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별 사진관 - 카메라로 쓴 어느 여행자의 일기, 개정판
최창수 글 사진 / 북하우스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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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만나고 온 지구인들의 사진이 걸려있는,

여기는 '지구별 사진관'이다. 프롤로그



유명한 명승지의 사진이 아닌 사람들이 살아가는 이야기가 사진으로 담긴 여행기. 부제에 적힌 카메라로 쓴 어느 여행자의 일기라는 말에 딱 걸맞는 그런 책이었다.

1년 반 정도의 여행을 다니며 저자는 돗자리만큼 큰 지도에 스스로 여행한 지역을 실선으로 그어가며 만족감을 채워나갔다. 집에 걸어두고 바라보고 있으면 믿기지 않을만큼 뿌듯한 여정이리라. 게다가 그가 열심히 담아낸 사진은 이렇게 책으로 완성이 되어 우리앞에 멋지게

등장했다.


한편 집착에 가까웠던 사진 찍기는 어느덧 억압이 되었다. 여행을 하는게 아니라 마치 촬영대회에 참가한 것 같았다.

실로 마음을 비우고 사진과 여행을 조화롭게 즐기기까지는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충분히 공감했다. 짧은 일정이라도 여행을 가서 사진기로 찍다보면 눈으로 직접 감상할 기회를 많이 놓치게 되고 사진을 위해 다른 것들을 경험할 기회를 많이 없애는 느낌도 받는다. 또 좋은 사진이 나왔으면 하는 바램으로 (저자처럼 사진욕심이있는 경우는 더더군다나) 더욱 집착을 하게 될 것이다. 엄청나게 많은 사진을 찍고 추렸을 책을 보면서 고개를 절로 끄덕이게 되었다.


베트남 여행 말미에서 인물 사진에 소질이 있음을 스스로 발견한 저자는 이후로 유명한 관광지, 풍경보다는 사람사는 동네에 들어가 사람들과 사진으로 소통하고 인물 사진에 주력하기 시작했다. 사진을 한번도 배운적 없던 저자가 티베트 라싸 책방에서 스티브 매커리의 사진집을 보고 충격과 공포 그 자체로 빠져들어 그는 느려터진 동남아의 인터넷으로 스티브 매커리의 사진을 모아 보고 또 보며 350여장의 그 사진들을 외울 지경에 이르렀다. 그렇게 노력한 덕분인지 그의 사진에서도 인물 사진에서 생생히 살아있는 그 무언의 감동을 느낄 수 있었다.


몽골을 시작으로 중국, 베트남, 캄보디아, 태국, 라오스, 미얀마, 네팔, 인도, 파키스탄, 아프가니스탄, 이란, 예멘을 거쳐 머나먼 아프리카 대륙 에티오피아까지 총 17개월을 여행했다. 그가 여행한 이 나라들은 일반적으로 잘 사는 나라에 드는 나라들이 아니다. 선진국 아이들처럼 배불리 먹거나 훌륭한 교육 환경에 노출되어 있진 않아도 아이들 표정은 너무나 티없이 맑고 예뻤다. 물론 개중에는 관광 문화에 익숙해져서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피사체가 되는 조건으로 돈을 요구하고 흥정하는 아이들도 있어 마음이 아프긴 했지만 말이다. 찍는 사람은 하루 한번 정도겠지만, 그들이 주고 간 팁이나 용돈이 꽤 짭짤한 수입원이 된다 생각한 마을 어른들과 특히 그 돈이 더욱 클 아이들에게는 삶을 살아가는 또 하나의 방식일수도 있겠다. 동심을 잃게 만든건 아이들을 찍고 싶은 관광객들의 욕심에서 비롯된 것이겠지만 말이다.


가난할 망정 늘 행복하게 사는 사람들이 있었다. 행복을 찍는다라는 제목의 사진에 덧붙인 저자의 말 중 하나였다.

인도에서 찍은 그 사진에는 때마침 아기를 바라보는 아버지의 행복한 표정과 어미개에게 응석을 부리는 강아지의 귀여운 재롱이 한 컷에 잘 잡혔다. 아기엄마다보니 늘 이런 사진이 가장 인상이 깊다. 오늘 여행하고 온 경주 밀레니엄 파크에서도 수많은 토우 중 딱 하나가 한 눈에 쏙 들어왔다. 바로 아기를 안고 있는 엄마의 모습이었다.


