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50 - 은근한 불로 노릇하게 부쳐 먹는 한국의 슬로푸드
손성희 지음 / 시드페이퍼 / 2011년 1월
품절


내가 너무나 좋아하면서도 또 못하는 음식이 바로 전이다.

명절, 잔치, 그리고 비오는 날 등등 어떤 이유를 대고서라도 전과 함께라면 한국인들은 지글지글 그 고소한 기름 냄새에 정을 느끼고 행복감을 느끼게 된다.

얼마 전 읽었던 일본 요리 책에서, 일본인들은 채소나 해물 등이 남으면 모조리 튀김으로 만들어 먹는다는 이야기를 접하게 되었다. 우리네 전만큼이나 그들에게 가까운 것은 튀김이었던 것. 튀김도 맛있지만, 전만이 주는 그 행복한 포만감은 비할 바가 아니라는 생각이다.


전, 전유어, 부침개, 혹은 지짐이라고도 부르는 그 많은 이름들.

맛있는 재료에 살짝 밀가루 등을 입히고 기름에 지글지글 지져내는 그 냄새는 옆에 있는 사람까지 황홀하게 만들고, 만드는 이의 옷에는 기름냄새가 온통 배이게 하는 주범이 되기도 한다. 명절날 허리가 아프게 여인들이 앉아서 부쳐야 했기에 중노동처럼 여겨지기도 했던 전 부치기. 비오는 날에는 어쩐지 밀가루가 땡긴다면서 전을 부쳐달라고 엄마께 조르곤 하던 철없는 미식가였던 나. 전이라 하면 김치전부터, 해물파전, 일본식 오코노미야키까지..모든 전을 다 좋아하건만, 어째 내게는 전을 부칠 솜씨는 떨어지는지 아쉽기만 하던 찰나, 이렇게 전에 대한 총체적인 정보를 망라한 책을 접하고 보니 "나도 한번 또 해볼까?" 하는 마음이 들게 되었다.


그렇게 좋아하면 사실 직접 만들어먹으면 될일이건만, 이상하게 내가 전을 만들면 뒤집기도 전에 찢어지거나 속이 다 익지 않거나 태워먹거나 등등, 사진 찍을만한 모양새를 갖출 수가 없었다. 신혼 초창기 술을 좋아하는 신랑을 위해 해물 파전을 멋지게 부쳐주고 싶었는데, 밀가루 가 두꺼운 파전은 싫어서, 계란만 가득 넣고 밀가루는 조금 넣었더니 뒤집어지지도 않고 그대로 산산이 부서지고 말았다. 신랑은 오징어, 홍합, 새우 등 재료도 풍성하고 맛있다 했지만, 젓가락으로 잘 잡히지 않는 형편없는 해물파전에 얼마나 부끄러운 마음이 들었는지 모른다. 지금도 가끔 친정에서 식구들과 함께 부쳐먹곤 하는데 구울때는 은근슬쩍 엄마나 동생과 함께 부치며, 재료에만 힘을 쓰는 편이었다

전에 대해서는 거의 달인이다 할 저자.

요리를 좋아하지만 그녀가 특히나 전에 대해서는 수다스러워질만큼 할말이 많았던 것은 큰집에서 자라서, 어려서부터 명절때마다 늘 전을 부치고, 일을 거들다보니 알게모르게 베테랑이 되었다 하였다. 전의 기본 재료 손질과 기본 과정등을 다루어 상세 레시피에 들어가기 전에 기본을 익힐 수 있도록 도움을 준 것이 고마웠다. 성격이 급해서, 이리 뒤집고 저리 뒤집어 볼품없이 만들곤 했는데, 그러지 말라는 주의사항을 보고, 기다릴줄도 알아야함을 배우게 되었다.

명절에 넉넉히 만들어놓은 전을 어떻게 활용할까로 인터넷에 가끔 정보가 뜨는것을 보았다. 우리집에서도 전골 등에 넣어서 먹는 것은 많이 해봤는데, 책에는 전 비빔밥, 모듬전 탕수, 전볶이, 전 돈까스 등 독창적이고 새로운 방법들이 소개되어 있었다. 맛있는 전을 끝까지 맛있게 먹을 수 있는 방법들, 새로 배워봄도 좋을 듯 하다.


