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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은 마법사입니다
아이나 S. 에리세 지음, 하코보 무니스 그림, 성초림 옮김 / 니케주니어 / 2020년 4월
평점 :
이 책의 제목 밑에는 이렇게 쓰여있다. '우리가 몰랐던 동화 속 숨은 과학 이야기'라고 말이다. 그 글을 보며 '그래, 바로 이거야'라는 생각이 들었다. 참신한 접근이다. 지금껏 동화책은 상상 속의 이야기 정도로만 생각했는데, 동화를 과학이라는 틀에서 바라본다는 것이 색다른 느낌이었다. 소재자체가 흥미로워서 궁금하고 읽고 싶어졌다. 이 책『식물은 마법사입니다』를 읽으며 동화 속 숨은 과학 이야기를 들어보는 시간을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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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의 왕국에는 식물과 전설이 뒤섞여 있어요. 그래서 그 세계를 알고자 하면 과학과 판타지를 모두 알 필요가 있지요.
이 책에서 아이나 S. 에리세가 바로 그 일을 해냈답니다.
실용적인 적용 방식과 요리, 향수 레시피 그리고 수공예품 만들기까지…….
아이들뿐만 아니라 어른들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이라고 확신합니다.
호세 안토니오 마리나 (책 뒷표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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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는 백설 공주와 일곱 난쟁이, 아기 돼지 삼 형제, 헨젤과 그레텔, 백조 왕자, 신데렐라, 잠자는 숲속의 미녀, 빨간 모자, 미녀와 야수, 알리 바바와 사십 인의 도둑 등 아홉 가지 동화를 소재로 그 안에 나오는 스토리 이외의 흥미로운 이야기를 펼친다. '혹시 동화 내용을 잊어버렸을까 봐' 먼저 줄거리를 짧게 소개한다고 설명을 이어나가는데, 그 설명이 재미있어서 한참을 웃었다. 오랜만에 동화를 접해서 가물가물한 생각이 들어도 상관 없다. 친절하게 안내해주니 금세 따라잡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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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다란 그림책으로 되어 있어서 이 책의 겉모습은 일단 합격이다. 책을 봉투가 아니라 커다란 상자에서 꺼내들게 된다. 상자에서 이 책을 꺼내들고 제목을 본 순간, 소리라도 지르고 싶었다. 마음에 쏙 드는 양장본에 올컬러 구성까지, 어찌나 마음을 사로잡는지 소장만으로도 뿌듯한 책이다. 아이와 어른 모두 좋아할 비주얼이다. 집어들면 뿌듯하고 설레는 책이 있지 않은가. 이 책이 그랬다. 평범한 크기의 과학책 느낌이 아니라 동화책 느낌이다.
내용은 또 어떤가. 차례를 살펴보면 궁금해지는 질문이 있을 것이다. '독 사과의 품종은 뭘까?'라는 질문은 미처 생각지도 못했던 것이기에 어서 읽어보고 싶었고, '나무 집이 벽돌 집보다 튼튼하다고? 정말?'은 과학적인 해설을 보고 싶어졌다. 다른 동화들도 널리 알려진 이야기이기에 페이지를 넘겨본다.
스토리 위주의 동화책과 한결같은 그림을 생각했다면 이 책에서는 그 이상의 세상을 보여줄 것이다. 먼저 각각의 동화에 대해 '잊어버렸을까 봐' 줄거리를 소개해준다. 그 다음은 그 동화를 소재로 거기에서 생각해볼 수 있는 다양한 이야기를 펼쳐낸다. 백설 공주에서는 사과의 품종에 관한 이야기, 아기 돼지 삼형제에서는 나무 집이 벽돌집보다 튼튼하다는 놀라운 사실을 알려준다. 둘째 돼지도 나무판자 대신 대나무로 단단하게 집을 지었다면 늑대가 입으로 부는 바람 정도에는 무너지지 않고 끄덕없었을 거라며 설명을 이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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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데렐라를 보며 오늘날 호박이라고 불리는 식물은 라틴아메리카에서 왔다는 사실을 알려주기도 하고, 잠자는 숲속의 미녀 이야기를 하며 염색에 대해 알려주는 것 등등 기존 동화책에서 볼 수 없는 이야기였기에 더욱 흥미롭다. 스토리 위주의 이야기 말고, 거기에 얽힌 배경지식을 풍성하게 알려주는 책이 어찌나 든든한지, 온통 컬러풀한 이 책을 읽으며 하나씩 새로이 알아가는 시간을 갖는다.
계모의 사과, 늑대의 입김을 (거의) 이겨낼 수 있는 작은 나무 집, 마법의 생강 쿠키, 팔찌 만들기, 애호박 마차 만두, 포근히 잠들기 위한 차 한 잔, 빨간 모자의 너무나 맛있는 빨간 마들렌, 마법의 등불 등 각종 만들기 방법을 알려주는 것도 아이들의 흥미를 유도하고 직접 참여해서 만들어볼 수 있도록 호기심을 자극한다.
아이와 어른, 모두 좋아할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동화책만 구비하고 있을 것이 아니라 이런 책 한 권 쓱 추가한다면, 아이의 세계는 폭넓어질 것이다. 동화와 과학의 접목, 동화에서 찾아보는 현실적인 소재 등등으로 풍성하고 알찬 시간을 보낼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이 책을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