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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이 온다 -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한강 지음 / 창비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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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6년이 지났지만, 국가폭력(518광주항쟁)에 의한 피해자들의 그 당시의 현실은 물론이고, 지금까지 이어지는 처참한 현실을 묘사한 책이다. 여전히 폭력의 상흔은 많은 사람들을 포로나 노예로 잡고 놓아주지 않고 있다. 살아남은 피해자들 중에는 죽음으로써 해방을 맞이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있을 만큼 강력하다.

 

   또한, 반성하지 않는 가해자들의 잔인성도 나온다. 한나 아렌트가 악의 평범성을 이야기한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을 떠올리게 한다. 지금도 광주항쟁을 왜곡하는 무리들이다. ’임을 위한 행진곡제창을 불허하는 이유도 자신들이 약간 (국가 폭력의) 가해자라는 생각을 하기 때문에 불편한 것이다라고 유시민은 말한다. 놀라우리만치 세밀하고 사실적인 묘사로 읽기만 하는 나조차도 절망, 분노, 슬픔, 수치가 느껴진다. 읽는 동안이나 읽은 후 한동안 비위가 약한 사람은 밥을 못 먹을 수도 있을지도 모론다. 가해자들이 느껴야 할 감정들도 가해자들은 거의 느끼지 못한다. 오히려 피해자들이 느낀다. 한 연구자가 논문을 쓰기 위해 하는 심리부검을 도와달라는 것도 십 몇 년이 지났지만, 그 당시의 일을 떠올려야하기에 힘들어 한다. 잡혀간 사람들이 밥 때문에 나중에는 싸우는 것을 통해 피해자들도 원초적인 본능이나 욕구 앞에서는 무너지는 모습도 묘사한다.

 

   어제는 5.18 광주항쟁이 있었던 날이다. 그제는 한 강 작가가 맨부커상을 수상한 날이다. 소년이 온다와 채식주의자는 한 세트의 책이다. 인간에 폭력성에 대한 탐구를 하니까. 광주항쟁을 듣기만 한 어린 딸(작가 한 강)의 마음에 아로새겨진 그 상흔이 이 이야기를 쓰지 않을 수 없게 만든 원동력이다. 채식주의자가 개인(가족)의 폭력이나 학대에 대한 묘사와 저항이다. 소년이 온다는 국가폭력의 잔인성과 피해자들의 처참함을 말한다.

 

   이런 처참함을 잊지 말아야 다시 이런 폭력들이 되풀이 되지 않을 것이다. 작가는 수상 소감으로 깊이 잠든 한국에 감사드린다.” 했다고 한다. 상을 받은 것이 새벽이라서이기도 하지만, 손석희 앵커는 찬란한 녹색의 봄 5월을 늘 또 다른 색깔로 떠올려야만 하는 우리의 슬픈 습관에서 연유했을지 모른다고 해석했다. 피해자에게는 아프지만, 기억하고 가해자에게 계속 그 폭력을 떠올리게 해야 한다. 그래야 다시는 폭력을 하려는 생각을 멈추게 하지 않을까? 혹시 내가 아이들에게나 다른 사람에게 무심코 행하는 폭력이 있는 것은 아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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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블 소설Y
조은오 지음 / 창비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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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표지에 알을 깬다는 말이 있어 처음에는 데미안이 생각났다. 데미안을 삼분의 일 쯤 읽다가 만 기억이 있어 다 읽을 수 있을지 처음에 조금 염려가 되었다. 290여쪽 가까운 얇지 않은 책임에도 5~6시간만에 마지막 페이지를 읽을 정도로 책을 손에서 뗄 수 없었다.

 

장문이나 복문보다 단문을 많이 사용해서 빠르게 읽어나갈 수 있었던 것이 아닐까? 읽어갈수록 더 많은 궁금함과 질문이 생기고 추리소설처럼 추리하게 만드는 매력이 있는 책이라서가 아닐까? 등장인물들 각각에게 보여지는 상황이나 문제에 내게도 해당되는 부분들이 있기에 많이 공감하기 때문이 아닐까?

