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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26일 아침 따글따글하던 이 생명들이 

7월 27일 아침 흔적으로만 남았다.

저들에게는 얼마나 아득한 여정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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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자의 생명사 - 38억 년 생명의 역사에서 살아남은 것은 항상 패자였다! 이나가키 히데히로 생존 전략 3부작 3
이나가키 히데히로 지음, 박유미 옮김, 장수철 감수 / 더숲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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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여 년 전 상담 치료받은 누군가 소개해, 50대 중반 사람이 찾아왔다. 기쁘든 슬프든 도대체 감정이 일어나지 않는다, 잘하든 못하든 도대체 하고 싶은 일이 없다, 이런 호소가 고갱이인 얘기를 시큰둥하게 말한다. 아버지에서 비롯된 원 가정사도 복잡한데, 성인 이후 본인이 엮어낸 가정사는 훨씬 더 풍파투성이다. 세 번 결혼했고, 세 번 이혼했으며, 그 뒤에 찾아온 여러 연애 기회마다 단기간에 파국을 맞았다. 이따금 찔끔 눈물을 보이기는 했지만, 대체로 이웃집 대추나무에 대추 열린 이야기 하듯이 한다.

 

묵묵히 듣다가 어느 순간 내가 그에게 물었다. “무슨 일에든 그렇게 설렁설렁 지나가나요?” 처음으로 놀라는 표정을 지으며 대답한 말인데 여전히 심드렁하다. “그러게나 말입니다.” 나는 부연한다. “결혼, 이혼, 그렇게 쉬운 일 아닙니다. 중차대한 인생사지요. 그런데 세 번이 한 번처럼, 아니 남 일처럼 지나갔군요.” 그 인생 어디에도 각각 다른 사건 이름이 존재하지 않는다. 우울증 원인이자 결과며, 또 그 증거다.

 

내가 곡진하게 한답시고 공부하는 동안 결코 그래서는 안 될 이름들을 잃은 몇 가지 사례가 이번 독서와 리뷰를 통해 드러났다. 초행길에서 맞닥뜨리기 마련인 예상 밖 풍경이 나는 놀랍고 고맙고 부끄러웠다. 다른 무엇보다 돋을새김 된 세 가지를 최종 요약한다.


  1. 소뇌 재발견: 대뇌 제국주의는 종착역에 도착했다.

 

제국을 해체해 평등한 연방을 만들 때가 차오르고 있다. 그 혁명 선두에 소뇌가 있다. 유물론과 유심론 모두를 주도했던 대뇌는 일극 집중 양극단에 빠져 인류와 지구생태계 모두를 절망으로 몰아넣었다. 마음은 뇌가 아니며, 몸은 신체가 아니라는 진실을 대뇌보다 정확하고 민첩하고 섬밀하게 알고 실천하는 소뇌가 연방, 그러니까 평등 네트워킹 혁명을 개척하고 더불어 향수하게 한 다음 표표히 회향하리라. 만방 생명이여, 기립하라.

 

  2. 패자 재발견: 공동체 형성은 약자 생존전략이다.

 

네트워킹은 원리 문제가 아니다. 생사 가를 전장에 출몰하는 피땀 어린 수리 문제다. 약자이기에 패하고, 패하기에 살아남으려 무리 짓는다. 군집 생명은 낱 생명이 온 생명을 이루기 위해 한 생명으로 움직인다. 한 생명으로 움직이려면 패자 정체성이 필수다. 인간이 유구하게 집착해온 승자 정체성이 결과한 이제 여기를 보라. 승자 필멸 운명이 거대한 아가리를 벌리고 기다리고 있지 않은가. 인류는 오늘 져야만 살아남는 마지막 전선에 섰다.

 

  3. 나무 재발견: 인간 직립보행은 나무 본성에서 왔다.

 

사실 그동안 나는 나무에 누구보다도 진심이었다. 나무가 인간 생명의 근원이라는 인식에까지 도달했음에도 기이하게 직립보행이 그 본성에서 직접 발원했다고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패자의 생명사니치 대목 가운데 손 이야기를 듣는 순간 번쩍하는 느낌이 들이닥치고 얼마 지나지 않아 꽝 하는 한 문장이 터져 나왔다: 인간 직립보행은 나무 본성에서 왔다. 앞 두 이야기면 몰라도 대부분 이 말은 수긍하지 못하리라. 나는 시방 혼돈을 계획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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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기의 세계 - 뇌과학자가 전하는 가장 단순한 운동의 경이로움
셰인 오마라 지음, 구희성 옮김 / 미래의창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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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립보행은 곧추서서 옮겨가는 일이다. 곧추서기와 옮겨가기 가운데 무엇이 핵심일까? 곧추서기다. 다른 모든 동물도 옮겨가지만 내내 곧추서서 하지는 못하기 때문이다. 곧추서기는 인간 조상이 수관을 니치niche로 삼은 데서 출발한다. 인간이 곧추서는 일에서 나무는 단순한 조건이나 수단이 아니다. 나무야말로 곧추서기 DNA 발원지 아닌가. 더군다나 심지어 나무는 옮겨가기까지 한다. 인간 직립보행은 나무 본성에서 왔다고 차마 말하지 않을 수 없다.

 

걷기는 우리 유구한 진화사적 과거에서 시작되었지만, 우리 미래이기도 하다.”(241)


저자가 여기에서도 끝내 걷기를 도구 차원으로 이해한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나는 그 생각에 반대하기보다 관통하기로 한다. 걷기는 인간 목적이며 목표로서 미래다. 그 미래는 무리 짓기, 그러니까 공동체 네트워킹이다. 공동체 네트워킹은 식물 방식이다. 식물 방식은 패자 윤리학이다. 패자 윤리학은 평범하고 평등한 생명이 상호소통함으로써 공존공영하는 화쟁 존재론을 구현한다. 화쟁 존재는 혹시 우주가 소멸한다면 그 뒤에도 잔향으로 남아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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