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스케치 노트
세실 필리에트 지음, 이주영 옮김 / 진선북스(진선출판사) / 2013년 1월
품절


얼마전 모 여행 에세이를 읽고, 내용과 소재에도 흥미를 느꼈지만 저자가 일기장에 내내 그려낸 일러스트 같은 그림에 한없이 매료되었던 기억이 있었다. 물감으로 채색까지는 하지 못했지만, 인물화는 제법 세밀하게, 또 간단히 특징을 잡아낸 일러스트 그림들은 프로의 솜씨처럼 잘 그린 그림이면서도 그녀만의 개성이 담겨있어서 정감이 가는 그림이었다.

그림을 좋아해서 관심이 많은 편이지만, 사실 어릴적의 취미에 지나지 않고 정작 어른이 되어서는 십여년 가까이 놓았던 그림을 다시 그린다는게 쉬운 일이 아니었다. 아이가 그림을 그려달라고 해서 조금이라도 그려주려 하니 낯설고 어색해, 어린이때의 그림솜씨만도 못한 내 그림에 스스로도 실망을 하고 말았다. 피아노와 마찬가지로 너무나 오래 손에서 놓아버리니 다시 시작하는게 서툴 수 밖에 없었다.




이 책은 사실 많은 사람들이 어렵게 생각할 그림을, 집에서 혹은 익숙한 공간이 아닌, 전혀 새로운 곳, 여행지에서의 그림으로 승화시키는 방법을 설명하는 책이다. 여행지에서의 기록을 대부분 빠른 사진이나 기억에 의존한 일기 형식의 글로 기록하기 대부분인데, 시간이 제법 걸릴 그림으로 표현한다는 것은 미처 생각지 못한 부분이었다. 위에 설명한 저자 또한 중남미 등에서 몇달을 장기 체류했기에 가능한 그림들이 아니었을까 싶은데, 이 책의 저자는 정말 채색까지 몇시간 느긋이 그림을 그릴 생각을 한것을 보니 여행을 또다른 그림과의 만남, 자기만의 힐링의 기록으로 남긴게 아닌가 싶었다.


정말 색다른 시도 같아서 따라해보고픈 마음도 들면서 그러려면 우선 그림 솜씨 뿐 아니라 여행지에서의 충분한 여유 또한 뒷받침되어야겠단 생각이 들었다. 그럼에도 스케치북 등에 한정되지 않고, 오래된 책이라던지, 제본 노트, 나만의 낱장을 이용해 만든 노트 등으로 여행 스케치 노트를 만든다는 등의 시도가 자꾸만 눈에 밟혔다. 언젠가 나도 평범하지 않은 여행의 그 느낌을 이렇게 다양한 수단을 이용해 표현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진이 모든 것을 다 대변해줄 수 있을 것 같아도 때로는 사진만으로는 담아낼 수 없는 그 여행지에서의 감흥과 느낌을 나만의 기록으로 남기고 싶은 생각을 갖기도 한다.

저자와 같은 그림 솜씨나 시간적 여유는 없었지만 그가 시도한 여행 스케치와 그림이라는 기록은 나를 사로잡기에 충분한 신선한 시도였다.



다양한 방식으로 그림을 다시 시작하고 있는 내 친구들. 각자 다른 분야에서 일을 하면서도 학창 시절의 작지만 즐겼던 그 미술시간의 감흥을 되살려 집에 이젤을 세워놓고 그림을 그리고, 문화센터에 나가 짧은 시간이지만 즐거운 그림그리기를 만끽하고, 다양한 방법으로 그림과 다시 가까워지려는 이들을 바라보며, 나 또한 다시 그림을 그려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고 있다. 그 하나의 수단으로 이렇게 남들과 다른 여행의 기록을 남겨보는 방법을 생각해봄도 좋겠단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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싫어! 단비어린이 그림책 4
카트린 괴퍼르트 글, 마리온 괴델트 그림, 박성원 옮김 / 단비어린이 / 2013년 1월
절판


여섯살 아이가 (만 네돌 지난지 얼마 되지 않은) 얼마전부터 갑자기 됐어, 싫어! 하는 말을 하기 시작해 놀라게 되었다. 아마 어른들이 무심코 했던 말을 따라 했다가 그 말에 어른들이 깜짝 놀라니, 쓰고 쓰고 또 쓰고. 희한하게도 아이들은 부정적인 말들은 쉽게 배우고 또 오래 쓰는 경향을 보인다.

