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프스를 걷다 - 몽블랑 트레킹
나두리 지음, 박현호 사진 / 책나무 / 2012년 7월
절판


이 책은 저자와 함께 알프스, 몽블랑 트레킹을 함께 다녀오는 느낌을 주는 그런 책이었다.

저자는 프로 산악꾼은 아니었다. 본인을 포함 다섯명의 여자 멤버들과 사진 담당이자 팀의 유일한 청일점이자 리더가 된 아이크 박현호님을 포함하여 총 여섯명의 멤버가 모두 40~50대의 중년이라는게 믿기지 않을 정도였다. 어려운 등반 도전 등에 40~50대의 여성이라니.. 사실 30대면서도 몽블랑은 커녕 동네 뒷산만 올라도 힘들다고 허덕허덕하는 저질체력을 갖고 있는 터라 도전하는 여성들의 패기가 놀랍게 존경스러운 생각이 들었다. 사실 저자를 제외한 다른 멤버들은 그래도 트레킹 경험이 있고 등산가로써 다져진 체력을 보유한 사람들이었던데 반해 저자는 등산장비 구입부터 아무것도 모르는 나와 비슷한 생초짜의 경지라 할 수 있었다.

사실 나도 그랬다. 왜 사람들이 덥고 힘들어보이는 발목까지 올라오는 등산화를 신고 산에 올라가는지를 몰랐다. 등산 장비는 또 왜 그렇게 비싼지 이해하기 힘들었다. 저자는 등산장비 구입부터 시작해 실제 트레킹이나 등산에 얼마나 그런 장비가 효율적으로 도움이 되는지를 초보자가 이해하기 쉽게 조목조목 풀어주었다.



유럽여행을 다녀온 지인들 중에 다른 어느 곳보다 아름답다 손꼽는 곳이 바로 스위스의 알프스와 같은 풍광이었다. 우리나라에서는 보지 못하는 이국적이면서 장엄한 그런 설산의 아름다움, 초록 들판과 하얀 설산, 그리고 파란 하늘이 빚어내는 그 신비한 조화는 그저 아무 곳이나 셔터를 눌러도 아름다운 화보사진이 될 그런 곳인 것 같았다. 이 책을 펼쳐든 첫 생각도 그런 욕심이 있었다. 알프스의 사진을 마음껏 볼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감. 그리고 나는 도저히 걸어서는 못 떠날 알프스를 책으로 대리만족하며 여행하고픈 꼼수를 부리는 기분까지도..

더운 여름 밤에 읽는 글인데도 저자가 전해주는 이야기가 직접 느껴지는 듯 생생하게 되살아났다.

예를 들어 고산지대를 여행하는 중인지라 제대로 씻기도 힘든 상황에서, 땀으로 샤워한듯 온 몸이 젖게 되는 상황이라던지.. 슬리핑백에 헤드 랜턴을 꺼내두지 않아 밤중에 홀로 일어나 화장실에 가야하는데 불도 못 켜고 소리도 못내어 혼자 날이 밝을때까지 끙끙거리며 참아야하는 기억이라던지 하는부분들이 말이다.