한국식 전 하면 흔히 떠오르는 막걸리.

저자가 직접 만들고 먹어보니 막걸리 외에도 세계적인 술들과도 우리 전이 너무나 잘 어울렸다고 한다. 그래서 이 책은 독특하게도 각각의 레시피마다 어울리는 술을 언급해주고 있다. 막걸리만 있는게 아니라 일본의 사케, 호가든 등의 맥주, 와인 등 겹치지 않는 많은 술들이 언급되었고, 정말 어떻게 조화가 이뤄질지 궁금해지는 터라, 술 안주로 맛깔난 전을 만들어서 분위기를 즐겨봐도 좋을 것 같다.



표지처럼 푸짐하게 한소쿠리 가득 부쳐낸 전만 있는게 아니라, 책 속 전들은 깔끔한 레스토랑의 한접시 요리처럼 그렇게 가지런한 모습으로 조금씩 덜어져 접시에 놓여 있다. 푸드 스타일링에도 일가견이 있는 저자인지라, 기름진 전이라도 새롭고 정갈하게 즐길 수 있음을 알려주는 듯 했다. 어느 고급 레스토랑의 와인과 곁들여야할 주 메뉴처럼 말이다.



피자는 즐겨 먹지 않아도 해물파전은 즐겨먹는 신랑을 위해 일상 전 중에서 해물 파전 먼저 찾아보게 되었는데 해물파전과 어울리는 술은 미몽이라는 술이었다. 텁텁함을 제거한 깔끔한 막걸리라니 해물파전 한접시 맛나게 부쳐두고, 신랑 몰래 깜짝 이벤트처럼 사다가 꺼내주어도 좋아할 것 같았다.

한접시 얌전하게 차려진 떡산적은 가래떡에 다진 고기를 채워 부드럽게 만들어낸 것이었다. 약산춘이라는 새로운 술의 튀지않는 단맛이 떡산적의 부드러운 풍미를 더해준다 한다. 전50을 읽으며 술에 대해서도 한수 배우는 느낌이었다.



전혀 예상치 못했던 곶감전 또한 그 달콤한 맛을 예상하며 입안에 군침부터 고이게 하는 매력적인 메뉴였다. 어쩐지 와인과 어울릴 것 같더라니, 정말 꿀의 풍미가 부드럽게 풍기는 와인과 어울리는 안주라 하였다. 맛있게익힌 곶감전을 사과 소스에 찍어 먹는다니, 전이 아니라 색다른 디저트가 되지 않을까 싶다.


일상의 전부터 특별한 날의 전까지..

전은 그저 그 존재만으로도 우리에게 행복감을 주는 소중한 먹거리이다.

가족과 친구들을 위해 기분좋게 부쳐내는 전, 그 안에 사랑까지 한 국자 가득 담아 부쳐내면 먹는 사람의 입에 저절로 미소가 피어오르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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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티풀 크리처스 - 그린브라이어의 연인, 판타스틱 픽션 블루 BLUE 3-1 판타스틱 픽션 블루 Blue 3
캐미 가르시아.마거릿 스톨 지음, 김승욱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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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유명한 트와일라잇 시리즈만 어째 빼놓고, 그 이후에 나온 많은 뱀파이어 로맨스 이야기와 타락 천사, 이모탈 등의 이야기등은 찾아서라도 읽게 되었다.

영화로만 잠깐 만나봤던 트와일라잇, 그 강렬한 인상에 수많은 여성팬들이 넋을 빼놓는 것도 당연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저 로맨스 하나로 끝나지 않을 마성이 깃든 이야기.

 

트와일라잇을 넘기고, 해리포터를 극복하고자 하는 많은 소설들이 쏟아져나오는 가운데, 또다른 환타지 로맨스인 뷰티풀 크리처스에 대해 알게 되었다.

워너 브러더스에 의해 영화화될 예정이고, 뉴욕 타임즈에서 1위를 차지한 베스트셀러.

 

과연 어떤 내용일까? 또다른 뱀파이어의 이야기일까?

