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밑 페스티벌
츠지무라 미즈키 지음, 김선영 옮김 / 문학사상사 / 2012년 8월
절판


제목도, 표지도 이보다 적절하고 매력적일 수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밑 페스티벌이라는 제목과 표지가 참으로 인상깊은 책이다 싶었는데, 책을 다 읽고 나니 참으로 여러 의미로 다양하게 해석될 수 있는 제목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게다가 얼굴이 반밖에 보이지 않아 더 궁금증을 끌어내는 미모의 여인이 꽃다발까지 안고, 물 속에 잠겨있는 모습이라니.. 이런 아이디어는 일본 표지 원서에서부터 이어진 것일까 싶어 검색해봤는데. 일본 표지에 비해 우리나라 표지가 월등히 나았음을 깨달았다.


일본의 표지

무쓰가타케 군에 속한 무쓰시로 마을은 현의 최북단에 있는 무쓰가타케 남쪽 산기슭에 있다. 총인구 2107명, 총면적 114평방 킬로미터. 면적은 넓지만 인구밀도가 낮아 일반적으로 말하는 과소지역 기준에 해당된다. 25p

꽤나 자세하게 마을의 소개가 이어진다. 관광산업 쇠퇴 일로를 겪던 작은 시골 마을에 마을 이름을 걸고 록 페스티벌이 들어섰다. 거의 전국규모의 록 페스티벌이었는데 이후 포기했던 관광산업도 되살아났다. 마을의 촌장 아들인 히로미는, 페스티벌 유치 조건이었던 마을 주민 무료 관람 덕에 중학교때부터 꾸준히 페스티벌을 무료로 관람할 수 있었다.



히로미는 바로 이 무쓰시록 페스티벌에서 마을 출신의 연예인 오리바 유키미를 우연히 만나게 되었다.

모델 특유의 화려한 외모,너무나 아름다우면 손을 대지 못할 것같다는 친구들의 말과 달리 히로미는 자신도 모르게 여덟살이나 연상인 유키미에게 관심을 기울이게 되었다.

시작은, 그저 고등학생에 불과한 평범한 남자아이와 연예계에서 화려한 생활을 하고 있는 유키미라는 아이돌과의 만남이 비현실적으로 느껴지는 그런 느낌이었다. 갈수록 그 불균형의 시소가 의외로 히로미 쪽이 더 무게가 있는 쪽으로 기울어지는 것이 신기했을뿐.



록 페스티벌을 이해하고 즐길 줄 아는 드문 어른, 도비오를 아버지로 둔 히로미는 촌장의 역할에도 잘 어울리고 으스대지 않는 아버지의 모습이 너무나 자랑스러웠다. 히로미는 아버지에 대해 깊은 사랑을 품고 있었다.

시골 촌장이라.. 우리나라의 푸근한 촌장 개념을 생각했을 적에는 그저 동네 친목 모임 수장 정도로 가벼이 생각이 되었는데, 일본의 촌장개념은 우리와 많이 달랐다.

옮긴이의 말에 의하면 무쓰시로 마을의 촌은 일본 지방자치법에 따른 시,정, 촌 중 촌에 해당하는 지방 공공단체라 한다. 촌장은 일본 헌법에 따라 주민 선거에 의해 선출되고, 촌장은 의회에 대해 거부권 뿐만 아니라 의안 제출권, 의회 해산권까지 가지므로 상당히 강력한 권력을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체제하의 폐쇄된 공동체 속, 절대 권력에 가까운 '촌장'이라는 지위를 둘러싸고 물밑에서 벌어지는 부정, '마을'이라는 결속을 지키기 위해 개인의 희생은 얼마든지 덮어버리는 어른들의 세계 439.440p



유키미는 어머니를 죽음으로 내몬 마을에 복수하고 싶다며, 촌장의 아들인 히로미에게 접근을 하였다. 도련님으로 곱게 자란 히로미는 유키미를 통해 그저 시골마을이라 생각했던 자신의 마을에 대한 제대로 된 음습한 느낌을 깨달아가게 되었다. 믿기지 않는 사실들, 그러나 천연덕스럽게 벌어지고 있는 일들. 과연 그런 일이 실제로 존재할까? 정말? 불편한 진실을 히로미와 함께 께달아가는 느낌이었다.



