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녀석들! 이걸 풀달력‘이라고 하는 거야."
"풀달력이요?"
"그래! 이 세상 만물 중에서 식물만큼 날씨의 변화에 정직한 게 없단다. 그래서 우리 주변에서 자라는 풀이 언제나고, 언제 열매를 맺으며, 또한 언제 지는지를 잘 보고 있으면 씨앗을 뿌리고, 열매를 거두어들이는 때를 알 수 있는 거야."
"우아! 정말이에요?"
"그럼! 그러니까, 이걸 외어야 나중에 농사를 잘 짓는단다! 알았지?"

씀바귀 뿌리가 살 오르고
큰 냉이가 싹 트면 봄보리가 대마를 심어요!
창포 싹이 나면 삽을 메고 밭갈이를 나서요!
개나리가 노랗게 피어나면 모판에 볍씨를 뿌리지요.
조팝나무세 향기가 나면 조나 수수의 씨를 뿌려요!
토란이 싹 트면 보리타작 소리가 높다!
...... . - P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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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걸 어떻게 기억해?"
"뭘?"
"내가 닭 못 먹게 된 거 말이야."
"기억나니까 기억하는 거지 뭐. 그때 나는 여덟 살이었어."
누나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누나의 모는 말은 음계로 따지자면 ‘도‘다. 다른 여자들이 ‘미‘와 ‘솔‘을 오가며 이야기를 하는 것과 달리, 누나의 목소리 톤은 늘 ‘도‘를 유지한다.
누나는 잘 테니까 텔레비전 볼륨을 줄이라는 말을 남기고 방으로 들어갔다.
내가 기억하지 못하는 걸 누나는 기억하고 있다. 누나가 기억하지 못하는 걸 내가 기억하고 있을지도 모르고, 또 어쩌면 우리는같은 것을 서로 다르게 기억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어렸을 때는누나와 함께한 시간들이 정말 많았다. 언제부터였을까? 누나와 내가 멀어지기 시작한 것이? 누나가 중학생이 되면서부터? 아니면내가 중학생이 되면서부터? 그것 역시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 P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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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일 제3제국은 몰락하고 있었다.
우리는 석탄을 먹었다. 
나무껍질을 먹는 일은 더 잦았다. 
주린 배를채울 수 있는 것이라면,
먹는다는 환상을 줄 수 있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먹었다.
- P160

의자이지만, 홀로코스트에서 살아남았다고 해서 반독일주의자가 되고 있다. 1943년 게슈타포의 앞잡이인 한 폴란드인이 우크라이나 저항운동에 협력했다고 나를 나치에 고발했던 것이다. 그는 나를 끔찍한 파탄의 길로 몰아넣어 나치 지옥의 낱낱을 경험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1945년 에벤제에 있는 화장터의 화구 앞에서 나를 구해준 사람도 폴란드인이었다. 그때 그 사람은 며칠 전 내 친한 친구들의 시신을 집어삼킨 화장터의 불길로부터 나를 구해주었다. 그 시절을 돌아보자면, 한 폴란드인은 악한이었고, 또 다른 한 폴란드인은 구원자였다. 나는 모든 폴란드인이 적이라고도, 친구라고도 생각지 않는다.
좋은 사람도 있고 나쁜 사람도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저 살아남고자 몸부림쳤을 뿐이다.
가 나는 특정 국민 전체를 나치의 협력자로, 특정 민족을 희생자로 재단하는 홀로코스트 이야기를 거부한다. 과거에도 현재도 반나치주의어야 한다고는 생각지 않는다. - P139

손데르코만도는 수감자들의 금니나 기타 값나가는 것들을 추려내고 시체를 이송하는 일을 맡은 유대인들을 말하는데, 그들은 전쟁에서 살아남았다. 전쟁이 끝난 후 그들은 어디로 갔을까. 그들 중 누군가가 자기들이 저지른 범죄로 처벌을 받았다는 말을 들은 적이 없다.
- P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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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의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정치학에서 미다스왕의 이야기를 인용해, 주화는 처음에 단순히 물물교환을편하게 하기 위한 수단에 불과했지만, 돈 버는 기술이 더해지면서 주화를 모으는 일 자체가 목적이 되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재산을 획득하는 방법을 ‘가정살림술‘과 ‘상업술로 구분해, 분수에 넘치는 부를 갈망하는 상업술을 부정적으로 보았다.
그리스에서는 주화를 ‘노미스마nomisma‘ 라고 불렀는데,
노미스마는 법을 의미하는 ‘노모스noness‘와 같은 뿌리에서나온 말로, 인위적(노모스)으로 만들어진 것이란 의미를 내포한다. 교환과 유통을 원활하게 하려는 목적에서 생겨난 주화가 공정함, 이라는 옷을 걸친 도구였던 까닭이다. - P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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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기에 빠진 세계사 - 전염병, 위생, 화장실, 목욕탕에 담긴 세계사와 문화 이야기 자음과모음 청소년인문 13
이영숙 지음 / 자음과모음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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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에 따라 씻는 모습은 변화해 왔다. 고대에는 아무 문제가 없던 씻는 일이 중세에 들어서는 기독교식 금욕주의 및 페스트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드물어졌다. 그러다 18세기 중후반에 접어들면서 유럽 안에서 다시 목욕이 유행했고, 18세기 말경에는 영국과 프랑스를 불문하고 부유층이 해변을 방문해 바닷물에 뛰어들거나 영국의 로얄 턴브리지 웰스 같은 곳을 찾아가 광천수를 마시는 일이 유행했다. 물은 곧 신비의 명약이 되었는데놀랍게도 이전과 달리 냉수뿐만 아니라 온수도 인기를 끌었다.
프랑스의 나폴레옹은 온수를 채운 개인 욕조에 누워 유럽 정복을 계획했다고 한다.
- P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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