소설의 시작은 다른 하이틴 환타지 소설들과 비슷하게 흘러갔다.

한 폐쇄된 작은 마을에 책을 좋아하지만, 책도 안보고 사는 다른 아이들에게 묻혀 지내느라 운동에 심취해야했던 이선이라는소년이 있었다.

소년은 엄마를 잃은 후 아빠까지 은둔자가 되어, 대화가 끊기고, 아버지때부터 집안일을 도와주신 애마 아주머니의 도움으로 생활을 하는 그 마을을 벗어나고픈 욕구를 갖고 있었다.

 

"너 조심해야 돼.

언젠가 네가 하늘에 구멍을 내는 바람에 우주가 그 구멍으로 몽땅 쏟아져 내리는 날이 올 거다.

그러면 우리 모두 아주 곤란해질거야." 38P

 

타로 카드 점을 제법 잘 치는 애마 아주머니는 꽤나 유명한 실력을 갖추고 있었다. 항상 소년과 소년의 집에 뜻모를 부적을 잔뜩 갖다 두기도 하였다.

 

소년에게 특별한 일이 있다면 몇달전부터 꿈속에서 사랑하는 듯한 어느 소녀의 손을 놓쳐서 끔찍함을 느끼며 깨어나게 되었다는 것. 그 소녀에게서 레몬과 로즈마리 냄새가 난다는 것이 특별하다면 특별한 일이었다.

 

"인정해 이선. 넌 네가 다른 사람들이랑 다르다고 말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아.

넌 달라지고 싶어하지만, 아주 조금 다를 뿐이야.

진짜로 다른 건 아냐. " 158P

 

그러던 어느 날 소녀 하나가 전학을 오고, 아름다움이 묻힐 정도로 소녀의 분위기는 아주 이상했다.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소녀가 살고 있는 삼촌이 아웃사이더라는 이유만으로 소녀를 왕따 시키고, 꿈속의 그녀와 닮고, 향기마저 같은 그녀에게 자신도 모르게 끌린 이선은 자꾸만 소녀 주위를 맴돌게 되었다. 소녀의 이름은 리나.

 

이 모든 일에 그 로켓과 리나의 생일이 관련되어 있었다.

위험도 있었다.

 

나는 이 퍼즐 조각들을 맞출 수 없었다.

혼자 힘으로는 불가능했다. 237P

 

평범하게 흘러갈 줄 알았던 소설은 전혀 의외의 내용으로 흘러갔다. 그리고 자꾸만 이 소설의 매력 속으로 깊이 빠져드는 나를 발견했다.

엄청난 두께를 자랑함에도 그 내용이 아쉬울 정도로 너무나 재미있고, 매력적이었던 소설.

소년과 소녀의 만남은 꿈에서 말해주듯 우연이 아니었다.

그들이 우연히 로켓을 통해 과거로 연결이 되고, 소년과 이름이 같은 또 다른 이선과 제너비브를 만나게 되면서 그들은 조금씩 자신들을 둘러싼 비밀에 직면하게 된다.

작고 폐쇄적인 개틀린에서는 도대체가 비밀이라는게 없을 줄 알았는데, 너무나 충격적인 비밀이 파묻힌채 그들 앞에 나타나게 되는 것이었다. 그리고, 또 하나하나가 엮여 있었고 말이다.

 

"일반인들의 세계와 주술사의 세계, 빛과 어둠 사이에는 균형이 잡혀 있어.

보관자는 그 균형의 일부이자 세상의 이치의 일부야.

 만약 내가 나를 묶고 있는 그 법칙에 반항한다면, 두 세계 사이의 균형이 깨질 수 있어." 275P

 

모든 능력을 가진 소녀 리나, 평범하지 않은 그녀 가문은 주술사의 가문이었다. 그리고 그녀가 그토록 두려워하는 열여섯 생일에 모든 것이 판가름 날 수 있었다.

그리고 이선은 리나의 두려움을 떨쳐내려는 듯, 그녀를 빛과 어둠의 선택으로부터 구해내고자 마음을 먹는다.

 

그들의 사랑은 어떻게 이어질 것인가.

