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흩어진 날들
강한나 지음 / 큰나무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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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사람은 먹다 망하고, 오사카 사람은 먹다 망하고, 쿄토 사람은 입다 망한대.

 

정말이지 오사카는 먹다가 망하기 딱 좋은 도시다. 맛있는건 어디서 죄다 가져왔는지 명성 높은 음식점이 넘실대는데다, 늦은밤까지 먹는 것에 열광하는 오사카 사람들의 지치지 않는 식탐 또한 단번에 느낄 수 있었다. 76p

닭국물과 돼지육수를 섞어 개발한 독특한 킨류라멘, 타코야끼, 오사카 대표음식 오코노미야키, 오사카 사람들 몸 속에는 우동 국물이 흐른다 할정도로 우동을 즐긴다니 기츠네 우동, 자그마치 스시보다 1000년이나 오래되었다는, 상자에 밥을 넣어 생선을 얹고 식초를 얹어 발효시킨 하코스시, 복어 요리 면허를 처음으로 실시할 정도의 복어요리 천국, 60년 전통을 자랑하는 오사카 명물 대왕 만두, 100년 전통 명물카레, 새우, 닭고기, 야채, 우동이 푸짐한 우동 스키 등등.. 78p

 

결혼 전에 딱 한번 일본여행을 다녀왔는데, 여동생과 하우스 텐보스를 여행하고 온 적 이 있었다. 나가사키와 후쿠오카로 인/아웃하는 관광여행이어서 패키지 답게 정말 버스 안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다 보내며 아쉬운 여행을 마감했던 기억이 난다. 그래서 다음에는 꼭 도쿄에 가봐야지. 하면서 자유여행 계획을 짜봤는데, 어쩌다보니 미식을 사랑하는 내 습성 답게 맛집 위주로 여행스케줄을 짜고 있었다. 그랬는데 이 책을 읽다보니 맛집의 천국은 바로 오사카란다. 그렇다면 첫 일본 자유여행은 오사카부터 시작할까? 하는 생각으로 단번에 행선지가 바뀌었다. 물론 지금 당장 출발하기는 힘들겠지만.. 

 

스튜어디스 출신의 내 친구를 연상케하는 커다랗고 예쁜 눈을 지닌 아름다운 여자 강한나, 그녀가 방송하는 글쟁이임을 자부하며 일본에서 글로벌 웨더자키로 활동하며 첫번째 여행에세이 동경 하늘 동경을 내고, 이번에는 두번째 여행 에시이 우리 흩어진 날들을 들고 우리 곁으로 찾아 왔다. 도쿄 뿐 아니라 오사카, 나라, 히로시마, 나가사키, 교토 등의 다른 도시들의 다양한 이야기를 담아내면서 말이다.

빈티지 감성 여행 에세이라는 부제가 붙은 이 책에는 낡음을 사랑하고 아끼는 그녀의 마음이 잘 담겨 있다.

 

그저 단순한 여행 관광 정보만을 주기 보다 마치 그녀의 숨겨진 다이어리를 읽듯이 지나간 옛 사랑의 추억도 들여다보이고 (그래서 그녀에게 미안해진다. 내가 알아도 되는 건가요? 이별 일년 후에 비로소 너무나 아팠다는 당신의 사랑을..) 3박 4일, 혹은 일주일 코스로 짧게 관광지만 훑다오면 도저히 알지 못할 일본의 다양한 이야기들도 찾아내어 읽을 수 있다. 전철안에서의 풍경에서는, 집에서부터 각잡고 접어온 9등분된 신문을 꺼내 연필로 한자까지 베껴가며 조심스레 읽는 일본의 할아버지의 모습이 보이고, 낡고 낡은 책을 읽고 또 읽는 오늘의 미래를 있게 한 노인들의 모습이 보인다.

 

먹구름으로 드리워진 고베 시내가 순식간에 칙칙해지더라.

'빛의 아이'인 난 주눅이 들어버리고 말았어. 112p

 

넌 화려한 '밤'보다 화려한 '낮'에 더 예쁜 사람이야. '어둠'의 정적보단 '빛'의 활기가 잘 어울리는 사람이고..

