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이브 미 샘터 외국소설선 7
리사 스코토라인 지음, 심혜경 옮김 / 샘터사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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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서부터 어떻게 이 실타래를 풀어낼 수 있을까.

그저 도망과 회피밖에는 떠오르지 않으나 이미 언론등을 통해 그녀의 이름은 얼룩이 져 버리고 말았다.

 

사랑하는 딸 멜리가 학교에서 왕따를 당하고 (단지 아이의 얼굴에 반점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가슴이 아픈 엄마는 딸을 걱정하는 마음에 식당 자원봉사를 맡게 되었다. 왕따 때문에 전학을 왔음에도 이 곳에서 잔인한 왕따는 여전히 존재를 했다. 어릴적 내 기억에 왕따란 없었던 것 같은데, 그저 이지메란 이름으로 언젠가부터 일본에서 들어온 악습 같은 거라 생각했는데 일본이나 요즘의 한국이 아닌 미국 등의 다른 나라에서도 존재하는 악습이 왕따라는 것인가 보다. 왕따는 아이들에게 피멍을 들게 만들었다. 처음에는 그래서 이 소설을 읽을지 말지를 진지하게 고민했다. 아이가 너무 어려 벌써 고민할 문제는 아니었지만 하도 사회적으로 시끌시끌 이슈가 되다보니 엄마가 된 입장에서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기에 관련 육아서적부터 시작해 다양한 청소년 성장 소설등에 이르기까지 두루두루 읽어보다가 또 어느 순간은 그 갑갑함이 싫어 읽기를 거부하기도 하였다. 이 책은 왕따인 딸과 자신 역시 수렁에 빠지고서도 엄마라는 이름으로, 단지 모성 하나만으로 굳게 일어서서 그 어두운 음모를 파헤쳐낸 놀라운 여성에 대한 이야기이다. 서스펜스 스릴러 장르로 구분되는 이 책은 리스 스코토라인이라는 작가의 놀라운 필력으로도 잘 알려진 작품이었다. 그래서 읽게된 책이었는데 정말 놀라운 긴장감으로 한숨도 눈을 떼지 못하게 만드는 소설이었다.

 

여덟살 딸 아이가 왕따를 당하는 모습을 발견하고 엄마인 로즈가 가해학생인 아만다를 불러 타이르려는 찰나에 갑자기 학교 식당에 폭발 사고가 일어나고 말았다. 너무 놀란 로즈는 서둘러 아이들을 내보내고, 자신의 딸을 구하러 달려가서, 절체절명의 위기의 순간에 딸을 구함으로써 아이의 생명을 가까스로 구하게 되었다. 사실 조금 더 일찍 아이에게 갔으면 조금이라도 딸 아이가 가스를 마시지 않게 할 수도 있었지만 눈앞의 아이들, 특히 가해학생들이었음에도 그 아이들을 무시하고 갈 수가 없어서 교사에게 인계를 하고 얼른 딸을 구하러 뛰어갔던 것이다.

 

그런데..

 

딸을 구하고 병원에 있는 그녀에게 뜻밖의 소식이 전해져왔다.

아만다가.. 자신이 내보낸 아만다가 중환자실로 실려오고 만 것이었다. 분명히 그녀는 내보냈는데 아만다는 의식을 잃고 병원으로 실려왔고, 학부모를 비롯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로즈가 자신의딸을 구하기 위해 가해학생인 아만다를 일부러 방치했다는 누명을 씌우고 말았다. 어찌 된 일일까.

 

사건의 진상을 파헤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로즈, 그 과정에서 가스 배선 공사 등을 의심하게 되고 자신이 알아낸 정보 등을 변호사와 상의하다보니 변호사의 지나친 사명감으로 학교를 고소하겠다는 기사가 실려, 학교에서조차 냉대를 받는 위치에 내몰리고 말았다. 마을 전체가 그녀와 그녀의 딸에게 적대적인 시선을 갖게 되었고, 사랑하는 남편 또한 (멜리의 친아버지가 아닌 두번째 남편이다) 변호사 일로 바빠서 아내의 일에 크게 신경을 써주지 못하였다. 그저 친한 친구를 변호사로 소개해주는 정도 밖에는..

