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으로 상상력 키우기 ㅣ 마음껏 그려 보자 2
앤드루 파인더 지음, 신형건 옮김 / 보물창고 / 2011년 5월
절판


요즘 우리 아이는 연습장과 크레용 혹은 색연필만 있으면 언제 어디서든 재미난 시간을 보내고는 한다. 한가지 아쉬운 점은 아이가 좋아하는 너클크레인과 포크레인, 트럭만 그려대서아쉽다는 정도? 가끔 우주선도 그리기는 하지만, 언제 사람을 그리게 될까 궁금하기만 하다. 엄마 아빠더러는 거북이 아저씨 (거북이 아저씨가 무얼까? 무천대사 할아버지 같은 그림을 아빠가 그려주니, 거북이 아저씨라면서 아이가 무척이나 좋아했다.), 포크레인 운전수 아저씨, 소방관 아저씨 등을 그려달라고 한다. 물론 처음에는 한참 그려달라고만 하다가 나중에 보니 따라 그리기 시작하였지만 말이다. 아뭏든 얼른 사람도 그리고 동물도 그리고 했으면 좋겠다.

지난번에 그림으로 똑똑한 아이 키우기로 아이와 재미난 시간을 보냈는데, 이번에 또 보물창고에서 그림으로 상상력 키우기가 나왔다. 엄마들의 선풍적인 인기에 힘입어, 그림으로 키우기 시리즈가 나오고 있는 듯 하다. 매번 백지에 그림을 그리던 아이가 신기하게도 이 그림책을 보면 대충 그에 맞는 그림을 그려내놓고 (물론 내 생각에 그렇다는 말이지. 타인 눈에는 이게 뭘까? 하는 그림일 수 있다. 우리 아이가 32개월밖에 되지 않아 그림이 완전한 형태를 띤다고 보기 어렵기때문이다.) "엄마~엄마" 하면서 자기 그림 좀 봐달라 부르는게 여간 귀여운게 아니었다.



상황을 대충 설명해줘도 되지만, 대강 아이가 페이지를 넘겨보고서는 공터에 어울릴, 자기만의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다. 그리고 칭찬해달라고 엄마를 부른다.


우리 아이처럼 한창 그리기에 빠져있는 유아서부터, 상상력이 무한대로 발전하고 그리고 싶은게 무궁무진할,...더 큰 아이들 초등학생에 이르기까지 이 책은 참 다양한 연령대의 아이들에게 활용도가 높을 책이다. 사실은 엄마도 같이 그림을 그리고 싶었다. 하지만, 엄마가 그리기 시작하면, "엄마가 해줘요. 그려줘요." 하고 쉽게 내게 크레용을 넘기고 자기는 구경만 하려 하기때문에 웬만해서는 손을 대지 않고 아이가 그림을 그리도록 바라보고 곁에 있어 주었다. (잠깐 엄마가 딴짓을 해도 아이는 한참 책을 갖고 놀았다.)



그냥 아이에게 이 책으로 그리자 하고 꺼내준게 아니라 아이 책상에 살짝 얹어만 뒀는데도.. 표지를 보고 "기차가 있어요. 너클크레인이 있어요 "하면서 자기가 좋아하는 그림을 찾아 반가움을 표시하더니, 스스로 책장을 넘겨 엄마의 얼굴을 바라봤다. 이번 책은 글이 아닌 그림을..그것도 아이의 그림으로 채워져야할 책이었기에 엄마도 간단히, 이 공간에는 우주에 사는 강아지의 집을 그려줘볼까? 하면서 씌여있는 문구로 간단한 제시만 해주었을뿐이었다. 한참 재미나게 갖고 노는 모습이 신기하기만 해서 옆에서 마구 사진을 찍어댔다. 요즘에는 어지간해서는 사진 잘 못 찍게 하는데 한참 집중해있느라 엄마가 찍든 말든 신경도 쓰지 않는다.



사자가 무엇을 사냥하려는걸까?



다음 페이지에는 무엇이 사자들을 사냥하려는걸까? 하고 공백의 그림이 나온다.



무엇을 그려넣으면 좋을까?


