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은 위대한 화학자 - 잃어버린 식물의 언어 속에 숨어 있는 생태적 의미
스티븐 해로드 뷔흐너 지음, 박윤정 옮김 / 양문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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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델의 불완전성 정리와 하이젠베르크의 불확정성 원리 속에 내포된 의미를 과학계는 일반적으로 무시한다. 수학과 같은 과학 시스템이 증명할 수 없고 때로는 상세하게 설명할 수도 없는 가정들에 근거하고 있다는 점, 관찰자의 가정에 따라 관찰 내용이 달라진다는 점, 그러므로 특히 그 시스템의 한계를 인정하고 그 기초를 이루는 가정들을 상세하게 설명하려면 그 시스템의 바깥 또는 전혀 다른 시스템 속에 서보아야 한다는 점을 무시한다. 서구문화에는 과학의 한계를 인정하고, 과학의 기초가 되는 가정들을 상세하게 설명할 수 있도록 해주는 합법적 시스템이 존재하지 않는다. 과학(과학자들과 서구문명, 공교육 기관의 교과과정 등)이 우주의 작용을 정확하게 바라보는 유일한 시스템이라 고집하기 때문이다.(53~54)

 

문명 인간은 언어로 존재한다. 언어가 문명의 사유와 행동, 그러니까 경험을 결정짓는다.”(51) 과학도 언어 안에 있다. 과학의 기본 토대인 수학도 언어 안에 있다. 수학을 가장 중립적이며 객관적이라고 생각하는 근거는 수의 인과적·기계적 엄격성이다. 그 엄격성은 가정에 기반을 둔 체계에서만 통하는 진리다. 체계내적 진리는 세계 전체 진리의 작은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과학이 우주의 작용을 정확하게 바라보는 유일한 시스템이라 고집하는 것은 환원주의다. 과학이 환원주의에 빠질 수밖에 없는 것은 언어 자체가 은유며 환유라는 진실에 무지하기 때문이다. 은유도 환유도 수사rhetoric. 수사를 받들고 엄숙 떠는 과학주의는 스스로 어른이라고 착각하는 어린아이다. 어른아이가 참주로 군림하는 언어의 제국이 인간세상은 물론 지구 생태계 전체를 식민지 삼아 살해와 수탈을 자행하고 있다. 살해와 수탈을 막으려면 제국의 유일 공용어를 일개 방언으로 강등해야 한다. 다양한 언어의 네트워킹을 복원해 공용어 시스템을 넘어서야 한다. 나아가 인간 언어 자체를 넘어서야 한다. 언어를 넘어서면 문명을 넘어선다. 문명을 넘어서야 낭·풀의 진리에 가 닿을 수 있다. ·풀의 진리에 가 닿지 못하면 인류는 대멸종의 벼랑 끝으로 내몰린다. 대멸종 위기 앞에 선 인간은 낭·풀의 진리에 부합하는 종말론적 정치윤리학을 정립해야 한다. 이 정치윤리학은 북미 원주민이 이로쿼이정신으로 구현한 바다. 미국이 껍데기만 흉내 냄으로써 오늘날 세계가 요 모양이다. 이로쿼이정신은 낭·풀의 진리를 따른 것이다: modularity. networking. collective intellige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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