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많은 사람이 슬픔도 많아서 - 가장자리에서의 고백
정용철 지음 / 좋은생각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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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한동안 월간지 《좋은생각》을 즐겨 읽은 적이 있다. 얇은 책자에 가지고 다니기도 좋아서, 한동안 이동할 때 버스나 지하철 안에서, 혹은 자투리 시간에 틈틈이 즐겨 읽으며, 글에서 감도 받고 힘도 얻으며 지냈다. 학창시절의 소소한 기억이라고나 할까. 추억의 한 장면으로 저장해놓았다. 그런데 오랜만에 그 기억이 떠오르는 것은 저자가 관련자이기 때문일 것이다.

이 책의 저자는 《좋은생각》의 창간인이자 전 발행인이다. 그 점이 이 책을 한 번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아마 그의 책이 출간되었다는 사실 만으로 많은 사람들이 추억을 소환하는 계기가 되었을 것이다. 《좋은생각》의 글을 조금씩 천천히 음미하던 그때를 생각하며, 이 책 《사랑 많은 사람이 슬픔도 많아서》를 읽어보게 되었다.



 

 


 


이 책의 저자는 정용철. 월간 《좋은생각》 창간인, 전 발행인이다. 1992년에 월간 《좋은생각》을 창간할 때, 그의 생각은 딱 한 가지였다. 하루에 좋은 이야기를 하나라도 접하면 그 사람이 좋아질 것이라는 확신이었다. 이후 27년간 《좋은생각》을 통해 '지금 여기 우리'의 이야기를 전했다.

생각을 마음에 담았다가 꺼내면 글이 된다. 그 글이 책이 되려면 다시 글을 마음에 담고 꺼내기를 여러 번 해야 한다. 글과 마음 사이의 거리를 좁히기 위해서다. 하지만 이 일은 쉽지 않았다. 글과 마음 사이의 거리가 좁혀지지 않고 서로 겉돌기만 했다. 결국 내가 택한 방버은 글을 마음에 담았다가 꺼내기를 더 오래 하는 것이었다. 글이 마음에 자리 잡기를 바라면서 나도 글을 고치고 또 고쳤다. 마음을 다독이고 또 다독였다. 이 일이 나에게는 끝이 없을 것 같았다. 그러던 어느 순간 내 마음이 글을 향해 말하는 소리가 들렸다. '괜찮아. 다 해결할 수 없어. 그냥 해 봐.' 이 책은 내 마음의 책이다. (4쪽)

이 책은 총 4장으로 구성된다. 1장 '나는 이렇게 살고 있다', 2장 '삶이 내게 알려 준 것', 3장 '말과 글', 4장 '나의 고백'으로 나뉜다. 아침, 단풍나무, 밤, 평등, 통증, 시간, 사랑, 보약, 태풍, 미용사와 아내, 어머니, 잃어버린 것, 밤의 음악, 여백, 집으로, 있음, 기다림, 답게, 대화, 열림, 존재, 슬픔, 질문, 모른다, 안과 밖, 한계, 빛, 한 장면, 춤, 문을 열고, 좋은 물건, 본질, 소망, 부지런함, 공부, 따뜻한 무관심, 절제, 고민, 흐르기, 기본, 평온, 잊힌 것, 소명, 분산, 기다림, 침묵, 쓰는 이유, 진심, 좋은 생각 등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각각의 소제목에 글이 그리 길지는 않다. 하지만 읽다보면 문득 툭~ 내 마음을 건드리는 글귀를 발견한다. 《좋은생각》을 읽던 그 느낌이다.

신은 그가 어떻게 살아야 할지 태어날 때 다 가르쳐 주고 잠시 비밀로 해 둔다고 한다. 그 비밀의 문이 열리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 우리는 그때를 기다리면 된다. (58쪽)




너무 길지도 않고, 짤막한 글이지만 알차게 꽉꽉 채워넣은 진심이 느껴지는 글이다. 이 책을 읽다보니 예전에 《좋은생각》을 읽던 나 자신이 생각났다. 그때의 나는 어떤 꿈을 꾸고 있었는지, 문득 아련해지며 생각에 잠긴다.

나이가 들면서 하나씩 포기하는 것은 짐을 하나씩 덜어내는 느낌이다. 그 덜어 낸 짐은 다시 질 수 없다. 그래도 아직 내 어깨에는 몇 개의 짐이 남아 있다. 나는 그것을 지고 비틀거릴지라도 어디론가 갈 것이다. 폴 투르니에는 이러한 일을 '제2의 이력'이라고 했다. 밖이 닫히면 안이 열리고 앞쪽이 닫히면 뒤쪽이 열린다. 나는 지금 안과 뒤쪽을 열고 새로운 세상을 본다. (76쪽)

예전 《좋은생각》을 읽을 때의 그 감성으로 읽어나간다. 아날로그의 느낌이랄까. 천천히 글을 읽고, 멈춰서서 생각에 잠기고, 추억을 떠올리고, 또 몇 줄 읽고 생각하고, 그런 시간을 보낸다. 이 시간도 한동안 기억에 남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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