생애 단 한번의 사랑이라는 멘트가 있어 미스터리보다는 로맨스 느낌이 강할까 했는데, 사랑이야기가 강하나 마을의 비밀에 뭍혀 그 느낌은 엷게 바래버리는 것 같았다. 아, 다시 표지를 보니, 꽃을 들고 레이스 의상을 입은 여인의 모습이 마치 결혼식을 올리는 신부의 모습과도 같다는 생각이 든다. 물밑의 신부, 물밑의 페스티벌이라..


미스터리에 대해 어느 정도까지의 언급을 해야 스포가 될지 안될지가 망설여질때가 많다.

로맨스보다도 나는 우정에 대해서도 안타까움이 남았다고 하면, 약간의 스포가 되려나? 그저 안타까웠다.



츠지무라 미즈키의 소설 속 주인공들은 10대 소녀인 경우가 많다고 한다. 얼마전 읽은 오더메이드 살인 클럽의 주인공은 10대 여학생이었지만 이번 소설은 10대 남학생이었다. 청소년을 대상으로 소설을 쓰다보면 성장 소설의 느낌이 물씬 나는 경우가 많은데, 전작이 그런 느낌이었다고 하면 이번 소설은 뭔가 좀더 극적이라고 해야하나? 암튼 초반의 약간 잔잔한 전개에 비해, 뒤로 갈수록 가속이 붙는 느낌이 상당히 매력적이었다 말할 수 있다. 흥미로운 소설이었다. 그녀의 전작들과 앞으로 나올 나오키상 수상작 번역본에 관심이 갈 정도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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쾌자풍 1 - 쾌자 입은 포졸이 대륙에 불러일으킨 거대한 바람 쾌자풍 1
이우혁 지음 / 해냄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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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다소 무서워하면서도 그 내용에 빠져들수 밖에 없었던 퇴마록 시리즈. 오랜 시간이 흘렀음에도 다시 그 제목을 입에 담으니 또다시 읽고 싶어졌다. 재미난 책은 다시 읽어도 재미나기에..

국내편, 세계편을 필두로 끝나지 않기를 바랄정도로 재미나게 읽었던 것이 바로 이우혁님의 퇴마록이었다. 

이후 이우혁님의 바이퍼케이션이 나왔는데 미처 못 읽고 있다가 아예 새로운 조선시대 성종 시대의 압록강 건너 옛 사군 지역을 호령하고 다닌 지포졸의 이야기를 다룬 새로운 이야기, 쾌자풍을 만나게 되었다.

 

사실 퇴마록 저자 이우혁님의 책이라는 이유만으로도 읽을 가치는 충분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이 총 5권이 완결이라는데 1권의 내용은 괴짜 포졸 지종희가 중원에 데뷔하게 되는 배경을 다루고 있었다. 그러니까 본격적인 이야기는 바로 2부부터 흥미진진하게 펼쳐질거라는 말씀~

 

사극에서도 거의 잠깐 단역으로나 출연할 포졸이 소설의 주인공이라니 믿기지 않는 설저잉었다. 가끔 노비의 이야기를 다룬 책들도 있긴 하되, 대부분은 원래는 몰락한 양반이었다거나 하는 식의 설정이 많았는데, 이 소설의 주인공은 하고 많은 관직중에서도 하필 포졸이다. 장수나 대신 등에 비해 확연히 그 존재가치가 미약해 보이는 지극히 평범한 포졸 지종희.

 

그러나 지종희 포졸은 중인 신분이지만, 다소 황당할 정도로 자신의 꿈을 보란듯이 펼치고 다니는 인물이다.