아이가 너무너무 좋아하는 트럭그림 그리기도 있다. 바퀴 두개가 떡하니 그려져있고, 무지막지한 트럭을 그리는 것은 아이의 몫이다. 설레는지 "엄마가 해줘요." 하였지만 "와..우리 아기가 잘하는 거다~ 트럭이야 트럭~ 할 수 있어. 해봐요 한번" 하면서 뒤로 슬쩍 물러났다. 그랬더니 뭔가를 그려보기 시작한다.


오토바이가 공중을 날아오르며 뛰어넘는게 무얼까? 라는 장면에 아이는 뭔가를 그려넣었다. 이게 뭐냐니깐..로더란다.

침대 밑에 커다랗게 숨어 있는 건..포클레인이란다. 마침 우리 아파트 놀이터에 포크레인이 와서 공사중이었는데.. (추운데 아기가 베란다 나가자고 할까봐 말을 안했는데..)어디선가 우웅~하는 공사소리가 들리니 그림 그리던 아이 눈이 똥그래졌다.

우주에 사는 외계인의 강아지집은 어떻게 생겼을까? 아이는 아직 우주라는 개념은 명확치 않을텐데도 강아지집을 그려본다.

알록달록 여러 색으로도 그려보고..

우리 아이의 그림이 좀 한정적인게 아쉽긴 하지만 모든 트럭과 포크레인 등의 공사차량이 공사장 밖에서도 얼마든지 발견될 수 있다는 아이의 상상력에는 공감한다.



책에 참 다양한 주제, 다양한 소재가 등장해서 아이의 상상력 자극에 무척 도움이 많이 될 것 같았는데 활용을 많이 하지 않은게 좀 아쉬웠지만,

앞으로는 좀더 다양한 생각, 다양한 그림을 그려낼 수 있도록 아이의 생각의 폭을 넓혀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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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멍멍곰! ㅣ 마음이 커지는 그림책 10
애덤 스토어 지음, 고수미 옮김 / 을파소 / 2011년 3월
절판


제목에서부터 눈치빠른 엄마들은 예상했겠지만, 그래도 눈으로 직접 보고 나니 유쾌하기 짝이없는 그림책, 안녕 멍멍곰이다.



사랑스러운 그림에 재치있는 말투들, 그림책이니까 가능한 설정 등이 조화롭게 어울려 어른도 아이도 재미나게 읽을 수 있는 책이 완성되었다.


이 책을 읽을까 다른 엄마 책을 볼까 고민하던 차였는데, 아, 정말 안 봤으면 후회했을 책이었다. 언젠가 어떤 엄마가 4살 아기와 엄마가 모두 재미나게 볼 그림책 추천해달라는 말에 고민도 않고 이 책을 추천해주었다. 누구라도 재미나게 볼 수 있기에..다만 좀 어린 아가들은 바른 걸 바르다고 이야기해야 하기에 이 책의 아이러니를 이해하는게 약간 어려울 수 있다.



아이들 그림책을 읽어주다보면 공감은 하지만, 어른 눈높이에는 재미가 없는 책도 많았는데, 이 책은 드물게 어른들마저도 너무나 큰 웃음 터뜨릴 유머가 가득한 책이다.



초등학교 선생님인 동생도 이 책 보다가, 물을 뿜을 뻔 했고, 신랑 또한 너무나 재미나게 보았다. 32개월 아가눈에는 아직은 어리둥절한 모양이지만, 그래도 조금 더 크면 이 책의 진정한 재미 속에 푹 빠져들리라.



그래서 아닌 걸 아니라고 하는게 아기 눈에는 영 불편하고 이상한가 보다.



어느 날 아침, 릴리는 마당에서 아주 멋진것을 보았어요.



몸집이 커다랗고 갈색털이 북슬북슬한

다리가 네개고, 꼬리도 있고 촉촉하고 큼지막한 코까지..

바로 릴리가 늘 갖고 싶어하던.....



긴장되는 순간이 지나가고, 다음 장에는 바로 그 동물이 나타난다!


주인공 릴리가 " 멍멍이다" 하는 장면에서 우리 아이가 눈이 휘둥그레지며 "곰이야!!!" 하는 장면이 엄마에게는 더욱 웃겼다.



어쨌거나 주인공은 곰을 멍멍이인줄 알고 열심히 데리고 다니고 재미난 하루를 보낸다. 힘들어도 힘든 줄 모르며, 키우고 싶었던 강아지가 제발로 정원에 들어온 것에 환호성을 지를 뿐이다.