다른 주술사와 다르게 그 모든 것을 다 지닌 자연체가 될 리나와 사랑하는 소녀를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내던질 준비가 된 일반인인 이선.

6대조 그들의 선조들의 사랑 못지 않게 아니 그보다 더 비극적으로 연결이 되었을 법한 청소년들의 사랑 이야기에 가슴이 시려 오는 것 같았다.

오랜만에 진정한 사랑 이야기를 읽은 듯.. 책을 다 덮은 그 느낌이 너무 아쉬워 한숨을 조용히 내쉬었다.

 

이토록 방대한 분량의 책이..다행히 완결이 아니었음에 안도하며..

그들의 앞으로의 행보가..두렵기도 하고, 또 어떻게 진행될지 더욱 궁금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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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그림백과 세트 5 - 전5권 - 사회.역사 따뜻한 그림백과
신수진 외 그림, 재미난책보 글 / 어린이아현(Kizdom)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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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개월을 코앞에 두고 있는 우리 아들, 어제부터 이모와 시장에 가면 무엇이 있나~ 찾기 놀이를 합니다.

이모가 "시장에 가면 무엇이 있나?" 하면 아기가 "딸기~" 하고 또 노래를 부르면 " 바나나" 하면서 시장에서 혹은 마트에서 파는 각종 물건들을 떠올리지요.

아기가 쉽게 떠올리지 못할때는 이모가 살짝 살짝 힌트를 주기도 하더라구요.

 

며칠전 문자가 와서, 농협 마트에서 딸기를 세일한다는 소식을 듣고, 아기에게 "시장 가서 딸기 사자" 라고 이야기했어요. 보통 마트나 슈퍼라고 이야기했는데, 요즘 이 그림책을 보여주고 있는 중이라 시장이라고 했더니, 시장? 딸기? 하면서 따라나서더라구요. 아기와 쿵쾅쿵쾅 걸어서 (우리 아기는 걸어서 간다는 표현을 쿵쾅쿵쾅이라고 합니다. 아마도 할머니 댁에 올라가는 계단 발자국 소리가 그렇게 들렸나봅니다.) 딸기를 사갖고 돌아왔지요.

 

그 다음부터는 시장 책을 더욱 좋아하게 되었어요.

안 그래도 실물을 보고 대조하기를좋아하는 아들

그림 책에 나오는 각종 채소들을 직접 꺼내어 보여줬더니, 조그마한 트럭에 싣고 다니면서 당근 가져오라면 "네~" 대답하고 당근 가져 오고, 가지 가져 오라면 "네~" 하고 가지를 가져오네요. 첫 시작은 노랑, 빨강 빛깔이 고운 파프리카였구요. 피망이라고 알려주었더니, 며칠을 신나게 갖고 노는 통에 쪼글쪼글 시들어서, 아기 장난감으로 생을 다하고, 먹거리로서 사용이 되었는지는 가물거립니다. 책에서 보여주고 실물을 보여주고 산 교육이 이런거구나 싶었어요.

 

시장, 이 따뜻한 그림백과는 3세에서 7세 사이 아이들을 위한 책이랍니다.

다양한 시장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지요.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재래시장 뿐 아니라, 물건을 사고 파는 곳 모두가 하나의 시장이 될 수 있음을, 마치 경제학 책에 나온 그 느낌을 폭넓게 배우는 양, 아이때부터 시장에 대한 개념을 세워주는 책이랍니다.

 

재래시장, 집집으로 찾아오는 두부장수 오토바이, 벼룩시장, 인사동, 마트, 슈퍼와 인터넷 쇼핑몰까지..

아이들 책이라고 얕보다가는 큰 코 다쳐요 쉬운 개념이라도, 하나도 빠짐없이 두루두루 훑어줍니다. 그림도 하나하나 생생하게 그려졌어요.

마치 마트의 한장면을 보는 양, 또 벼룩시장에서는 아기를 업고 있는 엄마들의 묘사가 치밀해서, 정말 나가보고 사진을 찍어서 그림으로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형상입니다.

그냥 머릿속으로 대충 그려넣었다는 느낌이 아니지요. 아기도 그 소중함을 아는 걸까요?