그가 무서워하는 것은 단 하나 자신의 형이었다. 자기보다 키도 훨씬 작고 얌전해보이는 형이지만 신기하게도 그가 당해내지 못할 힘을 지니고 있어서 형에게만은 맞고 사는 아우가 되어버리는 지종희였다. 형의 말씀을 지엄하게 받들고, 집안을 일으켜주리라 굳게 믿는 막내 아우의 장원급제만을 바라는 집안인지라, 형제 사이에서만은 고분고분해야할 지종희지만, 밖에만 나오면, 특히나 난전에만 나오면 어느 누구 부럽지 않은 자신의 세상을 만들어가는 포졸이었다. 

자신의 실제 무공보다도 빠른 눈치와 판단력을 바탕으로 말 그대로 머리를 잘 굴려서 사람들을 손쉽게 자기 수하에 넣는 재주를 지니고 있다. 그가 실제 포졸이라는 것은 감히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말이다. 일개 포졸이지만, 지종희가 평범하지 않은 까닭은 그는 그의 비상한 재주를 바탕으로 난전에서는 두령으로 통하고 있었다. 힘있는 자들을 모두 다 자신의 동생으로 부리며, 수호지의 양산박의 백팔 형제와 맞먹을 정도의 위상을 자랑하기도 한다.

 

'대강 넘어가면 안되겠네. 아주 조심스레, 하지만 확실히 밟아야 뒷탈 없겠는데?' 263p

 

하지만 때로는 자신의 잔꾀에 넘어가기도 하는 법.

치졸한 수를 써서 복종시키려던 명나라 사람 두명, 그들이 의외의 고관들임을 미루어 짐작은 하였으나 자세히까지는 몰랐던 지종희는 자신이 놓은 덫에 걸려, 그들과 함께 명나라, 즉 중원으로 불려가는 신세가 되고 말았다.

 

어찌 될꼬~ 2부의 이야기는.

난전만이 내 세상이다 굳게 믿었던 지종희가 또 어떤 꾀를 내어 세상을 호령하고, 중원에서도 날아다닐지 궁금해지는 스토리가 아닐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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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치원 창의 스케치북 : 남자아이 편
제임스 맥클레인 지음, 에리카 해리슨 외 그림 / 진선아이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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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선아이에서 나온 다양한 스케치북 시리즈로 아이들 마음을 사로잡고 있는 중이지요.

이번에 새로 나온 유치원 창의 스케치북은 남자아이와 여자아이편으로 각각 나와 있답니다.

철저히 왕자님 취향인 우리 아들을 위한 남자아이편 유치원 창의 스케치북이예요.




이번 편은 그림 그릴 부분도 있지만 다양하게 색칠하는 란이 많아서 좋았네요.

평소에 무지 스케치북에 스케치하기 좋아하는 아들인데 이상하게 색칠은 잘 안하고 있었거든요. 아주 가끔 색칠하곤 했는데 이 책으로 색칠 놀이에 제대로 취미를 붙이게 되지 않을까 싶어요.

페이지마다 간단하지만 다양한 재미난 아이디어가 적혀있어요. 그것을 바탕으로 자신의 무한한 상상력을 발휘해보는 것이지요.

아직 어린 아이들이라면 단순 색칠을 해도 재미나겠고, 좀더 큰 아이들이라면 응용이 가능할테니 넓은 면을 줄무늬나 물방울 무늬등을 넣는다거나 하는 식으로 응용해서 그리면 된답니다.



우리 아이는 가장 좋아하는 필기구가 손에 잘 뭍지않는 크레용이예요.

사인펜도 좋아는 하는데 손에 잘 뭍어나서 엄마가 잘 못 쓰게 하네요.

색연필은 몇번 쓰다가 금새 싫증내는 것 같구요.

다양한 필기구를 활용해서 색칠해보고, 그림도 그려보고 하는 책이랍니다.


벌레, 유령, 기하학적 무늬, 톱니바퀴, 자전거, 슈퍼맨, 로봇, 개구리, 자동차, 괴물, 우주선 등등 남자아이들이 흥미로워할 다양한 관심사가 한가득이랍니다.