사진을 찍었던 인도의 조드푸르는 영화 김종욱 찾기의 여주인공 지우가 간직한 첫사랑의 기억이 푸른빛으로 감도는 곳이라 한다. 영화를 보고 다녀온 여행이었으면 첫사랑의 기억을 찾았을텐데 하면서 아쉬워하는 저자의글귀가 인상적이었다. 메헤랑가르성에서 내려다본 조드푸르의 풍경은 실로 장관이었다. 하나하나의 벽은 이렇게 파란칠로 되어있었나보다. 멋진 풍경보다도 벽틈 조그만 창으로 밖을 내다보던 아이의 모습이 더욱 눈에 와닿았다.


서커스 기예 연습을 하고 있는 줄 알았던 소년의 모습은 고무줄 넘는모습이었다한다. 내 또래 여자들이라면 많이들 하고 자랐던 (요즘은 할 시간도 없고 더 비싼 장난감이 많아 여아들도 고무줄 하며 자랄 시간이 부족하겠지만) 고무줄을 소년이 하고 노는 모습이란다. 다리가 어쩜 저렇게 올라가도 해맑게 웃을 수 있는지.. 운동신경이 둔해 고무줄에 큰 재능을 보이지 못한 나도 입을 떡 벌리게 한 사진이었다.



모든 여행자의 로망,

중국과 파키스탄을 연결하는 세계에서 가장 높고도 아름다운 길,

카라코람 하이웨이를 넘어 그 유명한 파키스탄의장수마을 훈자에 왔건만 흥분은 커녕 담담하기만 하다.

여기가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애니메이션 <바람계곡의 나우시카>의 배경이 된 곳이라는데, 그래서 어쩌란 말이냐.

헉, 정말 다시 보니 눈이 집중할만한 풍광이었는데, 여행이 너무 길어져 감각의 역치가 높아진 탓인지 그의 반응은 무덤덤하고 무료하기만 했단다. 바람계곡의 나우시카라 읽는 내가 다 흥분하고 있는데 말이다. 반지의 제왕의 배경이 된 뉴질랜드 남섬의 풍광에 대한 기대만 컸는데, 모든 여행자의 로망은 따로 있었구나. 여행의 깊이가 얕던 나는 처음 알았다. 이런 멋진 곳이 더 가까이 있다는 것을..



그만큼 나는 '여행'을 살고 있었다.

..마지막 여행지 미얀마 바간이라는 동네에서 수백 년 된 불탑 위에 올라 저 멀리 지는 해를 바라보며 문득 이런 생각을 했다. '이대로 죽어도 좋다' 내가 이 지구에 태어났을 때부터 주어진 임무를 훌륭히 완수했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여행을 마치며


여행, 사랑, 청춘을 결합한 국민 예능 프로그램을 연출하는 꿈을 꾸고 있는 저자는 현재 예능 pd로 살아가고 있다.

긴 여행 동안 많은 사진을 담아왔고 그 사진들은 수많은 생각을 불러일으키며 우리에게 같은 하늘아래 살아가고 있는 또다른 지구인들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사진을 읽는 내내 행복한 기분이 감도는 시간이었고, 편안하고 안정된 여행을 추구하는 내가 보기 힘들 장소와 풍경의모습들이었기에 더욱 소중하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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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손가락 - 신은 그들의 손가락에 위대한 수갑을 채웠다
사토 다카코 지음, 이기웅 옮김 / 예담 / 2011년 11월
평점 :
절판


 

표지 그림이 만화같은 그림이라 그런가 책을 갖고 그러면 안되는데, 장난을 치고 싶은 생각이 든다. 신의 손가락이라는 제목을 나 혼자 신의 손꾸락이라고 부르며 빙그레 웃는것. 흘낏 내가 읽던 책을 본 신랑은 "신의 물방울"을 카피한 제목 아니냐고 했지만, 내용은 전혀 다르다.