이번 고베 여행은 외롭겠구나 예감을 했어. 하긴 외로움, 세상에서 제일 두려운 감정이지만, 세상에서 제일 익숙한 감정이잖아. 살면서 외로웠고..외롭지만 버텨냈듯이. 외로워도 즐겨봐. 어차피 외로우니 여행인거야. 너도 알잖아. 113p

 

일본에선 그때의 나처럼 고개 숙이고 걷는 사람들을 위해 땅에 예쁜 그림을 그려 두었나봐. 빙그레 웃으며 맨홀 뚜껑에게 말을 건넸어.

 

"고마워, 고개 숙인 사람에게도 웃을 자격이 있다고 말해줘서......"

130p

 

네코, 유난히 고양이를 사랑하는 일본인들의 정서도 궁금해하고, 낡은 사랑5에선 그를 드디어 만난다. 새로운 장소, 낯선 이 땅에서.. 하루키의 고향 고베를 둘러보며 60년된 멋드러진 커피를 마시고, 미래의 배우자가 커피를 좋아하는 사람이기를 희망한다. (우리 신랑은 커피를 좋아하지 않는다. 난 서서히 커피에 중독이 되어가는 중이고..) 그녀의 삶, 그녀의 여행..그리고 그녀를 바라보는 우리..

 

영화 "젠젠다이조부"를 보며 나라에 와보고싶었다는 그녀.

 

초반에는 나라가 너무 오래돼서 음침한 곳, 사슴냄새만 풀풀 풍기는 무의미한 곳으로 치부되었지만, 하지만 나라를 직접 가보면 예기가 달라질거라고, 영화는 설레는 마음을 내비친다. 193p

 

그리고, 그녀의 여행 내내 비쳤던 영화 중에 우동이 있었는데, 이 영화는 나도 본 영화라 반갑고 또 더 정겹게 느껴지는 대사들이었다. 끝은 코믹물처럼 끝났지만, 영화 속 우동의 장인 정신은.. 영화를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우동을 먹으러 사누키에 가고 싶게끔 만드는 구석이 있었다. 그들은 작은 것 하나도 놓치는 법이 없으니까..

 

그녀 역시 첫 일본여행이 도쿄가 아니었던 모양이다.

난 내 일본에서의 첫 기억이 도쿄가 아닌 히로시마였다는 사실에 줄곧 감사해. 사실은 말이야. 히로시마였기때문에 내가 더 일본에 마음을 쉽게 열 수 있었던 건지 몰라.

낯선 이방인의 출연에 발그레 웃던 순진무구한 히로시마 사람들의 얼굴. 그걸 처음 보게 돼서 다행이야.

226p

 

나가사키 편에선 그녀의 나가사키 우동 사진을 만나 너무나 반가웠다. 일본 여행에서 정말 맛있던 먹거리로 기억되던, 기대하지 않았으나 너무 매력적이었던 바로 그 음식.

 

닭고기와 돼지고개, 야채와 해산물이 정체불명으로 뒤섞인 희멀건 국물이 이렇게 시원한 맛을 낼 수 있다는게 난 매번 감동이다.

마음 속 모든 감정을 죄다 섞어 놓는다면 오히려 예상과 달리 평온이 찾아올 수도 있지 않은가.

그래보지 않았기때문에 미처 몰랐던 걸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다. 이렇게 반전이 생길 수 있다. 나가사키 짬뽕처럼.

312p

 

 천년고도의 쿄토에서 그녀는 낮음을 발견하였다.

높을 수록 빛날 것 같았어. 높을 수록 우러러보일거라 생각했어.

하지만 낮음을 지향하는 교토에서처럼 사실 우리도 알고 있잖아.