 

이런 필력을 가진 작가가 누구인지 짐작이 되지 않는다. 가제본 책에 블라인드 서평단이라 작가의 이름도 쓰여 있지 않다(이 글을 등록하기 위해 온라인 서점에 접속했을 때 작가의 이름을 드디어 보았다. 낯선 이름이다). 혹시 심리학이나 상담을 전공한 분은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시공간이 다름에도 불구하고 등장인물들이 겪는 상황이나 상태가 현재 내가 다른 사람들과 겪는 어려움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어떻게 대화를 하고, 어떻게 갈등이나 문제를 풀 수 있을지 아직도 나에게는 어려운 문제이다. 이 문제를 풀 수 있는 실마리를 자연스럽게 이야기에 녹아들어 체험해 볼 수 있었다.

 

내게는 알(버블)을 깨보려는 용기를 조금은 낼 수 있도록 도와주는 책이다. 스포일러성 후기가 되지 않아야 한다는 것 때문에 하고 싶고 쓰고 싶은 말과 글이 많은데, 할 수가 없어 답답하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버블 #소설Y #창비 #블라인드서평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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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학교가 집이 되었다 - 제4회 창비×카카오페이지 영어덜트 소설상 우수상 수상작
김윤 지음 / 창비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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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등교를 하는 준영이의 삶은 참 불쌍하다고 느껴져야 하는데 그렇지 않았다. 아마 김윤 작가의 건조한 문체가 그렇게 만든 것 같다. 준영이는 학교에 살게 되었지만, 자기만의 규칙을 만들어 그 선을 넘지 않았다. 신지혜의 제안을 받고 학교 안에서 활동하기 전까지는 그랬다.

 

하우스가 아닌 집이라는 돌아갈 곳을 찾는 아이들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뛰쳐 나가다 보면 비로소 자신에게 돌아가게 되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가정의 경제적인 상황, 부모님과의 관계 속에서 힘들어하며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며 성장하는 이야기이다.

 

그동안 보아 온 청소년 성장소설과 다른 점이라면 학교라는 공간과 학생이라는 신분에 초점을 맞추어 학교가 학생들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 학교가 하우스가 된 낯선 환경을 배경으로 그 어렵고 힘든 현실을 버티며 성장하는 이야기라는 점이다.

 

그 점이 낯설어서인지 이야기의 소재는 신선했고, 신파극으로 흐르지 않는 작가의 서술로 객관적으로 준영이를 중심으로 한 여러 아이들(신지혜, 두홍, 소미, 도빈 등)의 다양한 현실과 삶의 고단함을 조금이나마 공감할 수 있었다. 두홍이가 더 이상 준영이가 선을 넘지 않도록 붙잡아 주려한 이야기, 준영이가 소미를 필사적으로 찾는 이야기, 나중에 신지혜가 자신만의 이익을 위한 어떤 목적이나 의도 없이 준영이를 돕는 이야기를 통해 십 대 시절의 친구란 어떠해야 하는지도 꼰대의 훈계나 설교가 아닌 같은 10대의 눈높이에서 말하려는 것 같다.

 

한편으로는 이런 담담한 전개로 인해 재미와 흥미면에서는 약점이 되어 단숨에 읽게 되지는 않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끝까지 읽는 게 저에게는 버티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제 마음도 한 자락 자라지 않았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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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소녀들의 숲
허주은 지음, 유혜인 옮김 / 창비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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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은 각자 회피하고 싶거나 되로록이면 마주치지 않았으면 하는 진실과 같은 그 무엇인가가 있을 것이다. 진실을 마주하면 어떤 일이나 마음이 생길까? 진실을 마주하기 위해 해야 할 또는 준비되어야 할 것은 무엇일까? 이런 물음들에 대하여 해답을 말해주는 이야기가 사라진 소녀들의 숲이 아닐까?