 

가녀린 여자의 몸으로 혼자서 사건을 파헤치다가 생명의 위협을 느끼기도 하고, 실제 사건과 관련된 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기도 하였다.

어린 두 아이를 맡겨두고 혼자 몸으로 사건에 직면하다가 슈퍼 히어로도 아닌 내가~ 하는 생각이 듦과 동시에 엄마는 슈퍼 히어로를 능가한다는 생각까지 들기도 한다.

 

남편이 변호사기는 했지만 혼자 힘으로 모든것을 해결해야했고, 절대 풀리지 않을 것 같았던 실타래역시 천만 다행으로, 풀리게 되었다. 모두가 다 그녀가 목숨을 걸고 사건을 파헤친 덕분이었다. 게다가 늘 매사에 자신이 없던 멜리조차 조금씩 스스로를 사랑하는 법을 배우고, 모든 것이 로즈의 바램대로 원상복구가 될 수 있었다. 아니 예전보다 더 나은 행복한 결말이 되었다.

 

소설이기에, 미국이기에 가능한 결말이 아니었을까 싶다.

우리나라에서도 자식의 억울한 누명을 벗기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많은 부모들이 있지만 거대한 기업에 맞서서 승리로 이끌어내는 경우는 대부분 드물기 때문이었다. 그냥 개인은, 약자는 말 그대로 정의가 통하지 않는 사회에서 찌그러지는 그런 느낌이 들었다.

 

너무나 통쾌한 한판 승부 같은 결말이었기에 속이 다 시원했다.

풀리지 않을 실타래를 시원하게 풀어준 작가에게 감사드리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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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근두근 처음 텃밭 - 기르고 먹고 나누고
석동연 글 그림 / 위즈덤하우스 / 2012년 5월
절판


아버지께서 수십년을 교직에 계시다가 정년 퇴임을 하시고, 집에만 계시려니 많이 적적하셨을 거라 생각이 되었다. 늘 한결같이 출퇴근하시는 모습만 봐오다가 집에 계시면서 엄마랑 동생 출퇴근 하는 모습을 보고 계신 아버지를 뵈니 내 마음까지 괜히 쓸쓸해지는 기분이었다. 워낙 근면하신 분이라 쉬는 때에도 늘 운동을 다니시고 책을 보시거나 아이와 놀아주시는 등 시간을 허투루 쓰시지는 않았지만 소일거리라도 아버지께 뭔가 시간을 보낼 거리가 있으면 좋겠다 싶었다. 그런데, 올 봄 갑자기 아버지께서 텃밭을 가꾸기로 하셨다 하셔서, 잘됐다 싶으면서도 걱정이 되었다. 베란다 텃밭 식의 작은 규모가 아니라 외곽에 있는 밭에 하시는 거라 혼자 하시기엔 거리도 멀고 땅도 (취미삼아 하기엔) 좀 큰 편이었는데, 친구분들께 거저 땅을 나눠 주시고, 같이 농사를 짓자 하셨단다. 한번 놀러갔는데, 정말 큰 땅을 4등분 해서, 마치 아이들 학습 그래표 보는 양, 네 분의 성격과 취향에 따라 각각 다른 농사 그래프(?)가 그려지고 있었다.