자신을 높이려는 사라보다 스스로 낮추는 사람에게 빛이나고

이기려는 사람보다 져주는 사람에게서 아름다운 향기가 난다는 진리를...368p

 

하늘이 정해준 숙명대로 경건히 살아가는 교토 사람들의 기품, 그리고 교토는 특별한 도시기에 교코인도 특별해야한다는 신념으로 똘똘 뭉치는 칼날 같은 자긍심도 같이 기억하겠노라 하였다.

 

그저 다 같은 일본인줄 알았는데..사실 우리도 도마다 성격이 다르듯, 도시마다 이렇게 성향이 달랐나보다.

오사카 인들은 먹을것을 즐기고, 유일하게 웃음이 많은 일본인이라 하였는데, 교토인은 기품있고, 특별한.. 진심을 아리송하게 만드는 그런 사람들이라 하였다.

 

그리고, 도쿄..

그녀가 웨더자키를 하며 살았던 도쿄. 그 안에서 그녀는 모순덩어리 일본인을 이야기한다.

사실 나도 일본 문화는 좀 과격하고, 선정적일 거라 생각했다가도 추억은 방울방울이나 내 이웃 토토로 같은 서정적인 만화들을 보면 그들의 감수성에 깜짝 놀랄 때가 많았다. 그녀 역시 그런 면을 발견했나보다. 루스 베네딕트의 국화와 칼을 인용하면서 그녀는 한마디로 정의하기 힘든 일본인에 대해 답하면서 자기도 난감해하였다.

 

그저 자신의 글을 읽고서 편안함을 느꼈으면 좋겠다고 한 저자

하지만, 이 글을 쓰며 많이 울고 웃으며 고행을 겪는 마음으로 적어내려갔다는 그녀의 글들..

그녀의 마음이 느껴지는 잔잔히 들려주는 글들과 그녀가 직접 찍은 프로못지않은 사진들..

그 안에서 관광지의 포장된 도시락같은 일본의 모습이 아닌, 따뜻한 집밥 같은 그런 일본의 모습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그녀의 첫번째 책 역시 궁금해지게 만들었다. 진심이 담겨있는 여행 에세이를 만나 반가웠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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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한 지구를 돌려라
칼럼 매캔 지음, 박찬원 옮김 / 뿔(웅진)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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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엔 그저 단편단편의 다른 이야기들인줄 알았다. 그러나 읽다보면, 앞에 나온 인물이 다시 또 등장을 하고, 결국 인물이 맞물리고 맞물려 돌고 도는 그런 이야기를 전해주고 있다. 마치 조각난 퍼즐을 하나하나 끼워 맞추듯.. 그렇게 전체가 하나의 그림이 되고 소설이 된다. 그것도 시간이 한참 지나 코리건의 어릴 적 모습부터, 어른이 되어서까지 또 그가 알고 지낸 재즐린의 아이들의 2~3살때부터 성인이 될때까지로 말이다.
 

이 책은 2009년 11월 미국에서 가장 뛰어난 문학작품을 쓴 작가에게 주는 전미도서상을 수상하고, 2009년 아마존 선정 '최고의 책' 1위, 아마존 베스트 셀러 소설 1위를 기독하는 기염을 토한 작품이라 한다.

110층의 세계 무역 센터에 줄을 놓아 건너간 청년의 실화를 바탕으로 재구성되어 쓰여진 소설. 거대한 지구를 돌려라는 무시무시한 높이에서 공중곡예를 펼친 한 청년의 이야기에서 그치는 게 아니라, 오히려 그 청년을 배경으로 하는 듯한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에 더 초점이 맞춰져 있는 듯 했다.

 

뉴욕 브롱크스라는 어느 허름한 골목에서 일어나는 이야기가 사실상 주를 이루고 있었다. 흑인과 백인, 빈부의 차이, 그리고 베트남 전쟁과 상처의 이야기...  

가식 없이 허물 없이 낮은 자들의 편에 선 진정한 믿음의 실천자 코리건, 몸을 파는 모녀였으나 한 남자를 마음에 품었던 틸리와 재즐린, 동생을 죽게 만든 유부녀와 사랑에 빠진 키아란, 전쟁으로 세 아들을 잃고 두 아기를 입양한 글로리아와 역시 전쟁으로 외동아들을 잃은 판사와 그의 아내. 닮은 듯 다른, 그러면서 또 겹쳐지는 그들의 이야기가 둥글고 거대한 지구를 돌리듯 자연스럽게 펼쳐지고 있었다.