게다가 나 또한 산을 잘 타는 체질이 아닌지라, (산은 커녕 운동신경이 떨어지는 터라, 먼 곳을 걸어야한다 했을 적에 사실 큰 자신이 없을 정도였다.) 몽블랑 트레킹은 생각도 못할 지경이었고 한다 해도 늘 처지게 됨은 당연하게 받아들일 정도였는데, 그래서인지 저자가 자꾸 처져서 팀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고, 자신 또한 힘들어 허덕허덕하는 것에 충분히 공감이 되었다. (그래서 도전도 못하는 1인이 여기 있지 않은가.) 어쨌거나 많은 부분 여행 에세이라고 하면, 게다가 자유여행으로 남들이 잘 가지 않은 곳들에 도전하는 여행 에세이 등을 읽다보면 대부분 나이가 내 또래 내지는 나보다 젊은 이들이 쓴 책들을 많이 보았었는데, 나보다 나이도 많으면서 좀더 힘든 코스에 과감히 도전한 분들의 이야기를 읽으니 대단하단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부모님들을 보면 해외여행을 가실때 가장 곤란을 겪으시는게 바로 식사 문제였다. 그래서 늘 햇반과 반찬등을 챙겨 여행을 떠나시는 걸 봐왔는데, 저자와 일행분들의 나이가 한식을 좋아하실 나이라 내심 걱정이 되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그 곳에서도 닭죽, 짜장밥, 길거리에 지천으로 널린 민들레잎을 따서 쌈을 싸먹기도 하는 등, 스위스에서의 한식만찬을 생각한다는 것이 놀랍게도 느껴졌다. 빵이나 소시지 등으로 떼웠으면 훨씬 간단은 했겠지만, 밥심으로 버티는 한국 아줌마들에게는 많이 힘든 일일 수도 있었을텐데 하고 걱정되는 부분도 있었는데 꿋꿋이 밥을 해가며 산행을 지속하고, 슬리핑백 등으로 막영도 불사하고 트레킹을 완주해내는 모습이 멋져 보이기도 하였다.

엄청나게 무거운 배낭을 메고 산을 정말 날듯이 올라간다는 일행들을 보며 저자는 어떤 기분이 들었을까.

몸은 비록 천근만근이었을지언정, 일행들이 서로 끌어주고 다독여주며 (특히 초보트레커인 저자가 많이 처졌음에도 일행들의 배려를 많이 받을 수 있었다.) 걷는 자가 아니면 보기 힘들 알프스의 속살과도 같은 풍광들을 눈도장 콱콱 찍으며 볼 수 있었던 것은, 별을 사랑하는 멤버 하나는 아예 새벽에 추운데도 불구하고 눈으로 쏟아지는 별들을 보기 위해 슬리핑백을 열고 하늘을 바라보며 잠들었다는, 매연에 찌든 도시에서는 상상조차 할 수 없을 그 아름다운 이야기들을, 이런 특별한 여정이 아니었으면 어디에서 경험하고, 또 기록할 수 있었겠는가.



힘들었겠지만 첫 완주를 잘 해낸 저자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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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똑한 만들기 놀이책 똑똑한 놀이책
김충원 지음 / 진선아이 / 2012년 7월
절판


4~6세 아이들을 위한 손쉬운 만들기 놀이책.
풀, 가위, 테입만 있으면 언제 어디서건 손쉽게 오려 원하는 모양을 만들 수 있는 재미난 만들기 놀이책이다.
가위로 오리기를 좋아하고, 풀 붙이기, 테입 붙이기를 좋아하는 유아들의 심리를 잘 이용하면서도 만든 완성품으로 재미나게 놀 수도 있는, (만든 작품이 단순 장식용이 아니라 아이들이 갖고 놀 수 있는) 장난감, 손인형, 가면, 모자 등 다양한 작품을 만들어 낼 수 있어 더 실용적인 책이었다. 만들기 설명서 책이 있고, 별책으로 (합본 책인 경우, 떼어내다보면 만들기 책까지 너덜거려져서 아쉬움이 있었는데 별책이라 더 좋았다. ) 오리기본이 따로 들어있어서, 색종이를 따로 준비할 필요가 없어 좋았다.

사실 무엇이든 그렇지만 엄마표로 뭔가 해주려고 하면 막막해서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은 경우가 있질 않은가? (나만 그럴지 모르겠지만)
알고 보면 쉬운 것도, 막상 백지상태에서 생각해내려면 생각나지 않은 경우가 많았다. 남이 한 것, 올려놓은것 따라하기는 쉬워도 내가 생각해내려면 어려운 것처럼 말이다. 어렸을 적에 참 다양한 종이오리기를 즐기고 만들기를 좋아했음에도, 어른이 되는 과정에서 그 즐거움을 많이도 잊어버리고, 동심에서 벗어나 있었다. 그러다보니 아이와 즐겁게 놀아주는 법에 대해 많이 잊어버리고 말아 아쉬웠는데, 이 책을 보면서 그런 즐거움을 되살릴 수 있게 되었다.