농촌에서 나고 자라셨지만 농사일은 거의 안해보신 부모님이시기에 사실 텃밭 농사가 걱정이 되었다. 아니, 엄마는 예전에 취미 삼아 집 근처 공터에 옥수수와 토마토 등을 심어보신 적이 있으셨다. 직접 가꿔 먹으면 농약도 안친 건강한 채소를 먹을 수 있단 생각에 기쁘기도 했지만 우선 처음 하시는 일이라 너무 힘드시지는 않을까 걱정이 되었는데, 아버지뿐 아니라 아직 출근하시는 엄마께서도 퇴근 후 농사일을 같이 하시며 몸이 힘드실텐데도 즐겁다, 행복하다 일을 하시는게 아닌가. 우리집과 오빠네는 물론이고 우리 시댁까지도 늘 정성 가득한 채소를 한상자씩 듬뿍 듬뿍 챙겨주셔서, 나까지 괜히 죄송스러우면서도 행복한 그런 기분이 들었다. 시장이나 마트에 가서도 쌀때도 비쌀때도 있는 채소겠지만 직접 재배한 채소니 아직 어려 맛도 연하고 부드러운 데다가 농약도 치지 않아 완벽하게 믿을만한 무공해 먹을 거리였기 때문이었다.



아직도 농사를 짓고 계시는 외할머니께도 여쭤보시는 듯 하고, 먼저 텃밭 농사를 시작한 주변 분들께도 여쭤가면서 농사를 짓고 계시는데, 지금 심은 것만도 14종이 넘는다 하셨다. 내가 생각하는 텃밭 채소는 고추, 오이, 대파, 가지? 상추 등만 떠올랐는데 말이다.



두근두근 처음 텃밭을 보고, 우리 부모님께 선물드리면 너무나 좋아하시겠다 싶었다. 전문 농업인들이 보실만한 책은 아니고, 만화가 14년, 텃밭 농사 경력 7년이라는 저자가 쓴 책이기에 제목 그대로 처음 농사를 짓는, 아니면 텃밭 농사를 짓고 싶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고 쉽게 접근할만한 그런 책이 아닌가 싶었다.

베란다 텃밭에 관련된 책들도 있었지만, 그런 책에서는 상추, 고추 등과 대부분은 허브 등의 간단한 채소류만 나오지만, 이 책에서는 실제 우리 부모님이 기르시는 것처럼 거의 웬만한 채소들이 거의 다 즐비하게 소개되어 있었다. 만화와 사진 등이 적절히 조화되어 읽기가 수월했고 관심 있는 분야라 눈에도 더욱 잘 들어왔다. 그 좋아하는 독서도 마다하시고, 농사일에 매달리시는 아버지를 보며 몸이 축나시지는 않을까 걱정이 되었지만, 가족과 지인들에게 건강한 채소를 선물하는 보람까지 생기니, 농사 짓는 보람이 (눈으로 쑥쑥 자라는 채소들을 바라보며) 꽤 크다, 정말 재미나다 라고 말씀하시는 아버지께 건강까지 선물받고 있는 것 같아 감사한 마음이었다. 그동안 궁금하신 점도 많으셨고, 앞으로는 더욱 늘어나실텐데 그때마다 누구에게 물어보시기 보다 이 책을 참고하시면 많은 도움이 되실 것 같았다.

김장을 대비해서인지 고추와 배추 등을 좀 많이 심어보시겠다 생각하고 계시던데 책을 보니 고추와 배추는 좀 어려운 작물에 속하는 편이긴 했다.특히 배추는 벌레 등의 해충이 너무 많이 생겨 손이 많이 가기도 하지만, 직접 재배한 배추로 김장을 담가먹는 맛은 어디 비할데가 아닐성 싶었다. 실제로 직접 지은 배추로 김장에 추가하자, 시아버지께서 옛날 김치 맛이 난다며 손을 추켜세우셨다는 만화가 인상적이었다.

작가가 직접 재배하면서 체득한 경험을 밑바탕으로 쓰여진 책이다보니, 이론뿐인 책들보다 훨씬 빠르게 이해되기도 하였다.

텃밭 배치도, 한눈에 보는 채소별 재배 시기 등이 아마도 부모님께 가장 필요한 정보 중 하나가 아니었을까 싶다.