칼럼 매캔의 유려한 문체로..

 

한 남자가 하늘에 있고 비행기 한 대가 빌딩 가장자리로 사라진다. 사라지는 것처럼 보인다.

역사의 작은 조각 하나와 더 커다란 조각의 만남. 마치 그 줄 타는 남자가 그 후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예측이라도 하고 있었던 것처럼. 시간과 역사의 개입, 이야기들이 충동하는 지점,

우리는 폭발을 기다리지만 폭발은 결코 일어나지 않는다.

비행기는 지나가고, 줄타는 남자는 그 줄 끝에 도달한다.

548p

 

 흑인이 탈까봐 빈 택시가 빈차 램프를 끄고 지나가고 더이상 노예는 아니라고 해도 흑인을 바라보는 시선에는 돈을 주면 말을 들을거라는 잘못된 인식이 팽배해있다. 거리의 여인들도 백인의 구역이 따로 있고, 흑인의 구역이 따로 있을 정도로 차별화 되어 있었다.  반대로 감옥에는 빠져나갈 구멍이 많은 백인들은 빠져나간채, 흑인들이 주를 이룬다. 펜트하우스에 사는 고귀한 판사 부인이 브롱크스의 허름한 집의 흑인 여인과 전쟁으로 아들을 잃었다는데 공감대를 형성하며 가까워지고.. 창녀를 구하기 위해 몸을 던져 생활하던 코리건 사제가 사랑하는 이와의 완성된 삶을 이루지 못한채 세상을 떠나자, 마치 그 뒤를 잇듯 또 다른 사랑이 탄생하게 된다. 바로 코리건을 죽게 한 여인과 형과의 사랑..

 

형의 눈으로, 틸라의 눈으로, 판사 아내의 눈으로, 판사의 눈으로.. 그리고 세계무역센터를 건넌 남자의 눈으로.. 등등등.. 각각의 시선에서 각각의 이야기가 진행되고, 그 이야기는 마치 시계의 톱니바퀴가 맞물리듯 하나하나 맞물려 돌아가고 있는 것이다. 인생이라는,  삶이라는 거대한 톱니바퀴가..

 

 작가조차도 정치적인 성향을 띤 작품이라고 하였으나, 상당히 두꺼운 이 책이 난해하거나 따분하게 다가오지 않았다. 빠른 속도감으로 이번의 "나"는 또 누구인지.. 누구와 어떻게 연결이 되고..다음에 어떤 내용이 진행되는지.. 그가 우리에게 전해주고 싶은 이야기가 무엇인지..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엮이고 섥힌 실타래를 푸는 심정으로 책을 읽어내려갈 수 있었다. 소외된 계층을 깊이 있게 관찰하고 다독여주는 그런 느낌.. 코리건의 모습에서 칼럼 매캔의 마음을 느낄 수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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붙여도 붙여도 창의력 스티커 왕 (사진 스티커 600장) 붙여도 붙여도 스티커왕 14
삼성출판사 편집부 엮음 / 삼성출판사 / 2009년 6월
절판


아이를 데리고 서점에 간다는 것이 쉬운일은 아니다. 어쩌다보니 아이와 함께 간 서점이 대형마트에 입점된 서점이 고작이었다. 아니면, 인터넷 서점에서 엄마가 보고 아이 책을 골라 사곤했다. 아기가 아직 어리다고 생각되서인지 아이에게 직접 보여주고 책을 골라본적이 거의 없었다. 그랬는데, 며칠 전 간 대형마트 서점에서 아들이 유독 한 책에 집착을 하며 손에서 놓질 못하는 것이었다. 그 책이 바로 붙여도 붙여도 스티커 왕이었다. 안 그래도 이 책을 코스트코에서 보고, 사줄까 고민하고 있던 터에 아들이 골라들고 자꾸 집에 가져가겠다고 해서 처음으로 놀랐다. 이젠 우리 아기도 장난감 자동차가 아닌 책도 고를 수 있구나. 엄마가 왜 아들에게 직접 고르게 하지 않았을까? 하는 그런 마음 말이다.