우선 무늬만 쉬운것이 아니라, 정말 가위 오리기만 잘 하면 뭐든 쉽게 만들 수 있는 유아 눈높이형 만들기라 좋았다.
아이가 잘 못 해낼까봐 엄마가 할께 하고 참견하지 않아도 될 일에 괜히 나서 참견하곤 했는데, 어느덧 믿고 맡겨도 될만큼 아이가 자라 있었고, 또 스스로 해내고 싶은 그런 마음이 아이에게도 커져 버린 나이가 되었다.

내가 할께요 하고서 열심히 오리는 아들. 안 그래도 요즘 레고 삼매경에 빠져 있어서 레고 아닌 다른 것에도 눈길을 돌리게 하고 싶었는데, 이 책 오리기 만들기를 보더니 눈이 번쩍 뜨이는지 열심히 따라만드는 모습이 신통방통하였다.
엄마들이 동화를 읽어줄때 역할 놀이로 만들어주면 좋을 손가락 인형.
토이저러스에서 판매중인 부직포로 만든 인형을 보니, 대여섯개 들어있는데 가격이 6000원이 넘던가? 암튼 정말 비쌌다. 비록 종이긴 하지만, 아이들이 좋아하는 동물 모양을 손쉽게 만들어 엄마와 책 읽고 독후활동을 할 수도 있고 역할 놀이를 할 수도 있다.

콧수염 안경은 아이들은 잘 모르겠지만 (사실 엄마도 직접 본적은 없지만, 티브이 등에서 본 기억으로) 오래전 우리네 시골 장터에서 볼 수 있었다는 약장수 아저씨를 떠올리게 하였다. 내지는 서커스 단장을 떠올린달까? 개그맨들 분장용으로 즐겨 쓰이고 말이다. 장난꾸러기 남자아이들이 좋아할만한 아이템이었다. 만들고 써보면 무척 웃길.. 그래서 아이들 배꼽을 한참 잡게 할 콧수염 안경.

아이들이 좋아하는 각종 동물들도 다양하게 등장한다. 햄스터, 코끼리, 애벌레와 달팽이, 토끼와 고양이, 춤추는 곰과 악어, 이런 식으로 말이다.
하나같이 조금씩 건드리면 움직이는 모양들이라 아이들이 만들어놓고 바람에 살짝 날리게 하거나 손가락으로 건드리며 재미나게 놀 수 있는 모양들이라 좋아할 만하였다.

액자나 카드와 같이 간단히 장식을 할 수 있는 아이템도 아이와 만들 수 있는 즐거운 공작 시간의 하나가 되었고, 엄마도 여러서 태피스트리 엮는 것을 좋아했는데 통을 만들지 않아도 그냥 태피스트리 자체만으로도 테이블 받침 매트를 만드는데 활용이 가능함을 보여주기도 하였다.

흔들 흔들 시소나 춤추는 피에로, 노래하는 개구리, 숨바꼭질하는 개구리등 역동적인 만들기 장난감등이 아이들이 직접 만드는 장난감의 즐거움을 선사해줄 수 있을 것이다.

외가에 가서 각종 곤충들을 오리며 즐거운 시간을 보낸 우리 아들.
집에 돌아와 한참 레고 삼매경에 빠져 있어서 오리기 놀이를 다시 해볼까? 하고 물어보니, 책을 자기가 직접 넘기다가 뜬금없이 복어에 도전하겠다 하였다. 악어를 먼저 찾긴 하였는데 아이에게 좀 어렵지 않을까 싶어 우선 복어부터 해보자 하였다.
제법 그럴듯하게 아이가 잘 오려내어서, 마무리만 살짝 도와주고 풀로 붙이니 배불뚝이 복어 오뚜기가 되었다.