나로썬 딱 한번밖에 부모님 텃밭에 가보질 않았는데 (꽤 멀다.) 밭일용 방석과 휴대용 모기향을 보니, 부모님 일하실적에 꼭 필요한게 아닌가 싶어 몰래 사드릴까 싶은 항목이 되었다.



무리하지 않게만 하신다면 운동 이상으로 건강을 살릴 일이 되고, 또 밥상까지 건강한 유기농 채소로 가득 채울 수있는 행복한 일상이 될 텃밭 가꾸기. 부모님 덕분에 우리집에도 풍성한 야채들이 오르고 있다. 오늘도 마트 가는 길에 (아이 우유와 요플레 사러) 친정에 잠시 들렀더니 갓 따온 상추와 직접 딴 시금치로 끓인 된장국을 따로 병에 넣어 챙겨주셨다. 요즘 친정에서는 매일 밥상이 채식 밥상이란다. 워낙에도 건강을 위해 채소를 즐겨 드시던 분들이셨지만 직접 재배하고 나니 그 채소로 먹는 맛이 그렇게 좋다고 좋아하신다. 나까지 행복해지는 텃밭 농사. 부모님을 위해 이 책으로 궁금증을 해결해드리고자 한다.



부모님이 아무리 농사일이 처음이라 하셔도 나보다는 채소나 농사등에 거부감이 덜하신데, 나처럼 아무 것도 모르는 사람이 시작을 하려 한다면 이런 책을 기본적으로 읽어보고 짬짬이 참고하면서 시작해봐도 좋을 것 같단 느낌을 받았다. 나도 좀더 나이가 들고 그러면, 내 가족 밥상에 올릴 채소들에 대해서는 몇가지 정도는 직접 길러보고 싶을지 모르겠다. 저자도 그렇게 시작한 텃밭 농사가 아니었던가. 마트에 가도 고기보다 비싼 유기농 채소들을 집에서 직접 재배해 갓 따다가 먹는 그 맛은 정말 어디 비할바가 아닐 것이다. 두근두근 처음 텃밭, 부모님의 텃밭 농사와 더불어 텃밭에 대한 호감과 호기심을 모두 북돋워주는 그런 책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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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친 목요일, 속마음을 꺼내 읽다 - 책쟁이가 풀어놓는 소소한 일상 독서기
이유정 지음 / 팜파스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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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적에도 취미 적는 란에 꼭 독서라고 적어내긴 했지만, 그때보다도 지금이 더 독서, 책 읽기가 와닿고 있다. 요즘 내 삶의 청량제 역할을 하기도 하고, 때로는 너무 많은 책탑이 날 즐겁게도 힘겹게도 만드는 요즘이기에 말이다. 책을 더욱 좋아하게 되서인지 책쟁이가 풀어놓는 소소한 일상 독서기라는 이 책이 무척이나 땡기는 요즘이었다.

 

읽으면서 참 놀라웠던 점이, 바쁜 직장 생활 틈틈이 3일에 한권 꼴로 책을 읽어 리뷰를 올리고, 그런 이야기를 엮어 다시 한권의 책으로 내놓은 이 이야기가 참으로 눈에 잘 들어오고 공감, 또 공감하는 이야기가 많았다는 점이다. 정말 바빴을텐데, 그럼에도 그녀는 강인하면서도 멋진 삶을 살고 있는듯 보였다.

 

한줄 한줄의 글귀들, 지치고 힘든 목요일날, 살짝 파티션에 숨어 직장내에서 한꼭지씩 읽으며 휴식해도 좋고, 집에서 내리 읽어도 좋을 그런 이야기들이라며 "나는 모든 책의 갈피에서 사는 법을 발견했다"라고 자신있게 말하는 그녀.

책 읽기가 한없이 좋으면서도 그저 취미로만 읽고 리뷰를 쓰기에, 때로는 나의 지나친 책탐이 삶을 방해하는 요소가 되고 있다 생각하는 내게는 그녀의 '누리는 책 읽기'가 마냥 부럽기만 하기도 했다.

