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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근두근 처음 텃밭 - 기르고 먹고 나누고
석동연 글 그림 / 위즈덤하우스 / 2012년 5월
절판
아버지께서 수십년을 교직에 계시다가 정년 퇴임을 하시고, 집에만 계시려니 많이 적적하셨을 거라 생각이 되었다. 늘 한결같이 출퇴근하시는 모습만 봐오다가 집에 계시면서 엄마랑 동생 출퇴근 하는 모습을 보고 계신 아버지를 뵈니 내 마음까지 괜히 쓸쓸해지는 기분이었다. 워낙 근면하신 분이라 쉬는 때에도 늘 운동을 다니시고 책을 보시거나 아이와 놀아주시는 등 시간을 허투루 쓰시지는 않았지만 소일거리라도 아버지께 뭔가 시간을 보낼 거리가 있으면 좋겠다 싶었다. 그런데, 올 봄 갑자기 아버지께서 텃밭을 가꾸기로 하셨다 하셔서, 잘됐다 싶으면서도 걱정이 되었다. 베란다 텃밭 식의 작은 규모가 아니라 외곽에 있는 밭에 하시는 거라 혼자 하시기엔 거리도 멀고 땅도 (취미삼아 하기엔) 좀 큰 편이었는데, 친구분들께 거저 땅을 나눠 주시고, 같이 농사를 짓자 하셨단다. 한번 놀러갔는데, 정말 큰 땅을 4등분 해서, 마치 아이들 학습 그래표 보는 양, 네 분의 성격과 취향에 따라 각각 다른 농사 그래프(?)가 그려지고 있었다.
농촌에서 나고 자라셨지만 농사일은 거의 안해보신 부모님이시기에 사실 텃밭 농사가 걱정이 되었다. 아니, 엄마는 예전에 취미 삼아 집 근처 공터에 옥수수와 토마토 등을 심어보신 적이 있으셨다. 직접 가꿔 먹으면 농약도 안친 건강한 채소를 먹을 수 있단 생각에 기쁘기도 했지만 우선 처음 하시는 일이라 너무 힘드시지는 않을까 걱정이 되었는데, 아버지뿐 아니라 아직 출근하시는 엄마께서도 퇴근 후 농사일을 같이 하시며 몸이 힘드실텐데도 즐겁다, 행복하다 일을 하시는게 아닌가. 우리집과 오빠네는 물론이고 우리 시댁까지도 늘 정성 가득한 채소를 한상자씩 듬뿍 듬뿍 챙겨주셔서, 나까지 괜히 죄송스러우면서도 행복한 그런 기분이 들었다. 시장이나 마트에 가서도 쌀때도 비쌀때도 있는 채소겠지만 직접 재배한 채소니 아직 어려 맛도 연하고 부드러운 데다가 농약도 치지 않아 완벽하게 믿을만한 무공해 먹을 거리였기 때문이었다.
아직도 농사를 짓고 계시는 외할머니께도 여쭤보시는 듯 하고, 먼저 텃밭 농사를 시작한 주변 분들께도 여쭤가면서 농사를 짓고 계시는데, 지금 심은 것만도 14종이 넘는다 하셨다. 내가 생각하는 텃밭 채소는 고추, 오이, 대파, 가지? 상추 등만 떠올랐는데 말이다.
두근두근 처음 텃밭을 보고, 우리 부모님께 선물드리면 너무나 좋아하시겠다 싶었다. 전문 농업인들이 보실만한 책은 아니고, 만화가 14년, 텃밭 농사 경력 7년이라는 저자가 쓴 책이기에 제목 그대로 처음 농사를 짓는, 아니면 텃밭 농사를 짓고 싶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고 쉽게 접근할만한 그런 책이 아닌가 싶었다.