그러고보니 내 어릴적에는 집집마다 오뚝이 한개씩은 있었는데 정작 우리아기에게는 오뚝이를 사준 적이 없었구나 싶다.
책에는 오뚝이같이 흔들거리는 재미난 인형들이 많다. 직접 오리고 갖고 놀수있는 장난감이라 더욱 유용한 책이 아닐 수 없었다.
요즘처럼 너무 더워서 바깥 활동도 하기 힘든 날에는 집에서 시원한 에어컨 바람 쐬면서 무료한 시간 보내지 말고, 이렇게 아이가 좋아하는 만들기를 하며 놀아주는 것도 행복한 일과가 될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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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박 향기
에쿠니 가오리 지음, 김난주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2년 7월
평점 :
품절


 

 

에쿠니 가오리의 작품은 언제나 에쿠니의 비밀로 가득하다. 하나부터 열까지.

 

'에쿠니의 비밀'을 읽고 난 후에 독자들은 '나의 이야기'를 하고 싶어질 것 같다. 왠지 그런 마음이 든다. 왜냐하면 에쿠니 가오리의 책을 읽은 독자는 에쿠니가 그녀의 비밀을 나에게만 털어놓을 듯한 기분을 느끼기 때문이다.

비밀을 들은 후에는 역시 자신의 비밀도 털어놓고 싶어진다.

친밀한 비밀의 주고받음. 183p

 

남녀 작가가 서로 연애편지를 쓰듯, 소설을 주거니 받거니 연재해 쓴 것으로 유명한 냉정과 열정 사이, 평범하지 않은 그 설정과 낭만적인 분위기에 한껏 고무되어, 영화로 먼저 만난 냉정과 열정 사이를, 이후 책으로 사서 읽으면서 (그땐 무척이나 책을 읽지 않던 시기였기에 가끔 사보게 되는 책들은 정말 내게는 대단한 사건이 아닐 수 없었다.) 에쿠니 가오리를 처음으로 알게 되었다.

 

분명 남녀 두 작가의 책을 동시에 읽었음에도 에쿠니 가오리에게 유독 빠져들었다. 이후 에쿠니 가오리가 내놓은 소설이나 에세이라면 망설임없이 고르게 되었고, 지금까지도 그 에쿠니 가오리 작품 사랑은 멈추지 않고 있다.

그녀의 작품을 단아하다. 공감이 간다. 라고만 표현하기에는 부족하다.

 

자극적이거나 놀라운 결말이 있는 것이 아님에도 나를 끌어당기는 그녀의 오묘한 매력을 말로 설명하기가 무척 힘들었다.

그런데, 작품 해설을 한 가와카미 히로미라는 또다른 작가의 설명을 듣고서야 비로소 제대로 공감하게 되었다.

그녀의 절제된 표현, 그리고 소설 속 주인공 이야기에도 분명 작가 자신의 이야기인것 같은 사실감을 부여해주는 그녀만의 비밀.

소설일텐데도 이게 진실이 아닐까? 하는 의구심을 심어주는 그녀의 표현과 말투가 나를 끌어당기고 있는게 아닐까 싶었다.

 

열한명 소녀들의 차갑고 애처로운 비밀 이야기라고 씌여있었는데, 처음부터 끝까지 난 다 그녀의 어릴 적 이야기인줄로만 알았다.

물론 가정 형편이 다 다르게 나오니 그렇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소각로>를 시작하는 철도 변의 이비인후과 옆에는 분꽃이 소복하게 피어 있어서 그 곳을 지날때면 언제나 꽃 한 송이를 땄다. 98p라거나 <하루카>에 나오는 배경인 이비인후과는 철도 변에 있어서 전철이 지나가는 소리가 들렸다. 활짝 열린 창문으로 입구 옆의 분꽃밭이 보였다. 150p라는 대목을 보면 분명 같은 공간임을 짐작할 수가 있다. 그냥 우연히 설정한 배경일 수도 있겠지만, 어쩐지 이어지는 내용인듯한 착각, 그녀의 어릴적 이야기임을 암시하는 듯한, 그래서 여기 적힌 이야기들이 모두 사실은 아닐까 하는 몰입도를 높여준다.