 

37세에 자전거 타기를 배웠다는 그녀. 헉. 나이가 무척 많으시구나 하고 착각을 했는데, 사실 생각해보니 내 나이도 별반 다를 바가 없었다. 벌써 이렇게 나이를 먹어버린건가? 그녀가 제일 듣기 싫다는 말, 뭔가 새로운 일을 도전하거나 할때, 주위에서 그 나이에? 이런 말을 하면 그만큼 맥빠지는 일이 없다는 것이었다.

 

작가 박완서 선생님이 요즈음 사람의 나이는 자기 나이에 0.7을 곱해야 생물학적, 정신적, 사회적 나이가 된다고 하셨다는 구절이 있어서였다. 눈앞이 환해지는 것 같았다.-이별에도 예의가 필요하다,김선주 

내 나이 서른 일곱에 0.7을 곱해보니 25.9세! 아직 20대 중반이었다. 그렇다. 그때 내게 대단하다고 했던 직원들은 나를 서른일곱으로 봤지만, 나는 나를 20대 중반으로 느끼고 있었던 게다. 내가 나를 보는 눈과 남이 나를 보는 눈이 다르니 나를 제 나이로 봐주는 사람들에게 화가 날 수 밖에. 26p

 

나 또한 내 나이를 잊고 살다보니 (직장 생활도 안 하고 집에서 아이와 지내다보니 더더욱 나이를 잊는다. 그저 아이가 한살한살 더 먹어가는 것을 신기해하며 내 나이는 자꾸만 잊고 살게 되었다.) 저자의 직장 동료들처럼 나 또한 처음에는 호들갑스럽게 놀라워했지만 정작 내 나이를 떠올리며, 실소가 나오고 말았다. 이런..이럴수가. 나도 내 나이가 20 중반쯤으로 (입밖엔 내지 않았지만) 생각하고 살아온 느낌이었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를 정말 재미나게 영화로 보고, 두권짜리 두툼한 책으로도 읽었지만 저자만큼 내 안의 것으로 승화시키지는 못했는데, 그녀는 나름 차가운 연애 철학을 갖게 된, 더 많이 사랑하는 자가 약자라는 스칼렛 같은 연애관을 갖게 되었다. 쿨한 모습에 10년이나 저자를 따라다닌 애인도 있었지만 결국 그는 다른 여자와 웃으며 떠났고, 그런 그에게 그녀는 충격을 먹었다. 그 책을 읽고 내게 남은건 스칼렛이 아닌 멜라니라는 아이디 뿐이었는데, 어쨌거나 보는 관점 차이일 수 있으니 (사실 내 바램일뿐, 나는 멜라니와 너무나 다르다.)..또한 하나하나의 캐릭터를 분석한 것 또한 다시 소설을 읽는 듯한 기분으로 되돌아가게 해주었다.

 

서울에서의 오랜 동거, 독거 등의 삶을 이야기한 꼭지도 눈에 쏙 들어왔다. 타인과 함께 산다는 것이 즐거울 것 같으면서도 서로 다른 삶을 용인해야함이 얼마나 어려울 수 있는지, 살아본 사람은 더욱 공감할 그런 이야기들이었다. 그래서, 후배의 그런 행동을 감내하기 힘들어 지금은 또 따로 산다? 라는 이야기일줄 알았는데 견디기 힘든 삼개월을 견뎌 낸후, 그녀는 후배뿐 아니라 선배언니까지 세사람이서 즐거운 동거 생활을 하고 있다 하였다. 살인적인 월세도 3등분해 내고, 퇴근 무렵 불켜진 방을 보며 누군가 나를 기다린다는 즐거움으로 들어선다는 것이었다. 서울에서, 친구와 잠깐 살아보기도 하였으나 혼자 사는게 가뿐하다 여겼던 나 또한 불꺼진 방에 들어가는게 얼마나 외롭고 싫었는지, 그래서 늘 친구들과 밖에서 밥을 먹거나 차를 마시고 늦은 시간에 집에 들어갔던게 아니었는지 그런 생각을 다시 해보게 만들었다.