 

폭력을 싫어하지만 천부적인 감을 가진 재능있는 (?) 소매치기 쓰지, 표지도 그렇고 대충 그를 본 누구나 묘령의 미모의 여인으로 볼만한 아담한 체구의 남자 히루마 (그의 직업은 거리의 점성술사, 아카사카의 공주이다.). 이 둘의 만남은 둘다 지쳐있던 어느 날 아주 우연히 일어나고, 기묘한 동거가 시작되었다. 쓰지가 1년여 남짓의 짧은 복역기간을 마치고 출소한 날, 양어머니와 함께 집에 돌아가다가 자신의 주무대인 전철에서 양어머니의 지갑을 소매치기 당하는 것을 경험하고 상대가 어린 학생들이었다는 점과 미리 막아내지 못했다는 점에서 적지않은 충격을 받고, 집에 돌아가지도 못한채 복수를 꿈꾸게 된다. 그 과정에서 쫓아가던 소년의 놀라운 힘에 의해 팔을 부상당하고, 의식이 혼미해져가는 그를 구해준게 친절한 여인, 알고보니 남성이었던 히루마였다. 그날의 도움을 인연으로 어찌어찌 얽힌 그들은 같은 집에 살며 서로와 얽힌 기묘한 동거를 시작한다.

 

히루마의 타로 카드를 섞는 손, 쓰지의 소매치기에 사용되는 날렵한 오른손, 처음에는 점성술사에까지 신의 손가락이라는 칭호를 붙이는게 이상했는데, 카드를 다루는 그의 직업을 들여다보면 이해가 되는 대목이었다. 책은 500페이지가 넘는 방대한 분량이다. 그러나 사건이 꽤 촘촘하고도 빠르게 진행이 되어 뒷장이 궁금해 빠르게 몰두할 수 있는 그런 책이었다.

 

자존심을 다쳤다고 생각해 청소년 소매치기 일당에 집착하는 쓰지와 자신을 찾은 손님 중 나가이라는 얼핏 봐도 약하고 무시당하기 좋은 존재였던 소녀의 불운한 카드에 마음이 쓰여 계속 관심을 갖게 된 히루마. 사실 히루마는 아버지와 누나는 잘 나가는 변호사로 둔 남자로, 자신 역시 우등생을 강요당했던 (?) 청년이었다. 어느 사건을 계기로 점성술사라는 직업에 빠져들게 되었지만 천성이 여리고 마음 씀씀이가 착한 사람이라 점술만 보는게 아니라 손님의 마음을 헤아려주는데도 더욱 큰 관심을 기울이는 사람이었다.

 

사실 중후반부로 가면서 더욱 긴박해지는 사건 전개는 손에 땀을 쥐게 만들었다.

단순한 청소년 소매치기 일당인 줄 알았는데, 감이 좋지 않은 천재적인 소매치기 소년이 그 중심에 있었다.

소년의 등장으로 마리아 비틀의 악마 소년이 자꾸 연상되었다. 어른들이 보기에 성역처럼 여겨졌던 어리고 약할 것 같은 (물론 요즘 청소년들이 굳이 어리고 약하다 표현할 바는 아니겠지만 어른에 비히 상대적으로 힘도 연륜도 부족할것만 같은데 ) 아이들의 무대와 그릇이 어른의 것을 넘어서는 아이가 존재한다는 것. 악인같지 않을 것 같은 악인을 만들어내기 위해서인가. 어찌 됐건 마리아 비틀의 끔찍한 악마소년이 자꾸 연상되서인지 사건의 중심에 있던 그 소년에 대한 두려움을 스스로 더욱 크게 만들어나갔다.

 

쓰지와 히루마를 눈으로 좇아 달려가면서 소년에게 접근해 가는 그 과정을 나 또한 같이 동참해 참여하게 되었다.

결론은 어쩐지 아직 끝나지 않은 것 같은 그런 느낌이 든다. 산뜻하기까지 한 까까머리였고, 큰 키를 엉거주춤 구부리고 현관 앞에 서 있는 모습을 보자 히루마는 끝이 무한 반복되는 특별한 이야기의 주인공이 된 것 같다. 510p라는 에필로그 때문일까? 다시 또 다시 또..

정답 인생을 살아가는 보통의 사람들에게 소매치기와 도박에 빠졌던 점성술사 두 주인공을 들여다보고 있는 일은 불편한 감정이 들수도 있는 상황이었지만 작가는 그런 거부감의 터울을 없애는데 주력해준 느낌이다.