사실 엄마도 여자인지라 예쁜것만 좋아하는지라, 남자아이들 책을 보면서 이런게 왜 남자아이들은 좋아할까? 싶은데 아빠나 아들이 보기엔 이런 책이 딱 좋은가봅니다. 정말 취향 차이예요.



까마귀 가득 그려주기, 갤러그를 생각나게 하는 듯한 유령과 사다리 그려 넣기, 무늬를 이어서 독특한 기하학적 패턴 만들기 등등 손이 가는 대로 그려넣어도 재미난 그림이 완성되는 그림들도 한 가득이었지요.



여아용 스케치북은 친구 딸을 위해 준비했어요.

원래는 두 아이들 만날 때 각각 그리고 놀라고 동시에 짜잔~ 하고 꺼내주려했는데..

시간이 안 맞아 만나질 못했어요.

그냥 우리 아들 먼저 꺼내주어 갖고 놀게 해주었지요.


어제는 이모가 동네 카페에서 맛있는 빵을 사준다 해서, 카페에 가면 금새 싫증내고 심심해하는 아들을 위한 놀이감으로 요 책과 크레용을 챙겨들고 따라나섰답니다. 이런 데이트 정말 신난답니다. 아이와 종종 카페나 근처 나들이 등을 갈때 꼭 장난감 내지 책 한권씩 들고 가는데 이런 놀이북이 딱 좋은 것 같았어요.




책을 펼치자마자~ 자동차를 외치는 아들을 위해 꼬불꼬불 길에 자동차 한가득 그리는 페이지를 찾아주었더니 열심히 그려넣습니다.


또 우산이 가득한 페이지를 열어주니 아 이제는 제법 색깔을 골고루 섞어가며 칠할줄 아네요. 당연한건가요. 아뭏든 엄마 눈엔 별게 다 예뻐 보이니 말입니다. 이모랑 엄마의 오호~ 소리를 들으며 열심히 색칠 중인 임군이지요. 옆에 예시로 색칠되어있는 컬러 우산을 보면서 빨강 옆에는 초록 이런 식으로 혼자 중얼거리며 색칠하더라구요.

이모한테는 분홍 우산을 선물하겠다면서 분홍색도 예쁘게 색칠하구요.

이모가 사준 맛있는 그린티 젤라또 와플 등을 먹고 집에 왔지요.



집에서 아이와 놀기, 또 외출할때도 든든한 지원군이 되어주는 유치원 창의 스케치북이었어요.

다섯살 아들도 재미나게 갖고 놀기 좋고, 여섯, 일곱살이 되면 좀더 응용력이 발달할 것 같아요. 더 재미난 그림이 완성되겠지요.

아이들 하루하루 커가는 것을 몸으로 느끼는 무척 신기한 요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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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천 스타일 - 지적생활인의 공감 최재천 스타일 1
최재천 지음 / 명진출판사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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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 나는 주로 읽는 책들이 소설, 에세이, 실용 서적 등이지만, 그래도 책을 좋아하기에 책을 많이 읽고 통달한 사람들의 글이 참 좋다. 책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처음 보는 이라도 호감이 들기 시작한다.

통섭의 식탁, 과학자의 서재 등의 저자이신 최재천님, 예전 작품들이 꽤 인기를 끈 작품이었음에도 미처 읽어보지 못했기에 최재천님에 대해서 따로 알고 있는 것이 거의 전무후무해 사실 부끄러운 마음으로 책을 읽기 시작하였다.

 

동물행동학, 사회생물학을 전공하고 온 그는 순수 자연과학자이자, 통섭학자 그리고 지적생활인이다.

지적 생활인이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지성인, 학자 등의 개념과는 또다른 표현인 듯 하다. 그는 '앎과 삶이 하나되는 생활'을 실천하는 우리 시대의 흔치 않은 학자이며 그러한 그에게 '지적생활인'이라는 호칭은 매우 자연스럽다. 라고 띠지에 적혀 있었다.

