튜브
손원평 지음 / 창비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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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택배로 온 책이 마치 약봉지처럼 된 봉투에 들어있는 이유가 궁금했다. 처음 50여 페이지 정도까지 읽었을 때는 김성곤 안드레아의 삶의 분투기, 성장기처럼만 보였다. 실패한 삶을 사는 이유도 성찰도 없이 유행에 따라가고 목적도 없고, 있다해도 외적이거나 눈에 보이는 목표, 군인이었던 아버지의 영향으로 주어진 틀에 갇혀 있고, 주체적이거나 주도적이 아닌 피동적이거나 수동적인 삶을 살기에 경제적으로도 인간 관계(특히 가족 관계)에서도 한강에 가는 삶을 사는 것은 아닐까 생각했다. 마치 소설로 쓴 자기계발서처럼 보였다. 저의 영어공부가 제자리인 이유도 김성곤처럼 하기 때문이 아닐까라고 여겨졌다.

 

4시간여만에 마지막 페이지까지 읽고 곧장 떠오르는 말은 이 책은 어른을 위한 철학동화라는 것이다. 학원의 버스기사로 위장(?)한 박실영이라는 현인(또는 거리의 철학자)에게 진짜 성공한 삶이 무엇인지 배우는 이야기이다. 이 책에도 박실영을 통해 인용된 실존주의 철학자 야스퍼스의 말처럼 인간은 세상에 던져진 존재(직접 철학자의 이름이 나오지는 않는다)이기에 하나라도 제대로 느끼는 삶을 산다면 그 인생은 세상에서 말하는 성공은 못 할지 모르지만, 그 자신에 삶에서는 아름다움이 남게 된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는 이야기이다.

 

김성곤이 박실영에게서 잃어버리거나 잊고 있었던 삶의 감각을 다시 일깨우는 법을 배우듯 저또한 마치 메타버스나 가상현실에 들어간 것처럼 박실영과 함께 저의 감각을 깨우려고 시도한 시간이기도 했다. 김성곤의 딸인 아영이의 아기 시절의 아영이의 감각 또는 감정 이야기를 보며 제 아들 아기 때 아주 작은 것 하나에도 까르르 웃던 모습도 떠올랐다.

 

물론, 박실영이 말한 것처럼 인간은 본능적으로 원래대로 회귀하려고 하기에 느끼고 아름다움을 남기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김성곤도 박실영과의 만남에서 힌트를 얻고 교통사고 현장에서의 영웅적인 활약으로 성공(?)적으로 출시한 지푸라기 프로젝트로 바빠지고 능력을 초과하자 다시 한강으로 발걸음을 옮기기 때문이다.

 

그래서, 자신의 삶을 잘 느끼고 아름다움을 남기기 위해서는 응원자인 튜브들이 필요한 것이다. 혼자 분투하는 것은 힘들고 어렵기 때문이다. 김시안이 하루에 세 발자국을 옮길 수 있었던 것도 역시 응원자인 튜브들이 있어서였다. 잘 변하지 않는 인간이 한 발자국이라도 변화할 수 있는 원동력인 것이다.

 

물론 또 실패(?)할 수 있지만, 넘어진 그 자리에서 다시 일어날 수 있는 것도 다시 한 번 응원을 받고 또 다시 느끼는 감각을 되살리면 된다. 박실영이 김성곤에게 잘 살았다, 잘 산 인생이다라고 격려하며 다시 삶과 악수를 시켜주지 않는가? 그러자 성곤은 다시 진석이와 함께 다시 시작하지 않는가?

 

개인적으로 아쉬운 부분도 있다. 에필로그다. 그 부분이 없이 열린 결말이었으면 더 좋았을 것 같다. 에필로그가 있음으로 해서 등장인물들이 아름다움을 남기는 것을 보게 된 것은 좋았지만, 느끼는 것은 제한시켜주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이 책이 전체적으로 수미쌍관법적인 구성인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마무리를 저도 그렇게 하려고 합니다. 이 약봉지에 든 처방약은 성경 히브리서 11장처럼 제 삶을 응원해주는 튜브들을 잘 느끼게 해주고 그들이 남긴 아름다움을 보며 다시 저를 일으키게 진통제요, 영양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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