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의 저자는 반지현. 2017년 겨울부터 사찰요리를 배우고 있다.
그동안 내가 해온 요리는 세상으로부터의 도피처였다. 불안하지 않기 위해 요리했다. 세상으로 향해 있던 모든 감각을 다 닫고 눈앞의 요리책에 코를 박았다. 그런 내게 사찰요리는, 요리가 세상으로부터의 도피가 아니라 내가 속한 세상을 넓혀가는 훌륭한 방법이라는 것을 가만히 일러주었다. 사찰요리 덕분에 눈앞의 하루를, 다가오고 사라지는 계절을, 내 곁의 사람들을, 내게 주어진 삶을 좀 더 좋아할 수 있게 되었다면 과장이려나. (17쪽)
이 책은 총 3장으로 구성된다. 프롤로그 '좋아하는 것을 더 좋아할 수 있도록'을 시작으로, 1장 '만나다', 2장 '배우다', 3장 '변하다'로 이어지며, 에필로그 '익으면 투명해진다'로 마무리 된다. 이 모든 게 처음, 사찰요리에 있고 또 없는 것, 채수가 모든 것을 가능케 하리니, 내 마음의 오신채, 너무 맛있어서 헛웃음 나옴, 너무 예쁘면 젓가락 안 가, 제법 오래된 미래, 그렇게 채식인이 된다, 요리하는 사람이 바보라서 그러겠어요?, 묵혀둔 봄을 꺼냅니다, 계절이 물러가며 인사를 건네듯 등의 글이 담겨 있다.
노란색의 깔끔한 표지와 제목으로 짐작해볼 때, 저자는 도시적이고 템플스테이 처럼 고요한 분위기와는 어울리지 않을 듯한 조곤조곤재잘재잘 타입인 듯하다. 당연히 어울릴 듯한 사람의 이야기보다 그렇지 않은 듯한 사람의 의외성이 이야기를 더 맛깔나게 하고 재미있게 끌고간다는 생각이 든다. 아니나 다를까. 저자의 첫 템플스테이는 회사 사규 중 '입사 후 1년 안에 템플스테이 다녀오기'를 실행하기 위해서였다는 점이 특이 사항이다. 왜 그런 거 있지 않은가. 전혀 생각하지 못한 분야의 장벽을 허무는 계기. 그러면서 삶을 바라보는 방향이 완전히 바뀌어버리는 것 말이다. 남 얘기가 아닌 듯 감정이입이 되어 '나라면 어떻게 했을까' 생각하며 읽어나간다.
웬만한 음식은 먹고 싶으면 아쉬움 없이 뚝딱 만들던 편이라 살면서 돈을 내고 요리를 배워야겠다는 생각을 해본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는데, 사찰요리를 배우기로 마음먹었다. (28쪽)
그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서 이야기에 집중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