 

    조선 초기라는 시간적, 제주도라는 공간적 배경 속에서 공녀라는 글감을 사용하여 사라진 소녀들과 민제우 종사관을 찾는 민환과 민매월 자매의 이야기를 추리소설의 기법을 사용하여 쓰여진 이야기이다.

    약 430여 페이지에 긴 이야기를 통하여 진실을 마주하는 사람들의 두려움과 놀람, 당황스러움, 용기 등을 이야기하고 있다. ‘지친 정신이 청회색 숲과 흐릿한 기억 사이를 들락날락하며 바느질을 하자, 어릴 적 내 단짝이었던 매월과 지금 내 등에 업힌 매월이 하나로 이어졌다.’ 등과 같은 이야기 곳곳에 비유적인 표현들이 신선하여 이야기와 인물들이 충분히 공감이 된다.

    ‘곧 진실이 밝혀질 것이라는 예감이 들어. 내 아버지가 하신 말씀이 있거든. 아무리 깊이 묻혀 있어도 진실은 반드시 떠오른다고 진실은 꺾이지 않으니까. 몇 년, 몇십 년이 지나도 포기하지 않고 빛을 찾아 올라오는 게 진실이야.’라는 환이의 말을 통해 진실의 특징도 잘 묘사하고 있다.

인물들의 캐릭터도 입체적이다. 절대적인 악인도 절대적인 선인도 없다. 선인이라 여겼지만 실수나 잘못을 저지르는 인간도 있고, 악인이라고 등장한 인물도 그렇지 않은 면을 보여주는 이야기이다. 아버지가 자식을 위한 일이라고 하였지만, 자식 입장에서는 오히려 반대인 경우도 말한다.

    인간사의 부조리한 면도 제주도를 다스리는 지방관리인 홍목사를 통해 말한다. 소위 정의를 위해 일해도 어떤 사람에게는 피해나 손해가 가고, 부패한 사람들은 더 떵떵거리고 잘 사는 삶의 현실이다. 홍목사가 그랬던 것처럼, 사람들이 낙담하고 냉소적이며 부정적인 시선으로 인간과 사회를 바라보는 까닭이 아닐까?

    이렇기에 진실을 맞닥뜨리는 것이 사람들은 두려운 것이다. 한 예로 민환이도 보지 못했던 아버지의 모습을 동생 매월이나 아버지나 사라진 소녀들을 찾기 위한 수사를 하다가 발견하고는 아파한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추리소설다운 긴장감이나 긴박감이 그렇게 크지 않았다는 점이다. 320여쪽까지는 다른 추리소설과 달리 읽다가 중지해도 다음에 전개되는 내용이 궁금해서 빨리 읽고 싶은 생각이 잘 들지 않았다.

 

    진실을 마주한다는 것은 용기가 필요하다. 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고, 언제나 내가 생각한 것처럼 되지 않기 때문이다. 오히려 진실을 마주한 사람에게 깊은 상처를 주기도 하기 때문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사랑도 준비되어야 한다. 아버지와 동생에 대한 사랑, 언니에 대한 가족애가 아니었다면 진실이 드러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죄인 백정의 딸 가희가 옳은 일을 하기 위해 죽을 만큼 무서움을 이겨낼 수 있었던 것도 민제우 종사관이 사람을 수사를 위한 수단이 아닌 마음을 주고 대하고 들어준 사랑 때문이 아닐까?

    협력 또는 연대도 있어야 한다. 환이 혼자서는 해결 못 했을 수사를 매월이와 힘을 합하여 해결했고, 가희와 의녀, 유선비 등도 많은 도움을 준 것 등을 보면 알 수 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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튜브
손원평 지음 / 창비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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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택배로 온 책이 마치 약봉지처럼 된 봉투에 들어있는 이유가 궁금했다. 처음 50여 페이지 정도까지 읽었을 때는 김성곤 안드레아의 삶의 분투기, 성장기처럼만 보였다. 실패한 삶을 사는 이유도 성찰도 없이 유행에 따라가고 목적도 없고, 있다해도 외적이거나 눈에 보이는 목표, 군인이었던 아버지의 영향으로 주어진 틀에 갇혀 있고, 주체적이거나 주도적이 아닌 피동적이거나 수동적인 삶을 살기에 경제적으로도 인간 관계(특히 가족 관계)에서도 한강에 가는 삶을 사는 것은 아닐까 생각했다. 마치 소설로 쓴 자기계발서처럼 보였다. 저의 영어공부가 제자리인 이유도 김성곤처럼 하기 때문이 아닐까라고 여겨졌다.