이제 만 21개월인 우리 아들.

스티커 북은 기존에도 다른 책들이 있었고 (그러나 스토리가 있는 재미있는게 아니라 그저 단순하게 스티커만 붙이는 그런 획일적인 책들이었다.), 구독중인 학습지에서도 스티커가 몇장 끼워져 나오면 무척 재미있어 하며 붙이곤 하였다. 친구 딸이 스티커 북을 받으면 그 자리에서 한시간이고 두시간이고 모든 스티커를 다 붙여버릴때까지 일어나지 않는다고 해서, 한권의 책이 무용지물이 된다는 이야기를 듣고, 아들에게는 스티커북을 주고 혼자서 하게 하지 않고..한장씩 떼어서 주곤 하였다. 대신 "주세요"라는 의미로 손을 내밀면 그때마다 한장씩 주어서 아들에게 주고 받는 의미를 깨닫게 한 것이다.



어느 엄마의 글에선가 보니 아이가 직접 떼고, 직접 붙이는 것이 아이들 소근육 발달에도 좋다고 하길래.. 이젠 떼어내는 것도 아들에게 시키기로 하였다. 바로 아들이 선택한 붙여도붙여도 창의력 스티커 왕을 시작하면서 말이다. 딱 붙어 있는 스티커를 떼어내는게 아직은 어려운지 책을 구기며 끙끙대기에 모서리 한 부분만 살짝 들어올려서 아들이 떼기 쉽게 도와주었다. 그러고서 붙일 면을 펼쳐주면 거기에 붙이기도 하고, 자기 생각에 다른 곳이 더 어울린다 싶으면 굳이 고집을 부려서 다른 곳에 붙이기도 하였다.


스티커 하나하나가 사진 스티커다 보니 선명하고 재미있는 사진들이 많았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각종 동물들서부터 우리 아들이 유난히 좋아하는 자동차, 그리고 맛있어 보이는 사탕, 풍선 ,생활용품에 이르기까지 정말 600여장에 이르는 빼곡한 스티커들이 엄마의 마음까지 풍성하게 해주었다. 떼어내는 재미와 붙이는 재미, 그리고 꾸미는 재미를 알게 해주는 스티커북인지라 그 색감과 내용 뿐 아니라 스티커의 양 또한 무시 못하는 것이기 때문이었다. 정말 붙여도 붙여도 스티커 왕이라 할만한 분량이랄까?


아기가 지루할 무렵에 이 책을 딱 꺼내어 갖고 놀게 하면 정말 진지한 표정으로 열심히 몰입하는 그 모습이 엄마 눈엔 한없이 귀엽게 느껴졌다. 장난감이 따로 필요 없을 정도였다. 엄마가 밥을 먹고 있을 동안 식당에서 조용히 스티커를 붙이고 놀고.. 여행가는 길에 달리는 자동차안에서 지루할 아기가 스티커북을 꺼내주면 또 흐뭇하게 즐기고.. 집에서도 잠투정이나 기타 짜증나는 일들이 있다며 보챌때 스티커북을 짜잔 하고 꺼내주면 아이의 환한 미소와 함께 곧 스티커의 세계로 빠져드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물론 혼자서 놀기보다 엄마가 옆에서 지켜보며 이야길 조금씩 해주면 더욱 좋아하고 말이다.


식당에서 엄마가 잠깐 밥먹는 동안, 아들이 혼자 심심해 하길래 꺼내준 스티커북..

역시나 진지 모드로 열심히 붙이며 놀고 있는 중이다.