소매치기 사이들 간에도 분명 쓰지의 양할아버지, 니시카타, 쓰지 같은 형사들조차 존중할만한 그런 소매치기들도 존재하는 걸까? 다른 사람을 괴롭히는 나쁜 직업을 가진 이들임에도 그들이 좇는 일이 무사히 해결되도록(?) 마음의 응원을 보내게 되는 건 쓰지와 히루마 안에 있는 참된 마음을 읽게 해서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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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 쥐가 잠자러 가요 네버랜드 우리 걸작 그림책 35
박정완 글.그림 / 시공주니어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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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 그림책을 같이 보면서, 글이 아닌 그림이 주는 감동으로 새삼 감탄하고 있는 요즘입니다. 그림책의 글귀들도 훌륭하지만, 그림만으로도 정말 많은 이야기를 담아내고 있거든요. 낮잠도 안 자는 네살 우리 아들, 어릴적에는 정말 잠이 없어서 자정 넘어 두시까지도 잠을 안 자곤 했습니다. 돌 전에는 아예 안 자고 낮잠으로만 버텼던 것 같구요. 요즘은 그래도 좀 잘 자는 편에 속하는데, 그래도 초저녁에 졸릴 무렵 재우려고 하면 어떻게든 더 놀아보려고 버틴답니다. 책 읽어줘요. 그림 그려요. 물 주세요. 등등.. 아이가 잠자기 싫어서 하자고 하는 일들은 무척이나 많습니다. 사실 잠 자기전 책 읽어주는 습관이 참 중요한데, 아이가 자기 싫어서 그러나 보다 싶어서 열심히 읽어주기보다 자꾸 건성으로 읽어주려 하는 것 같아 스스로 반성이 되기도 하네요. 잠들무렵 아이에게 읽어주면 딱 좋을 그런 책을읽었답니다.


아기 쥐가 잠자러 가요.

밤하늘에 별이 총총한 그림이 참으로 정겹고 포근합니다.

동판화와 콜라주를 적당히 활용해 그린 그림은 작가의 첫 작품이라는게 믿기지않을 솜씨였구요. 이 작품으로 바로 2011 볼로냐 국제 어린이 도서전 일러스트레이터 부문에 선정되었다고 하니 참 대단한 작가란 생각이 들었네요. 그림에 대한 꿈을 접을 수 없어서, 약사인데도 다시 대학원에 진학해서 그림을 그리고 그림책을 내게 되었다고 하네요.



그림을 잘 살펴보면, 엄마 어릴적 살던 그런 동네를 들여다보는 듯 합니다.

마을이 하나의 지도처럼, 그려진 자잘한 그림 그런데 참 정겹게 느껴져요.

집앞 사루비아 하나하나도 잘 보이구요. 요즘은 아파트가 대부분이지만, 그 시절 단독주택, (이층집도 아니고)이 대부분이었던 것을 생각하면 옛 생각이 절로 나게 하는그런 그림들이었지요.



파란 지붕에 어둠이 내리고

창밖이 캄캄해지면



우리 아기가 잠자러 가요

자장자장 자장자장



세 명의 소녀가 나란히 인형을 안고 잠자러 갑니다. 자매인가봐요. 세 아이는 키가 조금씩 차이가 있구요. 가장 큰 아이는 곰인형을, 둘째는 토끼인형을 그리고 막내는 생쥐 인형을 안고 자러 갑니다. 생쥐 인형이라 어쩐지 어색했는데, 다시 생각해보니 미키 마우스도 생쥐더라구요.


세 아이가 잠드는 과정이 참 푸근합니다.

글밥이 많지도 않고, 그림에 빠지게 하는 구조라 아이와 같이 책을 보면서, 글을 천천히 읽으며 책 속 그림에 함께 빠져보는 즐거운 시간을 갖곤 한답니다. 우리 아이도 이 책을 참 좋아하더라구요. 아기 쥐가 잠자러 가요 읽어주세요 하면서 말이지요.