 

그저 책 이야기를 리뷰처럼 읽게 될 이야기인가 싶었는데 예상했던 것 이상으로 훨씬 재미나게 이해할 수있었다.

내가 쓰는 리뷰란 책의 전반적인 이야기, 줄거리 등을 훑거나 소개한 후 나의 감상과 관련된 추억을 읊조리는 것 등으로 끝이 났는데 그보다, 저자가 읽은 책에서 기억나는 대목을 짚은 후 자신의 감상, 평이 더욱 소소한 일상을 부각시키는 게다가 읽는 맛까지 뛰어난 이야기라 더욱 와닿았다. 리뷰면서도 칼럼같기도 한, 그러면서도 한 사람의 에세이이자 읽을 거리, 생각할 거리가 가득한! 또 한권의 책이 이렇게 완성이 되었다. 기대했던 것 이상의 책이라 읽는 내내 뭔가 풍족하게 얻어진, 어루만져진 느낌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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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교육] 자신만만 원리과학 60권 - [창작동화+원리과학]
천재교육 / 2013년 12월
절판


만화와 그림동화가 적절히 균형을 이룬 책, 천재교육에서 나온 자신만만 원리 과학 동화 중 우리몸은 누가 지킬까요?를 읽어보았습니다.

각 권 별로 아마 이 캐릭터들이 주로 등장하게 될 것 같아요.

맨 처음에 등장해 짤막한 만화로 책의 내용을 짐작케 해주고, 본문 이야기가 진행 된 후, 맨 끝에 다시 마무리 이야기로 만화가 등장하더라구요.

본문 내용은 눈에 쏙쏙 잘 들어오는 익숙한 그림의 동화였답니다.

어느 작은 나라에 게으르고 뚱뚱한 왕이 있었습니다.

날마다 달콤한 음식만 먹고 빈둥거리기만 했지요. 이도 안 닦고 잠자리에 들기도 하구요.

그러던 어느 날 너무나 몸이 아파 의사를 불러 진찰을 하게 하였지요.

의사는 " 임금님, 이 병은 제가 고칠 수가 없습니다." 라는 말로 왕을 놀라게 하였네요.

그럼, 왕의 병은 누가 고칠 수 있을까요?

왕의 몸을 적군이 공격한 것 같다네요. 그 적군은 누구였을까요?

게으르고 뚱뚱한 왕의 편식하는 습관과 양치하기 싫어하고 운동을 싫어하는 모습은 마치 우리 아이들의 일부분의 모습과 닮아 있을 수 있습니다.

아이들 또한 재미난 왕의 이야기를 읽으며 자신의 모습을 되돌아볼 수 있게 되겠지요.

왕의 살도 찌고 자꾸 아프게 되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다 있었어요.

재미난 그림과 상황별 맞춤 사진 등으로 아이들이 더욱 관심을 갖고 책에 빠져들게 합니다.


병균과 싸워 이기는 백혈구의 수를 늘리고 우리 몸의 건강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면역력을 길러야 하지요.

그러기 위해서 우리 아이들은 어떻게 하면 좋을지 책에서부터 잘 소개해줍니다.

그동안 엄마가 했던 잔소리들이 근거없는 것들이 아니었음을 다시 배울 수 있는 좋은 시간이 되는 것이지요.

왕이 열심히 노력해서, 자신의 힘 스스로 면역력을 키워 건강한 몸을 되찾는 이야기로 희망을 심어주며 이야기가 끝이 납니다.

그리고 생각 가다듬기 코너에서는 교과서에 나오는 이론들을 개념만 쏙쏙 골라 재미나게 풀어줌으로써 (사진과 그림 첨부)

건강을 되돌아보면서도 미리 교과서 개념 들을 어렵지 않게 익힐 수 있도록 충분한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생각 무르익기 코너에서 다시 한번 만화 이야기로 본문의 내용을 짚어주는 내용이 등장하지요.