곰은 스스로를 곰이라 하지만 (예를 들어 크르릉 하고 으르렁 거리며 아이를 겁주려 한다) 릴리눈엔 성질 사나운 개일 따름이었다. 목도리로 줄을 만들어 개목걸이까지 채워주고.. 곰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따라나선다. 아하하... 심지어 머리 위에 앙증맞은 리본까지 단 모습을 보고 여동생은 배꼽을 잡고 쓰러져버렸다.


게으른 멍멍이는 공원은 좋아하지만 걷기도 싫어하고 재주 부릴줄도 모르면서 긁어주는 것만 좋아한다. 하지만 엄마는 아마 주인이 있는 개일거라며 (엄마는 멍멍이를 안보신걸까? 참 궁금하다.) 주인을 찾아주어야 한다 말씀하신다. 릴리는 축처진 어깨로 포스터를 붙이고 돌아온다.



어른들은 감히 상상할 수 없는 세상.

위험하고 무서운 동물인 곰이 아이의 강아지로 무사히 어울릴 수 있는 세상. 모두가 둥글게 둥글게 살아가는 세상은 그림책 속에서나 가능한 일일지 모른다.

어린 아이와 사나운 곰을 같이 두는건 너무나 위험할 수 있는 일이기에..


어른이 되니 벌써 이렇게 생각의 문이 막혀버렸다. 그래도 그림책속에서 마음껏 유쾌하게 릴리와 함께 하루를 즐겨보는 것도 즐거운 시간이 되는 듯 하다. 게다가 아이들 머릿속 상상 세계에 한번 더 들어갔다 나올 수 있고 말이다.



꽉 막힌 어른들 기준으로 글을 쓴다면 이런 상상도 나오지 않았으리라.

귀여운 멍멍곰, 그리고 멍멍곰이 떠난 후에 만난 또 하나의 귀여운 동물, 즉 끝나지 않은반전까지..



책은 끝까지 유쾌하고 재미가 났다. 아마 우리 아이가 이 넌센스를 이해할때쯤이면 배꼽잡고 쓰러지며, 또또 읽어달라고 할 그런 대박북이 되리라.

지금은 엄마가 읽고 보고 또 웃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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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끝에 내가 있다 - CNN 앵커, 앤더슨 쿠퍼의 전쟁, 재난, 그리고 생존의 기억
앤더슨 쿠퍼 지음, 채인택.중앙일보 국제부 옮김 / 고려원북스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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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께서 돌아가신 이후로 나는 나의 삶을 스스로 제어하고 싶었던 것이다. 내 감정을 통제하고 싶었다. 형이 죽었다는 말을 들었을 때 나는 내면으로 더 깊이 들어갔다. 예상되는 충격을 방지하고, 흔들리는 감정과 오장 육부를 쥐어짜는 메스꺼움의 물결을 막기 위해 한발 뒤로 물러섰다. 64P

 

부유한 가문에서 태어나 평탄한 길을 갈 수 있었음에도 스스로 고통스러운 참사 현장 취재를 나선 이가 있었다. 열살때의 아버지의 죽음, 그리고 하나뿐인 형의 자살등으로 입어버린, 마음 속 깊은 곳에서부터 뿜어져나오는 그 견디기 힘든 고통을 외부의 고통과 연결시키고 싶었던 이. 그는 바로 CNN 앵커이자, 재난 전문 취재 특파원으로 15년을 세계의 참사 현장을 누빈 저널리스트 앤더슨 쿠퍼였다. 

 

나의 내면에서 느끼는 고통과 일치하는 바깥 세상이 있다면 그곳에 머물고 싶었다. 내게는 마음의 평정이 필요했다. 얻을 수만 있다면 그 비슷한 것이라도 좋았다. 나는 살아남고 싶었으며 다른 이들로부터 무언가를 배우고 싶었다. 그래서 '전쟁'은 나의 유일한 선택처럼 보였다. 70P

 

특종을 따라다니는 기자로써가 아닌 그는 자신의 내면의 소리에 귀기울이기 위해 그 현장에 참여하기 시작했다. 특파원이 되기 위해 가짜 기자 신분증과 홈비디오 카메라 하나를 들고 태국으로 홀로 가 미얀마에서 넘어온 정권에 반대하는 난민의 모습을 담아 처음으로 그의 재능을 인정받기 시작했다. 많은 재난 현장을 다니다보니 더욱 고통스럽고, 더욱 자극적인 기사와 사진을 실어야 특종이 되고, 기사감이 될 수 있기에 갈수록 무뎌지는 상황 속에 스스로가 극한에 다다랐음을 깨닫고 반성하고 온전히 되돌아오기로 결심하기도 하는 그였다.