표지만큼이나 신선한 그 느낌. 최재천 교수님이 들려주는 최재천 스타일이란 어떤 것일까?

 

사실 본인은 최재천 스타일이라는 제목이 너무나 부담스러웠다고 한다.

다만 자신의 스타일이 어떤지 되돌아보는 과정에서 책을 읽으며 함께 울고 웃고 부둥켜안는게 내가 생각할 수 있는 가장 명료한 최재천 스타일11P이라는 결론을 얻었다 한다.

 

다소 딱딱한 내용이 나올 것 같아 긴장하고 있다가 갑자기 초등학교 교과서를 대하듯 커다란 글씨의 편안한 문구를 접하자 긴장이 스르르 풀려버렸다.

책을 사랑하고 책 이야기를 즐기는 이유에 대해 자연스럽게 서술하고 본인이 좋아하는 것에 대해 다양하게 서술해놓은 것이 눈에 들어왔다. 개미, 열대, 세상의 모든 동물들, 아내를 위한 운전, 연희동에서 이화여대까지 걷는길, 밤 9시에서 새벽 1시까지의 시간 등등.

 

아내를 위한 운전과 밤 9시에서 새벽 1시까지의 시간이 눈에 쏙 들어왔다.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이런 식으로 정리해봐도 재미날 것 같았다. 그냥 무조건 하나, 혹은 어떤 분류를 정해 서술하곤 했는데 그냥 내가 좋아하는 것을 순수하게 규칙 없이 서술하는 것도 참 좋겠다 싶었다.

신랑에게 좋아하는 것이 뭐냐고 물으니 딱히 생각나는게 없단다. 최재천 교수의 좋아하는 목록을 읊어주어도 별로 떠오르는것이 없어보이길래 아내를 위한 운전! 하고 콕 집어 물으니, 마지못해 그렇다고 얼버무린다. 하루 두시간 정도를 거의 출퇴근을 하며 운전을 하는 터라 좋아하던 운전이 싫증나고 힘든 것이 당연한 사람에게 난 참 억지 투정을 부린단 생각도 들었다. 그래도 빈말이라도 듣고 싶었는데 참.

 

어쨌거나 긴장감을 풀어주며 시작한 최재천 스타일의 이야기는 LIVING, LOVE, MENTOR, FOREST, STUDY, VIEW등의 주제로 나뉘어 어렵지 않은 서술로 일반 독자들이 읽기에도 거부감 없이 쉽게 쓰여져 있었다.

특히나 멋스러운 일러스트와 함께 시작하는 글들은 한 꼭지 한 꼭지를 따로 읽어도 될만큼 독립적이기도 해서 장편소설 읽듯 한번에 다 읽어내려야 한다는 부담감마저 덜어주었다.

 

함께 사는 인간을 주창하는 그이지만, 공생을 위해 무조건 희생적인 삶만을 강요하진 않는다. 되도록 다른 사람과의 충돌을 피하고 먼저 양보하고 나서는 그지만서도 일을 하고 삶을 사는데 있어서는 1초의 시간도 낭비를 하지 않고 자신을 위해 쓴다고 하였다. 특히나 9시부터 새벽 1시까지 자기만의 이기적인 시간을 갖는다고 하는데 논문과 책을 읽고 생각하고 글을 쓰는 시간이라 하였다. 아마도 가족을 위해 그 시간을 쓰지 못하는데 대한 미안함이 존재하겠지만 낮에는 여기저기 불려다니며 강연을 다녀야하기에 글쓰는 그가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은 밤밖에 없었다. 나 역시 그처럼 효율적이고 창조적인 작업을 해내지는 못하지만 식구들이 잠든 새벽에 홀로 깨어 책을 보고 서평을 쓰고 하는 시간을 소중히 생각한다.