쓰지 말라고, 싫어라는 말은 그렇게 아무데나 쓰는 것도 아니고, 상대방을 언짢게 할 수도 있다고 말해주어도 아이는 자꾸 싫어라는 말을 반복해 쓰고 있었다. 유독 그 말을 많이 했던 그날, 아이에게 이 그림책 싫어를 읽어주게 되었다.

아이가 책을 한동안 안 읽고 있어서 읽히고 싶었던 그림책이라고 다 반응이 좋았던게 아니라서, 걱정 반 기대반으로 읽혔는데, 우와, 아이의 반응도 놀라웠지만 정말 즉각적인 효과 또한 괄목할만 하였다.



아이 그림책에 그닥 큰 반응을 보이지 않던 아이 아빠마저도, 우와 이 책 효과 정말 놀라운데? 하는 반응을 보일 정도였으니 말이다.

파울이라는 아이가 어느날 놀이터 의자 뒷편에서 싫어가 가득 들어있는 종이봉투를 주웠다. 싫어는 봉투 속의 별 모양으로 반짝거리는 것이었다.

파울은 종이봉투를 줍고 나서, 싫어라는 말을 남발하게 되었다.

엄마가 놀이터에서 그만 놀고 집에 가자 해도 싫어! 하고 외치고, 그렇게 말하고 나니 이상하게 기분이 좋아지는 것을 느낀 파울. 싫어라는 말을 하는데 재미가 들리고 말았다. 파울이 싫어를 말할때마다 봉투에서 색색 어여쁜 별모양 싫어들이 밖으로 통통 튀어나왔고 말이다.

엄마가 몇번을 불러도 싫어만 대답하던 파울.

결국 엄마에게 끌리다시피 집에 와서도, 엄마가 하는 말 말끝마다 싫어 싫어를 답하고 말았다.

엄마는 점점 화가 나고 기분이 나빠졌지만 약간 평소보다 거칠게 파울을 대하는 것 말고는 화를 내거나 아이를 윽박지르는 행동을 하지 않았다. 우리 아이가 이랬다면 나도 모르게 버럭 화를 내버렸을 지도 모르는데.

파울이 처음에 재미처럼 했던 싫어는, 어느새 자발적으로 먼저 튀어나오기 시작하였다.

맛있는 저녁 식사를 더 하고 싶어도 누가 묻기만 해도 저절로 싫어가 튀어나오고, 엄마와 화해의 뽀뽀를 하고 싶어도 싫어가 튀어나오는 통에 엄마의 뽀뽀 없이 차가운 이불을 덮고 잠자리에 들어야만 했다.

심지어 유치원에 갈때 자기가 좋아하는 소방차 옷을 입을거냐는 엄마의 물음에도 파울은 싫어라고 대답을 해서, 엄마는 아무말없이 파울이 가장 싫어하는 아기돼지 옷을 입히게 되기도 하였다.

유치원을 가는 과정도 험난하였다. 엄마도 지치고 파울도 지치는 일상.

유치원에 도착해서도 파울은 구석에 앉아 싫어를 가득 쌓아두고 모든 사람에게 싫어 싫어 싫어!을 대답하고, 하루종일 진이 빠져버리고 말았다. 재미로 시작한, 나쁜 말이었지만 그 나쁜말이 결국 아이를 구속하기 시작한 것이었다.



파울의 싫어덕분에 이제 아무도 파울에게 말을 걸지도 놀아주지도 관심을 갖지도 않게 되었다.

파울 역시 너무나 지치고 힘든 하루를 보냈고 말이다.



아이가 옆에서 열심히 듣다가, 엄마, 너무 싫어 싫어 하니까 싫다. 파울은 왜 그래? 하고 물었다.

응, 싫어 주머니를 주워서 그렇대. 그런데 우리 아들도 싫어라는 말 듣기 싫지?

