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소녀들의 숲
허주은 지음, 유혜인 옮김 / 미디어창비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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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은 각자 회피하고 싶거나 되로록이면 마주치지 않았으면 하는 진실과 같은 그 무엇인가가 있을 것이다. 진실을 마주하면 어떤 일이나 마음이 생길까? 진실을 마주하기 위해 해야 할 또는 준비되어야 할 것은 무엇일까? 이런 물음들에 대하여 해답을 말해주는 이야기가 사라진 소녀들의 숲이 아닐까?

 

    조선 초기라는 시간적, 제주도라는 공간적 배경 속에서 공녀라는 글감을 사용하여 사라진 소녀들과 민제우 종사관을 찾는 민환과 민매월 자매의 이야기를 추리소설의 기법을 사용하여 쓰여진 이야기이다.

    약 430여 페이지에 긴 이야기를 통하여 진실을 마주하는 사람들의 두려움과 놀람, 당황스러움, 용기 등을 이야기하고 있다. ‘지친 정신이 청회색 숲과 흐릿한 기억 사이를 들락날락하며 바느질을 하자, 어릴 적 내 단짝이었던 매월과 지금 내 등에 업힌 매월이 하나로 이어졌다.’ 등과 같은 이야기 곳곳에 비유적인 표현들이 신선하여 이야기와 인물들이 충분히 공감이 된다.

    ‘곧 진실이 밝혀질 것이라는 예감이 들어. 내 아버지가 하신 말씀이 있거든. 아무리 깊이 묻혀 있어도 진실은 반드시 떠오른다고 진실은 꺾이지 않으니까. 몇 년, 몇십 년이 지나도 포기하지 않고 빛을 찾아 올라오는 게 진실이야.’라는 환이의 말을 통해 진실의 특징도 잘 묘사하고 있다.

인물들의 캐릭터도 입체적이다. 절대적인 악인도 절대적인 선인도 없다. 선인이라 여겼지만 실수나 잘못을 저지르는 인간도 있고, 악인이라고 등장한 인물도 그렇지 않은 면을 보여주는 이야기이다. 아버지가 자식을 위한 일이라고 하였지만, 자식 입장에서는 오히려 반대인 경우도 말한다.

    인간사의 부조리한 면도 제주도를 다스리는 지방관리인 홍목사를 통해 말한다. 소위 정의를 위해 일해도 어떤 사람에게는 피해나 손해가 가고, 부패한 사람들은 더 떵떵거리고 잘 사는 삶의 현실이다. 홍목사가 그랬던 것처럼, 사람들이 낙담하고 냉소적이며 부정적인 시선으로 인간과 사회를 바라보는 까닭이 아닐까?

    이렇기에 진실을 맞닥뜨리는 것이 사람들은 두려운 것이다. 한 예로 민환이도 보지 못했던 아버지의 모습을 동생 매월이나 아버지나 사라진 소녀들을 찾기 위한 수사를 하다가 발견하고는 아파한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추리소설다운 긴장감이나 긴박감이 그렇게 크지 않았다는 점이다. 320여쪽까지는 다른 추리소설과 달리 읽다가 중지해도 다음에 전개되는 내용이 궁금해서 빨리 읽고 싶은 생각이 잘 들지 않았다.

 

    진실을 마주한다는 것은 용기가 필요하다. 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고, 언제나 내가 생각한 것처럼 되지 않기 때문이다. 오히려 진실을 마주한 사람에게 깊은 상처를 주기도 하기 때문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사랑도 준비되어야 한다. 아버지와 동생에 대한 사랑, 언니에 대한 가족애가 아니었다면 진실이 드러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죄인 백정의 딸 가희가 옳은 일을 하기 위해 죽을 만큼 무서움을 이겨낼 수 있었던 것도 민제우 종사관이 사람을 수사를 위한 수단이 아닌 마음을 주고 대하고 들어준 사랑 때문이 아닐까?

    협력 또는 연대도 있어야 한다. 환이 혼자서는 해결 못 했을 수사를 매월이와 힘을 합하여 해결했고, 가희와 의녀, 유선비 등도 많은 도움을 준 것 등을 보면 알 수 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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