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덤, 어떻게 자유로 번역되었는가 이와나미 시리즈(이와나미문고)
야나부 아키라 지음, 김옥희 옮김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20년 3월
평점 :
품절


이 책은 제목에서부터 호기심이 생기고 끌리는 마음이 있었다. 이 책을 통해 언어에 대한 깊이 있는 사색의 시간을 가질 수 있으리라 기대되었다. 번역어에 대해, 지금껏 당연한 듯 받아들였던 그 단어들에 대해, 심도있는 사색의 시간을 갖고 싶어서 이 책을 읽어보게 되었다. 지금껏 별로 생각하지 못했지만 이 책을 통해 알게 되는 지식의 영역이 넓어지리라 기대하며, 이 책『프리덤, 어떻게 자유로 번역되었는가』를 읽어보게 되었다.  



 

 

 


이 책의 저자는 야나부 아키라. 1928년 도쿄 출생이다. 번역어와 비교문화론을 연구하였고 2018년 별세하였다.

이 책은 총 10장으로 구성된다. 1장 '사회: society를 갖고 있지 않은 사람들의 번역법', 2장 '개인: 후쿠자와 유키치의 고군분투', 3장 '근대: 지옥의 '근대', 동경의 '근대'', 4장 '미: 미시마 유키오의 트릭', 5장 '연애: 기타무라 도코쿠와 '연애'의 숙명', 6장 '존재: 존재하다', 7장 '자연: 번역어가 낳은 오해', 8장 '권리: 권리의 '권', 권력의 '권'', 9장 '자유: 야나기타 구니오의 반발', 10장 '그, 그녀: 사물에서 사람으로, 그리고 연인으로'로 나뉜다.


역자 후기에서 '야나부 아키라'라는 인물의 위치에 대해 짐작한다. 야나부 아키라는 일본의 번역어 연구에 있어서 독보적인 존재라는 것이다. 그는 주로 에도막부 말기에서 메이지 초기에 번역어가 탄생하는 과정을 근거로 해서 근대 일본의 학문과 사상의 성격을 '번역 문화'로 규정하기 위한 많은 업적을 남겼다고 한다. 그 대표적인 업적이 이 책『프리덤, 어떻게 자유로 번역되었는가』라는 것이다. 저자가 1928년 생이며, 이 책은 1992년에 출간된 책이어서 시간상의 거리가 분명 있는 책이다. 하지만 그런 거리감과는 별개로 꼭 알고 싶고 읽어보고 싶었던 근원적인 질문이었다는 점에서 이 책에 대한 관심이 생겼다.


특히 외서의 경우 일본어로 번역된 것을 우리말로 한 번 더 번역한 책이 많을 것이다. 한 번 번역을 거친 작품도 원래의 의미와 어느 정도 달라질텐데, 그 이상의 과정을 거치는 것은 또한 어떤 의미로 다가올까. 그런 의문은 번역되어 완전한 작품으로 다가오는 책을 읽으며, 우리말 말고는 다른 언어를 접할 기회를 점차 잃어가며 무뎌지고 사라져버리곤 했다. 이 책은 보다 근원적인 질문에 대해 일본 번역어 연구의 거장에게 들어보는 이야기여서 더욱 특별하게 다가왔다.

 


이 책에서 다루는 단어들은 저자의 말에 의하면 학문과 사상의 기본용어인데, 학교나 신문 등에서 쉽게 접할 수는 있어도 일상생활에서는 거의 쓰이지 않는, 말 그대로 '개념어'다. 바로 '사회, 개인, 근대, 미, 연애, 존재, 자연, 권리, 자유, 그(그녀)' 등의 어휘에 관해 이야기한다. 옮긴이의 말에 의하면 '번역하고자 하는 개념이나 현상 자체가 일본에 존재하지 않았다는 데에' 문제가 있고, 이 책에서 다룬 개념어들은 그런 악조건 속에서 번역자들이 고군분투하며 만들어낸 것들이며, 치열한 경쟁을 거쳐 살아남은 것들이라는 것이다. 그렇게 바라보니 단어 하나하나가 보다 큰 의미로 다르게 다가온다.


이 책은 2003년에 번역 출간되었지만 이후 절판되어 아쉬워하는 목소리가 많았다는데, 이번 기회에 2011년에 다시 출간되고 이번에 보완 수정하여 또다시 출간된 것이다. 꾸준히 명맥을 이으며 재번역되고 수정 보완되어 나올 필요가 있는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번역에 종사하는 사람은 물론, 타언어를 배우는 사람에게 생각할 거리를 안겨주는 책이다. 또는 일본 번역어 연구의 거장이 들려주는 개념어에 대해 궁금한 사람이라면 이 책이 지식의 향연을 펼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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