응.

그것 봐. @@이가 사람들에게 싫어! 하고 대답할 때 상대방도 그 말이 듣기 싫은 거야. 싫어라는 말은 좋은 말이 아니거든.

파울도 그 말때문에 친구들과도 어울리지 못하고, 엄마도 속상하게 하고. 무엇보다도 크게 다칠 뻔 하기도 했잖아.

응.

그럼 우리 @@이도 앞으로 싫어! 이런 나쁜 말 자주 쓰면 될까? 안될까?

안돼!



말 안듣고 한참 통통 튀기 바쁜 나이의 아이에게 사실 가장 효과적인 것은 실제 상황에 적합한 본보기라거나 이렇게 아이가 간접 경험을 제대로 할 수 있는 좋은 그림책이라 생각한다. 우리 아이에게 딱 필요한 시기의 책이었는데, 정말 요즘 읽어준 책 중 가장 효과가 좋았던 책이기도 하였다. 덕분에 아이가 재미삼아 말하던 싫어는 쏙 들어가버렸다.



@@아. 파울처럼 싫어! 하면 안되지?

하면 아! 맞다! 하면서 바로바로 수긍하니말이다. 좋은 책 그림효과가 참 극적이었다. 자기가 직접 듣고 그것이 나쁜 것을 스스로 깨닫게 해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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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투나 - 잔혹한 여신의 속임수
마이클 에니스 지음, 심연희 옮김 / 북폴리오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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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군주론의 저자 마키아벨리와 천재 화가로 알려진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여인의 토막 연쇄 살인사건을 같이 파헤친다면?

이 놀라운 가설에 의해 쓰여진 책이 바로 포르투나, 잔혹한 여신의 속임수이다. 이 책의 저자 마이클 에니스는 역사를 전공하고 대학에서 미술사를 가르칠 정도로 역사에 관해 방대한 지식을 갖춘 사람이라 한다. 그는 철저한 자료 조사를 통해 비단 억측과 가설에 의존해서만 소설을 쓰지 않고, 실제 인물들의 당시 시대적 상황등을 충분히 고려한 가설을 바탕으로 이 소설을 완성해 내었다. 그러기에 그만큼 치밀하게 책의 재미 또한 높아지지 않았나 싶다.

 

사실 이 책을 너무나 재미나게 읽고, 바로 연달아 중세시대를 바탕으로 한 지적 스릴러라는 다른 책을 접하게 되었는데, 유명한 상을 수상했다는 작품임에도 상대적인 재미는 좀 반감되는 느낌이었다.

 

우리가 역사교과서에서 만난 너무나 유명한 인물들의 추리소설 등장이라는 다소 생뚱맞을 수 있는 설정은, 극에 대한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면서도 자칫 잘못하면 부풀어진 기대감을 급격히 떨어뜨릴 수 있을만큼 위험 부담이 큰 설정일 수 있었다.

그런데 이 책은 그런 기대가 무너지지 않을만큼 충분히 재미있게 느껴진 책이었다. (아니 사실 레오나르도와 마키아벨리의 주도적 추리 소설처럼 소개된 이 책이 사실은 역사적으로는 덜 중요했을지 모르나, 이 책 자체에서는 누구보다 중요한 다미아타라는 한 여인의 삶을 다루고 있다는데서 놀랍게 몰입하게 만들게 되었다. )

 

책을 읽고 나니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이라는 책을 읽어보고 그 내용을 아는 사람이라면 더욱 재미났겠단 생각이 들었다.

학창시절에 교과서에서 제목만 접했던 책이었기에 그 실제 내용을 잘 알지 못했지만 이 책의 주인공이 되는 마키아벨리의 이야기가 주로 실려져있고, 또 그 군주론의 바탕이 될법한 사건과 인물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는 데서, 인문서로서만 생각했던 그 책의 행간의 의미가 무엇일까 궁금한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역사를 제대로 깊이있게 공부한 사람들은 참으로 많은 의문과 가설을 가슴에 품고 살아갈 수 있겠단 생각이 들었다.

