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정일의 한국의 암자 답사기
신정일 지음 / 푸른영토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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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는 '암자'다. 저자의 책을 처음 읽은 것은 『신정일의 새로 쓰는 택리지: 제주』에서였고, 『신정일의 한국의 사찰 답사기』를 읽으며 앞으로 작가의 신간이 나오면 무조건 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지금 시대에 알 수 있는 모든 정보를 총망라해 놓은 느낌으로, 지적으로 충만해지는 마음으로 읽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신정일의 한국의 암자 답사기』이다. 한국의 암자 곳곳에 직접 답사를 떠난 느낌으로 읽어보게 되었다.



 


 


이 책의 저자는 신정일. 문화사학자이자 도보여행가다. 1989년부터 문화유산답사 프로그램을 만들어 현재까지 '길 위의 인문학'을 진행하고 있다. 또한 한국 10대 강 도보답사를 기획하여 금강, 한강, 낙동강, 섬진강, 영산강 5대 강과 압록강, 두만강, 대동강 기슭을 걸었고, 우리나라 옛길인 영남대로, 삼남대로, 관동대로 등을 도보로 답사했으며, 400여 곳의 산을 올랐다. (책날개 발췌)

세상을 잠시 벗어나 가고 싶은 곳, 가서 천 가지, 만 가지로 흩어지는 마음 내려놓고 쉬고 싶은 곳이 저마다 있을 것이다. 내게는 그런 곳이 암자다.

4쪽

이 책에는 영산암, 사자암, 정취암, 금강암, 길상암, 도솔암(경남 통영시 미륵산), 골굴암, 청련암, 향일암, 도솔암(경기도 파주시 광탄면 고령산), 도솔암(전북 고창군 아산면 선운산), 사성암, 보리암(경남 남해군 상주면 금산), 백련암, 백장암, 보리암(전남 담양군 용면 추월산), 중대 사자암, 수도암, 주왕암, 도성암, 거조암 등의 암자 답사기가 수록되어 있다.

                            

 

이 책에서 처음으로 만나는 암자는 경북 안동시 서후면 천등산에 있는 영산암이다. '암자'로 떠난 답사기여서 그럴까. 자연 속을 거니는 듯한 느낌으로 이 책을 읽기 시작한다. 특히 책은 첫인상이 독자를 끌고가는 법이다. 열자는 산책에서 관찰하는 기쁨을 찾지 않고 명상하는 기쁨을 찾았다는 그 한 마디가 나에게도 와닿으며, 암자 하나하나 직접 바라보며 산책하는 느낌으로 이 책을 읽어나간다.

신정일의 답사기는 배경지식을 풍부하게 들려주어 해박해지는 느낌이 드는 것이 좋다. 내가 직접 그곳에 간다고 해도 절대 알 수 없는 부분을 친절하게 하나씩 설명해주며 조곤조곤 이야기해준다. 그 점이 이 책에 집중하게 만드는 비법이다. 또한 적절한 순간, 시 한 수 읊어주거나 옛글을 들려주고, 설화를 이야기하는 등 맛깔나게 읽어나갈 수 있는 온갖 요소를 총동원시켜준다.

나뭇잎이 살포시 길을 덮고 그 길에 발자국을 남기고 간다. 바람 한 점 불지 않고 철 늦은 매미소리만 귓전을 어지럽히는 산을 오르면서 흘린 땀을 소매로 닦을 때 마곡사에서 목탁소리가 들려온다. 천천히 오르는 산, 한 발 한 발 그저 습관처럼 오를 수 있는 이 산에서 산책하듯이 내 일상을 되돌아보면서 어느새 작은 능선에 오르는데 사람이 별로 없다.

십리를 가도 사람의 흔적 없고

산은 텅 비었는데 새소리만 들려라

스님을 만나 갈 길을 물었는데

스님이 간 뒤에 길을 잃고 말았네

인조 때의 문신인 강백년의 「산행」을 읊조리며 의자에 앉는다. (194쪽)

이 책을 읽으며 몰랐던 사실을 하나씩 알아가며 지식을 채워보는 시간을 갖는다. 적절하게 사진이 배치되어서 현장감을 느끼며 읽어나간다. 이 책 한 권으로 잘 모르던 한국의 암자를 만나보는 시간을 갖는다. 후다닥 읽는 것이 아니라 느릿느릿 걸어가며 직접 바라보듯, 그러면서 한 템포 쉬어가며 옛날 이야기도 듣고 옛사람을 생각해본다.

맨 뒤에는 '신정일의 한국의 암자 답사지도'가 수록되어 있다. 암자 21곳의 위치를 한 눈에 알 수 있도록 표시해두었다. 이 책을 읽고 직접 그곳에 가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여러모로 유익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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