 

에쿠니 가오리의 가장 훌륭한 점은 '여기에 어떤 언어를 배치할 것인가'에 대한 탁월한 심미안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신칸센을 싫어한다.

질서 정연한 차량 안의 모습도, 어쩐지 현실감이 없는 안내 방송도, 수레를 밀며 군것질거리를 파는 여자의 유니폼도, 깨끗하고 커다란 창문, 반질거리게 닦인 은색 창틀, 멋대가리 없는 옷걸이, 그 허술한 커튼 따위도.

 

<호랑나비>의 첫 문장이다.

이 얼마나 군더더기 없는 문장인지.

어려운 단어는 하나도 사용하지 않았다. 어려운 표현 역시 하나도 사용하지 않았다.

...................

무엇보다 가장 놀라운 것은 '그 허술한 커튼 따위도.'라는 마무리이다.

'그 허술한', '따위도'. 이 구어적 표현. 그리고 '커튼'이라는 명사와의 절묘한 조합.

그 전까지 담담했던 표현의 끝을 이렇게 마무리함으로써 문장 전체가 갑자기 솟아오른다.

와, 대단하다. 나는 감탄하고 만다.

정말 대단하다. 185p,186p

 

대단한 기대를 안고 그래, 에쿠니가 그렇다고? 어디 한번 읽어보자 하는 오기로 책을 펼쳐든다면, 이게 뭐~ 하는 사람도 있을지 모른다.

그냥 나는 히로미의 평가가 딱 절묘하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물론 한국어로 씌여진 책이 아니라, 일어로 쓰여진 책이니, 번역하는 중간에 그 느낌이 많이 사라졌을지 모르겠지만 에쿠니 가오리 번역에 가장 적격인 김난주님의 번역이다 보니, 아마 한국어로 소설을 쓴다 해도 이런 느낌이지 않았을까 싶었다.

 

남들은 예사로 넘기는 그런 일상들.

잊고 있던 그 일상들을, 기묘한 일들, 꼭 대단하진 않더라도 기억에 남을 그런 일들을 에쿠니 특유의 감성으로 잘 풀어낸 이야기가 수박향기가 아닌가 싶었다.

물의 내음, 바람의 냄새를 닮은 수박 향기.

에쿠니가 아니면 콕콕 집어내지 못할 그 현실을 글로 풀어내는 담담한 서술법에 늘 난 반하기 일쑤였다.

같은 표현이라도 다른 작가가 이렇게 잡아낼 수 있을까

아니 나의 일상이라도 난 항상 어떤 단어를 어떻게 적절히 풀어낼지 몰라 막막하지 않았던가.

그저 그녀의 이야기를 듣고 있는데, 정말 내 이야기를 하고 싶은 충동을 느끼게 하는, 맞아 맞아, 나도 이런 경험 있었어. 이런 생각 나도 했었어. 아니, 이렇게 해도 되는거야? 이건 아닌데. 등등 책을 읽으며 마구 수다 떨고 싶어지게 하는 그런 에쿠니의 솜씨.

 

약하고 부드러워 보이면서도 늘 그것이 오히려 강함을 느끼게 해주는 에쿠니.

열 한명의 소녀, 혹은 에쿠니 단 하나의 자신의 이야기인지 모르는 이 소설 속 단편들은 <수박향기>가 주는 신기하면서도 약간 오싹한 느낌의 괴담같은 이야기서부터 아슬아슬한 순간에 늘 수호천사처럼 나타나 연약한 그녀를 지켜준 친구 M의 이야기 <그림자>, 연상의 대학생을 동경하면서도 그에 대한 마음을 쏟아내는 데는 서툴렀던 어느 소녀의 이별 이야기를 담은 <소각로>, 말매미 울음소리로 불안한 공포를 예견케하면서도 막상 아이가 감당하기에 너무 벅찬 정도의 것은 아니었음에 안도하게 만드는 <물의 고리> 등등..