 

4시간여만에 마지막 페이지까지 읽고 곧장 떠오르는 말은 이 책은 어른을 위한 철학동화라는 것이다. 학원의 버스기사로 위장(?)한 박실영이라는 현인(또는 거리의 철학자)에게 진짜 성공한 삶이 무엇인지 배우는 이야기이다. 이 책에도 박실영을 통해 인용된 실존주의 철학자 야스퍼스의 말처럼 인간은 세상에 던져진 존재(직접 철학자의 이름이 나오지는 않는다)이기에 하나라도 제대로 느끼는 삶을 산다면 그 인생은 세상에서 말하는 성공은 못 할지 모르지만, 그 자신에 삶에서는 아름다움이 남게 된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는 이야기이다.

 

김성곤이 박실영에게서 잃어버리거나 잊고 있었던 삶의 감각을 다시 일깨우는 법을 배우듯 저또한 마치 메타버스나 가상현실에 들어간 것처럼 박실영과 함께 저의 감각을 깨우려고 시도한 시간이기도 했다. 김성곤의 딸인 아영이의 아기 시절의 아영이의 감각 또는 감정 이야기를 보며 제 아들 아기 때 아주 작은 것 하나에도 까르르 웃던 모습도 떠올랐다.

 

물론, 박실영이 말한 것처럼 인간은 본능적으로 원래대로 회귀하려고 하기에 느끼고 아름다움을 남기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김성곤도 박실영과의 만남에서 힌트를 얻고 교통사고 현장에서의 영웅적인 활약으로 성공(?)적으로 출시한 지푸라기 프로젝트로 바빠지고 능력을 초과하자 다시 한강으로 발걸음을 옮기기 때문이다.

 

그래서, 자신의 삶을 잘 느끼고 아름다움을 남기기 위해서는 응원자인 튜브들이 필요한 것이다. 혼자 분투하는 것은 힘들고 어렵기 때문이다. 김시안이 하루에 세 발자국을 옮길 수 있었던 것도 역시 응원자인 튜브들이 있어서였다. 잘 변하지 않는 인간이 한 발자국이라도 변화할 수 있는 원동력인 것이다.

 

물론 또 실패(?)할 수 있지만, 넘어진 그 자리에서 다시 일어날 수 있는 것도 다시 한 번 응원을 받고 또 다시 느끼는 감각을 되살리면 된다. 박실영이 김성곤에게 잘 살았다, 잘 산 인생이다라고 격려하며 다시 삶과 악수를 시켜주지 않는가? 그러자 성곤은 다시 진석이와 함께 다시 시작하지 않는가?

 

개인적으로 아쉬운 부분도 있다. 에필로그다. 그 부분이 없이 열린 결말이었으면 더 좋았을 것 같다. 에필로그가 있음으로 해서 등장인물들이 아름다움을 남기는 것을 보게 된 것은 좋았지만, 느끼는 것은 제한시켜주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이 책이 전체적으로 수미쌍관법적인 구성인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마무리를 저도 그렇게 하려고 합니다. 이 약봉지에 든 처방약은 성경 히브리서 11장처럼 제 삶을 응원해주는 튜브들을 잘 느끼게 해주고 그들이 남긴 아름다움을 보며 다시 저를 일으키게 진통제요, 영양제이다.

 

#베스트셀러 #아몬드 #손원평 #튜브 #인생 #동기부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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