교과서 과학만 익히고 배우는 것이 아니라, 실생활에서 교정해야할 중요한 생활 습관에 대한 이야기들이 본문과 생각 무르익기에서 다시한번 다져줌으로써 아이들 머릿속에 더욱 잘 남게 되는 것이랍니다.



만화와 그림동화로 재미나게 풀어냄으로써 아이들이 재미나게 읽을 수있고, 더욱 잘 기억할 수있는 과학동화가 아니었나 싶었어요.

아이뿐 아니라 엄마도 운동을 싫어하고 불규칙적인 생활을 하곤 했는데 반성이 되었답니다.

굳이 다이어트와 건강 등에 대한 복잡한 책을 읽지 않더라도 아이들과 함께 아이들 책에 나온 대로 어려서부터 정석대로 활동하고 따른다면 건강 역시 저절로 찾아오게 되는 것이 아닐까 싶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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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면하는 벽
조정래 지음 / 해냄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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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래 선생님의 가장 대표작이라 할 수 있는 대하 소설 3부작인 태백산맥, 아리랑, 한강을 아직도 읽어보지 못했다. 사실 권수가 많은 대하 소설들을 대부분 읽어보지 못해 부끄러운 마음도 든다. 아버지께서 태백산맥과 아리랑을 무척 재미있게 보시던 것을 기억은 하나, 그때만 해도 내가 책을 읽을 시간이 없었던 때였다고 자조하고 싶다.

 

그리고 몇년전부터 다시 복간되어 나오기 시작한 조정래 선생님의 책들을 허수아비춤을 시작으로 불놀이, 비탈진 음지 등의 책을 읽어보게 되었다. 그리고 이번에 나온 외면하는 벽은 1977~1979년에 쓰인 중단편을 모아놓은 책이다.

 

우리 아이가 자라고 있는 지금과 내 어릴 적만 비교해봐도 (기억이 나는 시절부터말이다.) 짧은 동안이지만 엄청난 변화를 거듭했다 생각이 되건만, 부모님 시절과 우리때와는 또 상상할 수 없는 차이가 있는 듯 하였다. 부모님이 한참 내 나이 때의, 아니 그보다 더 젊으셨을때 쓰여진 이 소설은 급격한 근대화를 겪으며 산통을 겪은 우리나라의 우울한 절망의 끝을 보는 듯한 이야기로 압축되어 있었다.

'절망의 끝에 찾아온 새로운  절망'이라는 뒷 표지의 이야기가 가슴을 갑갑하게 조여오는 듯 하였다.

 

벽을 향해 하염없는 눈길을 보내고 있는 그네의 얼굴은 웃고 있었다. 그런 탈색되어 버린 냉랭한 웃음을 태섭은 일찍이 보지 못했다.

태섭은 두려워졌다. 생활의 비참한 잔인성은 언제나 상상을 비웃게 마련이었다. 205p 한, 그 그늘의 자리

 

상상하기조차 힘든 한의 이야기가 들려온다. 요즘 세상에도 끔찍한 일들은 일어나고 있지만, 고아들을 대상으로, 나이도 아홉살밖에 안된 어린 아이를 강간하고 초컬릿, 사탕 등을 쥐어주고 간 미국인 병사의 이야기는 정말 욕지기가 치밀어오르게 만들었다. 그런 끔찍한 일을 겪고 자란 여인은 행복한 삶을 살고 있질 못했다. 그녀를 우연히 목격했던 고아원 동기인 태섭이 입양된 후 의사가 되어 돌아온 병원에 그네는 첩인 몸으로 교수라는 사람의 아이를 임신한 채 심한 정신적 불안에 시달리며 아이의 사산을 예감하고 있었다.