 

사실 교황이 결혼만 하지 않았을뿐 그의 권력이 막강했을 당시에 수많은 자녀들을 두고 왕처럼 행세했다는 것은 이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되었다. 그들의 신분이 서자로 되어있을뿐 엄연히 왕자나 공주 못지 않은 막강한 권력을 갖고 있었고, 아버지의 총애를 입는 사람에게는 더더욱 세상을 호령할 강력한 힘과 부를 소유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역사상 가장 세속적이고 부패한 교황으로 알려진 알렉산더 6세, 로드리고 보르자와 그들의 아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었다.

실세를 가진 왕이 대부분 자신의 권력을 장남이나 가장 뛰어나게 총명한 아들에게 물려주는 것과 다르게, 이상하게도 로드리고 보르자는 자신을 가장 닮았으며 총명했던 장남 발렌티노를 무시하고, 후안 보르자라는 아들을 더욱 사랑해 그 아들에게 가장 막강한 부와 권력을 물려주었다. 그리고 그 아들이 살해당한 사건은 아직도 미제의 사건으로 남아있다 한다. 실제의 인물들이 관여된 이 사건과 연이은 마녀사냥과도 같은 놀랍게 잔인한 사건들이 바로 세기의 인물들로 남은 레오나르도 다빈치와 마키아벨리가 파헤쳐나가는 사건들로 탄생하게 되었다.

 

애매하게 추론만 하고 서둘러 끝맺음을 맺는 다른 책과 달리 이 책은 자신이 추론한 것을 바탕으로 시원하게 서술해준데 고마움을 느낀다.

 

후안 보르자의 연인인 다미아타의 이야기부터 시작이 되었다. 후안 보르자의 아들을 숨어서 키워낸 그 여인은 당시의 고급 창녀로 치부된 코르티지아나 오네스타 부류에 속한 여인이었다.막강한 권력을 가진 자의 연인답게 그녀는 당시 그녀의 이름을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널리 알려진 빼어난 미모와 놀라운 지성을 겸비한 여성이었다. 단지 아름다움만을 가진 백치미의 여성이 아닌, 가난으로 인해 벗어날 수 없었던 지옥같은 구렁텅이에서 그녀를 높이 이끌어올릴 수 있었던 것은 자신의 어머니가 그녀에게 단테의 신곡을 통해 가르쳤던 글로 시작을 해서 그녀가 참기 힘든 일을 해가면서도 놓지 않았던 수많은 명사들의 책을 통해 얻은 지식에 있었다. 높은 지위에 있는 남자들은 그녀의 아름다움뿐 아니라 그녀의 지성에서 나오는, 비등하게 토론을 할 수 있는 그 지성미 또한 넘치게 사랑하였다.

 

연인이 살해된 이후, 연인의 살해범으로 오해를 받던 (그녀의 연인의 일거수 일투족을 알고 있던 거의 유일무이한 인물이 바로 그녀였기에) 다미아타는 자신의 뱃속에 있던 아들을 지키기 위해 숨어지냈지만 결국 교황에게 잡혀가고 말았다. 교황은 그녀의 아이를 인질로 삼아, 최근 발견된 어느 여인의 토막난 시체 속에서 발견된 연인의 증표를 통해 연인의 살해범(만약 그녀가 아니라면)을 밝혀내라는 명을 임명받고 그 지역으로 떠나게 되었다. 다미아타는 자신의 목숨보다 소중한 아들을 되찾기 위해 모든 위험을 무릅쓰고 사실을 밝혀내기에 힘을 쓰게 되었다. 바로 거기에서 피렌체의 서기관 마키아벨리 역시 그 살인사건을 조사함을 알게 되었고, 또 그 이후에 당시로선 굉장히 파격적인 과학적 측량방법을 통해 살인사건을 조사중이던 레오나르도 다빈치와 맞닥뜨리게 되었다.

 

여인의 시신을 끔찍하게 훼손한 살인사건은 그것이 시작일 따름이었다.

이후에도 마치 암호처럼 예측이 가능한 부근에서 또다른 여인의 또다른 신체 부위가 발견되는 등, 살해범의 소행은 잔혹하기 그지 없었다.

