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리는 작가가 되겠어, 계속 쓰는 삶을 위해 - 출세욕 먼슬리에세이 2
이주윤 지음 / 드렁큰에디터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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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먼슬리에세이 시리즈 중 제2권, 출세욕을 말하는 《팔리는 작가가 되겠어, 계속 쓰는 삶을 위해》이다. 먼슬리에세이는 한 달에 한 권씩 만나는 시리즈라고 한다. 지난 달에 물욕에 대한 책이 나온 것을 보았는데, 이번 달에 출세욕을 말하는 이 책이 출간된 것을 보니 반가운 생각이 들어서 읽어보게 되었다. 특히 "자학과 자뻑을 오가는 혼란한 작가 생활"이라는 문장에 매료되어 이주윤 작가의 이야깃속으로 풍덩 들어가보는 시간을 갖는다.



 



이 책 엄청 재미있게 읽었다. 앉은 자리에서 킥킥 거리며 다 읽어버린 것이다. 너무 솔직해서, 그런 민낯이 한없이 공감되어서 정신없이 읽으며 공감하다보니 어느새 마지막을 달린다.

상업 출판의 때가 미처 묻지 않았던 내 나이 스물일곱, 잔뼈 굵은 어느 출판 관계자가 나에게 말했다.

"주윤 씨 글은 솔직해서 좋아요. 나 같으면 쪽팔려서 그렇게까지는 못 쓸 것 같거든."

나는 물었다.

"다른 작가들은 거짓말로 글을 쓰나요? 그럼 독자는 남이 하는 거짓말을 돈 주고 사서 읽는 거예요?"

그는 눈을 동그랗게 뜬 채 고개를 갸웃거리는 나를 보며 이히히히힉, 흐으흐으, 프하하하힉힉히익히익, 아이구야, 웃긴다 진짜아- 박장대소했다. 순백의 나는 그 웃음의 의미를 알지 못했다. 세월은 흐르고 흘러 이 바닥에서 좌로 구르고 우로 구르고 앞으로 취침하고 뒤로 취침하며 온몸에 검댕을 묻힌 지 어느덧 햇수로 10년. 거짓으로 글을 쓰는 것이 얼마나 편리하고도 안전한 방법인지 알게 된 나는 스스로를 고백하는 일을 이제 무척이나 어려워하게 되었다. (82쪽)

사실 나는 책을 읽다가 본인의 다른 저서를 '졸저'라고 표현하는 것에 거품 물고 투덜거린다. 물론 아무도 없는 데서 혼자 말이다. '스스로 그렇게 폄하하려면 왜 책을 쓴건데?' 쓴 사람조차 졸저라고 하면 그 졸저를 읽는 사람은 뭐가 되느냐고. 읽는 사람의 시간도 생각해달라고 조용히 혼자 외치며 저자에 대한 존경심을 반은 깎고 들어간다. 그렇게 불평불만인 기분은 책을 쓴 사람이 솔직하지 못하고 겸손한 척 한다는 어쩔 수 없는 근본적인 이중성 때문일 것이다. (의외로 이 책에서도 그런 표현이 나오기는 하지만 어쨌든 말이 그렇다는 거다.) 그래서 이 책이 무척이나 솔직하고 통쾌했다. 대놓고 말한다. "우리 이제 솔직히 털어놔봅시다. 내 안의 욕망, 출세욕에 대해"라고 말이다. 맞다. "그냥 글쓰는 게 좋을 뿐 돈은 필요 없어요"라고 말하면 가식적인 것일테다. 밥도 먹어야 하고 공과금도 내야하고 아플 땐 병원비에… 살아가는 것 자체가 돈 아닌가. 그런 면에서 본다면 처절하게 현실적이어서 안쓰럽기까지 하며 헛웃음도 나는 묘한 기분이다.



쫄깃쫄깃하게 찰진 느낌으로 다가오는 글이다. 청산유수로 줄줄줄다다다 흘러나오면서도, 이렇게 쓰기 위해 밤잠 깨나 설쳤을 듯한 느낌 말이다. 읽다보면 왜 그런 느낌으로 다가오는지 알 것 같다. 108쪽을 보면 깨알같이 '108번뇌'라고 적혀있는데, 그야말로 저자가 '그 많은 글쓰기 책을 읽고 내린 결론'이다. 특히 111쪽부터 거기에 대한 설명이 나오니, 글쓰기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꼭 사서 읽어보길 권한다. 팔리는 작가가 꼭 되라고 응원하고 싶은 이 시대의 청년이니 말이다.

그런데 왜 이 작가의 글을 처음 보는 것 같지? 책날개의 작가 소개에도 스스로 그런 말을 하긴 했다. '알 만한 출판사에서 책을 내봤고, 알 만한 신문사에서 칼럼 연재도 해봤다. 그런데 독자들은 어찌하여 나를 알지 못하는지 늘 의문이다.'라고 말이다. 이제 확실히 눈도장을 찍은 듯하다. 앞으로 이 책을 자랑으로 삼으며 계속 이야기를 들려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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