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의 저자는 김동현. 대한항공 수석기장이다.
에어라인 비행의 안전은 항공 당국의 규정이나 기장의 스킬로만 확보되지 않는다. 한 사회의 항공 안전 수준은 조종사와 승무원, 관제사, 그리고 승객들의 비행에 대한 이해와 그 사회의 문화가 서로 얽히고설켜 만들어 낸 결과다. 이 책이 항공 여행을 즐기는 승객들과 항공 종사자 동료들, 그리고 미래의 조종사를 꿈꾸는 사람들에게 에어라인 비행을 좀 더 재미있고 깊이 있게 이해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 (9쪽)
이 책은 총 7장으로 구성된다. 프롤로그 '상식은 그렇게 보편적이지 않다'를 시작으로, 1장 '"HI, JACK", 하이재킹', 2장 '1만 2천 미터 상공에서 살아남은 사람들', 3장 '제너두, 순수의 시대를 호출하다', 4장 '불타는 알루미늄 캔, 기내 화재', 5장 '강인함과 섬세함의 경쟁, 보잉과 에어버스', 6장 '별을 따라 태평양을 건넌 비행기들', 7장 '아마추어와 프로, 그 보이지 않는 차이'로 이어지며, 에필로그 '아는 만큼 재미있는 비행'으로 마무리 된다.
"맙소사!" 나의 첫 반응은 이랬다. 사실 해외 여행으로 비행기 탑승을 해왔지만, '비행기 납치'라는 것은 생각도 못해봤고 직접 겪어본 적도 없어서 그런지 전혀 모르고 있었다. '하이재킹'이라는 것 말이다. 그 옛날, 마차를 노략질한 강도들은 마부에게 "Hi, Jack!"하고 인사(?)를 건넸는데, 사실 그것은 인사가 아니라 "이제 그만 세우지?"하는 협박이었다고 한다. 그리고 '비행기 납치'를 하이재킹이라고 하는데, 놀라운 것은 하이재킹이 발생하면 기장은 절대 납치범을 직접 제압하려는 시도를 하지 않도록 교육받는다는 것이다. "영웅이 되려고 하지 마라"라는 비행 격언은 하이재킹 상황에서 기장이 명심해야 할 가장 기본적인 원칙이라는 것. 또한 우리나라의 보안승무원이 기내에서 실제 테러범을 사살했던 적이 있었다는 것이나, 우리나라 최초의 하이재킹도 흥미롭다. 남북의 체제 대립이 극에 달했던 1960~70년대에는 우리나라에서도 하이재킹이 연달아 발생했다는 것이다. 쉴새없이 몰아치는 갖가지 이야기에 호기심이 극에 달해 쏜살같이 읽어나간다.
지금껏 비행기를 타면 객실승무원의 방송과 그다지 다르지도 않은 내용을 기장이 또 방송하는가 의아했는데, 이 책을 읽다보니 이런 심오한 뜻이 있었다니! 이제야 그 의미를 실감한다.
기장의 방송과 객실승무원의 방송은 그 목적과 역할이 조금 다르다. 객실 방송이 비행 정보를 제공하는 것인 반면, 기장 방송의 주목적은 승객들에게 비행기가 기장에 의해 안전하게 통제되고 있음을 확인시켜 주는 것이다. 비상을 포함한 모든 상황에서 기장은 승객들이 안심할 수 있도록 항상 절제된 용어와 침착한 톤으로 방송을 해야 한다. (78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