 

쓰나미로 가족을 세명이나 잃은 승객 앞에서 심심한 조의를 표하며, 면세품을 권하는 승무원을 보고 기가 찰 수 밖에 없었다. 기자인 그가 본 아이러니한 광경들, 한 구석에서는 시체가 속출하는데 또 고급호텔의 한 라운지에서는 여흥을 즐기는 관광객 무리가 그의 눈쌀을 찌푸리게 했다. 타인의 고통을 눈감고 있는 이가 비단 그들뿐이겠느냔 생각에 그는 말문이 막히기도 한다. 나 또한 할말이 없었다.

지구 반대편에서는 흥청망청한 삶이 진행되고, 아무렇지도 않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으나 그 반대편에서는 먹을거리가 없어 사람들이 나뭇잎을 먹고 수천명의 아이가 기아로 죽어가는 소말리아가 있었다. 저자가 들려주는 이야기는 무척이나 처참해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션과 정혜영 부부가 충분히 행복하게 살 수 있음에도 여전히 전세를 면하지 못하면서도 사비를 털어서 기아에 허덕이는 많은 아이들의 양육비를 대고 있다는 기사글을 종종 접하고, 티브이에서 보기도 했다. 하루하루 살기 팍팍하다고 애써 외면하며 살아온 나에게는 그 아이들의 고통을 더욱 생생하게 전달해준 앤더슨 특파원의 이야기는 더더욱 나를 부끄럽게 만들었다. 내 아이와 같은 나이의, 아니 그보다 더 어린 아이들이 기아로 죽어가고 있다. 세 자녀를 앞서 보내고 마지막 남은 자신 하나마저 시신을 수습해야하는 부모가 그 땅에는 있었다.

 

비단 소말리아뿐 아니라, 쓰나미가 일어난 최근의 일본에도 엄청난 자연 재앙 앞에 속수무책인 사람들이 있었다.

고통의 끝, 세상의 끝이라 느껴지는 그 순간. 누구나 벗어나고픈 그 현장에 달려가 목숨을 걸고 취재를 하는 기자들. 특종을 물기 위한 기자도 있겠지만, 자신의 상처를 스스로 이겨낼 수 없기에 끊임없이 고통의 현장 속에서 형과 아버지를 떠올리려 하는 앤더슨 기자가 있기에 우리는 우리가 잊지 말아야하는 세상 밖 소식을 접하게 되는 것이다.

 

사라예보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모두 총알 아래에 살아요. 105p

내일을 기약할 수 없는 그 전쟁터에 휘말린 청춘들은 그렇게 언제 총알받이가 될지 모를 무서운 세상 속에 남겨져 있었다.

앤더슨의 눈을 통해 본 세상. 그가 들려주는 가족의 비극적인 이야기와 세상의 고통스러운 현장들은 내게도 충분히 충격적이었고, 잊고 싶어 감았던 눈을 다시 뜨게 만들어주는 계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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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미술관에 놀러간다
문희정 지음 / 동녘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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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나는 왜 이렇게 유쾌하고 생산적으로 즐겨보지 못했을까? 서울에 살면서 참 다녀볼만한 미술관이 많았음을 이 책 속에서 다시금 배우며 통탄스러웠다.

지방에 있는 각종 미술관들도 소개가 되면 더 고맙겠지만 서울의 미술관, 갤러리만을 싣기에도 이미 책은 충분히 두툼해져버렸다. 좋아하는 목록 중에 카페보다 편안하고 키스보다 설레는 세상의 모든 갤러리와 미술관을 꼽은 저자 문희정. 작가가 직접 쓰고, 찍고 그린 이 책은 정말 작가의 애정이 담뿍 뭍어나는 책일 것이다.

