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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기어록 - 인간과 권력의 본질을 꿰뚫는 문장들 ㅣ 사기 (민음사)
김원중 지음 / 민음사 / 2020년 2월
평점 :
이 책은『사기』를 완역한 동양 고전의 대가 김원중 교수가 가려뽑은『사기』의 핵심 어록『사기어록』이다. 특히 사마천의『사기』는 언젠가 한 번 읽어야겠다고 생각하던 책이었다. 하지만 누구나 알지만 누구도 제대로 읽은 사람은 없는 책이 고전이라고 하지 않던가. 나에게도 고전은 마찬가지다. 읽고 싶지만 막상 고전에 손뻗기에는 시간과 노력이 많이 들어서 주저하게 된다. '언젠가' 읽어보아야겠다고 생각하는 그 '언젠가'는 좀처럼 오지 않는다. 그런데 이 중 고르고 골라서 핵심 어록으로 담았으니 이 책만은 읽어보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책 뒷표지에 있는 이 책『사기어록』에 대한 설명을 보고나면 한 권 소장해두고 두고두고 읽고 싶어질 것이다.
인간과 권력에 관한 영원한 고전『사기』는 52만 자가 넘는 방대한 분량으로 구성된 동양 역사서의 근간이요 인간학의 보고다. 사마천이 궁형의 치욕이라는 가혹한 삶의 조건 속에서 혼을 담아 써내었기에 깊은 생각의 단초들이 행간에 녹아 있으며 하나같이 명언명구로 장식된 정교한 갑옷과 같은 책이다. 이 책은 장강처럼 흐르는『사기』의 세계에서 200여 편의 명구를 뽑아, 그 명구가 나온 역사적 배경과 간취할 수 있는 통찰력을 현대적 사유 속에 담아낸다. '나'로부터 '타인'으로, '세상'으로, '시대'로 이어지는 맥락을 따라 현시대 당면과제를 놓고, 삶에 대한 통찰력을 얻을 수 있도록 구성했다. (책 뒷표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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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저자는 김원중. 현재 단국대학교 사범대학 한문교육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으며 중국인문학회, 한국중국문화학회 부회장을 맡고 있다. 동양의 고전을 우리 시대의 보편적 언어로 섬세히 복원하는 작업에 매진하여, 고전 한문의 응축미를 담아내면서도 아름다운 우리말의 결을 살려 원전의 품격을 잃지 않는 번역으로 정평 나 있다. (책날개 발췌)
이 책은 2009년에 '사마천의 생각 수첩'이란 부제를 달고 출간된『통찰력사전』을 토대로 하고 있지만, 거의 뼈대만 남기고 편집이나 해설, 해석 방식 등을 전면 개정하여 현대의 독자들이『사기』의 핵심 어록에서 삶의 지혜를 얻을 수 있도록 구성했다. (10쪽)
이 책은 총 4부로 구성된다. 1부 '나를 다스리다', 2부 '타인을 이해하다', 3부 '세상과 더불어 살다', 4부 '통치의 기술'로 나뉜다. 수신, 경청, 사고와 초탈, 명철, 겸양, 의지와 소신, 발분, 설득과 소통, 안목, 통찰, 성패와 승부, 결단과 실천, 교유, 처세와 안분, 섭리, 인재와 능력, 명예, 예법, 포용, 명분, 전략, 치도, 민심, 세태, 법치, 경제, 개혁, 위정, 덕정, 난세 등에 관한 어록을 살펴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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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페이지에는『사기』에서 건져낸 핵심 어록을 소개했고, 오른쪽 페이지에는 그에 대한 배경지식과 현대적 사유를 담았다. 핵심을 잘 추려내어 부담없이 읽을 수 있다. 지금껏 살아남은 고전인데다가 사마천의 아픔이 승화된 저서이며, 그것을 동양 고전을 섬세히 번역해낸 저자가 고르고 골라 알짜배기만을 담아낸 책이어서 더욱 몰입해서 읽어나갈 수 있다. '고전' 하면 어렵고 부담스러운 이미지가 강해서 그런지 오히려 이 책이 술술 읽히며 지식도 채워주고 지혜를 전해주니 뿌듯한 생각마저 들었다. 소장해두고 틈틈이 꺼내들어 조금씩 음미하며 꼭꼭 씹어가며 읽고 싶은 책이다. 지금 나에게 와닿는 문장 앞에서 한참을 생각에 잠긴다. 다음에는 어떤 문장에 마음을 빼앗길지 기대되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