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제프 푸셰 - 어느 정치적 인간의 초상, 전면 새번역 누구나 인간 시리즈 2
슈테판 츠바이크 지음, 정상원 옮김 / 이화북스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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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조제프 푸셰'라는 이름만으로는 그를 모르기 때문에 사실 낯설었다. 하지만 나폴레옹보다 한수 위였다는 설명을 보니 호기심을 자아내기 충분했다. 거기에 더해서 이 책의 마지막에 옮긴이의 글을 보니, 그야말로 이 책을 읽지 않을 수 없이 호기심을 자아내는 문장이 있다. 이 설명을 보면 낯선 이름이라고 생각했던 사람들 중 그에 대해 궁금하게 생각되고 이 책을 읽고 싶은 사람들이 반 이상은 생길 것이다.

세계 역사에서 프랑스 혁명만 한 정치 드라마가 또 있을까? 1789년 바스티유 습격부터 1815년 왕정복고로 혁명이 완전히 막을 내리기까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떤가! 또 화려하게 등장했던 여러 '영웅들'은 어떤 비극적 최후를 맞아야 했던가! 이 드라마의 핵심에는 로베스피에르와 나폴레옹이 있다. 그런데 이 둘을 거꾸러트린 인물이 바로 조제프 푸셰이다. 아마도 많은 독자들이 무심히 스쳐 갔을 낯선 그 이름, 푸셰. 과연 그는 누구인가? (381쪽_옮긴이의 글 中)

그는 어떤 사람이었고, 어떤 일을 했는지, 그리고 어땠길래 나폴레옹도 두려워한 삶을 살았는지 궁금한 생각이 들어서 이 책『조제프 푸셰』를 읽어보게 되었다. 특히 최고의 전기 작가 슈테판 츠바이크의 역작이라는 점에서 자연스레 손이 간 책이다.


 

 


​이 책의 저자는 슈테판 츠바이크. 1881년 오스트리아의 빈에서 태어나 베를린대학과 빈대학에서 철학과 문예학을 전공하고 철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유럽 각국의 언어와 문학에 정통했으며 신문과 잡지에 다양한 글을 기고했다. 시와 단편 소설을 발표해 명성을 쌓아 나갔고 세계 여행을 하면서 여러 나라의 작가, 유명인사들과 교류했다. 1934년 나치의 박해를 피해 영국으로 피신했다가 미국을 거쳐 브라질로 망명했다. 우울증을 겪다가 1942년 부인과 동반 자살했다. (책날개 中)


'들어가는 글'의 제목은 '우리는 왜 이 기회주의자의 삶을 알아야 하는가'다. 살아생전 막강한 권력을 행사했던 그는 모든 시대를 통틀어서 가장 주목할 만한 인물 중 하나라고 한다. 이렇게 대단한 사람을 이름 조차 알지 못하고 있었다니, 새삼스러웠다. 들어가는 글이 쓰인 시기는 1929년 가을이다. 하지만 왜 지금에서야 번역된지 들어가는 글을 읽어보면 짐작할 수 있다. '조제프 푸셰가 매우 독특하고 비중 있는 인물이지만 철저히 비도덕적 인물이기 때문에 그의 전기를 쓴다면 이 시대의 명백한 소망을 거스르게 된다는 것을 나는 알고 있다. 우리의 시대는 영웅 전기를 좋아하며 원하고 있다. (10쪽)' 이 문장을 읽으니 바로 이해가 되었다. 어쩌면 지금도, 이 사람에 대해 다룬다는 것이 경계선을 넘나들며 아슬아슬하게 접근하는 것 아닐까. 그럼에도 영향력 있는 사람이니 조심스럽게라도 접근해보고자 이 책을 계속 읽어나갔다.


이 책은 총 9장으로 구성된다. 1장 '출세 가도를 달리다 1759년~1793년', 2장 '리옹의 도살자 1793년', 3장 '로베스피에르와의 결투 1794년', 4장 '총재정부와 보나파르트 정부에서 장관직을 수행하다 1799년~1802년', 5장 '황제와 신하 1804년~1811년', 6장 '황제에게 맞서다 1810년', 7장 '의도하지 않은 간주곡 1810년~1815년', 8장 '나폴레옹과 최후의 결전을 벌이다 1815년 백일천하', 9장 '몰락 그리고 무상함 1815년~1820년'으로 나뉜다.


책은 조제프 푸셰가 태어난 것부터 시작된다. 전형적인 전기에 걸맞게 성장과정에 맞게 훑어주는데 진행 속도가 빨라서 한편의 영화를 보는 듯 쓱쓱 읽어나갔다. 혹시나 전기가 지루하다는 편견을 가지고 있다면, 이 책은 그렇지 않다는 것을 밝혀두고 싶다. 읽기 시작해보면 알게 될 것이다. 조제프 푸셰라는 인물을 알아갈수록 그가 역사에 남는 결정적인 어떤 것을 행했는지 궁금해하며 읽어나가게 될 것이다.

 


독자는 그토록 세밀하게 관찰하면서 사랑스럽게 붙드는 츠바이크의 이야기를 기꺼이 끝까지 따라가게 된다.

_헤르만 헤세

헤르만 헤세가 추천사를 썼다는 것이 인상적이어서 발췌했다. 지금껏 누군가의 전기는 훌륭한 사람의 영웅적 이야기를 담은 경건한 이야기라고 생각했다면, 이 책은 그 틀을 과감하게 깨면서 격동적으로 바라볼 수 있도록 해서 신선한 느낌이 든다. 그러면서 슈테판 츠바이크의 필력을 느끼면서, 그야말로 최고의 전기 작가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들 것이다. 몰입해서 읽어나가고 고정관념을 깨주는 느낌에 얼얼한 여운이 남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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