 

미술을 어려워하고 부담스러워하는 보통의 많은 사람들의 옆구리를 콕콕 찔러줄 이 책은, 전문 큐레이터의 지식이 담긴 책이라기 보다 미술관, 갤러리를 보다 더 편안한 휴식처, 혹은 데이트 장소 등으로 추천하고픈 작가의 마음이 담긴 책일 것이다. 부담없는 방문과 즐김.

 

연애할때도 이런 곳에 다녀보면 좋겠지만, 아기엄마가 되고 나니 이제는 아이 손을 붙잡고 좀더 생산적인 곳을 방문하고픈 바램으로 미술관 방문에 눈길이 가기 시작했다. 지방에 살다보니 미술관 자체가 거의 드물지만, 가까운 시립 미술관에 가끔씩 진행되는 전시회는 가격 부담도 거의 무료에 가깝게 적은 편이고, 사람도 드물게 한적해서 어린 아기와도 편안하게 관람할 수 있어 좋았다. 이렇게 즐길 곳이 더 많았으면 좋겠다. 즐길 장소와 즐길 거리에 대한 정보를 좀더 접했으면 좋겠다라는 마음으로 펼쳐들었기에 모두 서울의 멋진 곳들임을 알았을때는 아쉽기도 했다. 하지만, 인구가 제일 많이 집중된 곳이니 어쩔 수 없지 않은가?

그리고 앞으로 아이와 서울에 방문할 일이 꽤 심심찮게 있을테니 그때마다 손꼽아둔 미술관들을 한 두군데씩 꼭 보고 내려오는 일정도 괜찮을 듯 싶었다.

서울 사는 이들에게 혹은 나처럼 가끔 서울 방문할 이들에게 유용할 팁이 될 "나는 미술관에 놀러간다."

 

 북까페, 브런치 등 미술관 옆 놀이터에 대한 정보도 재미나다. 사실 그녀의 글들은 블로그에서 이미 많은 이들에게 널리 알려지기 시작했다고 한다. 나는 항상 이런 정보에 둔하다. 주로 요리나 여행, 책 쪽을 검색하다 보니 한정적인 성향 탓에 다른 분야의 유명한 블로거분들을 못 알아볼때가 많다. 하루 만오천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다녀가기도 하였다고 하니 그녀의 글이 얼마나 재미날지는 두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관람객에게 무심한 갤러리는 저쪽으로 미뤄두자.

에이, 퉤퉤.

38P

 

저자 설명을 다시 읽기전까지는 사실 저자가 여자분인지도 몰랐다. 에이 퉤퉤라니. 하지만 그녀는 젊고 발랄한 작가다. 그리고 감정에 솔직하여 거부감이 덜 드는 작가기도 하다. 그래서 독자들은, 그녀의 글을 읽은 사람들은 그녀의 말투에 푹 빠져드나 보다. 어려운 미술을 억지로 이해하기 보다, 이해하기 쉽고 관객에게 다가오고 어울리는 갤러리를 찾아나서라고 그녀는 과감히 조언한다.

 

흔히 알던 미술관의 틀을 벗어난 새로운 갤러리들을 소개해주는 이야기를 듣는재미가 제법 쏠쏠했다. 들어갈까 말까 무척 망설이게 만드는 보안 여관. 실제로 2004년까지 여관영업을 했던 곳을 메타로그에서 인수해 새로운 문화공간으로 재탄생시킨 곳이라 한다. 짖궂은 사람들에게는 재미난 여관이 될 법 하였다.

그런가 하면 일년에 단 두번만 개방한다는, 그 안에 얼마나 많은 고미술품이 있을지 모를 베일에 쌓인 간송 미술관 또한 흥미로웠다. 특별한 시기를 놓치면 갈 수 없는 곳. 그래서 더 궁금한 곳이 될 수 밖에..일제 강점기 조선 최대 지주집에서 태어난 간송 전형필 선생이 사재를 털어 국보 14점과 보물 12종 등 귀중한 문화재 수집한 것이 5천여점에 이르른다 하였다. 1938년 조선 최초의 사립박물관인 보화각을 세웠고 바로 지금의 간송 미술관으로 이어졌다고 한다. 아, 이 모든 사실들을 이 책속에서 처음 접하다니 참 부끄럽기 이를 데 없었다. 일년에 두번, 전국의 미술 애호가들이 몰려든다고 하니 기회가 닿는다면 꼭 시기를 맞춰 가보고 싶다.

