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어디에서 왔니 - 탄생 한국인 이야기
이어령 지음 / 파람북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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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이어령의『너 어디에서 왔니』이다. "너 어디에서 왔니?"라고 물으면 뭐라고 대답할 것인가! 사실 이 책을 처음 접할 때만 하더라도 '그러게 말입니다'라며 자신감 푹 떨어진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답변을 했지만, 이 책을 읽어보며 맛깔스럽게 풀어내는 한국인 이야기를 접할 수 있었다. 이 책『너 어디에서 왔니』를 읽으며 무엇을 상상하든 기대 이상인 역작 속으로 퐁당 들어가보는 시간을 가져본다.


 

 



 


이 책의 저자는 이어령. 60년 이상 평론과 소설, 희곡, 에세이, 시, 문화 비평 등 장르를 가리지 않고 다방면의 글을 써왔다. 현재, 길고 길었던 지적 여정의 대미를 장식할 '한국인 이야기' 시리즈를 집필하고 있다. (책날개 발췌)

아니, 아무 이유도 묻지 맙시다. 이야기를 듣다 잠든 아이도 깨우지 맙시다. 누구나 나이를 먹고 늙게 되면 자신이 어렸을 때 들었던 이야기를 이제는 아이들에게 들려주려고 합니다. 천년만년을 이어온 생명줄처럼 이야기줄도 그렇게 이어져왔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인생 일장춘몽이 아닙니다. 인생 일장 한 토막 이야기인 거지요. 산속에서 길을 잃고 헤매다가 선녀와 신선을 만나 돌아온 나무꾼처럼 믿든 말든 이 세상에서는 한 번도 듣도 보도 못한 옛날이야기를 남기고 가는 거지요. 이것이 지금부터 내가 들려줄 '한국인 이야기' 꼬부랑 열두 고개입니다. (12쪽)


이 책은 총 12장으로 구성된다. 1장 '태명 고개', 2장 '배내 고개', 3장 '출산 고개', 4장 '삼신 고개', 5장 '기저귀 고개', 6장 '어부바 고개', 7장 '옹알이 고개', 8장 '돌잡이 고개', 9장 '세 살 고개', 10장 '나들이 고개', 11장 '호미 고개', 12장 '이야기 고개'로 나뉜다. 태명 또 하나의 한류, 나는 한 살 때에 났다, 어머니와 미역국, 왜 귀빠진 날인가?, 삼신할미의 은가위, 스와들과 배내옷, 포대기는 한류다, 네 손으로 운명을 잡아라, 격물치지의 호미, 꼬부랑 할머니와 꼬부랑길 찾기 등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Q&A 저자와의 대화 '한국인 이야기는 어떻게 탄생되었는가'로 마무리 된다.


'아라비아에는 아라비아의 밤이 있고 아라비아의 이야기가 있습니다. 천하루 밤 동안 왕을 위해 들려주는 이야기들입니다.… 한국에는 한국의 밤이 있고 밤마다 이어지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어렸을 때 들었던 꼬부랑 할머니의 이야기입니다. (9쪽)' 이렇게 시작되는 이야기를 읽을 때만 하더라도 내가 웃어가며 이 책에 푹 빠져들지는 몰랐다. 키득키득 웃으며 읽어나가니 옆에 계신 어머니께서 무슨 책인데 그러냐고 물어보신다. 책 제목과 저자를 말씀드리니 "그 책 나도 읽게 해줘. 옛날에 이어령 강의할 때 인기 굉장히 많았어. 도강하는 사람들도 많아서 빽빽하게 강의실 가득 찼지. 이야기 정말 재미있게 하셔."라고 한 마디 보태신다. '굶는 건 참아도 궁금한 건 못 참는다(25쪽)'라는 신조로 술술 풀어내는 이야기보따리에 정신없이 몰입해보는 시간이다. 태명부터 이렇게 이야깃거리가 풍부하다니, 한국인으로서 한국인 이야기에 자연스레 몰입하며 우리 모습을 알아간다.

 


"옛날 옛적 갓날 갓적에"라는 말만 떨어지면 갑자기 세상이 달라진다. 지렁이가 용이 되고 닭이 봉황으로 바뀌는 이야기 세상 말이다. 밭일을 하던 농부가 우렁각시를 만나고 산에 간 나무꾼이 선녀와 산신령과 이야기한다. 마을은 어제의 마을이 아니다. '전설의 고향'은 장꾼들이 쉬어가던 보통 바위를 장수바위로 바꿔놓고 미역 감던 개천을 천 년 묵은 이무기가 사는 용담이 되게 한다. 그런 터무니없는 이야기들이 나이를 먹고 난 뒤에도 어린 시절에 놀던 뒷동산처럼 변하지 않는 거다. 옛날이야기는 기억의 둥지 속에서 알을 까고 나온다. 화롯불은 이야기를 낳는 불의 자궁이고 베갯모에 수놓은 십장생은 꿈의 오솔길이다. (357쪽)

이 책을 펼쳐들면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보는 느낌이 든다. 짤막짤막하게 번호붙여져서 끊어서 적어내려가서 두꺼운 분량인지도 모른 채 읽어나가게 된다. 마지막에는 Q&A 저자와의 대화'가 담겨 있다. '한국인 이야기'는 어떻게 탄생되었는가 배경지식을 알고 나니 더욱 흥미롭다. 394쪽에 보면 이 책은 일곱 차례의 수정 보완 끝에 겨우 빛을 보게 된 것이다. 그 사실을 알고 나니 더욱 소중해지는 책이다. 틈날 때 꺼내들어 조금씩 되새김질 하듯 읽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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