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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50 거주불능 지구 - 한계치를 넘어 종말로 치닫는 21세기 기후재난 시나리오
데이비드 월러스 웰즈 지음, 김재경 옮김 / 추수밭(청림출판) / 2020년 4월
평점 :
이 책의 띠지에 보면 워싱턴포스트의 추천사가 있다. "이 책은 현 세대의 '침묵의 봄'이 될 것이다"라고 말이다. 사실 우리 인간들은 지금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를 직접 겪으며 살면서도 심각성을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 이미 경고등이 켜졌는데도 위험성조차 인지하지 못하는 듯 브레이크가 고장나버린 차에 올라타있는 것이다. 일단 관련 서적을 읽으며 경각심을 갖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살인적인 폭염'부터 '반복되는 팬데믹'에 이르기까지 지금 당장 우리에게 닥쳐올 12가지 기후재난의 실제와 미래에 대해 이 책《2050 거주불능 지구》를 읽으며 생각해보는 시간을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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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저자는 데이비드 월러스 웰즈.《뉴욕매거진》의 부편집장이자 칼럼니스트이며, 미국 싱크탱크기관인 '뉴아메리카'의 연구원이다. 2017년 7월 9일 지구온난화가 가까운 미래에 일으킬 수 잇는 재난 시나리오를 밝혀낸 리포트 <거주불능 지구>를《뉴욕매거진》에 기고함으로써 세계적인 반향을 불러일으켰다.《뉴욕매거진》역사상 가장 많이 읽힌 이 리포트는 더욱 상세하게 풀어 쓰여《2050 거주불능 지구》로 출간되었고 출간 즉시 아마존 종합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책날개 발췌)
이 책은 총 4부로 구성된다. 1부 '이것은 '자연재해'가 아니다', 2부 '12가지 기후재난의 실제와 미래', 3부 '기후변화 시대는 사회를 어떻게 바꾸는가', 4부 '인류 원리, '한 사람'처럼 생각하기'로 나뉜다. 2부 '12가지 기후재난의 실제와 미래'는 총 12장으로 나뉘는데, 살인적인 폭염, 빈곤과 굶주림, 집어삼키는 바다, 치솟는 산불, 날씨가 되어버릴 재난들, 갈증과 가뭄, 사체가 쌓이는 바다, 마실 수 없는 공기, 질병의 전파, 무너지는 경제, 기후 분쟁, 시스템의 붕괴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먼저 이 책을 펼쳐들면 '21세기에 벌어질 전 지구적 기후재난 시나리오' 도표가 눈에 띈다. 2016년부터 일어난 일을 시작으로 2030년, 2050년, 2100년까지 굵직굵직한 사건과 일어날 일을 예상한 시나리오를 읽어본다. 이 책의 제목에 쓰인 2050년을 보니 박스 안에는 이렇게 적혀 있다. '기후난민의 수가 최대 10억 명 돌파, 여름철 최고 기온이 평균 35도 이상인 도시가 970개까지 증가, 폭염으로 전 세계에서 25만 5,000명이 사망, 개발도상국의 1억 5,000만 명이 단백질 결핍 증상 호소, 전 세계적으로 50억 명 이상이 물 부족 위기에 직면, 라틴아메리카 커피 재배 농장의 최개 90퍼센트 소멸'이라는 것이다. 지금부터 30년 후의 일이다. 실제로 일어난다면 정말 끔찍한 일들이 고작 30년 후에 예상된다는 것이다.
이 책도 이렇게 시작된다. '상황은 심각하다. 생각보다 훨씬 더 심각하다. 기후변화의 진행 속도가 더디다는 주장은 판타지 동화 수준의 착각이다. (15쪽)'이라고 경고한다. 이미 이산화탄소 한계치를 넘어섰다는 것이다. 게다가 '자연재해'가 아닌 '대량 학살'의 위기라니. 글제목이 주는 경고가 위협적이다. 하지만 거기에 대한 근거가 조목조목 제시되니 더욱 피부에 와닿아 그 말이 전혀 과장이라고 느껴지지 않는다. 이미 경고로 어떻게 할 수 없는 수준에 와있는 것이다.
1997년에 기념비적인 협약인 교토의정서가 체결될 당시에는 2도 수준의 지구온난화가 기후재난의 출발점으로 여겨졌다. 도시가 침수되고 감당하기 힘든 가뭄과 열기가 이어지고 허리케인과 폭풍우가 매일같이 대륙을 강타하는 등 우리가 '자연재해'라고 부르던 현상이 머지않아 그저 '나쁜 날씨' 정도로 일상화되리라 전망했다. 최근에 마셜제도의 외무부장관은 동일한 수준의 지구온난화를 '대량 학살'이라는 명칭으로 불러야 한다고 제안하기도 했다. 그처럼 암울한 시나리오를 피할 가능성은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24쪽)
이 책은 400페이지가 넘는 두꺼운 책이어서 부담스러울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가 사는 지구의 현재와 미래에 대해, 생각보다 더 심각한 우리 지구의 기후재난 시나리오를 모르는 것은 위험한 일이라 생각된다. 이 책을 처음부터 차례로 읽어도 좋고, 눈에 들어오는 부분을 읽어도 좋을 것이다. 일단 알아야 한다. 알고 미약한 힘이나마 보태야 할 것이다. 이미 늦었다고 해도 이 책을 읽으며 아는 것만으로도 지금부터 함께 하는 것이다. 특히 저자 혼자만의 추측이 아니라 수십 명의 전문가와 인터뷰한 자료, 최근 10여 년동안 학술지에 실렸던 수백 편의 논문 자료 등에서 발췌한 내용을 정리한 것이기에 학술적인 논거가 제시되었다는 점에서 더욱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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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비드 월러스 웰즈는 기후변화의 충격이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것보다 훨씬 더 심각하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그의 말이 맞다.《2050 거주불능 지구》는 시기적절하면서도 도발적인 책이다."
_엘리자베스 콜버트,《더 뉴요커》전속기자,《지구 재앙 보고서》저자
제법 두꺼운 책이지만 읽으면서 피부에 더 와닿는 느낌이 들어 멈출 수 없었다. 남 얘기가 아니지 않은가. 우리의 이야기이며, 내가 속한 이 지구의 이야기 아닌가. 정말 이 정도 였다고? 안일하게 생각할 일이 아니다. 생각보다 심각한 상황들을 하나씩 짚어본다.《뉴욕매거진》역사상 가장 많이 읽힌 리포트라는 점에서 특히 영향력 있는 책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지길 희망한다. 일단 펼쳐들면 글에 압도되면서 정신이 번쩍 들 것이다. 기후 문제를 인식하고 겪고 있는 이 시대의 사람들에게 이 책을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