표지의 하늘은 남색 밤하늘인데, 책 속 밤하늘은 밤색이더라구요. 그래도 참 좋네요. 까만 색이 아니라도 밤 느낌을 참 잘 살려놔서 좋더라구요. 보고 또 보고 아이와 함께 그림을 들여다봤어요. 읽으면서 엄마도 아이도 스르르 잠이 옵니다.


자기 전 너무 재미나게 놀아주면 안된다고 하네요. 아이가 흥분한 상태로 쉽게 잠들기 어렵다고 하니 말이지요.

잠자기전 차분한 이야기로 이런 책을 읽어주면 더욱 잠도 잘 자고 도움이 많이 될 것 같아요. 아이와 행복한 꿈나라로 가기전 읽어줄만한 참 좋은 책을 만나 즐거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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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마의 바나나 목욕 난 책읽기가 좋아
수지 모건스턴 지음, 세브린 코르디에 그림, 이세진 옮김 / 비룡소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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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고 얇은 양장본 책이라 글밥만 많은 책이 아닐까 싶었는데, 그림과 커다란 글씨로 쓰인 글이 큼직큼직하게 눈에 잘 들어오는 재미난 그림책이었답니다. 난 책읽기가 좋아 1단계 책으로 책을 혼자 읽기 시작하는 아이들을 위한동화 단계에 해당되네요. 아직 38개월, 갓 만 세돌을 넘긴 우리 아들은 아직 혼자 읽을 단계는 아니고 엄마가 읽어주고 있는데 글밥도 적당하고 아이도 끝까지 집중하며 재미나게 들었답니다. 처음 본 책에는 큰 관심을 갖지 않는데 이 책은 정말 좋아했어요. 읽어주고 또 읽어달라 찾고, 자기도 바나나 먹고 싶다고 해서 마침 바나나가 없어서, 얼려둔 바나나를 꺼내주니 아이스크림 마냥 잘 먹더라구요.


아이들 마음 속에 들어왔다 나온 것처럼 엠마를 통해 우리 아이들 생각을 잘 읽을 수 있는 좋은 책이었답니다.

엠마 시리즈는 이 책 외에도 아기를 기다려요, 발레 수업, 미용실에 갔어요 등의 세권의 책이 더 나와 있네요. 다른 책들도 재미날것같아요.

목욕을 좋아했던 우리 아기, 요즘 들어 춥다고 목욕을 매일 하지 않고 거르기 시작했더니 자꾸 목욕하기를 귀찮아 합니다. 이 책을 보며 다시 목욕하자 꼬드기기도 했네요. 엠마도 목욕을 참 좋아하거든요

할머니가 호텔에서 모아오신 샘플들을 모으는 취미도 있고 몸에 바르는 것도 좋아해요. 남아도 그렇긴 하지만 공주님인 여아들이 더 그렇지 않나 (몸에 바르고 예쁘게 치장하기 좋아하는 것을 말이죠) 싶어요. 목욕을 좋아하는 엠마지만, 엄마가 전화한다고 오래 자리를 비우자 엠마는 기분이 나빠지기 시작합니다. 그게 사건의 시작이었죠. 엄마를 고래고래 부르고 또 부르다가 배고프다고 부르지요. 그리고 바나나를 먹겠다고 생떼를 씁니다. 목욕하다 말고 말이예요.


음, 엠마를 보며 자연스레 우리 아들을 생각하게 되네요. 목욕하다가 뭐 먹겠다 한 적은 없지만, 밥 먹다 장난감 갖고 놀겠다, 그림을 그리겠다는 기본이고, 가끔 절대 안했으면 좋겠다고 어른들이 생각하는 그런 일들도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같이 하겠다고 우기곤 하거든요. 엠마 엄마도 그런 기분이었을 거예요. 엠마 기분도 이해가 갔지만 엄마 기분에 더욱 공감이 가더군요.


그리고 엄마가 곁에 없어 짜증이 나기시작한 엠마를 보며서는 뜨끔하기도 했어요.