다미아타는 그 사건을 파헤치는 와중에 너무나 소중히 여겼던 자신의 분신과도 같은 여인 카밀라를 잃게 되었고, 그 스스록 그녀에게 거리를 두지만 결국은 그녀의 가장 큰 조력자가 되어주는 마키아벨리를 통해 사건의 본질에 조금씩 가까이 다가가게 되었다.

레오나르도 다빈치라는 타이틀이 있어서 사실 레오나르도와 마키아벨리의 보다 더 큰 활약이 빛을 발하지 않을까 했지만 그의 천재성은 눈에 띄어도 사건에서 보다 더 활약하는 이는 마키아벨리와 역사속에서는 묻혀버린 다미아타였다.

 

그들의 활약은 정말 끝까지 흥미진진하였다.

선조들의 시대를 너무 간과하면 안되는 것이지만 그 시대의 사건이라고는 믿기 힘들 정도로 사이코패스 경향을 깊이 보이는 범인은 오늘날에 사건으로 발현이 되어도 세기를 놀라게 했을 충격적인 인물이었다. 역사적 단순 미스터리라 하기엔 정말 숨가쁘게 읽히는 재미가 있는 작품이어서, 한번 손에 잡으니 내려놓기가 어려운 책이었다. 이 책의 진정한 재미는 이 책의 가설이 가설로 끝나는게 아니라 실제가 아니었을까 하는 의구심을 사실처럼 뒷받침해준다는데 있었다. 실제 있었을 수 있는 일들, 현대인에게는 전해지지 못한 그 실상을 우리는 이렇게 소설이라는 이름을 빌어 만나게 될 수 있지 않았는가.

 

다빈치와 마키아벨리가 실제로 1502년에 군주론의 모델인 체사레 보르자의 궁정에 있었으며, 이후 피렌체에서 함께 일했다는 사실은 역사적 기록으로도 남아있어 흥미를 더한다. -뒷표지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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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주받은 책들의 상인
마르첼로 시모니 지음, 윤병언 옮김 / 작은씨앗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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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와 관련된, 재미난 팩션 소설을 주말동안 연달아 읽게 되었다.

그 중의 하나가 바로 이 저주받은 책들의 상인이었다.

예전에 댄 브라운의 다빈치 코드를 읽었을때의 충격을 떠올리며 그런 책이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했었다.

책에는 움베르토 에코의 장미의 이름에 필적할만한 소설이라 씌여있었지만 말이다.

 

사실 움베르토 에코의 장미의 이름이 대단하다는 이야기를 들었지만 직접 읽어본적은 없었다. 그런데 꽤 많은 소설들이 그와 비견되는걸보니 정말 대단한 작품이긴 한가보다 하는 막연한 생각을 하고 있었다.

비비엔 드 나르본 신부는 괴한의 침입을 피해 낭떠러지로 떨어지고 말았다.

그리고 13년후 그와 절친한 사이였던 무당과도 같은 신비한 상인 이냐시오에게 비비엔이 갖고 있던 책 우테르 벤토룸이라는 책을 찾아달라는 의뢰가 들어왔다. 이냐시오는 자신을 돕는 월라름이라는 프랑스인과 수도원에서 만난 글을 읽을 줄 아는 현명한 소년 움베르토 등과 함께 책을 찾아 나서기 시작했고, 그 일행을 뒤쫓는 집단은 방해가 되는 인물들은 모조리 죽이거나 고문을 하며 오로지 책을 찾는데만 혈안을 보이기 시작하였다.

 

다빈치 코드 등에 나왔던 신비한 종교 집단처럼 그들의 집단 또한 생 베므라는 살인 면허를 가진 집단이었다. 신분은 고귀한 신분을 갖고 있었으나 그들이 제거하고자 하는 이는 반드시 죽음으로 이끌어주는 무서운 집단이었다. 이냐시오는 사실 의뢰를 받기 전부터 생 베므로부터 생명의 위협을 느끼며 살아오고 있었다.

