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랭브릿지 번역판은 글자 크기와 행간이 편안하고, 문장의 리듬이 자연스럽다.
무엇보다도 내지의 일러스트가 인상 깊다. 검은 잉크로 그려진 듯한 그림들은 베르테르의 심리를 시각화한다.
권총을 손에 쥔 청년, 사과나무 아래의 로테, 마지막 편지를 쓰는 장면까지… 그림은 사진보다 생생했고, 글의 정서를 한층 깊게 끌어올렸다.
읽다 보면 이 작품이 단순한 연애소설이 아니라 인간 존재의 본질을 묻는 철학적 기록임을 느끼게 된다.
괴테는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인간의 욕망, 고통, 구원을 탐구했다.
베르테르의 죽음은 절망이 아니라 해방이었다. 그가 세상과 타협하지 못한 이유는 감정의 진실을 끝까지 지키려 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