요즘은 초등학교 1학년 교과서에도 붙임딱지라고 해서 스티커가 등장한다고 하니 (친정어머니께서 초등학교 1학년 선생님이셔서 교과서를 직접 봤다. 정말 스티커를 떼서 붙이는 과정이 여러차례 등장한다.) 아이들의 기호가 드디어 학교 교과에도 반영이 되었구나 싶었다. 아기때부터 좋아하는 스티커니 아기티를 많이 못 벗은 초등학교 1학년 아이들이 공부하기에 딱딱한 책보다 훨씬 재미있게 느껴지지 않을까 싶다.




여러모로 정말 마음에 쏙 드는 붙여도 붙여도 스티커 왕 시리즈.

우리 아들보다 6개월 빠른 친구인 윰양이 무척이나 스티커를 좋아한다고 해서 안 그래도 스티커북을 하나 사줄까 했는데..공주님이니 공주파티 스티커왕을 사줘야겠단 생각이 든다. 이 책도 벌써 많이 붙여놔서 창의력 스티커 왕을 다 붙이고 나면 다른 시리즈들도 섭렵하게 해줘야겠단 생각이 들었다. 정말 돈이 안 아까운 스티커 북이랄까?

아기들이 재미있는 시간을 보낼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뿌듯해진다.




집은 지저분한 채로 아들을 찍었다. 처음 접하는 책은 생소해서 관심을 잘 갖지 않고 낯을 가리는 편인데.. 이 책은 아들이 먼저 고른 책이었는데다가.. 꺼내주니 이렇게 관심을 갖고 직접 펼쳐서 보려고 하는 중이다.




자자, 스티커를 떼어서 이렇게 붙여야지.

아들이 요즘 가장 좋아하는 코끼리.

코끼리가 거미줄에 걸렸구나 ^ㅡ^

삼성출판사에서 나온 스티커북의 명성은 익히 들어 알고 있지만, 직접 아이와 붙여보니 더욱 그 진가를 알겠다. 왜 아이들이 열광하는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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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보다 빠른 꼬부기 - 제1회 대한민국 문학 & 영화 콘텐츠 대전 동화 부문 당선작 살림어린이 숲 창작 동화 (살림 5.6학년 창작 동화) 3
이병승 지음, 최정인 그림 / 살림어린이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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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쩜 이렇게 느린 아이가 있을까 싶었다.

그냥 행동이 굼띤 정도가 아니라, 생활에 지장(?)이 갈 정도로 느리다.

얼마나 느렸는지 유치원 가는 모습만 봐도 보는 사람이 속이 터져 발랑 뒤집어질 정도였다고 한다. 약 300미터 정도의 거리를 (아파트 베란다에서 유치원 정문이 보일 정도로 가까운 거리) 한시간이나 걸려 가기도 했다는 것이다. 아빠가 아들과 인사를 하고 느긋하게 커피 한잔 타서 마시고, 아침 신문을 맨 뒷장까지 다 보고, 천천히 베란다로 가서 창문을 열고 밑을 내려다보면 그제야 경비실 앞을 꼬물꼬물 지나가고 있는 내가 보였다고 한다. 10p

 

본인이 그렇게 느리면서도 느리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 5학년때일 정도로 느리고, 또 느린 꼬부기.

별명도 꼬부기, 달팽이, 나무늘보, 굼벵이, 거북이 등.. 느린 것에 대한 모든 것은 다 붙어 있다.

그와 달리 퀵서비스 맨이 직업인 아빠는 정말 뭐든 최고로 빠르다. 그런 아빠이기에 이렇게 느려터진 나를 참아내는게 항상 힘드신가보다. 항상 빨리, 빨리를 외치시다가 급기야 용돈을 깎는 무서운 시간 제한 경고장을 만들어 나를 힘들게 만드셨다.

 

나더러 죽으라는 거나 다름없는 형벌이었다.

도저히 빨라질수가 없는데 빨라지라니..

학교친구 미루는 똑똑하고 귀여운 어딘가 푸들 강아지가 생각나는 친구인데, 내 고민거리와 이야기를 들어주더니 드디어 분석해냈다. 내가 생각이 너무 많기 때문이란다. 아무 생각도 하지말고, 갈길만 가라는데, 어떻게 그럴 수가 있을까? 미루는 너무 어른들이 하라는대로 하는 강아지 같다.