베란다 텃밭에 관련된 책들도 있었지만, 그런 책에서는 상추, 고추 등과 대부분은 허브 등의 간단한 채소류만 나오지만, 이 책에서는 실제 우리 부모님이 기르시는 것처럼 거의 웬만한 채소들이 거의 다 즐비하게 소개되어 있었다. 만화와 사진 등이 적절히 조화되어 읽기가 수월했고 관심 있는 분야라 눈에도 더욱 잘 들어왔다. 그 좋아하는 독서도 마다하시고, 농사일에 매달리시는 아버지를 보며 몸이 축나시지는 않을까 걱정이 되었지만, 가족과 지인들에게 건강한 채소를 선물하는 보람까지 생기니, 농사 짓는 보람이 (눈으로 쑥쑥 자라는 채소들을 바라보며) 꽤 크다, 정말 재미나다 라고 말씀하시는 아버지께 건강까지 선물받고 있는 것 같아 감사한 마음이었다. 그동안 궁금하신 점도 많으셨고, 앞으로는 더욱 늘어나실텐데 그때마다 누구에게 물어보시기 보다 이 책을 참고하시면 많은 도움이 되실 것 같았다.
김장을 대비해서인지 고추와 배추 등을 좀 많이 심어보시겠다 생각하고 계시던데 책을 보니 고추와 배추는 좀 어려운 작물에 속하는 편이긴 했다.특히 배추는 벌레 등의 해충이 너무 많이 생겨 손이 많이 가기도 하지만, 직접 재배한 배추로 김장을 담가먹는 맛은 어디 비할데가 아닐성 싶었다. 실제로 직접 지은 배추로 김장에 추가하자, 시아버지께서 옛날 김치 맛이 난다며 손을 추켜세우셨다는 만화가 인상적이었다.
작가가 직접 재배하면서 체득한 경험을 밑바탕으로 쓰여진 책이다보니, 이론뿐인 책들보다 훨씬 빠르게 이해되기도 하였다.
텃밭 배치도, 한눈에 보는 채소별 재배 시기 등이 아마도 부모님께 가장 필요한 정보 중 하나가 아니었을까 싶다.
나로썬 딱 한번밖에 부모님 텃밭에 가보질 않았는데 (꽤 멀다.) 밭일용 방석과 휴대용 모기향을 보니, 부모님 일하실적에 꼭 필요한게 아닌가 싶어 몰래 사드릴까 싶은 항목이 되었다.
무리하지 않게만 하신다면 운동 이상으로 건강을 살릴 일이 되고, 또 밥상까지 건강한 유기농 채소로 가득 채울 수있는 행복한 일상이 될 텃밭 가꾸기. 부모님 덕분에 우리집에도 풍성한 야채들이 오르고 있다. 오늘도 마트 가는 길에 (아이 우유와 요플레 사러) 친정에 잠시 들렀더니 갓 따온 상추와 직접 딴 시금치로 끓인 된장국을 따로 병에 넣어 챙겨주셨다. 요즘 친정에서는 매일 밥상이 채식 밥상이란다. 워낙에도 건강을 위해 채소를 즐겨 드시던 분들이셨지만 직접 재배하고 나니 그 채소로 먹는 맛이 그렇게 좋다고 좋아하신다. 나까지 행복해지는 텃밭 농사. 부모님을 위해 이 책으로 궁금증을 해결해드리고자 한다.
부모님이 아무리 농사일이 처음이라 하셔도 나보다는 채소나 농사등에 거부감이 덜하신데, 나처럼 아무 것도 모르는 사람이 시작을 하려 한다면 이런 책을 기본적으로 읽어보고 짬짬이 참고하면서 시작해봐도 좋을 것 같단 느낌을 받았다. 나도 좀더 나이가 들고 그러면, 내 가족 밥상에 올릴 채소들에 대해서는 몇가지 정도는 직접 길러보고 싶을지 모르겠다. 저자도 그렇게 시작한 텃밭 농사가 아니었던가. 마트에 가도 고기보다 비싼 유기농 채소들을 집에서 직접 재배해 갓 따다가 먹는 그 맛은 정말 어디 비할바가 아닐 것이다. 두근두근 처음 텃밭, 부모님의 텃밭 농사와 더불어 텃밭에 대한 호감과 호기심을 모두 북돋워주는 그런 책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