아는 물건이나 동작 등이 나올때마다 반가워하면서 아는 척을 합니다. 아이가 옷을 고르는 것, 또 배추와 무, 아기 업은 엄마 , 마트에서 타는 아이가 좋아하는 자동차 등등 그리고 처음보는 썰매 끄는 개까지..

아, 열대의 시장은 배로도 물건을 팔고, 추운 지방에서는 개 썰매로 물건을 판매하기도 한다는 이야기까지 실려 있거든요.

 

엄마와 아이와 함께 재미나게 볼 수 있는 그림백과.

엄마가 어릴적에 보던 컬러학습대백과는 초등학생 이상을 위한 책이라 아이들이 보기에 적합하지 않았는데, 우리 아이에게도 뭔가 새로운 책을 보여주고 싶었는데..

아이가 좋아할 세밀한 그림으로 된 따뜻한 그림백과를 만나보니, 엄마도 아이도 유익한 공부가 되는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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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사람을 잘 그려요 엄마 아빠와 함께 신나게 그리기 2
레이 깁슨 지음, 신형건 옮김, 아만다 발로우 그림 / 보물창고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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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곧 30개월이 되는 우리집 왕자님은 아침에 눈뜨자마자 찾는 것이 바로 붕붕책이랍니다. 자동차 책을 실컷 보고서 종이와 봉펜(볼펜 발음이 잘 안되어서 봉펜이라고 들려요) 을 찾지요. 자기가 열심히 그리기도 하지만, 주로 엄마 아빠보고, 포크레인과 로더, 트럭, 그리고 운전하는 아저씨를 꼭 그려달라고 한답니다. 하도 그려주다보니, 포크레인은 어느 정도 통달했는데, 아저씨(사람)는 갈수록 엉망이었어요. 엄마는 졸라맨을 그리고, 아빠도 눈코입을 통일한 디자인북에 나오는 듯한 애매한 인형같은 사람을 그리곤 했지요. 아기가 대충 사람이라고 인지하기는 하지만, 그래도 너무 사람의 비중이 미미하게 그렸던 것같아 많이 미안했어요.

 엄마 아빠 그린 그림 따라 그리고, 이름 대고 하는거 즐기는 아가에게 이왕이면 제대로 사람을 그려주고 싶었답니다.

 

얼마 전 난 동물을 잘 그려요 책을 보고 아이와 함께 손쉽게 동물 그림을 그려주니 아이가 무척이나 좋아해서, 한동안 그 책으로 아이와 그림 놀이를 많이 했어요.

색칠까지도 재미나게 했구요. 어떤 사람이라도 순서대로 따라 그리기만 하면, 정말 적정 수준 이상의 결과가 나오는 신기한 그림책이었는데, 이번에 나온 책은 "난 사람을 잘 그려요" 라니, 트럭 운전수 아저씨를 그리고 싶고, 또 다양한 사람을 그려주고 싶었던 엄마 눈에 아주 쏙 들어오는 책이었답니다.

 

남자아이라 그런지, 너클 크레인도 너무 좋아하고, 포크레인도 무척 좋아해서 아저씨, 아저씨 (물론 아찌찌라는 발음에 가깝습니다만) 하는 말이 입에 붙었는데, 맨 처음에 나온 일하는 사람 아저씨도 그려줬구요. 엄마 눈에 무척 예쁜 천사와 발레리나에는 아드님은 큰 관심 아직 없었지만, 근처에 사는 엄친딸 공주님은 무척 좋아할 그림이었네요. 영어 발레를 배운다고, 발레리나를 무척 좋아해서,  발레리나 올리비아라는 책도 선물해주었거든요. 아이들 눈높이에 맞을 다양한 직업의 사람들이 그려져 있어서 찾아서 그려주기 좋을 것 같았네요.