 

과학자와 음악가인 두 사람이 만나 부부가 된 저자는 결혼 20주년 기념으로 여행을 가거나 근사한 식사를 하는 대신, 서로의 관심사가 겹쳐지는 책을 골라 함께 번역하기로 하였단다. 아내와도 동료처럼 꾸준히 토론하고 서로 일치하지 않더라도 끝없는 대화를 나눠가는 것, 처음 보는 레스토랑의 주방장이 부부를 직장 동료쯤으로 착각하게 만들 정도로 열심히 대화하는 부부의 모습은 지적 생활인이 무엇인지, 어떻게 저자가 앎과 삶을 동일시하고 있다는 것인지를 알게 해주는 부분이었다.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개미를 제외하고는 책 속에 인용된 또다른 책들을 거의 읽어보질 못했다.

애견인들이 읽어보면 좋을 스탠리 코렌의 <개와 대화하는 법> 을 읽고 저자는 지금 기르는 열마리 개들을 훨씬 수월하게 읽을 수 있었을텐데, 뒤늦게 읽어본것을 후회하고 있었다. 지금 개를 기르는 사람이 있다면 이 책을 읽어보라고 조언해주고 싶었다.

 

<다이고로야 고마워>라는 책은 손발이 거의 없는 중증 장애를 안고 태어났어도 결코 삶을 포기하지 않은 작은 일본원숭이의 짧은 생애, 그리고 그와 함께 살았던 일본인 사진작가 가족의 따뜻한 사랑이야기가 담겨 있는 포토 에세이이다. 49P 가족과도 같이 아꼈을 다이고로를 렌즈를 통해 담아낸 작가의 마음이 절절하게 전해질 그런 책 같았다.

 

어린 아들이 있어 저자가 소개해준 책들 중에 이런 책들도 눈에 쏙 들어왔다.

장차 훌륭한 과학자가 되는 첫걸음은 좋은 과학책을 많이 읽는 것이다. <어린이 과학탐험대>세트가 좋은 길잡이가 될 것이다. 앞에서 언그한대로 자연의 신비에 관한 책에서 우리 인간의 건축물과 발명품에 관한 책과 역사와 문명, 그리고 스포츠에 관한 책까지 매우 다양한 주제를 다루고 있다. 238P

 

그의 이야기를 들으며 끄덕끄덕 공감하는 부분도 생기고, 따라 읽고 싶은 책들도 늘어났다.

현명한 책 읽기를 하고 있는 자연과학자의 책장을 보기좋게 들여다본 기분이 드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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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스커레이드 호텔 매스커레이드 시리즈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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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작을 하기로 유명한 히가시노 게이고지만, 막상 내가 읽은 책은 그리 많은 권수가 아니었다.

<용의자 X의 헌신>을 시작으로, <탐정 클럽> <플래티나 데이터> <성녀의 구제> <신참자> 등을 읽어보았다. 그중 탐정클럽을 제외한 다른 책들이 모두 다 마음에 들었던 고로, 히가시노 게이고에 대한 분분한 여러 의견 중에 나는 호평 쪽에 손을 들고 있는 중이다. <백야행> 3권과 <동급생> <방과 후 > 등은 읽으려 준비중인 책인데, 그의 신작이 새로 또 나왔다는 말에 기다리지 못하고 냉큼 구입해 읽어버리고 말았다. 바로 매스커레이드 호텔.

 

단순하기 짝이 없는 나는 매스커레이드 호텔이 책 속 주요 배경이 되는 호텔이름인줄 알았다.

masquerade

 
미국·영국 [|mӕskə|reɪd;英또한|mɑ:skə|reɪd] 영국식
1. (진실・진심을 숨기는) 가장   2. 가장 무도회   3. 가장하다

 

 

매스커레이드란 가면, 가명, 가면 무도회 등을 가리키는 말로 호텔내 잠복 수사를 하게 된 형사들의 처지와 호텔리어와 투숙객들간의 가면을 쓴 듯한 태도를 지칭하는 그런 뜻일 수도 있을 것이다.

 

"예전에 선배에게서 들은 말이 있어요. 호텔에 찾아오는 사람들은 손님이라는 가면을 쓰고 있다. 그걸 절대로 잊어서는 안된다 라고요."

"가면......"