 

절대로 존재할 수 없을 것 같은 막강한 권력에 대한 두려움과 호기심 등은 인간의 본성에 기인한 것일것이다. 마치 반지의 제왕에 나오는 절대 반지와도 같은 우테르 벤토룸이라는 책을 찾고자 하는 욕망은 그래서 다른 이의 목숨을 앗아가는 행위 따위는 아무렇지도 않게 느끼게 하는 일이었을지 모른다. 손에 땀을 쥐게 할 정도로 빠른 속도로 읽을 수도 있는 책이었지만, 사실 띠지에 적힌 것처럼까지의 희열은 다소 부족하기는 하였다. 읽을 수록 다소 느려지는 속도감과 대충 어떻게 흘러갈 거라는 예상이 있었기에 생각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결말에 다소 아쉬움이 있기는 하였다. 재미나게 읽을 수는 있었지만 움베르토 에코에 필적한다거나 어니스트 헤밍웨이 등이 수상한 방카렐라 상 수상작이라 너무나 빼어난 작품이었다 추켜세우기만 하기에는 살짝 아쉬움이 남는 책이었다.

 

워낙 역사소설을 좋아하고 긴박감이 넘치는 추리소설 역시 좋아하기에 천사를 소환한다는 신비의 책을 추적해내는 그 과정이 너무나 기대가 된 반면, 기대가 너무 컸던 탓인지 아쉬움도 적잖이 남은 작품이었다 생각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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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나일지도 모르는 코끼리를 찾아서
베릴 영 지음, 정영수 옮김 / 내인생의책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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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세인 벤은 40대밖에 되지 않은 아빠가 갑작스레 돌아가신 충격으로 정상적인 생활을 한다는게 너무나 힘들어져버렸다. 친구는 물론이고 가족들에게도 예전같이 대할 수가 없었고, 아빠의 부재를 대신할 그 무엇도 찾을 수가 없었다. 넋이 나간 듯한 엄마의 행동도 마음에 들지않고, 9살 어린 여동생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학교 수업도 마음대로 빼먹기 시작하고 컴퓨터 게임에만 열중하는 등, 현실도피의 경향을 보이자, 벤의 할머니는 벤과 함께 인도로 떠날 계획을 세웠다. 그리고 벤에게의 통보, 당연히 벤이 순순히 떠날리는 없었다. 

 

벤의 할머니 노라는 초등학교때부터 인도의 샨티라는 동갑내기 여자애와 펜팔을 하였다 한다. 샨티와 정말 깊고 깊은 우정을 쌓고 언젠가 보러 가고 싶었는데, 샨티가 중매결혼을 한다는 이야기에 노라가 나라면 그렇게 하지 않겠어 라는 답장을 보낸 이후에 편지가 끊겼고, 그렇게 연락없이 수십년을 보낸 그 친구가 보고 싶어 인도로 떠나겠다는 것, 그 여행에 벤을 데리고 가겠다는 것이었다.

언제 가게 될지 모를 해외, 그것도 인도라는 전혀 생소한 나라에 할머니와 단둘이의 여행이라니 비뚫어질대로 비뚫어진 상황이었던 벤은 그리 탐탁지 않았지만 시큰둥하게 받아들이고 다녀오기로 결국 결심한다.

 

머나먼 캐나다에서 인도까지의 거리보다 사실상 더 깊고 멀었던 것은 벤의 상처받은 마음의 깊이였다. 사실 사랑하는 가족을 잃은 것은 벤뿐이 아니었다. 할머니 노라는 아들을 잃었고, 엄마는 남편을 잃었으며, 여동생 로렌 또한 사랑하는 아빠를 잃었다. 하지만 벤은 우선 자신만의 상처에서 헤어나오기가 힘들었다.  

 

인도는 사실 평범한 여행지가 아니다. 많은 이들이 영혼을 중시하는 곳이자, 모든 사람이 철학자 같은 말을 내뱉기도 하고, 또 그만큼 사기도 난무하여, 정말 여행객들이 안심하고 돌아다닐 그런 곳은 아닌걸로 알고 있는데 여행에 거의 문외한인것 같은 할머니와 열세살 벤은 다행히도 무사히 잘 여행을 하고 다녔다.