 

얼굴 편에 나오는 다양한 사람들 가운데는 아기도 있었어요. 한눈에도 아기를 찾아내더라구요. 할머니 눈에 그려진 주름은 어쩐지 엄마가 만들어드린 주름 같아 가슴이 아팠지만말입니다. 손쉽게 아이와 함께 크레용, 색연필로 그릴 수 있는 재미난 그림책, 그림책 한권으로 따라그리다보면, 누구라도 자신있게 그리고 싶은 사람을 잘 그려낼 수 있을 것 같아요. 자신감이 붙기 시작한다면, 응용도 가능하겠지요. 엄마 어릴적에도 그랬거든요. 팻치덕, 타비 치로 같은 캐릭터 들을 좋아해서 따라 그리다 보니 나중에는 어느 정도 응용해서 그릴 자신감이 생겼었답니다. 그림도 다 열심히 재미나게 그리는 때가 있는 지라 어른이 되어 한참을 그림그리지 않고 살아서 이제는 피아노 안친 손처럼 굳어버렸지만요.

 

다시 아이와 함께 그림을 그리려 합니다.

아이가 좋아할만한 사람들을 아이 눈높이에 맞게 그러면서도 누가 봐도 예쁘게 잘 그릴 수 있도록 힘이 되는 책, 난 사람을 잘 그려요로 앞으로도 즐거운 시간을 보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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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에서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온다 리쿠 지음, 박수지 옮김 / 노블마인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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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6학년때였던가? 유난히 겁이 많이 나던 때라, 밤에 식구들이 먼저 잠자리에 들면 혼자 앉아있는게 너무 무서워, 나보다 좀 늦게 좀 자달라 부탁하기도 했지만, 피곤한 식구들이 먼저 주무시고, 혼자 일어나 책상앞에 앉아있으면 등줄기로 식은땀이 흐르는 느낌이 들곤 했다. 유난히 그때는 밤마다 겁이 많이 났다. 그래서 책상 앞에 앉아서도 라디오를 틀어놓고, (녹화방송이라는걸 몰랐을 때라 무조건 다 생방송인줄 알았다. 그래서 지금 깨어 있는 사람이 나 혼자가 아니구나) 누군가 나와 함께 같이 일어나 있으니 겁을 내지 않아도 되겠구나 하며 위안을 삼은 적이 있었다.

 

공포 영화나 괴담 등을 궁금해하고, 재미있어하면서도 겁이 무척 많아서 혼자 있을때 꼭 다시 회상해보고, 무서워 죽을 지경이 되기도 하고..

그러면서도 또다시 그 공포와 스릴 속으로 빠져들어가는 걸 보면 인간의 공포에 대한 호기심이란 참 희한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온다 리쿠의 환상적인 공포 스토리, 제목과 표지만 봐도 어딘가 으스스해지는..이 소설, 읽기 전에 망설여야 했던 것이..'혼자 있을땐 너무 무서울 수 있으니 읽지말라'는 충고를 접하고 나서였나보다. 으스스한 이야기를 즐기면서도 몇년전부터 또다시 겁이 많아져서, 무서운 이야기, 영화 등을 모두 피하고 살았던 지라, 온다 리쿠라는 작가의 이름만 듣고 덜컥 선택했던 이 책이 역시 공포물임을 알고, 아, 내가 잠시 미쳤나?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읽지 않았으면 더 두려웠을..

가보지 않은 미지의 길에 대한 공포.

눈으로 확인하고, 안전하다고 결론을 내려야만 비로소 안심이 되는 법이기에 오히려 가보지 못한 세상에 대해 두려움을 키우는 것이 공포의 시작이 아닌가 싶다.

이 책을 먼저 읽은 어느 님의 리뷰를 보고, 안녕, 프란체스카의 느낌이라고 하는 이야기에 조금 용기를 얻고 읽기 시작했다.

 

그리고 무서울 수 있는, 아니 사실은 너무나 끔찍한 이야기들이 어느 유령의 집, 한 집을 둘러싸고 일어나고 있음이..

읽기 시작하면서 어느 정도 편안한 마음으로 읽기 시작했더니 공포에 휩싸이기보다 훨씬 더 쉽게 읽어내려갔다.

끔찍한 이야기를 되도록 상상하지 않으려 노력하면서 말이다. 책을 다 덮고 나서는, 앞으로 한동안은 고기 먹기도 힘들 것 같고, 사과 파이는 더더군다나 눈길 주기도 힘들 것 같았다. 

