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질병이 바꾼 세계의 역사 - 인류를 위협한 전염병과 최고 권력자들의 질병에 대한 기록
로날트 D. 게르슈테 지음, 강희진 옮김 / 미래의창 / 2020년 3월
평점 :
우리 일상의 모습이 이렇게 변화하리라고는 한 달 전만 해도 상상하기 힘든 일이었다. 예전에 마스크를 한 사람을 찾기가 힘들었다면, 이제는 마스크를 안 쓴 사람을 찾는 것이 어려운 일이 되어버렸다. 언제 끝날지 모르는 질병의 유행에 인간 존재는 한없이 약해진다. 이런 때에 더없이 눈에 들어오는 책이 있다. 바로 이 책『질병이 바꾼 세계의 역사』이다. 세계역사의 굵직굵직한 사건 중 질병이 바꿔버린 역사에 대해 알고 싶어서 이 책을 읽어보게 되었다.


이 책의 저자는 로날트 D.게르슈테. 1957년생이며 의사이자 역사학자다. 그는 오래 전부터 역사의 전개에 영향을 끼친 의학적인 사건에 큰 관심을 기울이고 연구해 왔다. 그는 역사적 사건에 영향을 끼친 날씨에 대해서도 연구한 바 있다. (책날개 발췌)
질병은 다양한 방식으로 역사의 흐름을 뒤흔들었다. 이 책에서는 심각한 질병에 걸린 몇몇 유명 인물들이 겪은 고통의 발자취를 따라가는 동시에, 그 인물들이 만약 그 질병을 앓지 않았다면 역사의 여신 클레이오가 어떤 선택을 했을지도 상상해보고자 한다. 특히 프리드리히 3세와 메리 여왕은 유럽 역사에서 가장 결정적인 역할을 담당했던 두 나라를 통치한 이들이지만, 질병 때문에 두 사람의 재임기간은 그리 길지 않았다. 또한 페스트나 콜레라, 매독 등 신분고하를 막론하고 모두를 덮치며 한 시대를 휩쓸어 버린 질병에 대해서도 자세히 다룰 예정이다. (9쪽)
이 책에서는 콜레라, 페스트, 매독, 천연두, 통풍, 독감, 결핵, 에이즈 등 한 시대를 주름잡았던 질병을 비롯하여, 요절한 알렉산드로스 대왕, 정신병에 걸린 황제들, 메리 튜더의 상상임신, 방향감각을 상실한 구스타브 2세 아돌프 등 각종 질병에 걸린 권력자들에 대해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이 책의 제목을 보며 읽어야겠다고 필요성을 느낀 것은 요즘의 상황과 연관이 있다. 특히 페스트에 대한 것도 예전이라면 그냥 흘려넘겨버렸을 듯 한데 현실적으로 와닿지 않는 면모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특히 페스트의 역사를 훑어주는 <유럽의 역사를 바꾼 흑사병, 페스트>를 보며, 얼핏 알던 페스트에 대해 거시적 관점에서 바라보는 기회를 가져본다.
또한 이 책에서 여러 차례 밝히듯, 국가 권력이 단 한 명에게 집중될 경우에 그 한 명에게 건강상의 문제가 발생하면 효율적 통치 체계는 무너지는 법이다. 사람이라는 존재는 늘 현명한 판단과 합리적인 결정을 내리는 것이 아니다. 그렇기에 권력자의 건강 문제를 짚어보며 역사 이야기를 펼쳐나가는 것도 흥미로운 시선이었다.
무엇보다 '질병이 바꾼 세계의 역사'라는 제목에 충실한 책이고, 제목에서 기대하며 얻고자 하는 지식을 알차게 채워넣은 책이라고 할 수 있다. 알렉산드로스 대왕이 33살의 이른 나이에 죽지 않았더라면? 잉글랜드 여왕 메리 튜더의 임신이 '상상'에 그치지 않았다면? 히틀러의 시력이 약해지지 않고 그가 그냥 화가로 지냈다면? 등등에 대한 역사적 사실이 궁금하다면 이 책에서 지식을 채워줄 것이다. 특히 미국 역사상 가장 건강한 대통령에 대한 글을 읽다보면 어떤 반응이 나올지 궁금해진다. 질병이 바꾼 세계 역사가 궁금하다면 이 책이 기대 이상으로 다가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