 

만만디 만만디 라는 말은 중국말로 "천천히"라는 뜻이라 하였다. 언젠가 이런 제목으로 된 신문 칼럼을 읽은 적이 있었는데, 중국 사람들은 워낙에 여유 자적하게 천천히 느리게 일을 하는 것을 좋아한다고 하였다. 우리네의 뭐든 빨리, 빨리 서두르는 습성을 살짝 걱정하며, 조금씩 쉬어가도 되지 않겠냐고 하는 내용의 칼럼이었다. 우리는 정말 뭐든 빨라야 하는 세상에서 살고 있다.

 

그러기에 꼬부기 같은 아이는 이 세상에서 살기엔 많은 사람들의 비난을 받을 수도 있고, 눈총을 받을 수도 있는 처지가 되었다. 해가 되는 일도 아닌데도, 그저 한 사람이 늦어지면, 그 다음에 기다리게 되는 것에 짜증을 쉽게 내곤 하는 요즘 사람들.. 꼬부기나 꼬부기 엄마처럼 조금이라도 늦게 일을 처리하면 그 뒤에 있는 사람들은 혹은 그 일을 처리하는 사람들조차 짜증을 내고, 인상을 쓰기 시작한다. 혹은 자리를 바꾸거나..

나라고 그런 일이 없었을까? 마트에 가서 조금이라도 빨리 계산하려고, 짧은 줄을 찾고, 또 누가 새치기라도 하면 얼굴이 울그락불그락해진다. 잠깐 기다리면 될텐데.. 그걸 하기가 참 힘든 세상이 되었다.

 

꼬부기는 정말 생각이 많은 아이였다. 오고가는 길 속에서 가게 사람들의 하나하나의 행동을 꼼꼼이 관찰하고, 그들의 문제점까지도 뭘까? 고민해가며 걱정해주는 그런 마음 따뜻한 아이였다. 비록 너무 느려서 학교 선생님의 빠른(사실은 정상적일 수 있을) 말과 수업진도를 따라가지 못해 성적이 좋은 편은 아니었지만 말이다. 꼬부기의 이야기를 읽으며 이런 아이가 나중에 자라서 훌륭한 소설가가 되거나 발명가가 되는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강제로 꼬부기를 틀에 끼워 맞추지만 않는다면 말이다.

 

꼬부기 아버지가 그렇게 꼬부기를 다그친 것은 꼬부기가 미워서가 아니었다.

느리면.. 그것도 꼬부기처럼 무한정 느리면 트럭에 치일 수도 있고, 그러면 목숨이 위태로워지기 때문이었다.

실제로 꼬부기 아버지가 위험에서 꼬부기를 구한 적도 여럿 있었고..

 

그저 느린 아이의 분투기 인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다.

꼬부기와 미루의 가정 이야기가 나온다.

꼬부기의 사연만큼이나 미루가 받았을 상처도 몹시 큰 그런 이야기.

어른들의 만남과 이별이 아이들에게 얼마나 큰 상처가 될지 미처 생각지 못할 그런 어른들에게 경각심을 일으켜주는 그런 이야기 말이다.

 

다행히 꼬부기와 미루는 열심히 자란다. 탈선하거나 그릇되게 나가지 않고 말이다.

그들을 사랑으로 이끌어줄 어른들의 마음을 나중에는 깨닫게 되고, 진정한 가족으로 승화된다는 그런 훈훈하고 가슴 따뜻한 이야기였다.

 

꼬부기의 본명은 천둥이, 천둥 번개라는 엄청 빠른 속도를 생각나게 하는 바로 그 천둥이었다.

꼬부기의 본명이 천둥이가 된 데에는 그리고, 꼬부기가 엄마가 돌아가신 줄 알았는데, 나중에 재회하게 되는데에는 가슴아픈 사연이 담겨 있다.

