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이 온다
한강 지음 / 창비 / 2014년 5월
평점 :
품절


   36년이 지났지만, 국가폭력(518광주항쟁)에 의한 피해자들의 그 당시의 현실은 물론이고, 지금까지 이어지는 처참한 현실을 묘사한 책이다. 여전히 폭력의 상흔은 많은 사람들을 포로나 노예로 잡고 놓아주지 않고 있다. 살아남은 피해자들 중에는 죽음으로써 해방을 맞이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있을 만큼 강력하다.

 

   또한, 반성하지 않는 가해자들의 잔인성도 나온다. 한나 아렌트가 악의 평범성을 이야기한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을 떠올리게 한다. 지금도 광주항쟁을 왜곡하는 무리들이다. ’임을 위한 행진곡제창을 불허하는 이유도 자신들이 약간 (국가 폭력의) 가해자라는 생각을 하기 때문에 불편한 것이다라고 유시민은 말한다. 놀라우리만치 세밀하고 사실적인 묘사로 읽기만 하는 나조차도 절망, 분노, 슬픔, 수치가 느껴진다. 읽는 동안이나 읽은 후 한동안 비위가 약한 사람은 밥을 못 먹을 수도 있을지도 모론다. 가해자들이 느껴야 할 감정들도 가해자들은 거의 느끼지 못한다. 오히려 피해자들이 느낀다. 한 연구자가 논문을 쓰기 위해 하는 심리부검을 도와달라는 것도 십 몇 년이 지났지만, 그 당시의 일을 떠올려야하기에 힘들어 한다. 잡혀간 사람들이 밥 때문에 나중에는 싸우는 것을 통해 피해자들도 원초적인 본능이나 욕구 앞에서는 무너지는 모습도 묘사한다.

 

   어제는 5.18 광주항쟁이 있었던 날이다. 그제는 한 강 작가가 맨부커상을 수상한 날이다. 소년이 온다와 채식주의자는 한 세트의 책이다. 인간에 폭력성에 대한 탐구를 하니까. 광주항쟁을 듣기만 한 어린 딸(작가 한 강)의 마음에 아로새겨진 그 상흔이 이 이야기를 쓰지 않을 수 없게 만든 원동력이다. 채식주의자가 개인(가족)의 폭력이나 학대에 대한 묘사와 저항이다. 소년이 온다는 국가폭력의 잔인성과 피해자들의 처참함을 말한다.

 

   이런 처참함을 잊지 말아야 다시 이런 폭력들이 되풀이 되지 않을 것이다. 작가는 수상 소감으로 깊이 잠든 한국에 감사드린다.” 했다고 한다. 상을 받은 것이 새벽이라서이기도 하지만, 손석희 앵커는 찬란한 녹색의 봄 5월을 늘 또 다른 색깔로 떠올려야만 하는 우리의 슬픈 습관에서 연유했을지 모른다고 해석했다. 피해자에게는 아프지만, 기억하고 가해자에게 계속 그 폭력을 떠올리게 해야 한다. 그래야 다시는 폭력을 하려는 생각을 멈추게 하지 않을까? 혹시 내가 아이들에게나 다른 사람에게 무심코 행하는 폭력이 있는 것은 아닌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홀짝홀짝 호로록 - 제1회 창비그림책상 대상 수상작
손소영 지음 / 창비 / 2024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그림책이고 표지와 제목을 보았을 때 길지 않으면서도 재미있을 것 같아 서평단을 신청했었다. 창비 그림책상 대상을 받았다는 것도 기대를 높이는 데 일조했다. 기대한 것 같이 흉내내는 말을 실감나게 그림과 글자의 크기, 모양, 색깔 등으로 잘 묘사했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동물들인 고양이, 강아지, 오리 등을 등장인물로 한 것도 잘 한 선택 같아 보인다.

 

아쉬운 점은 초등학교 2학년 아이들만 해도 재미있게 보기 힘든 그림책 같다.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들이 좋아하는 방귀나 똥 이야기가 있는데도 다른 책들과 달리 웃음을 터뜨리는 아이들이 없었다. 교사가 읽어 주었을 때 집중하는 아이들이 반도 되지 않았다. 읽어 준 후 아무리 대상을 높게 잡아도 초등학교 1학년 아이들까지 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혹시 우리 학급만의 특수한 결과가 아닐까 해서 온라인 서점에 들어가서 대상을 보니 유아(4~6)가 주 대상인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유치원이나 어린이집 아이들이었다면 몇 번을 더 읽어달라고 했을 것 같다. 유치원이나 어린이집 교사들을 대상으로 서평단을 모집하지 않은 이유가 궁금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어쩌다 학교가 집이 되었다 - 제4회 창비×카카오페이지 영어덜트 소설상 우수상 수상작
김윤 지음 / 창비 / 2023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두 번째 등교를 하는 준영이의 삶은 참 불쌍하다고 느껴져야 하는데 그렇지 않았다. 아마 김윤 작가의 건조한 문체가 그렇게 만든 것 같다. 준영이는 학교에 살게 되었지만, 자기만의 규칙을 만들어 그 선을 넘지 않았다. 신지혜의 제안을 받고 학교 안에서 활동하기 전까지는 그랬다.

