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밀밭의 파수꾼 문예출판사 세계문학 (문예 세계문학선) 3
J. D. 샐린저 지음, 이덕형 옮김 / 문예출판사 / 1998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은 언젠가 읽으려고 벼르고 벼르던 소설 중 한 권이다. 사실 학창시절에 읽어본 듯한 기억이 있다. 그때 다 읽었는지 읽다 말았는지는 잘 기억나지 않는다. 어쨌든 한동안 잊고 있던 책을 이제야 다시 찾게 된 데에는 방송의 힘이 크다. 띠지에도 보이지만 'tvN 요즘책방 책 읽어드립니다 방송 도서'라는 점이 이 책을 읽을 계기를 마련해주었다. 방송을 보며 이 책이 이번에는 나에게 어떻게 다가올지 궁금해졌기 때문에 큰맘먹고 읽게 되었다. 이번에는 제대로 정독하겠다는 각오로 이 책《호밀밭의 파수꾼》을 읽어보게 되었다.   


 



 


이 책의 저자는 J.D.샐린저 (1919~2010). 《호밀밭의 파수꾼》은 그가 거주하던 그리니치빌리지에서 약간 떨어진 곳의 한 호텔에 파묻혀 3주에 걸쳐 쓴 소설이다.

《호밀밭의 파수꾼》(1951)은 샐린저의 작품 중에서 가장 널리 알려지고 애독되는 작품이며 그가 미국 문학에서 차지하는 위치를 보다 확고하게 해준 작품이기도 하다. 이 소설은 출간 이후 여러 출판사에서 보급판이 나왔고 여러 나라 말로 번역되어 50년간 변함없이 전세계 청소년들과 대학생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314쪽)


먼저 주인공 홀든 콜필드의 이야기로 소설은 시작된다. 주인공은 '내가 펜시 고등학교를 그만둔 날부터 이야기를 시작하고 싶다'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풀어나가고 있다. 학교에서 쫓겨났다며, 네 과목을 F학점으로 장식했고 장차 학업에 열중할 의욕도 전혀 없다는 것이다. 읽다보면 중2병 걸린 자존심 강하고 삐딱한 학생처럼 보이지만, 강해보이려고 하면 할수록 피식 웃음이 난다. 어쩌면 이런 느낌이 드는 것은 그 시절을 살고 있지 않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홀든은 좋은 가정환경에서 자랐는데 성격은 독특한 학생이다. 그는 결코 모범생이 아니다. 영어만 잘 하고 다른 과목들은 낙제해서 퇴학 당하고, 생각은 엄청 많은 고집쟁이다. 다른 이들과는 말이 잘 안통하지만, 순진한 여동생 피비와는 말이 잘 통한다. 홀든 콜필드가 바라는 것은 호밀밭의 파수꾼 정도인데, 주변에서는 바라는 것이 너무 크다. 학교든 어디든 가는 곳마다 과한 것을 요구한다. 

 


예전에 이 책에 대해서 생각하며, 제목은 '호밀밭의 파수꾼'인데 호밀밭은 언제 나오는지 궁금했다. '드디어'라는 생각으로 반갑게 맞이했던 바로 그 문장이다.

어쨌거나 나는 넓은 호밀밭 같은 데서 조그만 어린애들이 어떤 놀이를 하고 있는 것을 항상 눈앞에 그려본단 말야. 몇천 명의 아이들이 있을 뿐 주위에 어른이라곤 나밖에 아무도 없어. 나는 아득한 낭떠러지 옆에 서 있는 거야. 내가 하는 일은 누구든지 낭떠러지에서 떨어질 것 같으면 얼른 가서 붙잡아주는 거지. 애들이란 달릴 때는 저희가 어디로 달리고 있는지 모르잖아? 그런 때 내가 어딘가에서 나타나 그애를 붙잡아야 하는 거야. 하루 종일 그 일만 하면 돼. 이를테면 호밀밭의 파수꾼이 되는 거야. 바보 같은 짓인 줄은 알고 있어. 하지만 내가 정말 되고 싶은 것은 그것밖에 없어. 바보 같은 짓인 줄은 알고 있지만 말야. (256쪽)


'호밀밭의 파수꾼'이 되어 어린이들이 절벽 같은 데서 떨어지지 않도록 보호하며 살고 싶다고 소망하는 홀든. 현실의 삶이 안겨주는 고통을 이기지 못한 나머지 서부로 도피하겠다는 그의 의지는 앤톨리니 선생의 충고에도 불구하고 흔들리지 않는다. 결국 그의 의지는 순진한 여동생 피비의 본성에 의해 억제된다. 어리지만 피부로 느낄 수 있는 피비의 본성에 그의 본성이 동화되어 현실을 너그럽게 수용하며 살아갈 수 있게 된다. 이렇게 순화된 의식의 바닥에 밝게 나타난 거울 같은 본성은 모든 것을 있는 그대로 비추기 시작한다. 그는 어째서 갑자기 그런 정신적인 변화가 일어났는지 스스로도 깨닫지 못하면서 모든 것이 지닌 아름다움을 관조할 수 있는 상태에 도달한다. 이 과정이 바로《호밀밭의 파수꾼》의 압권이라고 할 수 있다. (324쪽_작품해설 中)


이 책을 읽은 것은 미루고 미루던 오랜 숙제를 해치운 느낌이다. 특히 주인공이 모범생은 아니면서 생각 많은 고집쟁이여서 왜 오클라호마 주의 한 고등학교 학부형들이 이 책을 비난했는지 어렴풋이 알 듯도 했다. 예전과는 다르게 책을 읽을 시간이 충분히 주어지니 끝까지 완독할 수 있었다. 또한 책에 대한 감상도 그전과는 달라진 듯하다. 이번에는 특히 인간 본성에 대해 더 깊이 생각해보는 시간이어서 여운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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