 

응, 처음부터 알고 있었어.

네가 이미 오래 전에 죽었다는 건.

그러니까 내가 여기로 이끌려 온 거고, 내 눈에는 네가 보이는 거잖아.

그 슬픈 눈.

애처롭고 허무함이 가득한 눈.

그래, 역시 그건 내가 거울 속에서 본 눈이었어.

.....아니, 그게 아니라 내 손으로 죽인 노인들의 눈이었나?  116p

 

여러 이야기들이 마치 단편처럼 흘러간다.

그 집.

표지에 실린듯한 그 아주 묘한 분위기의 언덕위의 집은 유령의 집으로 소문이 나 있다.

사과파이를 굽다 서로를 칼로 찔러죽인 자매.

늙은 주인이 데려온 여자가 동네 아이들을 잡아다가 토막 내서 주인에게 먹인 사건.

사실 책을 읽기 전에도 미리 그 무서운 이야기들을 간략적으로 전해들었고, 다시 또 맨 처음 단편인 유령의집 편집광적인 손님과 집주인인 작가와의 대화를 통해서도 간간히 그 유령의 집에 얽힌, 그리고 앞으로 전해들을 무서운 이야기에 대한 이야기가 흘러나왔다.

 

무시무시하고 살떨리는 이야기지만, 그렇게 조금씩 감각이 무뎌져 가는 것 같았다.

환상적인 스릴이라는 것은 없겠지만. 적어도 작가는 평온한 분위기(?) 속에서 나긋나긋한 어조로 응대하는 여주인이라던지, 또 앞으로 전해질 수많은 이야기들의 주인공들의 독백, 혹은 일방적인 대화 이야기를 통해 무서운 사건을 마치 누군가 옆에서 이야기로 전해주는 느낌으로 새로이 써내려 가고 있었다.

 

어떤 일이 있었다 라는 서술이 아닌, 대화 속에 뭍어나는 그 정황의 묘사.

유령이 혹은 살아있는 사람이, 그 사건과 알게 모르게 조금씩 관련된 사람들이 풀어내놓는 이야기.

온다 리쿠식의 새로운 공포 소설에 대한 묘사. 그리고 그 방식이 낯설게도 느껴지지만, 정말 공포가 이런 어조로 씌여질수 있음에 새삼 또 놀라고 말았다.

 

세상에는 무서운게 여러가지 있지만, 그 중에 제일 무서운건 살아있는 인간이야.

우리 아버지도 늘 그러셨어.

 살아있는 인간은 나쁜짓을 해도 죽은 인간들은 그렇지 않다고.

죽은 인간이 오히려 더 착하다고 하셨어.

 165.166p

 

죽은 자들에 대한 공포, 그들을 두려워하고, 혹은 궁금해하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얽히고 설킨채 흘러나오는 가운데, 끊임없이 작가는 등장인물의 입을 빌어 이야기한다.

정말 무서운 것은 살아있는 사람이라고..

 

사실, 어제 오늘 내 간담을 서늘케 했던 건, 그리고 이 책 속에 허구라 믿겨지는 그런 이야기보다 더 끔찍하게 느껴졌던 건, 허구라 믿고 싶었던 뉴스 기사였다.

3살바기 아들이 자기 친자식이 아니라고 때려죽인 아버지, 그 어린 아들이 때릴데가 어디있다고 죽을때까지 때릴 수 있었을까?

오늘 아침까지 이어지는 기사에 나도 모르게 클릭을하고, 소름이 끼쳐 입을 다물고 말았다.

사람이 제일 무섭다는 이야기. 소설 속 유령 이야기나 살인범 이야기가 허구일수도,아니 어디선가 끔찍히 잘못 일어나는 일일수도 있지만,

실제로 우리 주위에서 일어나는 있어서는 안될 이 이야기들은 더욱 끔찍하게 와 닿는다.

 

부모 될 자격 없는 사람들은 태어나지 않았으면.. 아니면 평생 그 죄값을 치루고 남은 생을 마감했으면 하는 바램으로..

내 어린 자식을 바라보며 소름끼치는 가슴을 쓸어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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