"호텔리어는 손님의 맨 얼굴이 훤히 보여도 그 가면을 존중해드려야해요. 결코 그걸 벗기려고 해서는 안되죠. 어떤 의미에서 손님들은 가면무도회를 즐기기 위해 호텔을 찾으시는거니까요."

394P

 

고급스러운 분위기의 코르테시아도쿄 호텔, 도쿄에 머무르게 되는 사람들 대부분 만족하게 되고, 한번 머무른 사람은 좋은 기억으로 다시금 찾게 되는 그런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호텔이었다.

도쿄내 연쇄 살인사건이 일어나는데, 의문의 숫자들이 쪽지로 남아있고, 그 숫자들을 분석한결과 다음 살인사건은 바로 코르테시아도쿄 호텔에서 일어날 것으로 추정되었다. 살인사건을 막고, 범인을 잡아내기 위해 형사들이 직접 호텔리어로 분장해 잠입 근무를 하기로 하였다.

 

호텔의 숙련된 베테랑 직원 야마기시 나오미와 함께 카운터에 근무하게 된 형사는 바로 그 숫자의 비밀을 해독해낸 형사 닛타였다.

머리는 좋지만, 무뚝뚝하고 다소 뻣뻣하기까지 한 닛타 형사와 호텔 투숙객을 위해서라면 정말 혼신을 다해 봉사할 타고난 호텔리어 나오미의 듀엣은 다소 언밸런스한 커플의 만남이라 할 수 있었다. 처음부터 서로 마음에 안 들고 삐걱거리긴 했지만, 번뜩이는 재치를 지닌 닛타와 수완이 좋고, 빠른 대처 능력을 보이는 나오미의 콤비는 제법 잘 어울리는 매스커레이드 팀이 되어갔다.

 

도대체 누가 범인일까?

궁금증을 자아내며, 초반부터 독자들까지 긴장하며 책에 몰두하게 만든다. 아예 처음부터 이 사람 저사람 심지어 주요 등장인물들까지 빼곡히 의심해 가며 집중하려니 사실 머리가 좀 아파오기도 하였다.

그러면서 호텔을 방문하는 다양한 진상 고객들의 면모를 살피게 되었다.

하나하나 각자의 사연을 담은 사람들.

호텔에서 제 돈 주고 숙박을 할지언정, 운좋게 주어지기도 한다는 무료 업그레이드의 행운은 거의 받아본 적 없는 사람으로써, 다소 이기적인 행태로 트집을 잡아 스위트 룸까지 업글을 받는 사람들을 보니, 정말 이것이 호텔의 실상일까? 싶은 생각도 들었다. 호텔 입장에서도 참 고객들의 황당한 컴플레인에 당황스럽긴 하겠구나 싶은 그런 상황들이 너무나 현실적으로 펼쳐졌다. 그 와중에 누군가는 범인일테고, 누군가는 희생자가 될 터였다.

 

호텔 잠입 수사, 그것도 진상 고객들의 비위를 맞춰가며 호텔리어로써 힘든 나날을 체험해야했던 닛타는 나름 불만도 쌓여가지만, 자신과 이미 한 팀이 아니라 생각했던 노세 형사의 등장으로 촌스럽고 무능력해보였던 자신의 어리숙한 동료가 실상은 오히려 누구보다도 번뜩이를 기지를 발휘하고, 남을 배려할 줄도 아는 깊이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깨달아 가는 과정 또한 같이 그려져있다. 대부분이 남을 밟아야 마치 내가 성공하는 듯, 나의 안위가 우선인 사회에서 노세와 같이 다른 사람, 특히 자기 동료에게 은공을 돌리려 하는 그런 천사표 동료의 등장은 다소 신선한 양념이 되어주기도 하였다.

 

본인이 의도하지 못한 사이에 노세와 또 나오미와 호흡을 맞춰가며 사건의 핵심에 접근해 가는 닛타의 활약.

매스커레이드 호텔을 순식간에 읽어내려가며 닛타라는 형사를 발견하게 되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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