 

가난하고 비참했던 시간을 외면하고픈, 그러나 외면해서는 안될 우리 윗 세대들의 이야기고, 그를 거울삼아 살아가야함에도, 자꾸 외면하게 되는 그런 이야기건만 조정래님은 그러니까 잊지 말고 돌아보라고, 하면서 일부러 긍정적인 이야기를 섞어 넣지 않고 그냥 그대로 잔인한 현실을 보여주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희망만을 좋아하는 나임에도 불구하고 이야기 하나하나가 모두 흡입력이 있어서 갑갑함을 느끼면서도 모두 다 쉽게 읽어버리고 말았다. 빠르게 읽었으나 여운은 깊게 남는 그 한깊은 이야기들을 말이다.

 

미국에 가서 이혼하는 조건으로라도 난 하날 꿰차고 말거야. 거기 가서 혼자 청소부를 하거나 식모살이를 한들 얼마나 행복하겠어. 난 거기선 최소한 구경거리는 아니란 말야. 섞여버리는 거야. 묻혀버리는 거야. 그것만으로 난 미치게 행복할 거야. 어렸을때 받은 천대는 아무것도 아니었어. 이렇게 다 커가지고 손가락질당하는 외톨이로 죽을때까지 여기서 살 수는 없어. 307p 미운 오리 새끼

 

사랑하는 여자가 몸을 팔겠다 하니 눈이 뒤집히지 않는 남자가 어디 있을까. 게다가 그네들은 이미 외국인 병사와 양공주인 엄마 사이의 혼혈로 태어나 사회적 멸시를 받고 자란 세대가 아니었는가.

행복하게 살고 싶으나, 아니 그저 평범하게 살고 싶으나 세상은 그들에게 손가락질만을 할 뿐이었다.

그저 평범하게 섞이고 싶다는 숙희의 바람, 너무나 아름다움에도 결혼하긴 그렇고 한번 데리고 놀만하다는 시선의 주인공이었던 에리샤, 대부분 엄마에게 버림받았으나 드물게 엄마의 사랑과 관심을 받고 자랐던 창규, 그러기에 다른 친구들과 달리 엄마의 재력으로 공부도 완전히 마치고, 새로운 사업도 시작할 수 있었던 그는 어려운 친구들을 도울 삶을 스스로 모색하기 시작한다. 미운 오리 새끼가 그래도, 그나마 희망을 품고 있었던 이야기라면 이야기랄까.

 

삼면이 바위인 감옥에 갇혀 햇볕도 보지 못한채 몇년인지 모를 시간을 보낸 죄수가 드디어 간수의 도움으로 탈출이라는 희망을 거머쥐었을때, 작가는 그 희망의 벽인 절망을 느끼게 해주었다. 사상범이었던 그에게, 억울한 누명을 썼을 그에게 희망은 없었다.

집안에 죽은이의 몸을 뉘이고 곡을 했던 과거와 달리, 아파트에서 그런 삶을 사는 것은 불가능했다.

당사자들이 아닌 주위 사람들의 상상과 쑥덕거림부터 시작하니 그도 그렇게 들리기도 하였으나 막상 당사자의 치밀어오르는 울음부터 막아내야한다고 생각하니 당사자들에게는 끔찍한 일이 되었을 외면하는 벽은 2010년 고교 모의고사 출제작으로 실리기도 하였다 한다.

 

이런 힘든 시기를 살아오셨구나.

지금도 어려운 이웃분들이 많지만, 소설 속 시절만큼 절대 다수의 가난은 아닐 거라 생각이 든다.

정말 힘들었을 사회상을 조정래 작가님은 그대로 다 소설 속에 살려내고 계셨다.

35년이 지난 지금, 잔인했던 근대화의 산통을 그대로 담아낸 이 많은 이야기들을 소설이라는 이름을 통해 다시금 만나게 되는 것이었다. 겪어보지 않았던 시대의 이야기였지만, 절대 잊지 말라는 교훈을 남겨주는 그런 시대의 아픔을 그대로 다시 책을 통해 만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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