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악센트
마쓰우라 야타로 지음, 서라미 옮김 / 흐름출판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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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의 마지막에 그동안 살아온 인생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고 한다. 예전에는 당연히 인생의 굵직굵직한 사건 위주로 떠오르리라 생각했었는데, 지금은 그 생각이 달라졌다. 일상이 송두리째 사라졌을 때, 무엇보다 일상의 소소한 시간들이 소중했음을 뼈저리게 느꼈기 때문이다. 그때 나에게 떠오른 것은 커피 한 잔 마시며 책을 읽던 것, 너무도 소박하지만 따뜻한 밥과 국을 맛있게 먹던 것, 추위를 피해 이불 뒤집어 쓰고 귤 까먹던 일, 별 내용 아닌 것에도 까르르 웃으며 수다를 떨던 일, 과자를 집어 먹으며 드라마 보던 것 등 정말 아무 것도 아닌 듯한 사소한 일들이었다. 정말 간절했고, 그러지 못해서 눈물이 났으며, 지금 다시 그런 일상을 되찾아서 어느 때보다 행복하다. 그래서 이 책의 제목을 보며 느낌이 와 닿았다. 단조로운 일상을 빛나게 만드는 것은 삶 자체가 아니라 삶을 바라보는 시선이라는 것을. 그래서 이 책에서 들려주는 이야기가 궁금해서 이 책『일상의 악센트』를 읽어보게 되었다.


 

 


이 책의 저자는 마쓰우라 야타로. <생활수첩>의 편집장, 일본 셀렉트 서점의 선구자, 수필가, 그리고 일본 젊은이들이 가장 닮고 싶어하는 프로페셔널이다.

누구나 느끼지만 아무도 표현한 적 없는, 일상 안에서 스며 나오는 소중한 생각들을, 빠져 있던 퍼즐 조각을 조심스레 끼워 넣듯 하나하나 언어화하기 위해 글을 쓴다. 그렇게 '오늘 하루도 마음을 담아' 소중한 생각을 언어로 펼쳐놓는다. 작은 일이라도 상대방을 생각하며 마음을 담아 하는 것이 일상의 기본이라고 생각한다. 글을 쓸 때에도 읽는 이의 마음에 가닿기를 바라며 편지를 쓰듯 마음을 담아 쓴다. 살면서 똑같은 날은 하루도 없다는 당연한 진리를 새삼 깨닫게 하는 글, 평범했던 일상에서 특별함을 발견하게 하는 글, 몸을 데우는 따뜻한 죽 한 그릇처럼 기분 좋은 만족감과 행복감을 주는 글로 꾸준히 사랑받으며 고정 팬을 늘려가고 있다. (책날개 발췌)


이 책은 총 6 챕터로 구성된다. 챕터 1 '예의를 갖추는 방법', 챕터 2 '여행에서 나를 발견하다', 챕터 3 '누군가를 위해', 챕터 4 '일의 시작은 인사하는 법부터', 챕터 5 '마음 정돈', 챕터 6 '나답지 않음에 도전하기'로 나뉜다. 발견한다는 것, 나의 베스트 텐, '고맙습니다'의 다음, 한 걸음 물러나서 보기, 필요한 것은 즐거움, 대화의 포인트, 독서의 묘미, 길지도 짧지도 않은, 나부터 바꾸기, 방을 새롭게, 일상을 맛보다, 여백 만들기, 알맞게 무르익은 순간, 떨어져 있을 용기, 나의 적은 나라는 시각, 호불호를 없애기, 흐르는 물이 되자, 0에서 시작하기 등의 글이 담겨 있다.


짤막한 글에 어쩜 이리 진심을 꾹꾹 눌러담을 수 있을까. 처음에는 각각 소제목에 담긴 글이 너무 짧은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막상 읽기 시작하니 마음에 쑥 들어오는 글들이 알차게 담겨 있다. 어쩌면 누구나 살다가 한 번은 느꼈을지도 모르지만 그냥 스쳐지나갔을 법한 무언가를 붙잡아 들려주는 듯한 느낌이다. 일상이라고 할 말이 없는 단조로운 순간들이 아니다. 문득 집어들어 읽다보면 고개를 끄덕이며 그의 생각에 공감하게 되는 일이 많아질 것이다.

하루 종일 수많은 기회가 오고 간다. 무수한 기회 가운데 이거다 싶은 기회가 찾아온 순간, 힘을 갖고 싶다. 더불어 날카로운 직감도, 무언가에서 도망칠 때의 기민함도 남겨두고 싶다. 여차할 때 전력을 다해 멀어질 수 있도록. 왜냐하면 하루를 온전히 즐겁게 보내고 싶기 때문이다. 즐거움은 누구나 노력만 하면 매일 느낄 수 있다. 무엇보다도 소중한 자신을 지키기 위한 노력이기도 하다. (154쪽_여백 만들기 中)

 


인생이 마음대로 안 된다고 생각될 때, 「바닥까지 떨어져보기」는 어떤 자세로 인생을 접할지 이야기해준다. 왜 그럴 때 있지 않은가. 열심히 하면 할수록 공회전을 하고 마는 상태, 저자도 얼마 전까지 그랬다면서 그럴 때에 할 수 있는 일에 대하여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떨어질 때는 갈 데까지 바닥까지 철저히 떨어져보면 된다. 거기서 다음 단계로 가는 문을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자만하며 애매하게 떨어지는 것보다는 무언가를 잡을 손조차 과감하게 놓고 바닥까지 떨어져보자. 포기하지 않는 마음만 있다면 괜찮다. 이것은 여러 가지 일에서 통한다. 우리네 삶은 이러한 추락의 반복이라고 생각한다. (179쪽_바닥까지 떨어져보기 中)


글을 읽을 때, 특히 에세이를 읽을 때, 글 속에서 저자의 모습을 발견하는 것은 또 하나의 재미다. 책을 읽으며 이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어떤 삶을 살고 있는지, 글 속에서 하나둘 발견해본다. 이 책을 읽다보면 진솔하고 담백한 글맛이 느껴진다. 그러면서도 별 것 아닌 것도 빛나게 만드는 그만의 시선이 있다. 그렇게 건져내는 글들을 주워담다보니, 누군가의 일상이 아닌, 누구나의 일상, 모두의 일상, 나만의 일상 속 생각으로 이어진다. '일상의 악센트'라는 것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다. 어쩌면 너무도 소소해서 쓸 말 조차 없는 일기 같은 느낌이 드는 것이 일상일지라도, 그 속에서 '악센트'를 발견할 수 있는 시선을 건네주는 책이다.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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