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레인 센스 - 지식의 경계를 누비는 경이로운 비행 인문학
김동현 지음 / 웨일북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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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 관심이 생긴 것은 '현직 기장이 들려주는 당신이 비행하는 동안 일어나는 놀라운 일들!'이라는 점에서였다. 현직 기장이 어떤 이야기를 풀어나가는지 궁금해서 이 책에 관심이 생겼다. '그런데 책을 한 권을 채울 만한 이야기가 있을까?'라는 의문을 가졌음을 솔직히 고백한다. 물론 이 생각은 내가 이 분야를 정말 몰라서, 무지에 의해 그런 것임을 동시에 고백한다. 이 책을 통해 새로이 알게 되는 사실도 많아지고, 그것도 쏙 빠져들어 읽을 만큼 몰입도가 뛰어나다는 것도 고백하고 싶다. 여러모로 고백하게 만드는 책이다. 지금껏 접하지 못한 거의 모든 비행 이야기를 연결한 인문학 서적 《플레인 센스》이다.




 



이 책의 저자는 김동현. 대한항공 수석기장이다.

에어라인 비행의 안전은 항공 당국의 규정이나 기장의 스킬로만 확보되지 않는다. 한 사회의 항공 안전 수준은 조종사와 승무원, 관제사, 그리고 승객들의 비행에 대한 이해와 그 사회의 문화가 서로 얽히고설켜 만들어 낸 결과다. 이 책이 항공 여행을 즐기는 승객들과 항공 종사자 동료들, 그리고 미래의 조종사를 꿈꾸는 사람들에게 에어라인 비행을 좀 더 재미있고 깊이 있게 이해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 (9쪽)

이 책은 총 7장으로 구성된다. 프롤로그 '상식은 그렇게 보편적이지 않다'를 시작으로, 1장 '"HI, JACK", 하이재킹', 2장 '1만 2천 미터 상공에서 살아남은 사람들', 3장 '제너두, 순수의 시대를 호출하다', 4장 '불타는 알루미늄 캔, 기내 화재', 5장 '강인함과 섬세함의 경쟁, 보잉과 에어버스', 6장 '별을 따라 태평양을 건넌 비행기들', 7장 '아마추어와 프로, 그 보이지 않는 차이'로 이어지며, 에필로그 '아는 만큼 재미있는 비행'으로 마무리 된다.

"맙소사!" 나의 첫 반응은 이랬다. 사실 해외 여행으로 비행기 탑승을 해왔지만, '비행기 납치'라는 것은 생각도 못해봤고 직접 겪어본 적도 없어서 그런지 전혀 모르고 있었다. '하이재킹'이라는 것 말이다. 그 옛날, 마차를 노략질한 강도들은 마부에게 "Hi, Jack!"하고 인사(?)를 건넸는데, 사실 그것은 인사가 아니라 "이제 그만 세우지?"하는 협박이었다고 한다. 그리고 '비행기 납치'를 하이재킹이라고 하는데, 놀라운 것은 하이재킹이 발생하면 기장은 절대 납치범을 직접 제압하려는 시도를 하지 않도록 교육받는다는 것이다. "영웅이 되려고 하지 마라"라는 비행 격언은 하이재킹 상황에서 기장이 명심해야 할 가장 기본적인 원칙이라는 것. 또한 우리나라의 보안승무원이 기내에서 실제 테러범을 사살했던 적이 있었다는 것이나, 우리나라 최초의 하이재킹도 흥미롭다. 남북의 체제 대립이 극에 달했던 1960~70년대에는 우리나라에서도 하이재킹이 연달아 발생했다는 것이다. 쉴새없이 몰아치는 갖가지 이야기에 호기심이 극에 달해 쏜살같이 읽어나간다.

지금껏 비행기를 타면 객실승무원의 방송과 그다지 다르지도 않은 내용을 기장이 또 방송하는가 의아했는데, 이 책을 읽다보니 이런 심오한 뜻이 있었다니! 이제야 그 의미를 실감한다.

기장의 방송과 객실승무원의 방송은 그 목적과 역할이 조금 다르다. 객실 방송이 비행 정보를 제공하는 것인 반면, 기장 방송의 주목적은 승객들에게 비행기가 기장에 의해 안전하게 통제되고 있음을 확인시켜 주는 것이다. 비상을 포함한 모든 상황에서 기장은 승객들이 안심할 수 있도록 항상 절제된 용어와 침착한 톤으로 방송을 해야 한다. (78쪽)



 

 

세상의 모든 것은 알고 있는 만큼 보인다. 비행도 마찬가지다. 비행기와 조종사, 운항 시스템과 탑승 절차 등 그 모든 항공 지식은 그 사회의 철학적, 역사적 배경 속에서 이해할 때 비로소 온전한 자기 것이 된다. 이 책을 통해 그동안 독자들이 항공 여행 중 이따금 겪었던 지루한 순간들이 의미 있고 흥미로운 경험으로 바뀌기를 바란다. (383쪽)

승객으로 비행기를 이용해본 적은 있지만 별다른 관심이 없던 일반인으로서 이 책을 읽는다는 것은 지식의 폭을 넓혀주는 흥미로운 일이었다. 눈에 쏙쏙 들어오고 그 다음으로 들려주는 이야기가 궁금해서 계속 몰입해서 읽어나가게 된다. 저자가 대한항공 수석기장이라는 점도, 그러면서도 잘 모르는 독자에게도 집중해서 읽어나갈 수 있도록 무궁무진한 이야기보따리를 풀어간다는 점에서도 마음에 드는 책이다. 흔한 표현이지만, '무엇을 기대하든 그 이상을 들려주는' 책이다. 일반인에게도, 항공 관련 업종 종사자들에게도, 몰입해서 읽어나갈 갖가지 이야기가 풍부하게 담긴 책이니 읽어보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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