 

에쿠니가 주는 담담하면서도 깊은 공감은 그의 작품이 나올때마다 집어들게 되는 묘한 끌림을 주는 그 무엇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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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 스케치 노트 스케치 노트
아가트 아베르만스 지음, 권루시안(권국성) 옮김 / 진선아트북 / 2012년 7월
품절


미술 전공은 아니지만, 어릴 적부터 그림 그리기에 관심이 많고, 또 좋아하는 편이어서, 늘 스케치나 그림그리기에 관한 책 등이 나오면 눈여겨보게되곤 하였다. 이 책도 그런 관심사의 대상으로 펼쳐들게 되었는데, 생각보다 얇은 두께에 꽤 얻을 지식이 다양해 드물게 마음에 드는 책을 만난 느낌이었다.



사실 식물 스케치라고 해서, 약용 식물학이나 본초학 등이 먼저 떠올랐는데 아니나다를까, 의학, 식물학 등에서의 학술 목적의 그림으로 시작된 것이 식물 스케치라는 이야기가 있었다. 간추린 역사가 처음에 소개되어 예술작품보다는 식물 세밀화가 대부분 학술 목적으로 많이 그려졌음을 소개해주었다.



관심은 많으나 본격적으로 꼼꼼히 미술을 배워 본적이 드물어서 좋아하는 그림을 마음에 들게 완성시키지 못하는 충족되지 않은 욕구가 늘 자리하고 있었다. 어렸을 적에 크레파스 등으로 그림을 그릴 때에는 원하는 대로 상상하고, 색칠하는데 무리가 없었으나, 물감을 이용해 그리기 시작하면서 물감의 번짐, 마른 후의 색상 등을 제대로 배치하지 못해서 과감한 붓 터치를 하지 못했고, 그러다보니, 그림을 그릴때와 다 그리고 마르고 난 후의 상태가 일치하지 않아 늘 불만족스러운 상태로 그림을 완성해야하는 아쉬움을 안고 있었다.

친구들 중에서 과감히 색을 사용해 그림을 그리는 친구가 있었는데, 워낙에 출중한 미술적 감각을 타고나기도 했지만, 재능을 제대로 잘 살릴 수 있게 미술지도도 받아서, 그 친구의 수채화 솜씨는 도저히 따라가기 힘들 정도였다. 미술학원을 다닌 친구들의 색채 감각이 대부분 비슷하다면, 그 친구는 보라색과 남색을 주로 활용해 점묘법으로 터치하는 방식이 다른 누구와도 다른 독자적인 색상으로 눈에 확 띄는 자기만의 색감을 확실히 굳힌 친구라 늘 부러워하곤 하였다. 마르고 난 후의 색상을 예상할 수 있다면 나도 좀 과감히 색칠할 수 있었을텐데..그게 늘 아쉬웠다.



그렇다고 물을 적게 사용하는 유화나 파스텔 등 다른 재료를 쓰는 그림에는 큰 관심이 없었다.

되도록 맑고 투명한 수채화, 세밀하게 스케치하고, 맑고 투명한 색상으로 가득 채운 그런 그림을 무척 좋아했는데, 이 책을 보니 잘 그리고 싶었던 그 어린 시절의 순간으로 되돌아간 느낌을 주었다.



좋아는 했지만 더이상 그림을 그리지 않은 나와 달리, 대학에 들어와서도 꾸준히 자기의 꿈을 실현해나가는 친구들이 있어 부러웠다.

사실 이 책은 전문가들이 아니더라도 일반인들에게도 용기를 주는 그런 그림 설명서이기도 하다.