오늘 우리 아들이 그랬거든요. 제가 자꾸 아들 곁을 떠나 다른 일을 하러 다니니 "엄마 엄마"불러서 가보니 하는 말, "엄마가 자꾸 도망가서 불렀어. 여기 있어." 라구요. 허허. 그러고보니 저도 어릴 적 엄마가 자꾸 일한다고 다른데 가시는게 참 싫었는데 네살바기 아들은 오죽할까 싶었네요. 그 마음 백분 이해하면서도 엄마도 해야할일이 많아요. 화장실도 가야하고 부엌에서 설거지며 요리도 해야하고, 빨래도 걷고 널고 개고 청소기도 돌려야하구요. 그러고 남는 시간은 무조건 아이와 놀아주어야하는데 요즘 아이가 좀 크니 꾀가 늘어 옆에서 슬금슬금 책을 보기도 하는 엄마랍니다. 아, 정말 미안해지네요 쓰다보니..



아뭏든 안된다는 엄마 앞에 무조건 생떼를 써서 목욕하며 바나나 먹는 행복을 누리게 된 엠마, 당연히 엄마가 걱정한 일이 벌어지겠죠?

저도 사실 아이가 생떼를 쓰면 안된다고 타이르기도 하지만 결국 지는 일이 허다하네요 하나하나의 에피소드가 정말 아이키우는 엄마들 입장에서는 너무나 공감가는 그런내용이었답니다.

엄마와 엠마의 기분을 백분 이해할 수 있던 재미난 동화, 그리고 처음 만난 작가의 글과 그림이라 색다른 기분도 들었던 그런 동화기도 했어요. 엠마 시리즈 처음 만나본 동화인데도 참 푸근하고 공감가는 내용이라 마음에 들었어요 아들도 재미난지 혼자서도 몰두해서 그림을 들여다보더라구요. 다음 책들도 아이에게 보여줄까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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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구레빌라 연애소동
미우라 시온 지음, 김주영 옮김 / 은행나무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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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즐겨 읽다보니 요즘 들어 다양한 일본 작가들의 소설에 더욱 많은 관심을 갖고 읽게 되었다. 요즘 유행 같기도 하고. 추리소설 뿐 아니라 가벼운 연애소설, 청춘 소설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장르로 읽어도 재미난 책들이 무척 많았다. 생각도 참 다양하면서, 서양 사람들과 또 달리 같은 동양인이라 그런지 공감가는 부분도 더 많은 것 같고 (물론 도저히 이해안되는 부분이 발생하기도 하지만) 읽히기도 더욱 편안하게 잘 읽힌다. 그런 와중에 미우라 시온이라는 작가의 책을 새로 접하게 되었다. 난 처음인데, 읽어본 사람들은 많이들 열광하는 작가였다.

 

작가의 책으로 처음 읽게 된 책이 7인 7색 러브 어페어로, 섹스에 대한 이야기 또한 중요하게 등장한다고 하니 사실 좀 망설여지기도 했다. 어렸을 적에 어른들 책으로 나온 소설 몇권을 읽을 기회가 있었는데 아버지께서 보시던 책이라 그런지 무슨 수상작 이런 책들이었는데 편안하게 읽히기보다 다소 거칠고 어렵고 불편한 느낌, 거기에 섹스를 마치 빼놓으면 안 되는 것처럼 다뤄놓아, 어른이 되어 읽게 될 책에 대해 거부감과 편견이 나도 모르게 자리잡혔던 기억이 있기 때문이었다. 놀랍게도 내가 어른이 되어 다시 읽게 된 책들 중에는 추리 소설류에 가끔 자극적인 살해 장면 등이 언급되기는 하지만 대부분 자극적인 소재가 없어도 편안하고 재미나게 읽히는, 그런 책들이 많았다. 내가 그런 책을 좋아해 주로 골라 읽어 그런지도 모르겠지만 말이다. 어쨌거나 내용에 내가 은연중에 피해 온 내용이 있다고 해서 망설였는데, 웬걸. 이 책 재미나다. 그리고 그 거부감도 쉽게 사라졌다.

 

"어머나 마유씨, 남자 복이 터졌네. 옛 애인하고 현재 애인한테 동시에 사랑을 받다니."

간밤의 일을 들은 사에키 씨는 악의 없는 탄성을 질렀다.

대체 어떻게 남자 복이 터졌다는 초절정의 긍정적인 생각을 할까 31p simply heaven

 

삼년전 연락도 없이 떠난 전 남친이 돌아오고, 현재 사귀고 있는 애인이 있고 마유는 참으로 난감한 상황이 되어버렸다.

