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학교가 집이 되었다 - 제4회 창비×카카오페이지 영어덜트 소설상 우수상 수상작
김윤 지음 / 창비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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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등교를 하는 준영이의 삶은 참 불쌍하다고 느껴져야 하는데 그렇지 않았다. 아마 김윤 작가의 건조한 문체가 그렇게 만든 것 같다. 준영이는 학교에 살게 되었지만, 자기만의 규칙을 만들어 그 선을 넘지 않았다. 신지혜의 제안을 받고 학교 안에서 활동하기 전까지는 그랬다.

 

하우스가 아닌 집이라는 돌아갈 곳을 찾는 아이들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뛰쳐 나가다 보면 비로소 자신에게 돌아가게 되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가정의 경제적인 상황, 부모님과의 관계 속에서 힘들어하며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며 성장하는 이야기이다.

 

그동안 보아 온 청소년 성장소설과 다른 점이라면 학교라는 공간과 학생이라는 신분에 초점을 맞추어 학교가 학생들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 학교가 하우스가 된 낯선 환경을 배경으로 그 어렵고 힘든 현실을 버티며 성장하는 이야기라는 점이다.

 

그 점이 낯설어서인지 이야기의 소재는 신선했고, 신파극으로 흐르지 않는 작가의 서술로 객관적으로 준영이를 중심으로 한 여러 아이들(신지혜, 두홍, 소미, 도빈 등)의 다양한 현실과 삶의 고단함을 조금이나마 공감할 수 있었다. 두홍이가 더 이상 준영이가 선을 넘지 않도록 붙잡아 주려한 이야기, 준영이가 소미를 필사적으로 찾는 이야기, 나중에 신지혜가 자신만의 이익을 위한 어떤 목적이나 의도 없이 준영이를 돕는 이야기를 통해 십 대 시절의 친구란 어떠해야 하는지도 꼰대의 훈계나 설교가 아닌 같은 10대의 눈높이에서 말하려는 것 같다.

 

한편으로는 이런 담담한 전개로 인해 재미와 흥미면에서는 약점이 되어 단숨에 읽게 되지는 않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끝까지 읽는 게 저에게는 버티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제 마음도 한 자락 자라지 않았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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