식물을 대상으로 하여 세밀화를 그리기 위해 자세히 관찰하고 스케치한후 빛을 조절하여 물감의 그라데이션을 활용해 색칠하는 것까지를 차근차근 알려주고 있는데, 그 기본을 익힌다면 굳이 식물이 아니더라도 우리 주변의 어떤 것도 자신있게 그릴 수 있는 기본기를 익히게 되지 않을까 싶었다.



잠깐 미술부 활동을 했을 적에도 펜 등으로 꽃을 세밀화를 그리는 과제가 주어졌고, 문화센터에서 그림을 배웠다는 친구도 꽃그림 그리기를 배워와 보여준 기억이 있었다. 과거와 달리 요즘에는 꽃을 소재로 한 그림이 학술 목적이 아니더라도 미술의 기본 과정에서 중요하게 다뤄지게 된게 아닌가 싶다.

이 책은 여러분이 보고 관찰하는 법을 익힐 수 있도록 썼다. 대상을 이해하고 있을때에만 그것을 종이에 제대로 옮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날마다 자기 나름의 관찰방식을 훈련해야 한다. 12p



무턱대로 세밀하게만 따라그리려니 큰 축을 잡지 못하고, 꽃잎부터 그리기 시작한다거나 상대적인 크기 조절에 실패하는 등의 실수를 경험한 적이 있었는데, 꽃을 기본 대상으로 설명할 경우에도 기본적인 도형 등으로 단순화 한후 중심축을 먼저 생각해 그리고, 그 주위의 원근감 등을 고려하여 응용해 그려나가는 방법을 따라하다보니, 무턱대고 그리는 그림에 비해 훨씬 자연스러우면서도 그럴듯한 그림이 쉽게 그려짐을 이해할 수 있었다.



수채화 그릴때 난항을 겪게 하였던 바림을 넣는 법에 대해서도 연습법과 일반적인 방법을 소개해준것이 눈여겨볼만하였다.

마스킹 액을 이용한 후 지워내는 법을 통해 흰색 부분에 색이 뭍지 않게 하는 방법도 배울 수 있었다.

세밀화를 스케치하고 색칠하는 법이라 완성된 그림은 참 멋있지만, 초보자가 보기에는 처음에 따라하기에 결코 쉬워보이지는 않는다.

다만, 방법을 확실히 익히고, 가르쳐주면, 무턱대고 그리는 솜씨에서 벗어나 조금은 더 체계적으로 도전해볼 수 있는 용기를 주게 되는 책이 아니었나 싶다. 그리고 언젠가는 이 책속의 세밀화처럼 멋진 그림을 그려볼 수 있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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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의 관
미치오 슈스케 지음, 김은모 옮김 / 북폴리오 / 2012년 6월
평점 :
품절


 

순수할거라 믿을 어린 아이들이 이토록 잔인하고, 짐승같은 면이 있다는 것이 믿기 힘들 정도로 슬프게 다가왔다.

 

여관을 경영하고 있는 집안의 장남인 이쓰오, 마을에서는 잘날 것도 없고, 외모도 평범하고 모든 것이 평범한 그런 아이였다.

이쓰오네 마을로 전학 온 아쓰코, 이혼한 엄마는 술집에 나가 늦게 들어오고, 돌때부터 세살이 될때까지 어린 나이의 여동생을 돌보는 몫은 늘 아쓰코의 몫이었다. 사춘기 소녀에게는 가족을 돌봐야한다는 부담만도 컸을텐데, 학교에서는 그녀를 약자로 보고, 무조건 괴롭히는 부잣집 딸이 주동한 집단 괴롭힘이 심각할 지경이었다. 아무도 모르는, 피해자와 가해자만 알고 있는 괴롭힘, 이대로 그들에게 살해당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평범함이 싫은 이쓰오와 잔인한 현실을 벗어나고 잊고싶은 아쓰코, 두 아이의 이야기가 교차적으로 진행되는 이야기였다.