 

하우스가 아닌 집이라는 돌아갈 곳을 찾는 아이들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뛰쳐 나가다 보면 비로소 자신에게 돌아가게 되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가정의 경제적인 상황, 부모님과의 관계 속에서 힘들어하며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며 성장하는 이야기이다.

 

그동안 보아 온 청소년 성장소설과 다른 점이라면 학교라는 공간과 학생이라는 신분에 초점을 맞추어 학교가 학생들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 학교가 하우스가 된 낯선 환경을 배경으로 그 어렵고 힘든 현실을 버티며 성장하는 이야기라는 점이다.

 

그 점이 낯설어서인지 이야기의 소재는 신선했고, 신파극으로 흐르지 않는 작가의 서술로 객관적으로 준영이를 중심으로 한 여러 아이들(신지혜, 두홍, 소미, 도빈 등)의 다양한 현실과 삶의 고단함을 조금이나마 공감할 수 있었다. 두홍이가 더 이상 준영이가 선을 넘지 않도록 붙잡아 주려한 이야기, 준영이가 소미를 필사적으로 찾는 이야기, 나중에 신지혜가 자신만의 이익을 위한 어떤 목적이나 의도 없이 준영이를 돕는 이야기를 통해 십 대 시절의 친구란 어떠해야 하는지도 꼰대의 훈계나 설교가 아닌 같은 10대의 눈높이에서 말하려는 것 같다.

 

한편으로는 이런 담담한 전개로 인해 재미와 흥미면에서는 약점이 되어 단숨에 읽게 되지는 않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끝까지 읽는 게 저에게는 버티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제 마음도 한 자락 자라지 않았을까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채용 대전환, 학벌 없는 시대가 온다 - 7인의 전문가가 들려주는 채용과 교육에 관한 놀라운 이야기
손주은 외 지음, 교육의봄 기획 / 우리학교 / 2022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네카라쿠배당토라는 말이회자되는 것을 아는가? ’서연고서성한이중경외시라는 대학 서열보다 요즈음 젊은이들에게 더 회자되는 말이라고 한다. 상대평가와 경쟁, 주입된 지식으로 대표되는 학벌이 퇴조하고 있다는 징조일 것이다.

 

이 책은 왜 이런 현상이 일어나고 있으며, 점점 많아지는지를 사교육전문가, IT업계 전문가, 사회적기업 대표, 시민단체 대표 등 각계 전문가 7인의 강연과 질의응답을 엮은 책이다. 강의였기에 이해가 쉽고, 구체적인 데이터를 들어 말하고 있어 근거가 충분할 뿐만 아니라, 강연자나 강연자와 관련된 사람들, 또한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story)가 있어 강연자의 주장이나 논거의 설득력이 배가가 되고 있다. 이런 점들로 마치 재미있는 소설처럼 단숨에 읽게 된다.

일하는 분야도 다르고, 삶의 경험도 다른 일곱 분의 강연자가 어휘는 다르게 표현하였지만, 공통적으로 말한 것이 있다. 지금의 시대는 스스로 질문을 던지고 해답을 찾으며, 협업능력, 상호작용하는 관계 능력, 다른 사람이나 사회의 성장이나 유익을 위한 동기나 목적을 가진 사람, 나 다움이나 사람 다움의 자기만의 독특한 특성을 가진 인재들을 기업들이 필요로 한다고 한다. 즉 지식이 아닌 역량을 가진 사람들을 채용하고 싶어한다고 구체적인 수치, 통계나 사례를 가지고 말한다.

교육은 불행히도 아직 역량교육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세상은 지동설로 가고 있는데, 여전히 천동설을 신봉하는 것 같다. 학부모들도 지동설로 패러다임을 변화시킨 사람들은 아직 소수인 것 같다. 이 새로운 물결이 일시적인 유행이 아니라고 한다. 유수의 기업들도 살아남기 위해 변화하고 있는데, 교육은 예전의 관성을 탈피하지 못하고 있음을 안타까워 한다.

