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학자가 들려주는 일상 속 행복
마르크 오제 지음, 서희정 옮김 / 황소걸음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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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때보다 일상의 소중함을 느껴야 오래 버틸 수 있는 시기라는 생각이 드는 요즘이다. 그래서 '일상', '행복' 이라는 단어가 들어가는 책에 더욱 눈길이 가곤 한다. 이 책은 그런 의미에서 선택했다. 이 책의 제목은『인류학자가 들려주는 일상 속 행복』이다. 이 책을 읽으며 지금껏 미처 생각지 못했던 일상 속 행복에 대해 고민해보는 시간을 갖게 되었다. 특히 인류학자가 일상 속 행복에 대해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지 궁금해서 이 책을 읽어보았다.


 

 


이 책의 저자는 마르크 오제. 프랑스 인류학자다.

이 책에서는 종전 방식과 달리 조심스러운 인류학적 접근법으로 우리가 각자 어떤 정황과 여건에서 행복의 순간과 움직임을 또렷하고 섬세하게 감지하는지 살펴보려고 한다. 다시 말하지만 상태가 아니라 순간이고, 영원히 고정된 것이 아니라 움직임이다. (22쪽)


이 책은 총 11장으로 구성된다. 프롤로그 '행복이란 무엇일까?'를 시작으로, 1장 '그럼에도 불구하고 찾아오는 행복들', 2장 '사느냐 죽느냐', 3장 '창작과 행복', 4장 '떠나고 돌아오기', 5장 '오디세우스 혹은 불가능한 귀환', 6장 '첫 번째 경험', 7장 '만남', 8장 '샹송', 9장 '칸토와 이탈리아의 풍미', 10장 '풍경들', 11장 '나이 듦의 행복'으로 이어지며, 에필로그 '일상 속 행복의 목록은 끝이 없다'로 마무리 된다.


이 책이 '행복'에 대한 다른 책들과 조금은 다르게 특별히 느껴진 것은 다음 문장에서였다. 어쩌면 '행복'이라는 관념에 대한 나의 고정관념을 깨고 보다 근원적이고 다시 원점에서 생각해볼 수 있는 계기가 되리라 여겨졌다.

2016년 10월 28일자 《르 파리지앵 매거진》(일간지 <르 파리지앵>의 주말 특별판)은 '행복은 트렌드'라는 제목 아래 '사회적 변화의 결과인가, 마케팅의 효과인가'라는 조심스러운 부제를 달았다. 이 문제의식은 대단히 사려 깊은 것이다. 그러나 행복을 사회학적(사회 변화) 관점에서 바라본 책들을 펴낸 소설가 로랑 구넬이나 수필가 프레데리크 르누아르는 이미 큰 성공을 거두며 폭넓은 독자층을 확보했다. 비슷한 맥락에서, 적어도 유럽에서는 개인의 행복이라는 물음이 누구나 제기할 수 있고 제기해야 하는 문제로 여겨진다. (13쪽)


이 책을 읽으며 행복에 대해 여러 가지 방향에서 생각해보는 시간을 갖는다. 가장 먼저 생각해보게 되는 행복은 '불현듯 나타나 어떤 방해에도 굴하지 않고 살아남아 그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고 각인되어 그가 살면서 아무리 힘든 고비에 맞닥뜨리더라도, 비극적인 사고를 당하거나 천재지변을 겪더라도 절대로 지워지지 않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찾아오는 행복들'(34쪽)'이라고 한다. 도대체 이 행복은 무엇일까? 거기서부터 이 책을 읽는 독자들 모두 제각각 '행복'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을 마련하게 될 것이다.  


철학 서적을 읽는 느낌으로 생각에 잠기며 이 책을 읽어나간다. 그나저나 표지에는 왜 마들렌 사진이 있을까, 이 책을 집어들었을 때에 얼핏 궁금했는데, 프루스트의 마들렌 혹은 그의 책《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에 관한 이야기를 볼 수 있다. 단순한 표지에 가볍게 손에 들 수 있는 양장본의 책이지만, 일단 펼쳐들면 생각의 무게가 느껴지는 책이다. 이 책을 읽으며 사색에 잠기는 시간을 보낸다.



또한 저자의 첫 번째이자 근원적인 형이상학적 경험은 부모님이 산타클로스의 존재에 대해 거짓말을 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 때였다며 설명을 이어나가는 것도 인상적이었다. 이 책에는 저자의 개인적 이야기, 즉 인생의 몇몇 사건에 대해 풀어나가고 있다. 개인적인 삶 혹은 문학 등에서 소재를 선택해 구체적인 이야기로 풀어나가는 인류학자인 저자의 글은 충분히 독특하게 다가왔다. 


단순히 '일상 속 행복'이라는 단어를 보고 가볍게 이 책을 선택해서 들춰보았지만 막상 읽기 시작하니 좀더 심오하게 다가온다. 내 안의 깊은 근원적인 물음 앞에 서서 한없이 경건해지는 느낌으로 이 책을 읽어나간다. 책 속의 언어를 음미하며 읽어나가면 그 의미가 더 크게 다가온다. 에세이라고는 하지만 행복에 대해 보다 깊이 통찰하는 철학서에 가깝고, 그렇다고 너무 무겁지는 않게 저자의 개인적인 이야기를 적절히 풀어내어 들려주니, 어떤 의미인지 생각에 잠기며 집중하여 읽게 된다. 세상 복잡하고 시끄러운 봄날, 사색에 잠기기에 좋은 소재가 될 것이니 이 책을 읽으며 행복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간을 갖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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