삼각관계라는 말만 듣고도 지극히 보수적인 나는 색안경을 끼려했는데 상황을 자세히 들여다보니 옆에서 이러쿵 저러쿵 비난할 상황은 아니었다. 누가 봐도 괴상해보이는 상황이 벌어졌지만, 마유의 입장, 그리고 나중에 소개되는 전 남친 나미키의 이야기까지 모두 다 들어보면 어느 사랑 하나 소홀하게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안타깝고 아름답게 느껴졌다. 마유도 그렇고, 문란한 성생활을 하고 있는 여대생 미쓰코도 마찬가지였다. 그들의 속내를 들여다보기 전까지는 이상한 사람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는데 사정을 듣고 보니, 아, 이런 하고 공감이 되어버렸다.

 

젊은 아내나 첩을 둘 만한 매력도 재력도 없지만 섹스를 하고픈 노년 남성은 어쩌면 좋단 말인가. 이를 악물고 싶지만 틀니라서 이마저도 뜻대로 되지 않는다. 68p 심신 

 

고구레 빌라라는 제목과 더불어 최근 출간된 또다른 작가의 신간 고구레 사진관이라는 책도 있어서 고구레가 처음에는 지명 이름인가싶었다. 이 책에서는 모든 이야기의 배경이 되는 고구레 빌라의 주인 할아버지 이름이 고구레다. 표지에 떡하니 심상찮게 등장한 개도 존이라는 평범하면서도 웃음이 나는 이름을 가진 개고 말이다. (정말 그림 속 개의 느낌이 존이라는 이름과 너무 잘 어울렸다.)

아내가 있으면서도 노년의 마지막 섹스를 다른 누군가와 해야할 것처럼 느끼는 할아버지가 참 이해되질 않았다. 하지만 고구레 할아버지는 무척 심각했다. 그리고 사건 돌아가는 상황이 제일로 재미있어서 갑자기 쿡 하고 웃음을 터뜨리니, 옆에 있던 아기 왈 "엄마 왜 웃어?" 음, 이유는 말 못한다.

 

그냥 가볍게 책을 한번 잡았을 뿐인데 내려놓기가 쉽지 않았다. 자꾸 뒷 이야기가 궁금하고, 그래서? 어떻게 되었는데? 하고 읽다보니 어느새 아쉬운 마지막 장을 덮고 말았다.

고구레 빌라에 살고 있는 주인 할아버지, 그리고 참하고 성실한 마유와 그의 전애인, 현애인, 여기저기 재미난 조연처럼 등장했으나 알고보면 가슴아픈 사연을 갖고 있는 미쓰코, 싸이코 스토커같은 관음증을 선보였으나 은근히 괜찮은 남자 간자키, 그리고 고구레 빌라의 개 존과 존을 씻겨주고픈 지나가던 애견 미용사, 애견 미용사 미네와 같은 이름의 개를 가진 마에다, 마유네 꽃 가게 주인 부부와 꽃가게에 정기적으로 꽃을 사러오는 니지코까지..단편 이야기 7편처럼 느껴졌는데, 어색하지 않으면서도 너무나 자연스럽게 매 이야기의 주인공이 넘어가면서 서로가 서로에게 연결이 된채 재미나게 이야기가 흘러간다. 재미나긴 고구레 할아버지 이야기가 제일 재미났는데 기억에 남기는 미쓰코와 마유, 그리고 마유를 둘러싼 나미키의 이야기가 가장 잊히지 않는다.

 

미우라 시온, 이 사람 참 글을 잘 쓰는 구나. 꽤 유명하다는 일본 작가들의 책을 몇 편 읽어보게 되었는데 신간이 아닌 예전 책까지 골고루 찾아 읽고픈 생각이 드는 작가는 사실 드물었다. 그런데 미우라 시온, 이 사람 책은 당장 서점을 뒤져서 사야할 것 같다. 벌써 읽고 싶은 책도 몇권 적어뒀다.

 

낡고 무너질 것 같은 고구레 빌라. 그러나 그 안에는 훈기 가득한 따뜻한 사람들이 있다.

7편의 이야기만으로 끝을 보기엔 참 아쉬운 그런 책이 아니었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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