 

5월 5일 "어른"의 날을 맞아 남자친구와의 리움이라는 미술관에서의 데이트가 각종 에피소드와 함께 경쾌하게 진행된다. 미술관만 있는 것이 아니라, 말 그대로 놀러가는 것이기에 즐길 수 있는 각종 이야기들이 그녀의 일화와 더불어 소개되는 점이 따분하지 않고 더 재미난 책으로 만들어주었다. 내가 즐겨 읽는 여행 에세이의 느낌이 물씬한, 그러면서 미술관을 중점적으로 소개했다는 특징이 잘 살아있는 나는 미술관에 놀러간다. 진작 나도 좀 이렇게 미술관에 놀러다닐걸. 아쉽지만 앞으로라도 그녀가 소개해주는 멋진 데이트 장소, 가볼 곳 등을 꼽아 아이와, 신랑과 행복한 추억을 쌓아가고 싶어졌다.

 

우울할때 전시장을 찾고 나면 한 가지 확신이 든다. 롤러코스터나 바이킹도 이보다 더 나를 즐겁게 해 줄수 없으리라.

"이번에도 고마웠어. 가끔은 친구나 애인보다 네가 더 낫더라." 146P

 

채워지지 않는 2%를 당당히 전시장에서 찾는 작가. 미술관을 향한 그의 애정어린 시선에 그동안 어렵게만 느껴진 고정관념이 조금씩 허물어짐을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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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 밤, 기린의 말 - 「문학의문학」 대표 작가 작품집
김연수.박완서 외 지음 / 문학의문학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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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한국을 대표할 10 명의 작가들의 단편문학집, 그 안에서 박완서님의 이름을 발견하고 특히나 더 반가웠다. 깊은 밤, 기린의 꿈이라는 제목이 김연수라는 다른 작가님의 소설이었음에도 나는 사실 박완서님의 글이 가장 기대가 되었던 것이 사실이었다. 근래에 읽은 그분의 몇 작품을 만나다보니 새로운 작품에 목말라했고, 더 많은 그분의 글을 읽고 싶었다. 그렇게 시작된 책과의 만남.

 

깊은 밤 기린의 꿈으로 나는 내처 다음 글을 읽지 못하고 한동안 묵묵히 있을 수 밖에 없었다.

누가 하는지 모르고 시작되었던 독백, 부모님이 자신들을 동물원에 버리려 데려갔다는 쌍둥이들의 생각. 그 이야기는 그들의 동생 이야기가 나오면서 조금씩 윤곽을 잡아간다. 그리고 아이의 성장과 더불어 발견된 자폐 증세는 부모에게 큰 고통이 되어 자리하게 된다.

 



 

중학교를 졸업할 무렵이 되어 비로소 시인이되는 꿈을 꾸기 시작했다.

하지만 엄마는 시인이 되지 못하고 결국 내성적인 쌍둥이와 말 못하는 자폐아의 엄마가 됐다.

어떤 여중생이 나중에 어른이 되면 내성적인 쌍둥이와 말 못하는 자폐아의 엄마가 되려는 꿈을 꾸겠는가.

엄마는 자신의 인생이 완전히 실패했다 생각했다.

엄마는 다시 시동을 걸었다.

 

24p 깊은 밤, 기린의 말, 김연수

 


 

어린 아들을 두고 있어서 자식을 둔, 특히 어린 아이를 둔 엄마의 마음이 더욱 절절히 와 닿았다. 내 아이가 제발 건강하기만을 바라는 것.

아이를 임신하고 똑똑하기를, 성격이 어떻기를 바라기에 앞서서 가장 바라는 것은 건강한 아이가 태어나는 것이었다. 너무나 눈이 아름답고 사랑스러운 아이가 말을 하지 않고 평범하지 않게 자란다는 사실을 알고 부모는 벽에 부딪힌 심정이었을게다. 아니, 사실 그 고통을 감히 짐작이나 할 수 있을까 싶었다.

