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과의 브런치
반지현 지음 / 나무옆의자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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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제목에 스님과의 '브런치'라는 단어가 들어가서 호기심을 유발했다. 사찰요리에 관한 책이지만 무언가 진입장벽이 낮고 부담없는 에세이라는 생각이 들었으니 말이다. '사찰요리'를 떠올리면 깔끔하고 간단하고 건강에 좋은 느낌이 든다. 하지만 일반적이지는 않아서 쉽게 생각할 수 없는 모양새다. 하지만 이 제목은 '사찰요리의 매력에 빠진 회사원'이 쓴 에세이답다는 생각이 든다.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지 궁금해서 이 책 『스님과의 브런치』를 읽어보게 되었다.


그러고 보면 요리와 삶은 꽤나 닮아 있다. 섣불리 뭔가가 되려고 하지 말고, 남들이 말하는 삶을 살려고 애쓰지 말고, 나라는 사람이 나로서 살아가는 순간순간을 들여다보고 궁금해하자. 남들이 말하는 것 말고 지금 이 순간 나에게 좋은 것들을 택하자. 마음 편하게 살자. 어차피 내 삶인데, 내 삶의 하루하루는 다 내가 먹는 건데. 나만의 레시피로 즐겁게 요리하고 삶을 살자고 칼을 다잡는 도마 앞.

(34쪽)




이 책의 저자는 반지현. 2017년 겨울부터 사찰요리를 배우고 있다.

그동안 내가 해온 요리는 세상으로부터의 도피처였다. 불안하지 않기 위해 요리했다. 세상으로 향해 있던 모든 감각을 다 닫고 눈앞의 요리책에 코를 박았다. 그런 내게 사찰요리는, 요리가 세상으로부터의 도피가 아니라 내가 속한 세상을 넓혀가는 훌륭한 방법이라는 것을 가만히 일러주었다. 사찰요리 덕분에 눈앞의 하루를, 다가오고 사라지는 계절을, 내 곁의 사람들을, 내게 주어진 삶을 좀 더 좋아할 수 있게 되었다면 과장이려나. (17쪽)

이 책은 총 3장으로 구성된다. 프롤로그 '좋아하는 것을 더 좋아할 수 있도록'을 시작으로, 1장 '만나다', 2장 '배우다', 3장 '변하다'로 이어지며, 에필로그 '익으면 투명해진다'로 마무리 된다. 이 모든 게 처음, 사찰요리에 있고 또 없는 것, 채수가 모든 것을 가능케 하리니, 내 마음의 오신채, 너무 맛있어서 헛웃음 나옴, 너무 예쁘면 젓가락 안 가, 제법 오래된 미래, 그렇게 채식인이 된다, 요리하는 사람이 바보라서 그러겠어요?, 묵혀둔 봄을 꺼냅니다, 계절이 물러가며 인사를 건네듯 등의 글이 담겨 있다.

노란색의 깔끔한 표지와 제목으로 짐작해볼 때, 저자는 도시적이고 템플스테이 처럼 고요한 분위기와는 어울리지 않을 듯한 조곤조곤재잘재잘 타입인 듯하다. 당연히 어울릴 듯한 사람의 이야기보다 그렇지 않은 듯한 사람의 의외성이 이야기를 더 맛깔나게 하고 재미있게 끌고간다는 생각이 든다. 아니나 다를까. 저자의 첫 템플스테이는 회사 사규 중 '입사 후 1년 안에 템플스테이 다녀오기'를 실행하기 위해서였다는 점이 특이 사항이다. 왜 그런 거 있지 않은가. 전혀 생각하지 못한 분야의 장벽을 허무는 계기. 그러면서 삶을 바라보는 방향이 완전히 바뀌어버리는 것 말이다. 남 얘기가 아닌 듯 감정이입이 되어 '나라면 어떻게 했을까' 생각하며 읽어나간다.

웬만한 음식은 먹고 싶으면 아쉬움 없이 뚝딱 만들던 편이라 살면서 돈을 내고 요리를 배워야겠다는 생각을 해본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는데, 사찰요리를 배우기로 마음먹었다. (28쪽)

그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서 이야기에 집중해본다.


사찰음식은 간단하고 수수해 보이지만, 꽤나 까다로운 과정과 바른 마음가짐이 필요합니다. 지현 씨와 처음 만났을 때를 기억합니다. 서투르지만 작은 것도 놓치지 않으려는 모습이 참 예뻐 보였어요. 흘러간 시간을 글로 만나니 지나온 추억이 새록새록 떠오르네요. 책을 통해 많은 분들이 사찰음식의 매력에 흠뻑 빠지시기를!

_주호스님(김천 송학사 주지)

"사찰요리 별거 없어요. 시시해요. 이걸 왜 돈 주고 배우나 하는 분들도 있을 텐데, 이걸 돈 주고 배웁니다. 수업시간에 요리 기술 배우는 게 아니에요. 너무 쉽고 간단해요. 사찰요리는 레시피를 배우는 게 아니라, 이렇게 시시한 게 삶에서 중요하다는 지혜를 배우는 거예요." (115쪽)

쿵~ 이 책을 읽다보면 마음을 쿵~하고 울리는 무언가를 발견한다. 마치 아무 것도 모르는 내가 처음 사찰요리를 배우러 가서 우왕좌왕하며 스님께 배움을 얻어가는 느낌이랄까. 나도 그 상황에서 궁금해할 듯한 일화가 펼쳐지니 흥미롭게 읽어나가고, 요리뿐 아니라 인생을 생각하는 시간을 보냈으리라 짐작한다. 재미있고 맛있고 멋있다. 사찰요리에 대한 글이면서 맛깔나는 글을 볼 수 있는 에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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