간을 갖는다. '죽음이 사라진 세상에서 처음 맞이하는 그의 '자연사''라는 이슈를 가진 존재라니! 특종감이고 참신하다.



 

소설을 읽다보면 다양한 생각이 스친다. 2020년 현재, 병원의 모습이 떠오른다. 의학의 발전으로 예전 같으면 죽을 지도 모를 환자가 살아나고, 재활이라는 부단한 과정을 거치며 삶을 붙잡고 있다. 어떤 때에는 과연 이런 재활이 맞는 것인지, 다른 의미의 학대는 아닌지에 대한 논란을 하는 사람들의 대화 내용을 쉽게 들을 수 있는 공간이 병원 대기실이다. 자연스럽게 죽음을 맞이하는 것과 누구를 위한 것인지도 모른 채 병원에서 삶을 이어가야 하는 것 중 어느 것이 옳은지는 당연히 판단보류다. 이 소설속 배경은 2050년이다. 사람에게는 어느 시기든 정답이 없는 가치의 문제가 있는 법이다. '영생'은 그것이 현실화되면 좋든 싫든 부수적인 문제가 생길테니, 이 소설을 읽으며 생각에 잠긴다.

이 소설은 읽어나가며 나와 주변의 삶을 떠올리며 몽글몽글 상상의 시간을 보낸다. 소설 속 현재 모습을 보면서 가치판단을 하게 되는 수많은 상황에 대해 생각에 잠겼다. 그리고 이 소설에는 반전이 있다. 소설이니 '있다'는 것 정도만 언급하고 통과한다. 제목을 보며 예상한 내용과는 약간 다르다는 느낌이 들었다. 긍정적인 말이다. 좀더 인간적이고 따뜻했다. 이 소설을 읽으며 영생에 대해, 영생수술에 대해, 어쩌면 현실로 다가올지도 모를 미래 어느 순간을 상상해보는 시간을 가져보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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