 

깊은 밤 어느 날 아이와 후라이드 치킨을 먹고 온 엄마, 엄마는 그날을 계기로 시라는 것을 다시 쓰기 시작한다. 온전히 새로 시작된 인생. 꽉 막힌 줄 알았던 벽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열게 된 것이다. 그리고 아이와 기린과의 만남. 유독 기린이라는 단어에 좋아라하고, 또 아이가 처음으로 관심을 보인 동물이었기에 부모는 하나의 희망처럼 둘의 만남을 기뻐하였다. 나중에 결말에 밝혀지는 사실로 부모의 가슴에 특히 아빠의 가슴에 또 한번 피멍이 들었겠지만, 아무리 그렇다한들 아이에게서 너무나 소중할 기린을 떼어놓아서는 안되는 것이었다. 깊은 밤, 기린의 말. 그들의 눈, 그들의 대화. 생각만 해도 가슴이 저려왔다. 아이의 행복을 기원하는 부모의 마음을 그 누가 대신 헤아릴 수 있으랴..

 

가볍게 읽고 웃어넘길 수 있는 글들이 아니라, 한편한편의 단편이 모두 깊이가 있고, 생각에 빠지게 하는 글들이었다. 묵직한 무게감에 가슴이 무거워지기도 하는 그런 글들. 하지만 그래서 좋은 점도 있었다. 그저 읽고 나서 포르르 날아가버리는 그런 얄팍한 글들이 아니었음에 짧은 글이 긴 생각이 되어 머리 속 한 구석에서 재 탄생되는 듯 하였으니 말이다.

 

박완서님의 갱년기의 기나긴 하루에서는 며느리와 시어머니와의 보이지 않는 대결 같은 이야기가 흘러나온다. 겉으로 보면 아무렇지 않아 보이는 아니, 신경쓸것 없게 느껴지는 고부간의 관계 하지만 식모처럼 불려가는 그날이 되면 날카로워지는건 정작 갱년기인 당사자다. 남편은 흘려듣고, 어머님은 날이 선다. 박완서님 특유의 화법으로 정말 주위 이야기를 듣듯 생생하게 전해들을 수 있다는게 이 소설의 인상깊은 점이었다.

 

이청준님의 이상한 선물은 어느 마을의 사건과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가 마치 봇물 터지듯 꼬리에 꼬리를 물고 등장하면서 그 이상한 선물은 대체 무엇일까라는 궁금증을 자아내는 글이었다.

 



 

단 한 조각의 마지막 퍼즐 조각을 완전하게 맞추기 위해 퍼즐 게임은 존재하는 것이다.

하지만 생은 , 생의 에너지는, 결핍을 채우려는 불완전한 욕구로 허덕일뿐이다.

그게 인생과 퍼즐판의 차이다.

아무도 모를 것이다.

퍼즐을 하는 여자의 내면에 쌓이는 아귀 맞지 않은 욕망의 조각들을.

 제자리를 아직 기다리고 있는 유예된 증오의 부스러기들을.

 

167p 퍼즐, 권지예

 


 

깊은 밤 유난히 날카롭게 울던 아기 울음소리가 고양이 울음소리임을 알고 깜짝 놀란 적이있었다. 정말 너무나 흡사했기때문이었다. 퍼즐 속 주인공 역시 고양이에 의한 시달림을 받는다. 좋아하지 않는 고양이가 유난히 그녀를 괴롭힌다. 강제로 지웠어야 하는 아기들, 그녀 가슴에 남은 봉분 세개가 그녀를 평생 옥죄이게 만들었다.

 

완성도가 높은, 10편의 작품들 중에서 유독 여성 작가분들의 글들이 더 흥미롭게 느껴졌던 것들은 공감하거나, 혹은 대신 조금이라도 이해할 수 있는 부분들을 찾을 수 있어서였는지 모르겠다. 소설 전체를 공감한다기 보다 소재 같은 것에 공감한달까? 조경란님의 파종, 이명랑님의 제삿날 등 역시 그런 맥락에서 최일남님의 국화밑에서보다 조금더 편하게 읽었던 글이기도 했다. 제삿날의 서로가 서로에게 떠밀며 책임지지 않으려 하는 대목에서는 나조차도 발끈하게 되었지만 몰랐던 반전이 밝혀지는 결말은 두 여인의 단단한 결속을 대변해주는 속시원한 결말이 되었다. 

 

짧아서 읽기에 부담이 없지만, 그럼에도 각 작가의 독특한 느낌을 강하게 풍겨주는 내공이 깊은 글들, 오랜만에 멋진 단편집의 향기에 흠뻑 취해들었던 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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