 

다양한 수상경력이 돋보이는 작가 미치오 슈스케의 작품이어서 기대감이 컸지만, 대단한 반전과 스릴을 기대할 미스터리 소설은 아니었다. 다만, 왕따를 다룬 이야기를 가슴아프고 슬프게만 그려내었다기보다 서정적으로 이렇게 그려낼수 있다는게 놀라울 따름이었다.

 

이쓰오는 아주 우연히 아쓰코와 준비물 준비 위원이 되어서, 아쓰코의 사정에 눈을 뜨기 시작하였다. 자신을 괴롭힌 친구들에게 평생 죄의식을 품게 해주기 위해 그동안 당했던 왕따 경험을 있는 그대로 편지에 적어 타임캡슐에 넣었던 아쓰코는, 그 편지 자체가 족쇄가 되어 더이상 나아질 수 없는 현실에 살고 있는 것 같아서 편지를 바꾸기로 결심하였다. 거짓이었지만 평범하고 행복한 자신의 일상을 거짓으로 적어 넣은 편지를 바꿔치기하면, 그렇게 행복한 아이로 살고 싶은 꿈을 이루기라도 할 것처럼 말이었다. 혼자서 타임 캡슐을 파낼 자신이 없던 아쓰코는 이쓰오에게 도움을 청하였다.

 

그리고 처음 접한 도롱이 벌레 이야기. 할머니가 취미 삼아 키우고 있는 도롱이 벌레는 옆에 색종이와 털실 등 예쁜 것들을 주위에 두면 그것으로 고치같은것을 만들어 스스로 어여쁘게 장식을 한다 하였다. 그렇게 잘 꾸며진 도롱이 벌레를 키우는 취미가 있다하였는데 이쓰오는 할머니의 도롱이 벌레를 아쓰코에게 선물해주게 되고, 평범하게 지나갈 것 같았던 도롱이 벌레는 그렇게 또 하나의 멀고 긴 인연을 이어 주는 듯 하였다.

전혀 관련이 없을 것 같은 이쓰오의 할머니, 여든 살이 훌쩍 넓은 고령의 할머니와 이쓰오의 같은 반 친구인 아쓰코, 둘 사이에 전혀 공통점이 없을 법 한데 이쓰오가 들어버린 할머니의 비밀, 그리고 아쓰코에 대해 조금씩 알아가게 된 사연 등으로 이쓰오는 그 둘을 묶어 생각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어른들이 보는 시각의 사춘기 소년 소녀들은 일탈을 하기 쉬운 불안한 존재로 보이기가 쉽다. 그들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어떤 고민을 하고 있는지 진지하게 물어보기보다, 아무래도 걱정스러운 마음에 어른들이 생각하는 한정적인 상황만으로 판단하여 극단적으로 몰고가기 쉽상이었다. 이쓰오는 평범했던 현실로 되돌아가고싶은 그런 상황에 처하기도 하였다.

 

평범한 아이도, 결코 맞은 것을 잊을 수 없는 피해자 아이도 커가는데 겪는 아픔은 존재하였다.

가해자의 입장이 나오지는 않았지만, 자신이 어른이 되고 아이엄마가 되어서 어렸을 적에 했던 일들을 떠올리게 된다면 그것이 얼마나 부끄러운 일일지 감히 상상이나 할 수 있을까,싶은 불쌍한 생각마저 들기도 하였다.

 

미치오 슈스케 작가의 대표작 달과게를 읽어보진 못했지만 구체의 뱀을 인상 깊게 읽었었다.

그리고, 물의 관, 겉으론 두꺼워보이는데 정말 믿기지 않는 속도로 빨리 읽어내릴 수 있는 그런 소설이었다.

이렇게 승화할 수도 있구나. 작가의 서정적인 생각들과 표현들이 남성 작가가 표현해낸것이라 믿기 힘들 정도였다.

그리고, 작가의 또다른작품들에 대해서도 따스한 시선으로 봐질 수 있겠단 희망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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