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염의 시대를 생각한다
파올로 조르다노 지음, 김희정 옮김 / 은행나무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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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기가 언제쯤 끝날 것인가 막연해진다. 다행히 종식되어도 우리의 일상은 많은 부분이 예전과 다를 것이다. 이 책은 이탈리아의 지성 파올로 조르다노가 코로나19 한가운데에서 쓴 화제의 책이라는 점에서 읽어보고 싶었다. 요즘 시기에 꼭 읽어보아야 할 책이라는 생각도 들었고,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지 궁금해서 이 책『전염의 시대를 생각한다』를 읽어보게 되었다.


 


 


이 책의 저자는 파올로 조르다노. 물리학자이자 세계적 베스트셀러 작가다.

이 책에는 땅에 발을 딛기 위하여, 질서를 허락하는 시간, 전염의 수학, 알제로값, 이 미친 비선형 세상에서, 전염을 막는다는 것, 거듭되는 실망, 구슬과 구슬의 거리, 신중한 태도, 외롭고 의기소침한, 격리의 딜레마, 운명론에 맞서며, 다시 운명론에 맞서며, 인간은 섬이 아니다, 능력이 형벌이 되어, 혼돈, 시장에서, 슈퍼마켓에서, 책임은 누구에게 물어야 할까, 감염은 징후다, 새로운 생각으로의 초대, 외면했던 식물의 죽음, 전문가들의 논쟁, 오컴의 면도날, 거짓과 추측의 생태계, 숫자와 공포, 날수를 세면서 등의 글이 수록되어 있다.


같은 시대에 코로나19의 전염을 바라보는 사람 중 하나로서 이 책을 읽으며 세상을 바라보고 인간을 들여다본다. 우리는 갑자기 달라진 공백기를 보내고 있다. 저자는 '우리는 일상생활이 유보된 막간을 보내고 있다'고 표현한다. 전염병이 퍼지고 있는 이 시점은 그야말로 공백기, 일상생활이 유보된 막간 등으로 표현될 수 있겠다. 예전같은 일상을 그리워하면서도 자칫 더 많은 감염으로 위험해질 수도 있는 상황,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이런 때에 물리학자이자 소설가인 저자의 이야기에 시선을 집중해보며 세상을 바라본다.

지금 우리가 맞닥뜨린 새로운 전염병은 어쩌면 지금 꼭 필요한 '생각으로의 초대'일지도 모른다. 유예된 활동, 격리된 시간들은 그 초대에 응할 기회이다. 무엇을 생각해야 하느냐고? 우리는 단지 인간 공동체의 일부가 아니라는 것. 섬세하고 숭고한 생태계에서 우리야말로 가장 침략적인 종이라는 것. (59쪽)


날마다 뉴스를 보며 불안과 두려움을 키우던 나에게 이 책은 다른 이의 생각을 들여다볼 계기를 마련해준다. 저자는 이에 대해 '현시점에서 유난히 더 빠르게 퍼지는 것 같지만 그냥 과정이 진행되는 것 뿐이며, 여기에는 불가사의한 것도 이해못할 것도 없다(22쪽)'고 말한다. 

Cov-2는 신종 바이러스이다. 우리는 항체도 백신도 없는 무방비 상태에서 허를 찔리고 말았다. 우리에게는 너무나 갑작스러운 일이다. 그리고 SIR 모델로 볼 때, 이 새로운 바이러스 앞에서 우리는 모두 감염 가능자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얼마가 될지 모르겠찌만 이 시간을 참고 견뎌야 한다. 다소 불편이 따르겠지만, 현재 우리가 쓸 수 있는 유일한 백신은 신중함뿐이다. (28쪽)

 


고통은 우리로 하여금 가려져 있던 진실을 대면하게 하고, 인생의 우선순위를 직시하게 하고, 현재에 부피를 다시 부여한다. 그러나 건강이 회복되고 고통이 사라지면 깨달음도 증발한다. 지금 우리는 한창 전 세계적인 유행병을 치르고 있다. 대유행은 엑스선으로 우리 문명을 비추고 하나둘 진실을 드러낸다. 바로 마음 깊이 새기지 않는다면, 전염의 시대가 끝남과 동시에 사라져버릴 진실들이다. (90쪽)

미래 어느 날, 우리는 이 시기를 떠올리며 이러이러한 일들이 있었다고 추억할 것이다. 현실의 체감 무게는 무겁지만 이 또한 지나가고 그 무게는 점차 잊혀질 것이다. 이 시기이기에 이 책의 영향력이 더 크다는 생각이 든다. 읽어나가며 공감하고 생각을 나눌 수 있는 것은 함께 이 시기를 겪어나가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적절한 때에 읽으며 우리의 현재를 되돌아보는 시간을 갖는다. 특히 이 책은 소설가의 사유와 과학자의 엄정함을 잃지 않고 새로운 전염병이 불러온 현상을 예리하게 파고 들었다고 평가된 책이니 읽어보기를 권한다. 얇지만 적재적소에서 마음을 잡아끄는 글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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