 

무엇보다 연락이 수십년째 끊긴 소녀시절의 펜팔친구를 찾아 70 가까운 할머니가 인도로까지 여행을 한다는게 믿기지 않았는데

작가인 베릴 영은 실제 자신의 펜팔을 찾아 인도로 세번의 여행을 다녀온 경험이 있다 하였다. 그 경험이 녹아들어있는 작품이 바로 이 책이었다.

 

캐나다와는 달라도 너무나 다른 나라인 인도였지만, 놀랍게도 인도에서 할머니와 벤은 의사소통의 어려움을 거의 느끼지 못하고, 어린 아이서부터 어른에 이르기까지 누구와도 편안히 영어를 사용할 수 있었다. (정말 그런가? 소설 속에서뿐일까? ) 그리고 벤은 그곳에서 만나는 코끼리에게 자신도 모를 뭔가의 깊은 이끌림을 받는다. 상처같기도 하고, 뭔가를 전달하는 것 같은 그 의미. 그리고 죽음과 환생 등, 그가 알고 있는 죽음과 다른 세계를 인정하고 있는 인도인들의 남다른 종교관과 사후 세계 등의 이야기도 접하게 된다. 사랑하는 가까운 이의 죽음이라는 충격을 경험한 벤이었기에 (나 또한 가장 가까운 이 중의 하나였던 할아버지께서 초등학교때 돌아가셨을때 너무나 큰 충격을 받았던 기억이 있었다. ) 보통의 아이들보다 한층 더 깊이있는 성찰로 인도를 받아들이고 느끼게 된다.

 

인도의 여러 신에 대한 이야기를 접한 적이 있었지만 이책에 나오는 시바 신의 아들 가네샤의 이야기는 처음 들었다.

머리는 코끼리의 모습을 한 소년 신이고, 아이들의 소원을 이뤄주기에 아이들이 가네샤 앞에 사탕 등의 제물을 갖다 두고 소원을 빈다는 것이었다. 소년 벤은 자기도 모르게 실제의 코끼리에게도 끌리고 가네샤라는 그 소년 신에게도 강한 끌림을 받게 되었다.

 

할머니의 친구를 찾는 여정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집 주소를 알지도 못했고 학교 홈페이지는 폐교가 되었는지, 운영이 제대로 안되고 혹시 몰라 학교 홈페이지 동창생들에게 메일 같은걸 보내봤으나 답신이 오지도 않았다. 할머니와 벤은 사실상 인도에서 새로운 것들을 많이 접하게 되었어도 할머니는 친구를 찾지 못해 기진맥진하고, 벤은 끌려왔다는 생각에 또 자신이 빠져있는 플레이스테이션을 충전할 수 없다는 생각에 좌절하게 된다. 마치, 우리가 해외에 나갔다가 핸드폰이 안되거나 인터넷이 안되어 맥이 빠지는 경우와 같다고나 할까?

할머니는 오랜 여행기간동안 (17일 정도) 벤과 차분히 이야기할 기회를 얻길 바랬고, 벤은 그럴 생각이 없었다.

 

아답타의 존재를 몰랐던 벤은 차츰 아날로그식 인도의 문화와 문물 등이 훨씬 더 재미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할머니는 기겁을 하는 코브라 등을 직접 보고 다양한 것을 체험해보는 것도 재미있었고, 인도에서 만난 친구들과도 깊은 교감을 나누게 되었다. 크게 기대하지 않고 떠났던 여행이지만, 벤은 상처받았던 자신의 마음을 치유하고, 할머니에게 상처만 내던 자신을 후회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하였다.

 

원제는 Follow the elephant라 코끼리를 찾아서 지만, 번역본의 제목은 어쩌면 나일지도 모르는 코끼리를 찾아서로 좀더 멋지게 표현되었다. 소년은 코끼리와 자신을 동일시, 혹은 떼어놓지 못하고 연결고리가 있는 것으로 생각하게 된다. 머나먼 그 곳에서였지만 그 누구도 대신 치유해줄 수없었던 상처를 소년은 되돌아볼줄 알게 되었던 것이다. 할머니와의 여행이 전혀 생뚱맞게 느껴졌었지만, 여행이 소년과 할머니에게 준 의미가 무척이나 크고 아름다운 것이었기에, 참으로 멋진 작품이 탄생되어 나오지 않았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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