 

이 책은 새 포도주(지동설)를 낡은 가죽부대(천동설)에 담아 터뜨리지 말고 새 가죽부대에 담으라고 말하는 책이라는 마음이 든다. 혼자 애쓰지 말고 함께 연결(네트워킹)하여 헤쳐 나가자고 한다. 징조들은 이미 나타나고 있으니 가능하다고 말한다. 이 책을 읽게 되면 먼저 독자의 마음에 자기 다움, 사람 다움을 생각해보게 하는 새싹을 틔우고, 저 구석에서부터 삭막한 경쟁, 학벌이라는 추위와 얼음이 금이 가게 하며 함께 봄을 맞이하게 하는 마법이 있는 것 같다.

 

#채용대전환학벌없는시대가온다 #교육의봄서평단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사라진 소녀들의 숲
허주은 지음, 유혜인 옮김 / 미디어창비 / 2022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사람은 각자 회피하고 싶거나 되로록이면 마주치지 않았으면 하는 진실과 같은 그 무엇인가가 있을 것이다. 진실을 마주하면 어떤 일이나 마음이 생길까? 진실을 마주하기 위해 해야 할 또는 준비되어야 할 것은 무엇일까? 이런 물음들에 대하여 해답을 말해주는 이야기가 사라진 소녀들의 숲이 아닐까?

 

    조선 초기라는 시간적, 제주도라는 공간적 배경 속에서 공녀라는 글감을 사용하여 사라진 소녀들과 민제우 종사관을 찾는 민환과 민매월 자매의 이야기를 추리소설의 기법을 사용하여 쓰여진 이야기이다.

    약 430여 페이지에 긴 이야기를 통하여 진실을 마주하는 사람들의 두려움과 놀람, 당황스러움, 용기 등을 이야기하고 있다. ‘지친 정신이 청회색 숲과 흐릿한 기억 사이를 들락날락하며 바느질을 하자, 어릴 적 내 단짝이었던 매월과 지금 내 등에 업힌 매월이 하나로 이어졌다.’ 등과 같은 이야기 곳곳에 비유적인 표현들이 신선하여 이야기와 인물들이 충분히 공감이 된다.

    ‘곧 진실이 밝혀질 것이라는 예감이 들어. 내 아버지가 하신 말씀이 있거든. 아무리 깊이 묻혀 있어도 진실은 반드시 떠오른다고 진실은 꺾이지 않으니까. 몇 년, 몇십 년이 지나도 포기하지 않고 빛을 찾아 올라오는 게 진실이야.’라는 환이의 말을 통해 진실의 특징도 잘 묘사하고 있다.

인물들의 캐릭터도 입체적이다. 절대적인 악인도 절대적인 선인도 없다. 선인이라 여겼지만 실수나 잘못을 저지르는 인간도 있고, 악인이라고 등장한 인물도 그렇지 않은 면을 보여주는 이야기이다. 아버지가 자식을 위한 일이라고 하였지만, 자식 입장에서는 오히려 반대인 경우도 말한다.

    인간사의 부조리한 면도 제주도를 다스리는 지방관리인 홍목사를 통해 말한다. 소위 정의를 위해 일해도 어떤 사람에게는 피해나 손해가 가고, 부패한 사람들은 더 떵떵거리고 잘 사는 삶의 현실이다. 홍목사가 그랬던 것처럼, 사람들이 낙담하고 냉소적이며 부정적인 시선으로 인간과 사회를 바라보는 까닭이 아닐까?

    이렇기에 진실을 맞닥뜨리는 것이 사람들은 두려운 것이다. 한 예로 민환이도 보지 못했던 아버지의 모습을 동생 매월이나 아버지나 사라진 소녀들을 찾기 위한 수사를 하다가 발견하고는 아파한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추리소설다운 긴장감이나 긴박감이 그렇게 크지 않았다는 점이다. 320여쪽까지는 다른 추리소설과 달리 읽다가 중지해도 다음에 전개되는 내용이 궁금해서 빨리 읽고 싶은 생각이 잘 들지 않았다.

 

    진실을 마주한다는 것은 용기가 필요하다. 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고, 언제나 내가 생각한 것처럼 되지 않기 때문이다. 오히려 진실을 마주한 사람에게 깊은 상처를 주기도 하기 때문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사랑도 준비되어야 한다. 아버지와 동생에 대한 사랑, 언니에 대한 가족애가 아니었다면 진실이 드러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죄인 백정의 딸 가희가 옳은 일을 하기 위해 죽을 만큼 무서움을 이겨낼 수 있었던 것도 민제우 종사관이 사람을 수사를 위한 수단이 아닌 마음을 주고 대하고 들어준 사랑 때문이 아닐까?

    협력 또는 연대도 있어야 한다. 환이 혼자서는 해결 못 했을 수사를 매월이와 힘을 합하여 해결했고, 가희와 의녀, 유선비 등도 많은 도움을 준 것 등을 보면 알 수 있지 않은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