 

빛보다 빠른 꼬부기의 반전을 기대하며, 책장을 열어보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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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 문 이모탈 시리즈 2
앨리슨 노엘 지음, 김경순 옮김 / 북폴리오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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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달 전 에버모어를 읽고서.. 에버와 데이먼이 이제는 어떤 방해물도 없이 온전한 사랑을 이룰 거라 생각했었다. 4백년동안 만남과 헤어짐을 반복하다 드디어 데이먼을 따라 불사의 몸이 된 에버, 숙적인 드리나도 없어졌으니 둘의 사랑은 영원히 아름다울 거라 믿고 싶었다.

 

에버모어의 후속편인 블루문이 나오기 전까지는 말이다.

사랑이 이렇게 잔인할 수 있을까? 파랗게 처연한 달 만큼이나 둘의 사랑에 문제가 생겼음을 암시하는 띠지의 멘트가 날 걱정시키기 시작했다. 두꺼운 책이었지만, 에버모어와 마찬가지로..아니 사실은 에버모어보다 더 한 재미로 날 몰입하게 만들었다. 재미는 있지만, 슬프기에 가슴이 아파오는 그런 내용이었다.

총 6부작이 될 이모탈 시리즈의 2권 블루문. 3권인 섀도우 랜드에서 어떤 내용이 펼쳐질지 앞으로도 한참을 기다려야하겠지만 (블루문을 오래도록 기다려온 것처럼) 그때도 이렇게 놀라워하며 읽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에버모어를 읽은지 한참이 되었기에, 주인공인 데이먼과 에버, 그리고 꽤 중요한 악역인 드리나 말고는 처음에는 생각나지가 않았었는데, 블루문을 읽어가다 보니 라일리, 에바아줌마 등의 인물에 대한 이야기도 자연스럽게 다시 떠오르게 되었다. 그때도 이렇게 밤새워 책에 빠져들었던 것 같은데, 몇 달 후 블루문도 나를 잠 못들게 하는구나 ...

 

이번 편에서는 에버와 데이먼의 최초의 만남의 순간(1608년 파리)부터, 이후의 그녀의 환생 모습도 나와 있었고 에버모어에선 말로만 설명이 되었던 데이먼의 어릴적 모습들, 3살,10살때의 모습과 데이먼과 드리나의 만남까지 모두 나와 있었다. 에버가 마치 드라마를 보듯이 그 영상들을 지켜 볼 순간이 있었다.

 

서로에 대한 사랑이 가득한 에버와 데이먼. 둘 사이에 아무 문제도 없을 줄 알았는데, 웬지 느낌이 좋지 않은 로만이라는 새 전학생이 오면서 에버는 자꾸 불안한 기분이 들었다. 그러던 어느 날 데이먼이 갑자기 실종이 되었고, 다시 만난 데이먼은 예전의 그가 아니었다. 분명 에버가 알던 그가 아니었다.

에버를 돌아이라 부르고, 지독한 스토커, 괴물로 치부해버렸다. 헤이븐과 마일즈를 비롯한 다른 모든 친구들도 에버의 가슴에 생채기를 낼 뿐이었다. 로만만 에버에게 접근하려 애를 썼고 말이다.

 

 가슴이 찢어지게 아픈 에버는 데이먼을 되돌리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

불사의 몸으로 에버만을 사랑해온 데이먼이 이렇게 갑자기 변할 수 있을까.

사랑이 잔인하다는 말이 이래서인줄 알았다면 오산이었다.

 

끝으로 갈수록 정말 참기 힘든 슬픔이 가득차 오르기 때문이었다.

드리나도 불사의 몸이었지만 에버모어에서 죽음을 맞이하였다.

불사였던 데이먼을 죽음으로부터 구하기 위해 에버는 어떤 선택을 하며, 또 그로 인해 둘의 사랑은 어떻게 달려갈 것인지..블루문의 마지막 장을 덮으며... 슬픈 두 연인의 앞으로의 미래에 대한 섀도우 랜드에서의 새로운 이야기가 몹시 궁금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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